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 장은미 기자입니다. 

어제 저는 2.18 대구지하철 참사 21주기 추모식 취재를 다녀왔어요.(‘정치의 부재’ 속 소란한 21주기 대구지하철참사 추모식) 추모식 장소 근처에 도착했는데, 당혹감이 앞섰어요. 신나는 가요가 먼저 귀에 들어와서 잘못 찾아왔나 싶었거든요.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추모식은 시작 전부터, 추모식 내내, 끝날 때까지 추모식 반대 의사를 전하는 인근 상인들의 집회로 소란스러웠습니다. 참사는 적절한 법과 제도, 사회 시스템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참사에 대한 예의가 너무 절실하게 필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일터에서 적절한 '안전장치'가 없어 발생한 '산업재해' 판결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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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 달성군 공사장 산재 사망사고

지난 2022년 3월 29일 오전 7시 30분께 대구 달성군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IS중공업 소속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높이 11m 고소작업대에 올라 지붕 철골보에 볼트를 체결하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는데요. 현장에는 추락 사고 방지 장치인 안전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으로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이었고, 대구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  처벌법 위반죄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 대구 한 건설현장 모습. (뉴스민 자료사진) 
📁 장기자 한 마디 🎤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2년 50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을 시작했고, 지난달부터는 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됐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까지도 힘들었지만, 시행 이후에도 많은 부침을 겪어왔는데요. 대구에서는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관심을 모았던 사건이 재판 시작 약 1년 만에, 최근 결과가 나왔습니다. 꾸준히 재판 취재를 해 온 김보현 기자와 함께 주요 쟁점을 짚어볼까 합니다.  
 🤔지난 7일 대구 1호 중대재해 재판 선고가 있었는데요. 재판 결과와 양형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세요! 👨‍⚖️

김보현 기자🎤 원청업체 LDS산업개발은 벌금 8,000만 원, 원청 대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하청업체 아이에스중공업은 1,500만 원, 원청 현장소장은 징역 5개월 집행유예 2년, 하청 현장소장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어요.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잘못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도 유족과 합의한 점, 현장 조건 상 안전난간대 설치가 사실상 어려웠던 점 등을 참작해 검찰 구형인 징역 2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전경
🤔 대구 1호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와 선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재판이 길어진 이유가 있을까요?😞

김보현 기자🎤 사고 발생은 2022년 3월, 검찰 기소는 같은해 10월입니다. 첫 공판이 2023년 1월 27일 열렸고, 1심 선고는 2024년 2월 7일입니다. 기소부터 1심 선고까지 1년 4개월 정도 걸렸어요. 법원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불구속 사건이 보통 오래 걸리는 편이라 특별히 긴 시간이 걸린 건 아니라고 합니다. 

첫 공판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공판 모두 변호인이 기일변경(연기)을 신청한 이유도 있어요. 재판이 매번 두 세달씩 밀렸어요. 게다가 원래 선고 기일인 1월 19일에 하청업체 측이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선고일도 밀렸습니다. 선고 기일에 나타나지 않은 건 단순 개인 착오라 하더라고요. 

다른 사건과 비교해보면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만에 노동자 3명이 숨져 1호 수사 사건이 된 삼표산업은 법의 위헌성을 두고 다투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아직 정식 재판이 시작하지도 않았어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준비 절차가 마무리돼 다음 달에야 정식 재판에 돌입하게 된다고 합니다. 

반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첫 선고가 내려진 온유파트너스는 사고 발생 후 1년만에 1심 선고가 나온 사례입니다. 2022년 5월 온유파트너스가 원청업체로 있는 공사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고, 1심 선고는 2023년 4월에 났어요. 검찰과 피고인 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 재판을 쭉 지켜보셨는데, 재판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보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로는 원청업체 대표가 기소된 첫 사건이기도 한데요. 이미 피고인들이 관련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검찰 구형보다 약한 결과가 나왔어요. 원청업체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세 차례 벌금형을 받았고, 법인도 네 번이나 처벌받은 바 있습니다. 하청 법인 역시 사망사고를 포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세 차례 벌금형을 받았고, 심지어 그 중 한 건은 재해자의 사망 사고예요.

판사가 유리한 양형요소라 언급한 내용 중엔 심정적으로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여럿 있어요.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피고인들이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원청의 매출이나 규모가 하청보다 적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원청에만 적용하는 게 피고인들 사이 다소 형평에 맞지 않는 점, 작업자들이 편의를 위해 고소작업대의 출입문을 임의로 고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입니다. 

재판 초기 피고인들은 현장에 사고방지 장치인 안전대가 없었고, 작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어요. 원청업체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1심 선고 결과를 보면 한 사람의 사망에 대해 대체 누가 책임을 지게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사를 쓰면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달성군의 또 다른 건설현장 모습 (뉴스민 자료사진)
🤔우리지역 첫 중대재해재판이라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재판의 주요 쟁점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김보현 기자🎤 검찰은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구축 의무 9가지 중 4가지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 방침 설정(4조1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4조3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4조5호) ▲하도급 업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 평가기준 마련(4조9호)를 위반했다고 봤어요. 

원청 대표는 고인이 현장소장의 작업 지시를 위반해 피해자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머지 피고인들도 피해자가 작업 지시와 상관 없는 곳에서 일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재판 내내 고수했어요. 반면 검찰은 “전날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시적으로 보충할 시간을 빼주지 않은 채 새로 부과된 작업만 하라고 지시했다면 조직적으로 근로자에게 부실시공을 지시했다는 대변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도 선고 이유에서 안전대와 작업계획서만 마련됐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고요.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수사 중인 사건들은 얼마나 되나요? 수사 진척이 좀 있나요?

김보현 기자🎤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사건은 모두 510건이었고, 이 중 34.3%를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이중 지난해 말까지 33건이 기소됐어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이후로 전체 사망 재해는 감소했습니다.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은 2021년 683명에서 2022년 644명으로 줄었다고 해요. 2023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고용노동부는 역대 처음 500명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작년 3분기까지는 459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적었다고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올해 1월까지 전국에서 선고가 나온 사건은 모두 13건입니다. 저희가 소개하는 우리 지역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이 14번째입니다. 이중 실형을 선고받은 건 한국제강 뿐이에요. 나머지도 유죄가 나왔지만 원청 대표들은 모두 구속을 피했습니다.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대부분입니다. 

▼ 지난해 7월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는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중대재해 기업 엄정 수사 및 즉각 처벌을 촉구하는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그 취지대로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요? 

김보현 기자🎤중대해재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 시행됐죠. 정부여당의 유예 시도가 여야 합의 불발로 무산됐는데요. 여전히 동네 빵집 사장님을 걱정하는 언론 보도가 쏟아집니다. 

한편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법원이 중대재해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건데요. 앞서 말씀드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선고들도 징역 2년을 넘는 선고형은 없었어요. 여러 조치 중 하나만 제대로 됐어도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었는데, 법원은 의도성이 없다는 점을 상당히 고려하는 것 같다고 느껴요. 

최근 한 기사에서 ‘어떤 범죄는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얼마나 충분히 이행했는가’에서 ‘충분히’의 기준을 법원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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