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agree and commit'의 진짜 의미 안녕하세요, 하이커 님
징검다리 휴일의 연속을 지나 다시 온전한 주 5일 근무로 돌아온 첫 주, 잘 적응하고 계신가요? 저희도 Lemonbase Camp Weekly(LbC Weekly)를 하이커 여러분께 보내드리는 '일상'으로 돌아올 겸, '회의 후 회의'를 살펴본 99번째 레터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회의 후 회의가 필요없이 좀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지지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는데요, 이는 공식적인 회의에서 오갔어야 할 의견과 우려 등이 감정 섞인 발화로서 쉽게 휘발될 수 있는 방식으로 오가며 소모되지 않고 팀의 의사결정을 위한 자원으로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한 논의의 중요성을 재차 짚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을 단 세 단어짜리 표현으로 정리하고 회사의 핵심 가치로 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으로 잘 알려진 'disagree and commit'입니다. 이미 많은 하이커께서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표현이지요. 제프 베조스가 2016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언급하면서 '아마존 성공의 비결' 등의 수식이 붙으며 주목받은 개념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다룬 논의의 중요성과 연결해서 이 개념을 살펴보다보니, 여느 명언들이 그렇듯 'disagree and commit' 역시 간결한 표현에 매몰되어 그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며 활용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맥락 없이 이 표현을 처음 접했던 과거 장면에서는 복종('까라면 까!')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기도 했으니까요. 오늘 레터에서는 'disagree and commit'의 맥락과 의미를 톺아보며, 제프 베조스가 생각했던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모습을 이해하고 지금 우리에게는 어떻게 참고가 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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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0월 3주 (10/16)
#101 'disagree and com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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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gree but commit'이 아닌 이유
'commit'은 보통 '전념하다, 헌신하다'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는 '(자기를) 내던지는' '뛰어드는' 행동의 뉘앙스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 속에서 동의가 안 되는 무언가에 뛰어드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아무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but'과 같은 단서가 붙어야만 그래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동의는 안 되는데, 그래도 한번 뛰어들어볼게…!'). 하지만 이 개념을 초기에 언급한 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창업주는 분명 disagree 'and' commit이라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말이죠.
"동의하고 뛰어들거나, 동의하지 않고 뛰어들거나, 그게 아니라면 가로막지 마세요."
("Agree and commit, disagree and commit, or get out of the way.")(링크)
이렇게 놓고 보니 '동의' 여부와 '실행' 여부는 서로 연결된 것이라기보다는 별개의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동의-실행/비동의-이탈이 세트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두 행동이 따로따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기실 업무 상황에서 '동의가 되어야만 실행한다'라는 명제가 꼭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가 모든 것에 동의한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는 상황이 비현실적인 것에 가깝지요. 즉 동의하느냐 마느냐는 회의실에서 마무리되는 하나의 행동이고, 회의실 밖 업무 현장에서 뛰어드는 것은 그 여부와 별개로 진행되는 또 다른 행동입니다.
이는 곧 'commit'의 과정에서 'disagree'가 일종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일단 결정된 사항에 대해 자신의 업무에 주도권을 가지고 이를 완료해낼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간에 걸림돌을 마주했다고 해서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하지 말자고 했는데'라며 재차 강짜를 놓거나, '내 의견이랑 안 맞는 결정이었으니까 대충 천천히 해야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앤디 그로브 전 인텔 CEO는 '아이디어에 동의하지 않을수록, 대충 실행하기보다는 오히려 특히 그것을 잘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만약 그 아이디어가 실패했을 때 그것이 나쁜 아이디어였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쨌든 결정된 사안이라면 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열심을 다해 일해야만 하는 걸까요? 그런 상황에서 진심으로 일하는 게 가능할까요? 'disagree and commit' 문화가 팀 안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생략된 또 하나의 맥락이 중요합니다. '동의하지 않는 결정에 뛰어들 수 있는' 상태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바로 'debate(토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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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 앞 생략된 맥락, 'debate'
제프 베조스는 앞서 언급한 2016년의 편지에서 'disagree and commit'을 설명하며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습니다. 아마존의 한 사업부가 보고한 프로젝트 방향성에 자기는 동의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그에서 더 나아가 CEO로서 자기가 결정권을 행사하기보다는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사업부의 의견을 존중하고 빠르게 실행할 것을 독려했는데, 그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며 자기가 생각지 못한 엄청난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주었다는 내용입니다. 베조스는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기에 그 이후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정이 이루어졌음에도 그에 동의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 일련의 과정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사안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회의 참여자들은 사안에 대한 솔직한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며, 이를 통해 도출된 각각의 의견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기회가 팀에 주어지며, 그 결과 정해진 한 방향에 대해서는 진심을 다해 빠르게 실행하는 것.' 이는 곧 'disagree and commit' 개념의 구체적인 의미이자 실행 과정입니다.
이렇듯 'disagree and commit'이 '복종'이 아닌 효율적 의사결정 방법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토론의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이 조직의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합의의 함정'을 경계해야 합니다. 회의 중 정해지는 방향성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침묵함으로써 암묵적인 합의 상황을 만든 경험을 많이 겪어보셨을 겁니다. 이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논의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 등이 그 이유일 텐데요. 하지만 이렇게 정해진 결과를 진짜 '합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실행 이전에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내놓고, 이것이 논의 과정에서 고려되었으며, 그럼에도 다른 근거로 정해진 방향이 더 나을 것이라는 추론과 합의의 과정이 있을 때 동의하지 않던 결정에도 자신의 책임을 확인하고 실행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주어진 논의 상황에서 반대든 찬성이든 유관한 구성원의 의사를 명시적으로 확인하였는지 여부는 이렇듯 결정과 행동에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모든 구성원은 실행 이전 주어진 논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내놓고, 논의에 참여하는 모두가 이를 고려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의사결정권자는 결정과 실행 주도에,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구성원에게는 의견 개진과 실행에 각각 책임이 주어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disagree and commit' 상황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특히 리더에게 강조되는 역할은, 토론 문화 정착을 자신이 촉진하고 있는지, 억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리더가 효율이란 미명 아래 토론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결론에 이르기를 반복한다면 팀원들은 자신의 의견이 지닌 가치를 모른 채 침묵하는 것이 습관이 될 것입니다. '합의의 함정' 속 침묵이 '어차피 안 받아들여질 거야'라는 무기력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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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disagree and commit'해볼 만한 이유
회사에서 진행하는 업무 방향성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내 관점에서 그 방향보다 더 나은 방향이 있거나 혹은 그 방향을 선택했을 때 예상되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러 어깃장을 놓으려 반대의 부담을 기꺼이 지려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disagree and commit'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회사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에 대해 아무도 정답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에서의 결정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베팅'입니다. 미래를 미리 알 수 없기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열심히 예측하고 고민하고 토론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할 수도 없는데다 그 결과로 도출한 지금의 판단이 미래에도 맞을지는 정말 모를 일이지요. 제프 베조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빠른'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링크)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고품질의 결정을 하기 위해 애쓰느라 '빠른 결정'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점을 지적했지요. 베조스는 '원하는 정보의 70% 정도를 가졌다면, 다음 할 일은 이를 90%까지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직이 정한 의사결정권자가 많은 의견과 정보를 기반으로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한 뒤에, 만약 그것이 잘못된 길이었거나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 결정과 수행을 역시 빠르게 하는 것이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며, '느리지만 옳은' 결정은 느리기 때문에 이미 옳은 결정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베조스가 'disagree and commit'을 강조한 2016년으로부터도 한참의 시간이 흐른 2024년 말입니다. 그 편지 이후로 세상은 또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속도 역시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베조스 역시 편지를 쓰면서도 AI 발전의 이만치의 가속이라든가 코로나 팬데믹, 여러 사회정치적 변화 등은 미처 예상치 못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비즈니스에 미친 영향을 생각했을 때 그 변화 앞서의 고민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도 말이지요. 10여년 새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급격한 변화를 상수로 놓고 결정해야 한다고 할 때 성공을 담보하는 결정이란 있기 어렵고 그럼에도 더욱 빠른 선택을 요구하는 시대에, 결국 결정은 믿음과 용기의 영역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이때의 믿음과 용기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이라든가 그럼에도 내가 일단 옳다는 무모한 확신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동일하게 조직의 성공을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아이디어와 선택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때 그 방향은 모두 다를 수 있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방향을 선택하고 실행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맞닿아 있는 것일 테지요. 여러 어려움 앞에서도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며 책임을 짊어지고 계신 모든 하이커 여러분께 'disagree and commit'이 새삼 새로운 돌파의 한 방법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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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일터에서 '원치 않는 조언'을 받은 경험이 있나요? 다음주 레터에서는 조언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점에서 각각 주의할 점을 짚어보고, 자칫 부정적인 경험으로 끝날 수 있는 조언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방법을 다뤄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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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은 레몬베이스 캠프 위클리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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