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살롱지기 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살롱지기 현진입니다. 

시즌2 마지막 주간 저는 제주도에 있었어요.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에어비앤비에서 살롱에 참여했는데요. 마무리 밋업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얼떨떨하더니 다음 날 아침부터 마음이 땅굴을 파고 내려앉았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들었어요. 계속 눈물이 나고요. 

마무리 밋업이 끝나도 살롱지기로서 챙겨야 할 일이 있고 레퍼런서 멤버들과도 소통을 해야 하는데 창고살롱 슬랙에 접속만 하려 해도 심장이 심하게 뛰면서 거부 반응이 일어났어요. 창고살롱을 창업하고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슬랙에 접속하지 않았어요. 든든한 다른 두 살롱지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바다 위에 떠서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에게 계속 주문을 걸었어요. “도망가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살롱이 끝난 후에도 SNS를 통해 멤버 분들과 종종 소통하고 있는데요. 레퍼런서 멤버 한 분이 제게 책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며칠 후, ‘사적인 서점’에서 다정한 손편지와 함께 정성스럽게 포장한 책이 도착했어요. 사적인 서점 정지혜 대표가 쓴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였어요.

처음에는 ‘왜 이 책이지?’ 싶었어요. 마무리 밋업이 끝난 직후, 제가 겪고 있는 번아웃 상태를 레퍼런서 멤버들에게 고백하며 슬랙에 이런 글을 남겼어요. 
"창고살롱은 제게 너무 재밌고 또 잘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 조절이 안되는 일. 적당히가 안 되더라고요. 점점 몸과 마음에 이상 징후가 늘어났어요.”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너무 열심히 하게 되고 번아웃까지 왔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한다고? 조금 삐딱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책장을 넘기면서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지만요.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정지혜님 역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인 ‘책'을 다루는 서점을 차렸지만 막상 책이 일이 되자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머리로는 쉬어가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브레이크를 걸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느꼈고,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어요. 저는 저를 한없이 착취했습니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잠을 덜 자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친구들과 약속을 미루고… 일이 넘쳐서 시간이 부족할 때면 제일 먼저 나를 위해 쓸 시간부터 줄였습니다. 그게 제일 쉽고 간단했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저는 저를 잃어버렸습니다.”

이 대목을 읽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도 그랬거든요.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함께 고민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 이건 분명 제가 좋아하고 또 잘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기도 했죠.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내가 나약한 걸까. 내가 너무 완벽주의자라서 그런 걸까. 인정욕구가 너무 강한 걸까. 끊임없이 제 안에서 문제점을 찾으려 했어요. 

정지혜님을 구원한 건 방탄소년단 덕질이었어요. 창고살롱에도 BTS 덕후임을 자처하는 멤버 분들이 여럿 계셔서 반가웠는데요. 정지혜님은 “잘할 필요도 없고 대단한 것을 이루지 않아도 좋은 무용한 즐거움이 저를 숨 쉬게 했"다고 말해요.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과해서 크게 체하고 난 뒤부터는 삶이 전복되지 않도록 마음의 용량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 있"다고요. 

“이 일을 시작하도록 이끈 첫 마음은 너무 오래돼 희미해지고, 이 일을 계속하도록 미는 만족감은 귀한 만큼 드물어서, 우리는 종종 이 마음들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까딱 방심하는 사이 일의 괴로움, 권태, 의심 같은 것들이 우리를 압도해 버리니까요.”

무엇보다 저는 “좋아하는 마음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창고살롱을 하면서 참 좋았던 순간을 떠올렸어요. 굳이 애써 떠올릴 필요가 없었어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선물해 준 멤버의 진심이 온전히 전해졌거든요. 

신기하죠. 우리는 어떻게 보면 돈과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인데, 이렇게 진심 가득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게 말이에요. 얼굴 한 번 직접 본 적 없지만 창고살롱을 향한 저의 ‘덕질’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어요. 

멤버 분들은 살롱지기들에게 늘 고맙다고 하지만, 지기들이야 말로 멤버 분들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구나. 황송하고 감사했어요.


창고살롱은 오는 9월에 시즌3 모집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그때까지 창고살롱 레터도 잠시 쉬어가려 해요. 

처음 창고살롱 레터를 만들 때만 해도 저와 혜영님 둘이서 창고살롱 기획, 운영, 콘텐츠 제작, 마케팅 등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 뉴스레터도 급하게 후다닥 만들었어요 ㅎㅎㅎ(뉴스레터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디자이너 태리님 감사해요) 콘텐츠의 판을 짜고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이게 맞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죠. 답장 없는 편지를 쓰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인성님이 합류하면서 살롱지기들이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고 역할도 나누면서 레터가 더욱 풍성해졌어요. 최근에는 이렇게 세심하고, 정돈되고, 가독성 좋고, 진심인 뉴스레터는 처음”이라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답니다(요즘 저는 다람쥐처럼 칭찬을 모으고 있어요🐿  )

그동안 창고살롱은 콘텐츠 제작에도 진심이었는데요. 그 많은 후기에 레터까지, 어떻게 다 정리하냐. 조금 힘을 빼라는 걱정스러운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휴식 기간에 레터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려 해요.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네요. 구독자 분들 모두 안전한 일상 보내실 수 있기를 바랄게요.

-살롱지기 현진 드림

[살롱지기 인성 추천] 
임진아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산으로 바다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오후부터 다시 일에 복귀해야 했거든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오래전 사뒀던 책 <빵 고르듯 살고 싶다>를 집어 소파에 드러누웠어요. 책도 제 마음을 알아챈 걸까요. 임진아 작가는 책에서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물음표만이 느껴지는 맛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더 이상 근처에 가지 않았더니 오히려 맛이 생긴" 국을 끓인 경험을 얘기하면서요. 이 시간이 '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도 쉼은 몸과 마음을 회복하며 나를 채우는 시간인데요. 친구들을 만나고 책, 영화를 보거나 운동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을 때도 많아요. 멍 때리거나 깊이 사색에 빠졌다가 까무룩 잠이 들기도 하죠. 이렇게 쉬고 나면 더없이 상쾌하고 의욕도 생기더라고요. 

때론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이 괜찮은 나를,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시간이지 않을까 해요. 끊임없이 해야만 할 것 같은 세상. 그저 오늘 하루만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요'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요. (하지만 책은 추천합니다. 하하)
[살롱지기 혜영 추천] 
<The Great Realization>

이 책을 알게 된 건 유투브 알고리즘에 의해서 였어요. 일반적인 그림책이 아니라 원래 시(poem)로 쓰여진 글에 일러스트레이션이 추가되면서 그림책이 된 작품이었죠. 
프리랜서 영화감독이던 저자 토모스 로버츠는 코로나19로 하던 일을 거의 잃게 되었고, 전염병학 교수로 갑자기 바빠진 아버지를 대신해 락다운 기간 동안 홈스쿨링 하게 된 7살 쌍둥이 남매를 돌보면서 지내게 되었다고 해요.

글로벌 팬데믹으로 연일 우울한 뉴스만 보던 저자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시를 써서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 중 <The Great Realization> 동영상은 조회수 6천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그림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죠. 

이 책은 미래 시점에서 2020년 코로나19를 되돌아보며 모든 것이 갑자기 멈춘 불안과 공포, 그 시간의 의미를 이야기하는데요,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등을 깨닫게 해 주어요. 이 책은 <위대한 깨달음>이라는 번역본으로 국내에도 출간됐어요. 

'쉼'은 어쩌면 '멈춤'보다도 더 강한 자발적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인 것 같아요. 작년 말, 창고살롱을 설계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즌 1,2  멤버십을 지나왔어요. 레퍼런서 멤버 분들과의 진솔한 대화에 도파민이 분비되는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살롱지기로서는 뇌가 잘 꺼지지 않아 늘 간절히 오프 스위치를 찾고 싶던 순간이 있었음을 고백해요.

저는 시즌2 이후 갑.자.기 찾아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과 삶의 큰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어요. 남편의 해외 주재 발령이 그것인데요. 시즌 3는 다른 나라에서 접속하게 될 예정이에요. 이 변화를 계기로 계획했던 일들을 축소, 변경해야 하기도, 혹은 완전히 내려놓아야 하기도 해요. 

커리어적으로, 미래의 파트너 관계나 비즈니스 성장 기회 측면에서 고민되는 일도 많지만 '쉼'을 선택하기로 결정했어요. 그 시간을 통해서 어떤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마주하게 될지, 또 얼마나 위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면서요.

그동안 창고살롱 아지트를 방문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위탁 운영이나 실험 공간 오픈 등 다양한 운영 방법을 고민해 보았지만, 제가 해외에 있는 동안 살롱 아지트도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다시 오픈할 그날을 기대해 주세요.
    

볼리 박보현님 스페셜 살롱 후기
창고살롱 시즌2 마지막 스페셜 살롱은 볼리 박보현님이 '인사팀은 이해 못하는 내 커리어'에 대해 얘기 나눠주셨어요.

화학 엔지니어, 지구 반대편의 자원 봉사자, 스타트업 마케터&기획자... 그리고 여성・경제 서적 북클럽 운영자까지. 시즌1 레퍼런서 멤버이기도 했던 보현님. 다양한 업계, 본업과 딴짓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커리어 맥락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잠시 헤드헌터로도(!) 일했던 보현님은 "채용시장에서는 이력서로 커리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요. 자신의 울퉁불퉁한 커리어가 기존의 나열식 이력서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모든 경험을 커리어로 바꾸는 연습을 시작했죠.

보현님은 자신의 울퉁불퉁 여정을 '경험형 인간 생존기'라고 소개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커리어 여정과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딴짓의 여정으로 이어왔다"고요. 그러면서 경험형 인간으로서 갖춘 세 가지 자질과 내 경험의 키워드를 찾고 효과적으로 스토리텔링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했어요.

보현님은 울퉁불퉁하지만 맥락 있는 커리어를 이어온 것이 "결국은 나답게 살기 위해서였다"고 했는데요. 보현님의 장래희망 '배당금 받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계속해 자신만의 맥락을 이어갈 계획이에요.

더 자세한 '인사팀은 이해 못하는 내 커리어' 스페셜 살롱 후기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쉬어가는 마음' 소모임 살롱 후기

창고살롱 시즌2 마지막 소모임 살롱 제목은 ‘쉬어가는 마음’이었어요. 

레퍼런서 멤버 은애님, 지은님, 점순님은 창고살롱 시즌 1,2와 함께 육아휴직 기간 6개월을 보냈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동일한 육아휴직이지만 각자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육아휴직의 경험과 의미가 조금씩 달랐어요. 세 분의 시간을 정리하다 보니 창고살롱의 지난 시간도 정리되는 것 같아 더욱 뜻깊었답니다. "어떤 쉼의 형태도 괜찮다"는 세 분의 말씀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창고살롱 시즌2 종료와 함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은님은 이런 메시지를 남겨 주셨어요. 

"창고살롱에서 다져진 마음으로 페이스 조절하면서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 전해드려요. 창고살롱 최대 수혜자로서 감사해요."

'쉬어가는 마음' 소모임 살롱 후기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살롱IN살롱] 글쓰기 살롱 글 아카이빙 
창고살롱 시즌2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글쓰기 모임이 열렸는데요. 살롱지기 현진이 진행하는 [살롱IN살롱] 글쓰기 살롱에는 창고살롱 멤버가 아닌 외부 멤버도 참여해서 서로의 초고를 피드백 하고 퇴고해 총 3편의 글을 완성했어요.  

첫 번째 주제는 ‘자꾸만 미련이 남는 일’, 두 번째 주제는 ‘아무튼 땡땡’, 세 번째 주제는 ‘안녕, 낯선 사람’이었는데요. 혼자라면 쓰기 어려울 주제를 함께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서로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해요. 

글쓰기 살롱 멤버들이 쓴 글이 궁금하다면 여기에서 확인해 주세요. 

창고살롱 레터 시즌1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고살롱 레터에 바라는 점,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여기에 피드백 남겨주세요. 피드백은 사랑입니다😍 

창고살롱에 궁금한 있으시면 창고살롱 인스타그램 DM 혹은 이메일 changgo.salon@gmail.com 문의주세요.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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