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너머의 감각 : 만지고 킁킁대기

스마트폰 너머의 감각 : 만지고 킁킁대기

Can Virtual Reality Substitute an Actual Reality?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83), 2023.4.19,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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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감각, 촉각, 후각, 메타버스, 실감

1.머리말
2.피부로 둘러싸인 존재 : 만지기
3.냄새가 데려다주는 세계 : 킁킁대기

4.‘인공 감각’은 현실을 ‘대체’하는가?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연구자님은 지금 무엇을 만지고 계신가요? 그리고 지금 주변에선 어떤 냄새가 나나요?

아마도 ‘내가 뭘 만지고 있더라?’라는 생각 이전에 질문 자체가 약간 생뚱맞으셨을텐데요. 평소에 딱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연구자님은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마우스 등 기기를 만지고 계실텐데요. 냄새에 대해선 딱히 주변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상 의식하지 않고 계셨을테고요. 물론 저도 마찬가집니다. 아마 하루동안 누군가 저의 모습을 찍는다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손에는 과자 아니면 종이,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을 것입니다. 주변의 냄새도 골똘히 신경써본 적이 거의 없고요.

한편 최근 저는 봄비가 보슬보슬 내린 날, 일상적이면서도 인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책들을 품에 안고 해질녘 도서관 복도를 걷다가 피곤해서 잠깐 눈을 감았는데요. 복도 창문을 열어둔 사이로 서늘한 봄비 내음에 미세한 라일락 향, 옛날 학교처럼 돌바닥으로 된 복도와 페인트칠 한 나무 창틀에 켜켜이 쌓여 맴도는 부드러운 먼지 냄새가 섞여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수백번도 더 지나다닌 복도인데, 눈을 감는 순간 주위가 우주가 되어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동영상을 찍는다고 해도, 얼굴에 와닿는 어둑하고 서늘한 공기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냄새, 벅찬 분위기는 담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먼 훗날 지금 시절을 떠올린다면 이 냄새, 촉감에 대한 인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fig.1> 경향신문 기자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속 한강 공원에서 라면을 먹고 있습니다. 저도 한강 공원에서 라면을 먹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저 상황에서 얼굴에 스치는 강바람과 공기 중 비릿한 습기, 머리를 어찔하게 만드는 라면의 냄새 등이 빠지면 많이 허전할 것 같았습니다. (왼쪽) 코로나 기간 동안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텅 비어있는 봄날의 교실 풍경. / 경향신문DB

코로나 기간을 많은 단어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감각의 상실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동안 마스크에 코와 입을 가리고 다녀야 했습니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크게 늘기도 했죠. 놀이터, 교실, 사무실의 대안으로 ‘메타버스’ 등의 비대면 플랫폼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예 메타버스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메타버스로 출퇴근하는 회사도 등장했고요.(링크) 이에 일각에선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 이전으로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을 것” “출퇴근, 강의 등에 있어 비대면 플랫폼이 완전히 현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화려하게 떠오르던 메타버스는 코로나 이후 상승세가 주춤합니다.(링크) 축제, 학회, 행사 등도 빠르게 오프라인으로 돌아오고 있고요.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어쩌면 큰 원인 중 하나는 감각의 부족, 대표적으로는 촉각과 후각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친구를 만나 한강에서 컵라면도 먹고, 지하철도 타볼 수 있지만(링크) 직접 무언가와 대면하고, 냄새를 킁킁대거나 얼굴에 와닿는 바람을 느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에 그간 막연하게 평소에 우리가 그닥 중요치 않게 취급해왔던 감각인 촉각과 후각에 대한 해찰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를 점점 잃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런 것들이 ‘쓸모 없다’고 쉽게 무시될 때 이런 행동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비좁게 만드는 것일지 등에 대해서입니다.

수시마 수브라마니안의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과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 등을 지팡이 삼았습니다.

【2.피부로 둘러싸인 존재 : 만지기】

만약 우리가 하루종일 ‘본 것’ 혹은 ‘들은 것’에 대해 쓴다면 꽤 많은 목록이 줄을 이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하루종일 ‘만진 것’에 대해 쓰라고 한다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그리고 그 ‘감촉’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과학 저널리스트 수시마 수브라마니안이 쓴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이하 <한없이 가까운>)은 촉각에 대한 관념을 넓혀주고 그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통상 사람들은 촉각을 단지 우리가 무엇을 손으로 만지는 일, 사람 간의 친밀한 터치 차원에서 생각해왔는데요.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촉각은 “살갗에 둘러싸인 육신으로 산다는 것”과 관련된 감각이라고 넓게 정의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단순히 의도적으로 누군가나 무언가를 만지는 것을 넘어서 공기나 장력을 느끼고, 움직이고, 균형을 잡고, 스치고, 세계와 관계하는 방식을 아우른다는 것이죠.

이런 독특한 저자의 관점이 제가 ‘촉각’을 다룬 많은 책들 가운데 이 책을 골라본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자는 어느날 책상 상판이 헐거워져서 나사를 조이기 위해 양손으로 상판을 붙잡고 들어올린 순간의 경험에 대해 말합니다. 이때 저자는 양손으로 상판을 짚었을 때 단순히 책상이 피부에 접촉하는 감각을 넘어 - 무게감, 나무의 결 등 모든 정보를 촉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즉, 생각보다 촉각은 굉장히 복잡한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순간, 손가락이 구부러진 모서리 부분의 나뭇결부터 긴장한 근육과 피부가 눌리는 느낌까지 내 몸이 받아들인 모든 정보가 의식의 세계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미세한 신호를 종합하여 문제의 지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문득 나는 내가 느낀 감각 중에 무엇이 촉각인지 궁금해졌다. 피부의 느낌만 따로 촉각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전부 다 합쳐야 할까?

- 수시마 수브라마니안,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이하 동일)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한창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시절, 공원을 산책하며 답답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숨을 풍풍 편하게 내쉬지 못하고 냄새를 못 맡았기 때문도 있었습니다만, 실은 촉각이 차단됐던 이유도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크로 가린 탓에 얼굴에 자연스럽게 와닿는 바람의 감촉을 반 넘어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또한 이는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보조도구를 이용해 친구와 테니스를 쳐도 실제 느낌을 구현하긴 턱없이 부족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바닥에 와닿는 공의 무게감 정도는 느낄 수 있어도, 바람을 가르는 감각이나 습기, 바닥과 신발의 마찰 등은 구현하기 어려울테니까요.

<fig.2>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How to Feel: The Science and Meaning of Touch>을 쓴 수시마 수브라마니안(왼쪽) 이 책에도 소개된 사례인 촉각을 잃어 운동 기능 대부분을 상실하게 된 이안 워터만 등의 사례를 다룬 BBC 다큐멘터리 <The Man who lost his body>(링크)

저자는 촉각이 생전 차단되는 일이 없는 감각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촉각에 대해 굉장히 무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눈을 감아서 시각을 차단할 수 있고, 냄새를 맡지 않기 위해선 코를 막고, 소리를 향해 귀를 막을 수도 있지만 촉각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선 상상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만큼 촉각은 우리가 평생 느끼는 감각인데도, 그만큼 의식적으로 평소에 신경써본 적이 없기도 하고요.

저자는 이 책에서 촉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촉각을 잃은 사람들의 사례를 서술하는데요.
촉각 상실에도 다양한 차원이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손에 닿는 촉감을 잃는다’는 것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촉각을 잃자 힘을 조절하지 못해 다른 사람과 악수를 하지도 못했고,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거나 걷고 일어서지도 못했습니다. 촉각에는 피부 안쪽으로 전달되는 자극 기관, 운동에 대한 지식, 공간상에서 몸의 위치 정보를 나타내는 고유 감각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이중 하나라도 없으면 우리는 아주 일상적인 일조차 해내지 못하게 됩니다.

조지 레이코프는 <삶으로서의 은유>에서 “몸에서 시작하지 않은 마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우리의 삶에 있어서 촉각을 통해 얻는 정보가 각별하고 중요하다는 것입니다.1)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엔 도시 생활로 인한 분주함, 열악한 환경, 금욕주의 등으로 인해 점차 우리 문화에서 ‘촉감’이 무시받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마르크스는 빈곤한 노동자들과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 양쪽에서 모두 촉감, 감각의 풍요로움이 갖는 가치가 폄하되기 시작했다고 했죠. 저자는 마르크스의 <1844년 경제학·철학 수고>를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사람들이 거리의 악취와 소음, 눈앞을 가리는 희부연 먼지에 노출되고[...]끝없이 해로운 자극에만 노출될 뿐 양질의 쾌락을 접하지 못하면서 감각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되었다. 품위를 잃은 노동자는 “자신이 오로지 먹고 마시고 번식하는 최고한의 동물적 기능으로만 움직인다고 느끼는 법이다”

대조적으로 부르주아 계급은 보다 의미 있는 감각을 추구할만한 여력과 자유가 있었지만 역시 나름의 이유로 묶여 있었다[...]부의 축적을 위해 감각의 즐거움을 버렸다. “덜 먹고 덜 마시고 책을 덜 읽을 수록, 극장과 무도회장과 술집에 덜 갈수록, 노래와 그림과 펜싱에 덜 심취할수록 자본을 더 많이 모으게 될 것이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오늘날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사이의 어디쯤에 끼어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만지며 감촉을 느끼고, 편안하게 귀를 열어두고 냄새를 킁킁 맡으려고 해도 대부분 버스 광고 소리를 듣거나 밋밋한 콘크리트나 매연 냄새를 맡게 되니까요. 출퇴근 등 이동시간에 ‘무슨 냄새가 날까?’하며 해찰할만한 여유도 없고요.

어쩌면 그래서 도시 사람들은 최대한 감각을 차단한채, 대신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2) 스마트폰에 코를 묻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다만 이처럼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게 어느정도는 (도시 정글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곤 해도, 이 때문에 우리가 체험하는 감각의 폭이 좁아진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겠죠.

우리가 하루에 어떤 물건을 얼마나 오래 만지는지 비중을 계산해본다면, 압도적으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텐데요. ‘스마트폰을 아주 오래 만지는(보는)’ 행동을 ‘감각’의 차원에서 본다면, 모든 몸의 감각을 ‘시각’으로만 쏠리게 한 채 나머지 몸은 없는 듯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볼 때 우리가 딱히 그 촉감이나 냄새 등에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이런 시대를 아일랜드 철학자 리처드 키어니는 ‘탈육신시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고도로 시각화된 오늘날의 문화에서 촉각이 겪는 실질적인 결과가 있다. 우리의 가장 빈번한 활동 하나를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을 보는 것 말이다[…]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듣지 않고,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를 맡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것이 초점에서 흐려진다[…]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스마트폰을 보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자신이 지금 바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갖춰 입는 갑옷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 깨닫지 못할 것이다[…](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다른 감각 인식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기초적인 신체 기능조차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보는 중에는 침을 삼키는 빈도도 줄고, 호흡도 들쑥날쑥해진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우리가 스마트폰에 집중할 때는 “그저 공간을 떠도는 뇌”가 되어 현실의 감각들에 덜 집중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이 책에 등장했던 인상적인 사례 연구 하나를 떠올렸는데요. 대학원생 에린 린치는 카지노 슬롯머신의 촉각과 중독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점차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누를 때 저항이 없는 방식으로 진화해가고, 신체에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무감각한 상태일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오래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린치는 이런 디자인(신식 '곡선 스크린' 카지노 슬롯머신)에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의심했다. 신체적이든 정서적이든 사용자가 느끼는 저항을 최대한 줄이려는 속셈이라는 말이다. 이런 설계의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제 몸과의 접촉을 끊고 자신을 잃어버린 채 게임에 몰두하게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힘을 들여 조작해야 하는 기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피로가 느껴지기 마련인데[…]접촉이 사라진 기계에서는 도박이라는 행위 자체는 물론이고 돈의 개념까지 비물질화된다[…]돈을 따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가 덜컹거리는 촉각 효과를 동원해 사용자를 더 오래 앉아있게 만든다.

여기서 저는 조금 엉뚱한 생각을 떠올려봤습니다. 만약 유튜브 스크롤 내리는 게 커다란 맷돌 돌리는 것처럼 힘이 들어가는 일이었다면 우리는 멍 때리고 무한정 몇 시간동안 영상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요. 돈을 쓸 때도 매번 현금을 내야했다면(수십년 전엔 모두들 그랬습니다만) , 그리고 만약 금액에 돈의 무게가 비례했다면 지름신에 그렇게 자주 빠지지 못했을 것이고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촉각’을 어떻게 의식하느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꽤 크다고 봐야겠죠.

<fig.3>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쥐고 있는 사람들. 코로나 기간에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전세계적으로 한층 더 증가했습니다.(왼쪽) 점점 '물리 버튼'이나 손잡이를 조작하는 대신 촉감 저항을 없애는 형태로 슬롯머신들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1899년 슬롯 머신의 초기 모델 중 하나인 "Liberty Bell"의 모습(by Charles Fey) unsplash / wikipedia

저자는 ‘촉감’을 되찾자는 것이 갑자기 다른 사람들을 덥석 만지고 끌어안고, 하루 종일 바닥이나 벽을 쓸고 다니자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만 일상에서 우리가 조금씩 의식해서 주변의 사물들의 결을 느끼고, 나의 손바닥에 닿는 만큼의 세계를 의식하고, 그것이 나의 감각과 어떻게 이어져있는지를 파악해보는 것이 ‘탈육신시대’의 불안에서 벗어나 스스로와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이죠.

이 책을 읽는 내내 ‘촉각’을 가지고 사는 존재로서의 나를 계속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오래 만지면서도 내가 지금 이 미끈한 것을 오래 만지고 있구나. 나무를 만지면서도 이것은 거칠하구나. 그런데 내 책상에 있는 나무는 매끈하구나. 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쓸모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존재로 나를 지탱해주는, 그리고 나의 많은 체험과 지식을 낳게 해주는 촉각의 의미에 대해 앞으로도 무시로 생각해보게될 듯합니다.

그리고 촉각 등의 감각이 ‘가상현실’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언에 대해서도, ‘흠’ 하며 생각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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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신과의 접촉을 잃으면 세상과의 접촉을 잃는다. 촉각적 연결도, 자신과 타인 사이의 공명도 없다.”-리처드 키어니

1)<한없이 가까운>에선 '감각 민족지학Sensory Enthnography'이라는 개념이 소개되기도 합니다.(링크) 사람들의 세상을 공감하고 이해하고자 그들의 감각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함께 느껴보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람의 삶에 감각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면 외계인이 감각 민족지학적으로 인류에 접근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보고, 만져보고, 만원 전철에도 타보아야 할 것입니다.

2)이 책에 소개된 사례는 아니지만, 사회학자 마이클 불은 <Sound Moves>(2008·링크)에서 도시를 걸어다니며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의 시대를 '아이팟컬처' '청각 유토피아'라고 설명하고 이런 '도시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격리되는' 경험에 대해 분석합니다. “오늘날의 음악 감상자는 공공장소에서 개인화된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완벽하게 통제 및 규제하기 위해 원치 않는 소리를 걸러내는 게 가능해졌다”

【3.냄새가 데려다주는 세계 : 킁킁대기】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스쳐가면 덤불 속에 감춰져있던 지뢰처럼 기억은 슬며시 폭발한다. 냄새의 뇌관을 건드리면 모든 추억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수많은 영상들이 덤불 속에서 튀어오른다[...]냄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잠자는 감각을 일깨우고, 욕구를 채워주고, 자아상을 규정하고, 매혹의 가마솥을 휘젓고, 위험을 경고하며[…]쾌락에 젖게 해준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

예전에 코로나 기간 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니까 대신 구글 어스로 ‘방구석 여행’을 떠나보자는 컨셉의 기사였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제가 예전에 여행을 갔던 나라의 공항에서부터 호텔, 각종 여행지들을 따라 가봤는데요. 잠시 꽤나 추억에 젖었지만, 곧 여행을 갈 수 없는 현실이 더 절박하게 다가와 시무룩해졌습니다.

이런 여행이 시시하게 느껴졌다면 역시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훅 끼쳐오는, 곳곳의 낯선 거리에서 풍겨오는 수상하면서도 매혹적인 냄새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이앤 애커먼의 <감각의 박물학>은 오감과 공감각의 역사, 문화 등을 담은 풍성한 꽃다발 같은 책입니다.

애커먼이 ‘감각’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세상과 접하여 그 정보, 자극들을 받아들이는 원천이자 한계가 바로 감각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해도, ‘머리’만으로 사과가 어떻게 생겼는지, 키위는 무슨 맛이고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등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우리 주변의 다채로운 현실을 감각들을 통해 제대로 느끼고, 인식하고 있지 못합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이처럼 말합니다.

우리는 삶의 결을 다시 느껴야 한다. 20세기를 산다는 것은 대개 직접적인 삶의 감각을 피해 황량하고, 단순하고, 엄숙하고, 금욕적이며, 사무적인 일상으로 찌그러지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한 일상에 부적절한 또는 심미적인 정열 같은 것은 없다[…]인간은 여전히 넘치는 아름다움과 공포 속에서, 바로 자신의 맥박 위에서 세상을 지각한다. 다른 길은 없다. 의식이라는 찬란한 열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감각을 이해해야 한다.

-다이앤 애커먼, <감각의 박물학>(이하 동일)

헬렌 켈러는 시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었었지만, 라디오에 두 손을 올려놓고 촉각을 통해 현악기와 관악기의 차이를 인지하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냄새 또한 굉장히 섬세하게 즐길 줄 알았죠. 또한 천재 조향사인 소피아 그로즈만(링크)은 1년에도 700가지의 향을 만들어내지만, 때로 일상에선 타는 냄새를 못 맡을 정도로 회사를 나서는 순간 ‘후각의 스위치가 딱 내려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감각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마음을 쏟느냐에 따라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fig.4> 꽃 냄새를 맡고 있는 헬렌켈러, 헬렌 켈러는 "냄새는 우리를 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 많은 시간을 건너뛰어 데려다주는 힘센 마술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왼쪽) 마들렌 케이크의 향기가 기억의 방아쇠가 되었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American Foundation for the Blind, Unsplash

이 책의 서두는 ‘후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이는 이 책을 쓴 그의 전체적인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후각만큼이나 어떤 사람을 순식간에 감정적으로 뒤흔들고 마음을 움직이는 감각은 없기 때문입니다.

후각은 실은 우리에게 페로몬, 위험 등을 알려주는 훌륭한 ‘생체 알람’ 기능을 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후각에서 가장 큰 신비, 매력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쓸모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냄새는 우리가 어떤 공간에 존재한다는 감각을 강렬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는 소리와 풍경을 녹음, 녹화할 수 있지만, 냄새를 그대로 담아 재생할 순 없습니다. 이 때문에 냄새는 여전히 우리에게 각별한 무언가일 수 있는 것이죠.

많은 문학에선 ‘냄새’가 과거로 향하는 결정적인 방아쇠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선 마들렌 냄새 등 다양한 냄새가 기억을 환기하는 결정적인 열쇠 역할을 합니다.

아래 대목을 천천히 읽어보시면서 곰곰 상황을 떠올려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기도대의 의자에서 올이 촘촘한 우단을 씌운 팔걸이 의자 쪽으로 몇 걸음 나아갔다. 불은 파이를 구울 때처럼 입맛을 돋우는 냄새를 풍겼고, 이 냄새 때문에 방 안의 공기는 완전히 응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냄새는 화창한 아침의 상쾌한 습기로 반죽이 되어 부풀었고, 불은 그런 냄새를 풍기는 이 반죽을 잎 모양의 부푼 과자로 만들어, 거기에 달걀노른자를 바르고, 주름을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시골 과자, 가령 거대한 퍼프 페스트리 같은 것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냄새 속에서, 벽장이나 찬장, 지엽 무늬의 벽지가 풍기는 바삭바삭한, 보다 섬세한, 보다 이름난, 그러나 동시에 보다 메마른 향기를 맡으면, 나는 당장 그 꽃무늬 침대보의 중간쯤 되는, 끈적끈적하고 맛이 간, 소화 안되는 풋내 나는 올리브유 같은 냄새 속으로 말 못할 욕망으로 끈끈이에 붙어버린 것처럼 되돌아가기 일쑤였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비록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지만, 이런 구문을 차근히 읽어내려가다보면 마치 우리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되죠.

다이앤 애커먼은 <감각의 박물학>의 마지막에 “편안한 흐릿함”을 이겨내고 다양한 감각들을, 있는 그대로 호기심과 함께 즐기는 삶을 추구하자고 제안합니다.

우리가 모든 감각에 대해 항상 열려있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 의식하는 것을 통해 훨씬 더 다채로운 삶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우리의 삶은 대개 편안한 흐릿함 속에서 흘러간다. 감각에 의존하여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쉽게 자극이 되는 경이감, 넘치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대개의 사람들은 삶에 게으르다. 그들에게 삶은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에 일어나는 것이다[...]가장 멋진 일, 삶과의 가장 멋진 연애는 가능한 한 다양하게 사는 것, 힘이 넘치는 순종의 말처럼 호기심을 간직하고 매일 햇빛이 비치는 산등성이를 전속력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위험이 없다면 그 모든 넓이와 계곡과 봉우리와 우회로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영토는 무미건조할 것이고, 인생에 매력적인 지형은 전혀 없이 오직 끝없는 거리뿐인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것은 신비에서 시작되었고 신비로 끝날 테지만, 그 사이에는 얼마나 거칠고 아름다운 땅이 가로놓여 있는가.

감각을 열어 전력을 다해 다채로운 삶을 즐기려는 태도는, 비단 ‘쓸모없는 것에 대한 사치’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스스로와 우리 삶을 대하는 태도, 인식과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둔감한 사람들에게는 나의 아픔도, 현실의 복잡함도, 삶의 풍요로움도 보이지 않습니다. 감각의 신비로운 세계는 의식적으로 보고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호기심 넘치는 사람들에게만 그 문을 열어줍니다.

【4.하지만 어떻게? : 인공 감각과 자연】

우리는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더 많은 감각을 느껴야 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하며 막막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오늘날 도시 거주민을 둘러싼 환경은 무언가에 고즈넉하게 귀 기울이고, 각별히 냄새를 맡아보고, 다양하게 만져볼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 사는 제가 만약 밤 풍경에 대한 시를 짓는다면 ‘쓰르라미가 울고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고요한 풍경’이 아니라, ‘취객이 소리를 지르고 매연을 일으키는 버스가 붕 지나가는 풍경’에 대한 전투적인 시가 되겠고요. 무언가를 만져보려고 해도, 대체로 매끈한 건물의 재질은 비슷한 것들로 이루어져있고 손자국이 남는 유리엔 쉽게 손을 가져다 댈 수조차 없습니다.

사실 제가 다이앤 애커먼의 책 <감각의 박물학>에서 가장 뜨끔하게 읽었던 부분은 ‘인공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코를 재채기하고 코풀 때 말곤 거의 사용하지 않는 현대인들은 마음이 허전해질 때면 인센스, 향초 등의 인공향을 찾습니다.

<fig.5> 도심 한복판을 지나다니다보면 미끈한 유리건물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만져봤자 차갑고 딱딱한 느낌만 주는 것은 둘째치고, 일단 손자국이 날까봐 만지기도 저어됩니다. (왼쪽) 마치 숲에서 깊게 숨을 들이쉬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는 향수. Unsplash, Nue Co

도시 거주민들은 사실 ‘색다른 자연적인 향’을 맡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땅은 아스팔트, 보도블록으로 뒤덮여있고, 가로수는 대체로 비슷한 것들이 심겨있으며 거리를 걸을 때면 매연, 미세먼지 냄새가 진동을 하기 때문이죠. 후각과 향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아 봤자 ‘약오른다’는 생각 말고는 떠올리기 어려운 이유입니다.(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인상적인 ‘냄새’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여행과 관련있는 이유일지도요) 차라리 우리에게 가까운 것은 퇴근길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술 냄새 쪽이겠죠. 조금 씁쓸하지만요.

하지만 현대인들이 좋은 향을 맡을 기회가 적다 뿐이지, 그런 ‘다채로운 냄새’가 가져다주는 강렬한 매력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삶의 기운’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소매점에서 ‘봄비 향’ ‘겨울 눈꽃 향’ 같은 룸스프레이라든지 인조 향기들을 사다가 무색무취한 집 안을 장식하는 것입니다.

작은 목욕 오일에는 ‘봄비’ 냄새나 ‘낸터컷 섬’ 냄새가 난다고 씌어 있다[...]아무리 감각이 예민하다 해도 봄비, 여름비, 겨울비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상상력을 발휘해서 마음 속에 먼저 봄비를 그려보고 그 달콤한 광물성 냄새를 들이마시면, 열살 때 버크셔에서 본 ‘영국병정이끼’라는 붉은 모자를 쓴 지의류가 생각날지도 모른다[...]우리는 자연의 냄새를 바르고 부적처럼 몸에 지니며 그 광포함과 자성 혹은 풍미를 소유하고 있다고 상상해야 대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처럼보인다. 한편 청결하고 정돈된 집에 살면서, 자연이 집 안에 침입하는 무례를 저지르면[...]사냥꾼과 같은 정열로 그것들을 쫓아버린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연을 실내에 들여놓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냄새가 생존에 필수적인 건아니지만,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상실과 고립을 느끼는 것이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행간에 가로놓인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습니다만. 저희 집에도 ‘겨울 감귤나무향’ 디퓨저와 ‘밤의 달무리향’ 인센스 스틱이 있습니다.

살면서 겨울 감귤나무향을 직접 맡아본 적도 없고, 달무리에서 냄새같은 것이 날 리 없지만 이런 것들은 딱딱한 공산품 가구들만 놓인 집에 약간의 낯설고 싱그러운 삶의 느낌을 더합니다.

<fig.6>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향'인 Iso E Super의 향을 리뷰하는 유튜브 영상(링크) 실은 <코끝의 언어>에는 심지어 심령체(Ectoplasm) 향도 등장합니다(!) 물론 진짜 심령체의 향이 아니라 사람들이 심령체라고 믿었던 것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인조향이었죠. 오존 냄새랑 비슷하다고 하네요. (왼쪽) TV로 영상과 소리는 즐길 수 있는데 왜 냄새는 맡을 수 없을까요? 소리를 담아 재생하려는 'Smell-O-Vision' 시도의 역사는 유구합니다.(링크)

이어 저는 최근 틈틈이 읽고 있던 <코끝의 언어>를 펼쳐봅니다. 이 책은 51가지의 냄새에 대한 가이드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재스민향, 갓난 아기 냄새, 새 차 냄새, 오래된 책 냄새 등등에 이어 ‘만들어진 냄새’라는 항목이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던 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이런 향에 대해 편견 없이 ‘호기심’으로 다가갑니다. 사람들은 재스민향을 즐겼듯이 ‘아이소 E 슈퍼(만들어진 향)’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만들어진 향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독특한 향에 맞닥뜨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스프레이 용기에 든 향수를 뿌리자 비현실적인 은빛의 아크가 그려지고,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향기가 느껴진다[...]내 손목에 닿은 그 향기는 따뜻한 온기를 머금자 더 부드럽게 변하면서 '아날로그'가 된다. 우거진 수풀 냄새, 후추 냄새와 함께 골드톤의 호박색으로 반짝거린다. 꽃향기 같이 부드러운 바디에 투명하고 탄력이 느껴진다. 은밀하지만 수줍어하지 않는 냄새다. 나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겨놓고는 갑자기 어디론가 숨어버리는, 매력을 잘 드러내지 않는 향기다. 이 냄새는 아이소 E 슈퍼Iso E Super로, 화학 실험실에서 탄생한 유명한 향기다[...]이미 존재하던 냄새를 복제하거나 합성한 것이 아니다. 이 분자는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실제 세계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드 스튜어트, <코끝의 언어>

이 후각 탐험을 위한 가이드북에는 몇 가지 탐험 팁이 실려있습니다. 그 중에 인상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해보기엔 조금 눈치가 보일만한 것들도 있지만요.

1.냄새 일기를 쓰자(한 가지 냄새를 잘 맡아보고 관심을 가져보자)

2.땅바닥에 더 가까이 간다(땅에서 가까울수록 냄새는 진하다. 그리고 흥미로운 향들은 보통 바닥에 모여 있다. 강아지처럼 엎드려서 킁킁대보자)

3.다양한 방법으로 코를 킁킁거려 보자(과학자들은 다양한 냄새를 풀어놓되 피실험자들은 코를 킁킁거릴 수 없게 한 상황에서 냄새 지각 실험을 함으로써, ‘코를 킁킁거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했다)

4.냄새를 언어로 표현해보자(냄새를 퍼즐처럼 생각하고 뒤섞인 단어들 사이에서 적절한 알파벳을 찾아 단어를 만들고 빈칸을 채우듯 연습해보자)

...

이정도 준비가 되어있다면 우리는 도시에서도, 다양한 새로운 향들,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우리가 미처 그 깊은 매력을 알아채지 못했던 냄새들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새로운 냄새는 모든 연령대의 모든 이들을 기다린다. 약간만 모험을 감수한다면, 아무리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이제까지 맡아보지 못한 새로운 냄새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완벽하고 하얗고 넓은 공간을 허락하는 감각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주드 스튜어트, <코끝의 언어>

【5.맺음말】

메타버스라든지 코로나 기간의 ‘답답함’에 얽힌 해찰이 구불구불 ‘인공 향’에 대한 것까지 흘러왔는데요.

오늘 레터의 메시지를 대략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이 간추릴 수 있겠습니다 : ‘인공’이든 ‘자연’이든 우리 주변의 것들을 더 다양하게 감각함으로서 삶을 확장하고 풍요로움을 더하자!

우리가 흔히 조향사라고 하면 화장품 ‘향수’를 만드는 사람들을 떠올리지만, 실은 80% 정도가 새 자동차라든지 박물관(‘신석기시대향’ ‘르네상스향’...), 만년필, 공간, 음식 등에 냄새를 입히기 위한 산업용 향들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정도는 이미 ‘시뮬레이션 된 감각’의 세계 안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향’이라든지, ‘만들어진 촉감’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이죠. 곰돌이 인형의 촉감도 엄밀히 말하자면 공장에서 만들어진 천의 촉감일 뿐이지만 우리의 유년시절을 각별하게 추억하게 해주는 것처럼요.

다만, 이런 만들어진 감각은 현실을 대체하는 용도라기보다는 현실의 감각을 보완하고, 넓히는 차원에서 기능해야 할 것입니다.

예전에 ‘VR의 아버지’ 재런 러니어가 쓴 책(<가상 현실의 탄생>)을 읽던 중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대목이 있습니다. 가상 현실에선 “바닷가재를 먹는 것보다, 바닷가재가 되는 것이 더 쉽다”는 기묘한 문장이었는데요. 요는, 현실의 감각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것보다, 가상 현실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감각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입니다.3)

1980년대 무렵 처음 그가 VR을 연구 개발할 당시, 실리콘밸리에선 컴퓨터 그래픽 성능의 한계 때문에 ‘시각 VR’보다도 ‘햅틱(촉각) VR’이 주로 연구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그는 단지 현실을 모사하기보다는, 현실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들을 오히려 VR로는 훨씬 더 잘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바닷가재 아바타, 손이 세개 달린 존재, 시애틀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손 등 기묘한 가상현실 아바타들을 만들어내는데요. 이런 프로젝트에 그는 ‘호문쿨루스 유연성(Homuncular Flexibility·링크)’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고양이처럼 움직이면 고양이처럼 생각하게 된다. 뇌와 몸은 두부자르듯 자를 수 없다. VR에서 새로운 몸을 얻으면 우리의 뇌도 확장된다. 이것이야말로 VR 모험의 핵심이 될 것이다. 기묘하지만 이용가능한 아바타의 가장 심오한 의미는 몸과 연결된 방대한 뇌 부위를 깨우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VR은 분자가 되는 곳이며 분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뇌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재런 러니어, <가상 현실의 탄생> 중

그간 재런 러니어는 ‘현실을 대체하는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에 대해 반기를 들어왔습니다. 가상현실, 인터넷 세계는 어디까지나 (현실과 가상 세계 간의) ‘이음매’를 인식하고 현실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어야 하고 - 열화된 감각으로도 충분하다든지, 몸이 없는 것처럼 살 수 있다는 환상을 불어넣어주어선 안된다는 것이었죠.

<fig.7> 'VR의 아버지' 재런 러니어(왼쪽) 재런 러니어가 2018년 <가상 현실의 탄생> 발간 이후 Sinespace 플랫폼에서 문어 모양의 아바타 모습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영상) 즉 앉아있는 사람들이 질문자, 사회자이고 오른쪽에 서있는(?) 문어가 재런 러니어입니다.

재런 러니어는 2021년 카라 스위셔와의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가상현실 경험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링크)

“제게 있어 가상 현실은 -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현실이 실은 얼마나 마법같은지 알아차리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가상 현실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 실제 숲으로 들어가면 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방식으로 그 숲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4), [...]모든 디지털 세계는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아름답더라도, 그 신비(가상 현실과 현실 간의 이음매)를 알아차리기 위한 대조의 한 형태로서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감각과 관련해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들어낸 후각, 촉각이 현실의 보완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발딛고 사는 우리 존재를 잊게끔하는 것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메타버스’ 개념이 오늘날 수렁에 빠진 것도 현실을 모사하고 대체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

“우리는 시각적 은유를 써서 분석적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상황을 뚜렷하게 보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햅틱 은유가 전달하는 것은 직관, 직감이다. 햅틱은 나를 관찰자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가 되게 한다[...]현재 가장 인기 있는 VR 헤드셋, 특히 스마트폰 기반 VR 헤드셋들은 상호 작용 기능이 거의 탑재되어 있지 않다. 이용자는 그냥 보기만 할 뿐이다. 기껏해야 단추를 누르는 것이 고작이다. 어떻게 이런 걸 견딜 수 있지? 시각만으로 충분하다는 거야?”

-재런 러니어, <가상 현실의 탄생>

3)로봇에 비교하자면, 굳이 키가 173cm이고 사람처럼 두 다리로 성큼 걷고 주변 상황에 따라 표정을 찡긋거리는 로봇을 만들기보다는 로봇이 잘 할 수 있는 부분(10톤을 들 수 있는 팔만 있는 로봇 등)에 집중하는 편이 나은 것처럼요.

4)챕터 4에서 언급했던 '숲 향' 등 자연을 모사한 향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숲 향'만 있으면 진짜 숲따윈 필요없어!라고 생각하면서 숲 향 향수를 구입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같은 '모사'라곤 해도 이런 태도의 차이(실제를 더 사랑하기 위한 모사 vs 실제를 대체하려는 모사)는 꽤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수시마 수브라마니안, 조은영 옮김,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동아시아, 2022.

-실은 꽤 오래 전부터 촉감, 감각과 관련된 회차(메타버스 관련)를 한번 다루고 싶어서 그간 틈틈이 관련 서적들을 살펴봤었는데요. 대부분 촉감을 다루는 책들은 '사람과 사람 간의 애정어린 터치' 쪽에 집중을 하거나(“엄마의 애정어린 터치가 아이를 바꾼다”-애슐리 몬터규 <터칭>) 혹은 본격적으로 과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적당한 책을 찾지 못했던 중, 레터에 썼듯이 이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터치를 다루면서도 '피부를 지니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조금 더 폭넓은 촉감을 다루고 있는 점이 좋아서 이번 회차에 다루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문과 결론으로 이어지는 노정에서 스스로의 삶과 결부된 질문을 던지고, 절박하게 해답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보이는 점도 이 책의 매력입니다.

다이앤 애커먼, 백영미 옮김, 『감각의 박물학』, 작가정신, 2023.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올해 3월 재판이 나왔습니다.(*출판사와 역자는 같습니다만, 제가 오늘 레터에서 인용한 내용은 2004년판입니다) 오감과 공감각을 합하여 총 6개 챕터를 통해 감각에 대해 말합니다. 이 중에서 오늘 레터에선 '후각'에 집중했는데요. 실제로 이 책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맨 앞에 놓인 후각 파트, 그리고 에필로그였습니다.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만을 만지고, 쳐다보고 도시의 벽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가득한 2023년에 왜 <감각의 박물학>이라는 제목을 단 책을 읽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나올 수밖에 없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오늘 레터였습니다. 실은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이런 책은 그냥 읽어보고 싶습니다.

주드 스튜어트, 김은영 옮김, 『코끝의 언어』, 윌북, 2022.

-이 책의 부제는 '우리 삶에 스며든 51가지 냄새 이야기'입니다. 책 자체가 '냄새의 다양하고 신비한 세계'를 잘 보여주는 느낌이라 오늘 레터를 읽어보신 분들이 '실전편'으로 직접 집에 두고 읽으며 냄새의 세계를 각별히 탐험하는 데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색채를 표현할 때는 '빨간색, 보라색' 등의 지시적 표현이 가능하지만, 냄새를 표현할 때는 반드시 우회하는 비유적인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을 문학적으로 만듭니다. 예를 들면 저자가 ‘오래된 책 냄새’를 표현하는 문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싹 마르고 케케묵은 종이들 사이에서, 이 냄새는 아주 먼 거리를 품고 있다[...]아주 오래된 책에서는 분해와 마술의 냄새가 걸러져 나온다. 냄새처럼 유령도 입자로 이루어진다. 주변 공기보다 약간 더 밀도가 높게 형성된 구름으로 공중에 떠 있다. 죽은 사람의 몸으로부터든, 살아 있으나 몸에서 이탈한 영혼이든 육체에서 벗어난 영혼은 그렇게 제 몸을 만든다. 책 냄새와 닮은 냄새에는 많은 것이 들어있다. 완벽한 고요와 독서로 보낸 행복한 시간을 암시하는, 잘 길들여진 목재 가구와 가죽 책갈피, 방금 개봉한 연초 상자, 바닐라와 함께 볶은 아몬드, 차, 누름꽃, 쉬쉬쉬쉬 소리를 내는 라디에이터, 촛불, 타고 남은 성냥, 두텁게 쌓인 먼지 냄새 같은 것들이다.(p.353)”

재런 러니어, 노승영 옮김, 『가상 현실의 탄생』, 열린책들, 2018.

-이 책은 도저히 짧은 말로 요약할 수가 없습니다. 저자의 범상치 않은 외모(?)에서부터 느끼실 수 있듯이 이 사람은 본인도 엉망진창으로 신기한 사람이고, 사상도 글도 자유분방하고 오묘합니다. 실리콘밸리 1세대의 낭만과 자유분방함, 히피 문화를 두루두루 읽어낼 수 있는 자서전인데, 자서전이 곧 VR의 역사가 된다니 대단하네요. 직접 붙잡고 읽으면 그 이상의 영감을 줄만한 책입니다. 유년시절을 다룬 앞부분은 조금 지루하실 수도 있으니(저는 앞부분도 재밌긴 했습니다만) 만약 앞을 좀 읽다가 흠, 싶으면 중반 이후부터 보셔도 VR의 여명기를 훑겠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해찰으로 사족을 좀 더해보자면, 그의 어린 시절, 아이작 아시모프가 다짜고짜 ‘긴급. 이 사서함으로 1달러를 송금하시오’라고만 쓰인 짧은 광고('터무니없는 방법으로 돈벌기' 내기 차원에서)를 싸구려 SF소설잡지에 내자 실제로 그 사서함으로 돈이 쏟아졌다는 기묘한 에피소드가 마음에 남습니다. 그런 광고를 뜬금없이 내는 사람과, 그렇다고 또 그런 광고를 보고서 돈을 진짜 보내는 사람들의 장난기어린 마음에 신경이 쓰입니다. 만약 저라도 잡지에서 그런 광고를 봤다면 영문은 모르지만 일단 깜짝 놀라서 돈을 보냈을 것같습니다.

좀 뜬금없는 에피소드이긴 합니다만, 당시 미국의 히피 문화라든지 SF, 기술 업/학계 등의 유머러스하고 엉뚱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삼 왜 불과 반세기만에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도 궁리해보게됩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시각에 한정된 인간의 좁은 세계

독서시간: 약 1분 / 글자수: 약 600자

🖍글 속 한 문장

에드 용은 “지구는 광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현실의 충만함의 극히 일부만을 향유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냄새, 맛, 빛, 열, 소리, 전기장, 자기장 등 온갖 감각으로 가득 찬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생명의 세계를 그린다[...]주로 시각에 한정된 인간의 감각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작은 통로에 불과함을 겸허히 깨닫게 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퓰리처상 수상자인 과학 저널리스트 에드 용의 신간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 대한 서평입니다. 동물들의 감각 세계를 구체적으로 그려낸 책입니다.

한 생물종이 사라지는 것은 세계를 감각하는 한 방식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레터를 준비하며 읽었던 책들 가운데 동물권 문제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라든지 '의식'의 차원이 아니라 '감각'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 언급이 기억에 남습니다.

메타버스가 우리에게 줄 수 없는 것

NYT(영문)

🖍글 속 한 문장

메타는 "체화된 인터넷"에 대한 Zuckerberg의 투자 신호이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우리 몸과 서로로부터 더욱 소외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내 몸과의 단절은 섭식 장애를 촉진하는 자기 증오와 완벽주의를 키웠습니다. 홀로그램과 아바타로 몸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촉각을 길러야 합니다. 은혜를 베푸는 동안 꼭 쥐는 손, 소파에서 개와 껴안는 것, 진심으로 껴안는 것. 즉, 살아 있다는 촉감의 기쁨입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에 힘을 쏟을 것을 발표했던 2021년, 소설가 조아나 노박이 쓴 칼럼입니다. 오늘 다루었던 내용과 관련해 이런저런 해찰거리를 주는 칼럼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시각 중심의 [가상]현실 세계'가 앗아갈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입니다. 오늘 다룬 책(<한없이~>)에 대한 내용도 일부 언급되었네요.

디지털 대면의 일상화, 변화하는 감각

독서시간: 약 4분 / 글자수: 약 1600자

🖍글 속 한 문장

디지털 대면이라는 말은 디지털 연결 노동 과정을 숨긴다. 나의 경우에도 강의를 대면에서 디지털 대면으로 바꾸기 위해 추가 노동을 해야 했다. 단지 과부하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디지털 대면이라는 환경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사라져야 한다. 디지털 대면은 실제 대면이 차지하던 면적과 의미를 축소시키면서 등장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권김현영 여성학자의 칼럼입니다. 위에 인용한 부분을 적으면서는 예전에 전설의 BBC 인터뷰(춤추는 꼬마)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디지털 몰입이 단지 디지털 '안'에서의 세계, 체험을 밋밋하게 만들 뿐 아니라 현실에서의 무언가를 지울 수도 있다는 참신한 관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잃어도 상관 없는 감각 1위는 후각?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2000자

🖍글 속 한 문장

후각은 기억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후각을 통해 과거 기억을 재생해내는 현상인 ‘프루스트 효과’는 이 소설에서 유래한 용어다.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첫 증상은 기억력 저하와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뇌신경계와 거의 붙어 있는 후각신경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 레터를 쓰면서 저도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즐거웠는데요. 그중 촉각과 후각이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단지 냄새가 강렬하게 어떤 상황을 기억/인식하게 해준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기억력'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단순 반복 작업’은 사라져야 할까? : 노동의 미래’)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및 피드백

1.지난주 레터에 공지했듯 북저널리즘 회현에서 ‘뉴스레터 만드는 사람 이야기’ 전시가 다음달 7일까지 진행 중입니다. 오는 26일(수) 오후 7시30분에는 인스피아 기획 및 제작 과정과 관련된 소규모 강연이 해당 장소에서 진행될 예정이니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참고 부탁드립니다.(링크)

1.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편지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오늘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을 보내주세요. 간단한 한줄 감상도 좋고, 연구자님이 떠올리신 독특한 해찰거리도 좋습니다 :) 레터를 통해서 보내주시는 작은 격려와 의견들이 레터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흥미로운 해찰은 레터를 통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피아에서 차후 다뤄볼만한 주제나 좋은 콘텐츠 등의 추천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링크)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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