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올려본 하늘이 유독 파랗게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이 온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하루하루 소중한 요즘이에요.

 

길을 걷다 보면 시원해진 날씨에 산책 나온 개들도 많이 보입니다.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발도장 찍는 개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지어지지요.

오늘 레터에서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친구가 되어준 따뜻한 동물,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에요. 귀엽고 해맑은 표정 뒤에 숨겨진 거대한 아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해묵은 논쟁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아요.

첫 번째 문 🚪

🐕 식용견 따로, 반려견 따로?


올해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어느 때보다 개 식용 금지법 통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야 의원 44명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만들어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어요. 그러나 개 식용 금지에 관한 결의안 통과는 보류되었습니다.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칫하면 ‘명절 지역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어요. 지역의 개 농장주나 식당 상인의 비판을 의식했다는 것이죠.

 

개 식용을 금지하는 일은 반려동물의 유기나 학대를 규제하는 동물권 보호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개고기는 소나 돼지와 달리 유통 과정이 불투명하기에 보건 위생상으로도 매우 위험해요. 현재 개 식용 종식에 관련된 결의안 통과는 보류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실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반 여론은 아직도 쟁쟁합니다. 매년 초복이 되면 개 식용 찬반 집회가 열려 첨예하게 맞서죠.

 

법 정책 부분에서 개 식용은 이미 불법입니다. 하지만 법의 허술한 부분을 방패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해요. 그들이 개를 잡는 방법은 매우 폭력적입니다. 스파크가 치는 강한 전기봉으로 개를 찌르는 것이죠. 최대한 강한 전기로 강한 고통을 주어야 개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고, 고기의 질이 올라간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개는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해요. 이제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법의 모순을 보완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 이래도 '펫숍'에 가실 건가요?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펫숍. 작은 유리장 속 전시된 새끼 강아지들을 한 번쯤은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천사 같이 예쁘고 귀여운 새끼 강아지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요?

 

9월, 동물 보호소와 동물단체가 긴급 제보를 받습니다. 화성에 위치한 ‘국가 허가 번식장’에서 죽은 모견의 배를 커터 칼로 가르고 새끼 강아지를 강제로 꺼냈다는 내용의 제보였어요. 동물 단체는 화성시 번식장을 찾아갑니다. 그곳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어요. 냉동고는 죽은 개들의 시체로 가득했고, 좁은 철창에 갇혀 있는 개들의 상태는 끔찍했습니다. 털은 심하게 엉켜있고 발톱은 너무 길어서 발바닥을 파고든 상태였어요. 모견들의 배에는 자가 수술로 의심되는 제왕절개 수술 흔적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길을 지나다니면서 봤던 작고 예쁜 개를 ‘생산’하기 위함이었죠. 기계 취급을 받으며 무리한 교배 속에 죽어 나간 개들. 당일에 발견된 시체만 93구였으며, 무려 1426마리가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더욱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곳이 허가받은 동물 생산업소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이곳은 ‘대한민국 1위 말티즈 켄넬’이라고도 불리고 있었어요. 펫숍에서는 강아지들이 “공장이 아닌 깨끗한 켄넬”에서 왔으며 “모견과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고 홍보합니다. 자신들이 ‘허가’받은 업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이번 화성시 허가 번식장 사건은 개 시장의 현실을 보여 줍니다. 펫숍에서 판매되는 모든 새끼 동물들은 절대로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서 오지 않아요.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천사 같은 얼굴, 그 뒤에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이 숨어 있습니다. 이제는 펫숍의 운영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고, 불매와 번식장 철폐에 모두가 힘써야 할 때입니다.

두 번째 문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하재영 작가가 몇 년에 걸쳐 번식장과 경매장, 보호소, 개 농장과 도살장을 취재하고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개 산업의 실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작가는 2006년 피피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와 처음 만나게 됩니다. 피피는 작가의 지인이 사고 버린 작은 개였어요. 그 당시 작가 하재영은 형편이 좋지 않았고, 동물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가엽다는 이유만으로 피피를 데려온 게 잘한 일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언어적인 것으로 돈독해지는 사랑스러운 관계는 작가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동물을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며 동물권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죠. 그 답을 위해 찾아갔던 곳이 “새끼 빼는 기계들”이 살고 있는 번식장과 “세상의 어떤 개도 팔 수 있다”는 경매장, “버려진 개들의 마지막 정거장”이라는 공설 보호소, “죄 없는 무기수들의 감옥”으로 불리는 사설 보호소, “쓸모없어진 개들의 하수처리장”인 식용 개 농장입니다. 오늘은 그중 경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들려드릴게요.

🐶 세상의 어떤 개도 팔 수 있는 경매장

 번식장에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이 어떻게 상품적 가치를 얻고 유리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지 아시나요?


개 경매장은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경매장에는 접수된 강아지가 들어있는 바구니가 천장까지 쌓여있어요. 경매장 안은 그런 강아지를 구매하기 위한 사람과 번식업자들로 가득합니다. 경매가 시작되면 경매사는 강아지의 목덜미를 잡아 꺼낸 뒤 높이 들어 올립니다. 낙찰받은 사람은 강아지를 건네받고 눈곱과 항문, 입과 치아 등을 꼼꼼하게 검사해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보는 것이죠.

낙찰된 강아지는 펫숍과 동물병원으로, 유찰된 강아지들은 다시 번식장으로 돌아갑니다. 계속해서 팔리지 않는 강아지들은 번식장의 모견이 됩니다. 방치되는 환경 속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죽는 게 그들의 예견된 미래예요.

 

경매장에 새끼 강아지들만 접수되는 건 아닙니다. 번식장을 운영하다 출산 능력이 떨어진 모견과 생식 기능이 저하된 종견, 늙은 개 혹은 병든 개. 상품을 생산하거나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모든 개들. 즉 번식업자의 기준에서 더이상 쓸모가 없어 버려진 개들 또한 경매의 매물로 접수됩니다. 이러한 개들은 상자에 다 때려 넣은 후, 한 상자에 10만원 정도의 값을 매겨 판매해요. 그런 폐견을 낙찰받아 가는 사람이 바로 개장수입니다. 개소주집이나 개고집에 개를 죽여 납품하는 사람들이죠. 육견업자나 도살업자 등 개를 죽이는 사람들은 모두 모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세상의 어떤 개라도 팔 수 있습니다.

✨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힘 있는 자의 목적에 힘없는 자가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사회, 수단으로서의 쓸모마저 없어지면 버림받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그리고 약자의 최전선에 동물이 있다.

 

작가는 이 사회가 동물을 완전한 도구, 수단, 물건으로 대한다고 말합니다. 수단으로서의 쓸모가 없어지면 학대와 방치의 대상이 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나죠. 그리고 이것은 인간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와 흡사하다고 말합니다.

사회에서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아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예요.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목적으로서 존재합니다. 사회가 이를 인식해야 우리 또한 비로소 목적으로서,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으로 대우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리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활하고, 먹고, 자는 모든 것들이 동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매일 고기와 계란을 먹고 우유를 마십니다. 겨울이 오면 모피가 달린 옷을 입고 거위 털이 들어간 패딩을 입습니다. 우리가 바르는 대부분의 화장품도 동물 실험을 거치지요.

따지고 보면 우리는 동물의 고통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의 삶과 죽음이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면 우리 또한 그들의 희생에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 책무를 망각하지 않는 것이 인간다움”이라고 말해요.

우리는 완벽한 실천주의자가 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의 고통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왜 개나 고양이만 보호하자고 주장해?”라고 말하며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것. 동물권 보장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의 모든 이야기가 작은 강아지 한 마리에서 시작된 것처럼 말이에요. 이 책은 개를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동물권 보호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관심 가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죠. 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에 가깝습니다. 세상의 모든 개들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존재 자체로서 목적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 마치겠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 궁금하다면,

💫 

문밖레터는 한 주의 휴식을 가진 후, 

10월 20일 마지막 레터로 돌아오겠습니다.


*사진 출처 : 동물권행동 카라 


문밖레터 다락방 🏡

👀 이 문도 열어보세요

2022 그만먹개 캠페인

뜬장, 박새연


새끼 강아지가 새싹과 꽃들의 축하를 받으며 태어난다. 그러나 강아지가 태어난 곳은 뜬장 안이다.

처음으로 뜬장 문이 열리는날, 뜬장이 아닌 땅을 밟고 달려보고 싶었던 강아지의 희망은 좌절된다. 


뜬장 속 강아지의 현실을 보여 주는 박새연 감독의 초단편 영화.


❓ 문밖의 물음표

동물권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개인적 노력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문화/예술/전시 콘텐츠를 위주로 큐레이션 합니다.
10일마다 삶과 마음을 이어주는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문밖이 궁금하다면,
SNS : outdoor_next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