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라는 하나의 세계: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와 케이 모던 시리즈
인터뷰 서성진 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박정현 건축평론가 × 「SPACE(공간)」
👩"한국에서 ‘재건축’을 건드리는 책은 많지 않아요. 이 책 역시 재건축이라고 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시스템 자체를 건드리지는 않아요.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라는 게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얼마나 정보가 편재되어 있으며 한편으로는 숨겨져 있고, 일반 조합원들이 접근하기에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요. 저자가 처음에 원고를 가지고 왔을 때 ‘하지만’이라는 접속사가 정말 많이 등장했어요. 역접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스토리인 거죠."
👨"아파트는 한국 건축의 실패 현장이죠. 이렇게 수명이 짧은 현대건축물이 또 있을까요. 어떤 의미에서는 의도된 실패일 수 있는 거죠. 또 지어야 하니까. 개인 건축가의 이름이 아파트를 바꾸는 데에는 질적 차이를 못 낸다고 생각해요. 평면이 좀 달라질 수는 있는데, 건축적 가치가 사회문제를 바꾸는 데 기여하는 건 별개의 이슈이니까요. 아무리 유명한 외국 건축가를 데려와도, 건축가의 이름이 위계와 구별을 더 강화하는 데 동원되는 거죠."
👨"이때까지 모더니티를 논할 때, 물질 문화를 비교적 소홀히 다룬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960년대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도 경부고속도로나 포항제철소를 포괄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시선은 드뭅니다. 1990년대를 다룰 때 서태지와 장정일은 얘기하지만 가전 제품 이야기는 안 하잖아요. 이런 틈새를 찾고 싶었습니다.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이 물질 문화를 다루는 데 능숙한 분들의 작업을 먼저 소개하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