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마음
이성혁
2026. 4. 10.

잘 지내셨나요? 벚꽃이 가득한 한 주였습니다. 저에게도 특별한 한 주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페어를 일주일간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북페어를 참여했습니다. 이번 북페어는 이상한 감정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복잡한 감정이 올라와 어느 감정부터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긴 실타래가 머릿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그 실타래의 끝을 찾고 있습니다. 감정의 끝이요. 잘 찾을 수 없으니 생각나는 것부터 말해보겠습니다. 사실 인스타에서 말한 감정은 이 모든 감정을 전부 말하지 못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럿이었습니다. ‘울음’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요일이었습니다. 마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을 때 부스에 찾아온 한 분의 책을 결제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 무언가 저에게 말을 걸으려 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그분께서 『2분 30초 안에 음료가 나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을 구매하신다고 하셔서 카드를 받아 결제를 했습니다. 결제를 마치고 책을 건네는 순간 그분께서 “저 경찰공무원을 준비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반가움과 이상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량진에서 지금 학원 마치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걸 왜 이제 말하냐고 했습니다. 미리 말했으면 책을 선물로 드렸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카드를 다시 받아 결제 내역을 취소했습니다. 책을 선물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꽤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북페어 첫날 입구에서 제 편지를 구매한 뒤 편지를 읽고 제 인스타를 구경하다 솔직한 마음까지 읽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솔직한 마음에는 저의 꿈에 대한 어려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북페어에서 판매한 편지에서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편지 한 장을 통해 저를 알게 되고 또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이야기들을 썼을지 알게 되셨을 그분을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바로 저희 동네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졸업한 학교도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와 물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동네 고등학교였고 자라온 동네가 제가 자라온 동네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부스에서 자리를 떠나 행사장 입구에서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지나온 상황을 이야기하셨습니다. 3년 정도 공부를 했고 어떤 상실을 겪었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제가 겪은 상실과 동일했습니다. 혼자 쓸쓸하게 걷던 노량진 골목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그때 느꼈던 청춘을 잃어버리는 기분이 생각났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느낀 마음,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의 합격과 질투, 질투하는 내 모습의 미움. 그분의 모든 모습에서 예전의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사실 지금도 조금 있는 제 모습입니다. 그분이 편지를 전해주고 떠나셨는데 정말 거의 울 뻔했습니다. 간신히 참았습니다. 편지에는 자신의 비참함과 저와 자신에 대한 응원을 남겨주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아니 마음에 남은 문장은 자신이 최종 합격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냐는 문장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축하하지 못했던 자신을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편에 ‘응어리’라는 단어를 쓰셨습니다. ‘응어리’ 저의 응어리와 그분의 응어리가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님은 멋있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적어주셨습니다. 진짜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두 번째 울음은 마지막 날에 만난 울음입니다. 부스 앞에서 책을 설명하고 문장을 설명하다 보면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2분 30초 안에 음료가 나가지 않으면 생기는 일』의 제목이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조금 특이해서 웃으며 책을 먼저 집어주십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마지막 날 중년 여성 두 명이 왔습니다. 한 분이 제 엽서 문장들을 보며 선물하고 싶다며 한 장씩 챙기는 중이었습니다. 그 옆에 있던 한 사람이 문장들을 읽으며 풉, 완전 이상하게. 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굉장히 무례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옆에 제 문장을 좋아해 주시는 분이 계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제 문장이 마음에 안 들 수는 있습니다. 모든 것이 호불호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무례한 행동은 제 문장이 아니라 제 문장을 좋아해 준 사람들에 대한 무례입니다. 제 문장을 데려간 분들에 대한 무례라 화가 나서 눈을 마주치고 싶어 눈을 계속 쳐다보았지만 눈을 한 번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그 얼굴이 생각납니다. 어서 잊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다시 두 번째 울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스를 지키고 여전히 서 있을 때 이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어깨를 맞대고 부스로 와 문장을 하나씩 살펴 읽었습니다. 천천히 문장을 바라보는 손과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구매를 원하는 다른 분들의 책을 결제할 때도 계속 제 문장을 읽고 계셨습니다. 그러다 한 분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너무나 놀라 휴지를 드렸습니다. 그분도 자신의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분이 너무 당황스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는 마음에 어느 부분에 눈물을 흘리셨나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같이 온 분은 눈물을 흘리는 분의 어깨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휴지가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시다 잠시 진정 좀 하고 오겠다고 자리를 뜨셨습니다. 저는 그 사이 다른 분들에게 책을 설명하고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떠난 그분과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몇 번 두리번거리다 보이지 않길래 페어를 떠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두 분이 돌아오셨습니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먹먹한 상태였습니다. 먹먹한 목소리로 문장이 자신에게 너무 와닿았다고 했습니다. 사연을 나누지 않았지만 그분이 모든 일이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제 문장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걸 본 것은 처음입니다. 저도 태어나서 책을 읽으며 운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파친코를 보며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눈물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들리지 않았지만 너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네가 쓰는 글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밝은 마음보다 어두운 마음인 적이 많고 상쾌한 적보다 답답한 적이 많습니다. 사는 것에 정답은 여전히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씩 삶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북페어에서 많은 기출 문제를 푼 기분입니다. 다음에 어떤 문제가 나오면 나 이 문제 풀어본 적 있다고 조금 용기 있게 나갈 수 있는 마음이 듭니다. 덕분입니다. 그 시간은 제 글을 읽어주는 바로 여러분 덕분입니다.


계속 써보겠습니다. 많은 이에게 읽히지 않더라도 가끔 읽히더라도 좋습니다. 한 명만이라도 진심으로 읽어준다면 제 글은 의미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계속 쓰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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