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기월식 봤어? ‘몇 년 만에 돌아오는 무엇치고 나는 챙겨 본적이 없어. 그러다 처음 보게 된 개기월식이라 정말 신나고 재미있더라고. 검게 사라진 자리 위로 붉어지는 달을 보니 그저 신기하고 새삼 자연의 움직임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어. 그래서 괜히 달한테 소원도 빌었어. 신비로운 광경 앞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겠지? 나처럼 소원을 빈 모두의 염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

지난 주 티빙 오리지널인 [몸값]의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되었어. 우리나라 단편영화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충현 감독의 동명의 단편영화가 원작이야. 가평 산자락의 어느 외진 모텔에서 만난 여고생과 한 남성의 몸값 흥정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다른 몸값을 흥정하는 아사리판으로 뒤바뀌어. 여기까지는 원작과 대사는 물론 의상까지 거의 똑같아. 장편화 된 [몸값]은 여기에 재난 영화로서의 상상력을 덧붙이며 세계관을 확장했어. 바로 지진이야. 영문을 알 수 없는 지진으로 완전히 건물에 갇혀버린 인물들이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여기까지 들으면 굉장히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럼에도 색다른 이유가 있어.


일단 그 누구도 동정심이 들지 않는 캐릭터야. 어렴풋이 짐작만 해볼 뿐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이 모텔에 모여든 사람들인 만큼 이미 도덕성은 찾아볼 수 없다고 보면 돼. 이기적이고 윤리의식은 사라졌고 그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모인 이 아수라장에서 과연 누가 누구를 밟고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게 의외로 흥미롭더라고. 그런데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천박한 캐릭터들을 묘사하는 방식은 묘하게 현실적이어서 악의 평범성이란 말이 떠오르기도 했어. 일상에 만연하지만 드러나지 않던 소시오패스들이 집단으로 갇혀버린 거지.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니 나 역시 오히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아이러니랄까? 특히 배우 전종서와 진선규의 케미가 아주 지독해. 언제 서로를 배신해도 모를 관계인데 결국엔 애증의 전우애마저 느끼게 되는 과정이 웃겨서 둘이 대화할 때마다 자주 웃었어. 심지어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미운정이 들어버렸는지 깔깔 웃어대며 이들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사실 나에게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운 건 바로 원테이크 촬영법이었어. 단편영화 [몸값]이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충격을 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원테이크 촬영이었기 때문인데, 그 컨셉을 장편에까지 가져올 줄은 몰랐거든. 의식하지 않고 보면 마치 1화부터 6화까지 모두 원테이크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한 컷당 짧으면 5분, 길면 10~15분을 이어서 촬영했다고 해. 배우는 물론이고 촬영, 세트, 소품 등 얼마나 많은 스탭들의 진심과 노력을 담았을까 생각하면 감탄만 나와. 기술적으로도 대단하지만 확실히 이 촬영기법으로 인해 좁은 공간안에서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동선에 역동성이 부여되고 한편으로는 마치 방탈출 게임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어. 단편과 장편의 [몸값] 모두 원테이크 촬영이 영화 기획단계에서부터 핵심이었던 모양이야.


배우 전종서의 연기에도 놀랐어.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때는 감독의 디렉팅이 더 훌륭한 쪽이 아닐까 생각했었거든. 이번엔 완전히 극을 좌지우지 하는 힘이 느껴졌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 중 매력 없이 지나치게 남발되는 욕이야. 나는 한국영화도 자막을 켜고 보는 편인데, 과장 없이 모든 대사의 반절 이상은 욕이었을거야. 차라리 다양한 종류의 욕이 오갔다면 재밌었겠다 싶어. 그래도 개인적으로 러닝타임 짧은 걸 좋아하는데, 이건 총 6부작이고 각각 30여분이니 부담 없이 볼 수 있어 좋았어😊 생각보다 잔인하니 유의하고,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가볍게 볼 영화로 추천해.

소소한 관람포인트1. 그래서 단편영화 <몸값>은 어디에서 보는데?

단편영화 <몸값> 왓챠에서 볼 수 있어. 비교는 필수!

소소한 관람포인트2. 원작과 드라마의 연결고리

이번 드라마 [몸값]의 전우성 감독은 단편영화 <몸값>의 촬영부였대. 그리고 단편영화 <몸값>에서 주인공이었던 배우 이주영과 박형수는 각각 드라마 [몸값]에서 기도녀와 희수 역으로 다시 출연해.

소소한 관람포인트3. 콘크리트 유니버스

[몸값]을 봤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시즌2가 나오는건지 궁금했을거야. [몸값]은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에서 추진중인 콘크리트 유니버스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 이후의 이야기는 다른 작품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 대지진이라는 사건을 겪은 후를 다루는 이 세계관은 레진 코믹스 웹툰인 김숭늉 작가의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출발했고, 아래의 작품들이 준비중이야.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 : 엄태화 / 주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황야>(콘크리트 유토피아2) 감독 : 허명행 / 주연 : 마동석, 이희준, 노정의

<유쾌한 왕따> 감독 : 민용근 / 각본 : 김보통 / 주연 : 성유빈, 원지안, 조현철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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