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고난의 행군' 20년, 탈레반이 변했을까요?

탈레반 대변인이 17일(현지 시간) 여성 권리 존중을 선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탈레반은 ‘부역자’ 사면과 여성 인권 존중 등의 유화책을 제시했습니다. 정말 1996년부터 2001년까지의 1차 통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까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한국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가장 넓고 깊게 연구한 전문가는 이웅현 고려대 융합교육원 교수입니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소련과 중앙아시아 문제를 공부하고 일본 도쿄대에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학자입니다. 그는 『중앙아시아의 문명과 반(反)문명』이라는 책을 냈고, 일본 학자가 쓴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책을 번역해 출판했습니다. 그에게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탈레반이 정말 예전과는 다르게 통치할까요?
 “저는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경험이 학습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극단적 원리주의에 입각한 공포 정치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바라다르(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 이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가 국민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합니다.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겼다고 봅니다.”

 -당분간은 다른 모습을 보일지라도 과연 그게 오래 갈까요?
 “20년간 탈레반도 변했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구성원들의 세대교체도 이뤄졌습니다. 요즘은 자살 폭탄 테러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일반 시민들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억압적 정치가 예전처럼 쉽게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활동 보장 약속도 지켜질까요?
 “그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탈레반도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샤리아(전통적 이슬람 규범)에 따른 사회적 질서를 신봉하는 이들이 핵심 지지 기반이기 때문에 획기적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급진적 변화는 내부 강경파의 목소리를 키우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탈레반이 정말 달라졌는지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새 정부 구성을 보면 대략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탈레반이 100% 권력을 장악하는지, 아니면 다른 세력을 아우르는 정부를 만드는지에 그들의 내심이 드러날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탈레반 정권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물러난 마당에 그 누가 그들을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경제적 지원 등으로 되도록 정상 국가의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대북 햇볕정책’이 연상됩니다.  
 “20년간 미군의 공격을 피해가며 산악지대를 떠돌던 이들입니다. 국제적 압박이 통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하는 데 지원을 통한 유인 외의 방법이 있을까요?”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고 아프가니스탄 파병국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합니까?
 “아프가니스탄 지원이나 개발을 위한 국제적 컨소시엄이 구성될 때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참여에 따른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적 책임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나서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선진국이 됐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탈레반 재집권이 무슬림들이 있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주민과 중국 정부의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분석입니다. 설사 탈레반이 위구르인들의 독립 투쟁을 돕는다고 해도 중국 정부가 그 정도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탈레반이 나설 가능성도 희박해 보입니다. 같은 무슬림이라는 것 말고는 딱히 연결되는 부분도 없습니다. 중국이 탈레반에 경제적 지원을 하며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에는 미국이 물러난 지금이 인접국 하나를 우군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웅현 교수의 진단처럼 탈레반은 정말 달라졌을까요? 국제사회가 ‘햇볕정책’으로 탈레반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게 그곳 주민들을 돕는 길일까요? 이 교수가 너무 낙관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의 예상이 적중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특히 그곳의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염려가 큽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 활동을 벌여 온 한비야씨의 특별 기고문이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보건소 공무원이 떠난다
  지난해 468명이 보건소 공무원이 사직했습니다. 직전 3년 평균 311명에 비해 50.4%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보건소 공무원 휴직자는 1737명으로 이전 3년 평균보다 약 40% 증가했습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K-방역은 공무원을 갈아 넣은 결과물"이라는 말이 돈다고 합니다. 😳 
2.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없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몇 시간 전의 브리핑에서 "한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완전히 다르다.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기자 브리핑에서 미군 철수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불안한 국제 정세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 
3. 2030 지지 추락 겪는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30세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비해 지지율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 후쿠시마 원전 발언 논란, '쩍벌' 문제 등과 더불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이 대표와의 마찰이 이래저래 큰 악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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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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