그러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나를 잘 먹이는 거겠죠. 나를 잘 먹인다는 뜻은, 단순히 물질적으로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운동하는 시간, 명상하는 시간처럼 스스로에게 시간을 들여 투자하는 시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집히는 대로 때우는 끼니 말고, 제대로 식탁에 앉아서 누군가의 손으로 요리한 음식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식사하는 시간은 안도감을 줍니다.
최근에 마트에서 고사리가 저렴하게 나와서 구매했습니다. 채개장을 한 솥 끓여 먹고 나서도 고사리가 남았는데, 얼마 전 문득 스쳐봤던 고사리 파스타가 생각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고사리 파스타는 집에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고사리가 길쭉길쭉하니까 스파게티니 면을 꺼내서 쯔유를 더해 만들어 먹었습니다. 고사리를 다지지 않고 넣었더니 간간하게 씹는 맛이 있어 금방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어요.
아무래도 고사리가 파스타 면보다는 질깃한 치감이 있어 꼭꼭 씹어 먹으며, 멍하니 최근의 내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다가도 문득 타인에게 이런저런 불만이 생기는 순간을요.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만큼 상대는 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내가 그렇게 주저하는 시간만큼 누군가는 또 저만큼 앞서 나가 있는 것 같아 이도 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 악순환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고사리를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이 문득문득 유해한 망상에 빠지는 저를 식탁에 붙들어 주었어요.
내가 불만을 느끼는 지점 외에 인지하지 못한 정반대의 순간에 상대도 나를 분명 참아주었을 거예요. 이기적인 사람이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정신 승리면 또 어때요? 내 마음이 편한 게 중요하죠. 불쑥 고개를 드는 감정은 어쩌지 못하지만, 그걸 다스리는 마음가짐은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오로지 고사리 파스타를 위해서만 고사리를 사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분명 나물인데 어찌 보면 고기 식감 같기도 하고, 버섯과 비슷한 감칠맛이면서도 또 해산물의 풍미가 있다는 글을 보고는 크게 공감했습니다. 제철도 아닌데 이렇게 맛있게 먹은 걸 보면 내년 봄에 먹는 고사리 파스타는 얼마나 맛있을까요? 잠깐 그렇게 생각이 딴 길로 새다 보니 투덜거리는 마음이 조금 하찮게 느껴졌습니다. 이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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