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9일  (No. 747)
순위에 속지 마세요

여러분은 다음 두 직원 중 한 명을 승진시켜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

- 12명으로 구성된 A팀에서 3등인 직원
- 24명으로 구성된 B팀에서 6등인 직원

아마도 여러분 중 상당수는 3등인 직원을 선택할 것 같네요. ‘그래도 3등인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잘 보세요. 두 직원의 상대적 위치는 정확히 같습니다. 둘 다 자기 팀에서 상위 25%입니다. 3/12와 6/24이니까요. 순위만 가지고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릴 근거는 전혀 없죠,

그런데도 많은 관리자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보코니대학의 우리 바르네아(Uri Barnea)를 비롯한 연구진은 순위가 사람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번의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는 실제 채용이나 직원관리를 경험한 관리자들이 참여했는데요, 연구진은 한 지원자를 ‘12명 중 3등’, 다른 지원자를 ‘24명 중 6등’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상위 25%였지만 참가자의 61.1%는 12명 중 3등인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연구진은 우리가 순위를 볼 때 전체 규모보다 1등과의 거리를 먼저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3등’이라고 하면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두 명이라는 사실은 즉각 이해되죠. 반면 ‘12명 중 3등’이 상위 25%라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한 번의 계산이 더 필요합니다.


더 흥미로운 실험도 있는데요,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두 제품 중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하나는 8개 중 2등, 다른 하나는 20개 중 4등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상대적 순위가 다릅니다. 2/8은 상위 25%이고 4/20은 상위 20%이니까요. 논리적으로 판단하면 '20개 중 4등'인 제품이 더 우수하죠.

그런데도 참가자들 중 57.2%는 '8개 중 2등'인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2등’이라는 숫자가 ‘4등’보다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죠.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통해 1등과의 차이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쁜 선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판단이 회사 안에서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10명짜리 팀의 2등과 40명짜리 조직의 6등을 놓고 승진자를 결정한다고 해보죠. ‘2등’이라는 숫자가 눈에 먼저 들어오면 관리자는 팀 규모라는 맥락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2/10은 상위 20%, 6/40은 상위 15%입니다. 그래서 다른 크기의 집단에서 나온 절대순위를 그대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연구진은 ‘8개 중 2등’이라고만 보여주는 대신 ‘다른 6개보다 높은 순위’라고 표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1등과의 거리만 보게 하지 않고 그것보다 아래에 몇 개가 있는지도 보게 한 것이죠. 그러자 잘못된 선택을 하는 현상이 크게 약해졌다고 합니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백분위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참가자들에게 '8명 중 2등'과 '16명 중 4등'인 직원을 보여주고 보너스를 줄 사람을 고르게 했습니다. 두 사람을 모두 ‘상위 25%’라고 표시하자 판단 왜곡 현상이 사라졌습니다. 연구진은 순위를 어떤 형식으로 보여주느냐만 바꿔도 관리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

숫자는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판단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자의 마음가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평가자에게 숫자를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를 세심히 설계하는 것에서 평가의 공정성이 시작됩니다.  (끝)


*참고논문
Barnea, U., Moon, A., & Silverman, J. (2026). How rank position and list length shape people’s evaluation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94, 104492. https://doi.org/10.1016/j.obhdp.2026.10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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