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독자님이 알아야 할 경제 이야기입니다.

레몬 마들렌에 3천 원이라는 값이 있고 서울 어딘가의 저렴한 소형 아파트에 3억 원 값이듯이 돈에도 ‘이자’라는 값이 있다는 설명이었어요.

똑같이 ‘1천 원’이라고 적혀있는 지폐라도 이자율이 높을 때의 천 원과 낮을 때 천 원은 다른 값어치를 갖고 있고, 그 이자율은 미국이 조정한다고도 얘기 드렸고요.

무역의 기초로 돌아가 볼게요.

이 세 나라가 존재하는 세계를 상상해봅시다.

러시아 사람도 영국 사람도 한국 사람도 맛있는 하이볼이 마시고 싶습니다. 하이볼을 만들 때 필요한 건 얼음+위스키+토닉워터(그리고 약간의 꿀). 서로 무역을 하지 않으면 각자 얼음만 핥거나 토닉워터만 홀짝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핵심 재료인 위스키를 갖고있는 영국. 영국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때 토닉워터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한국 사람이 나섭니다. 

그렇게 셋이 모여 각자의 자원을 물물교환해서 세 사람은 무역을 통해 맛있는 하이볼을 즐기며 이전보다 높아진 삶의 질을 누립니다.

세 사람은 일단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만날 장소와 만날 장소까지 갈 교통수단까지 고려하는 현실적인 조건을 논의하죠. 중간지점이 미국쯤 되겠죠?

미국 사람이 말합니다.

“미국 사람은 하이볼 안 마심. 콜라 마심.

그런데 러·영·한 아무도 콜라가 없습니다. 큰일 났네요.

심지어 세 사람을 미국까지 각자 태워다 줄 교통편도 문제입니다. 비행기는 일본, 유람선은 프랑스, 철도는 중국이 갖고 있거든요. 교통수단을 이용하려고 하면 세 나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하이볼 안 마심. 뭘 주고 통행할래?”

골치 아프죠.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특정 지역범위 내에서 통용되는 값어치 증표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미 옛날에 프랑스 프랑이나 일본 엔, 중국 위안 같은 국내용 화폐가 만들어진 거겠죠.

‘오늘부터 이것을 증표로 하니, 내 명령이 통하는 곳에서는 모두 이걸 갖고 물건과 교환할지어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국내용이라는 거죠. 국가 밖을 넘어가자, 러·영·한의 하이볼 문제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인간은 위대합니다. 필요성이 생기면 어떻게든 만들어내죠.

진짜 금 현물을 갖고 거래했던 시절도 있지만(고대나 중세), 현대에 와서는 금을 직접 금을 기준으로 각 국가의 화폐의 값어치를 정하는 식으로 활용합니다.  

각국 화폐당 금 교환 비율을 정하는 거죠. 금 1g을 기준으로 두고 한국은 1g당 천 원, 일본은 1g당 100엔 이런 식으로 비율을 맞췄습니다.

대신 은행에서는 언제든지 화폐를 금으로 돌려줄 준비를 해놓고 있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현금 1천 원을 갖고 가면 언제든 금 1g으로 바꿔줘야 했죠. 금이랑 교환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돈을 돈으로 쳐준 거니까요.

원래는 금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금이 무겁고 갖고 다니기 힘드니까 화폐라는 ‘금 교환권’을 만들어서 주고받기로 한 거잖아요? 그러니 은행에 금이 모자라서 교환이 안 되면 교환권이 사기인 거죠. 즉, 은행도 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금만큼만 돈(=교환권)을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이런 식으로 진짜 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은 요새는 안 쓰는 제도니까, 여기서는 [통일된 돈(=기준)이 필요하다]는 개념만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해요. 

왜냐고요? 금이 기준일 때 가장 큰 문제가 있으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시기가 1944~1971년 즈음입니다. 의외로 오래되지 않은 과거죠.

결국 선진국들은 이렇게 판단하게 됩니다.

“금만큼 전 세계에 이미 존재하는 게 달러임.

1달러로 살 수 있는 물건이 뭔지 생각해보면 뭐가 있는지 딱 떠오르지 않음? 1천 원당 살 수 있는 물건이나 10엔당 살 수 있는 물건보다 훨씬 이것저것 바로바로 떠올릴 수 있음.

또 어차피 다들 미국이랑 무역하고 있잖아. 무역을 하려면 자기들 돈을 달러로 어떻게든 바꿔야 하니까, 다음번 값어치 증표 기준은 그냥 달러로 하자...”

그래서 각국 돈들이 미국 달러, 즉 기축통화가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같이 요동치는 거예요. 기준이 바뀌는데 어쩌겠어요. 기준에 맞춰 능력껏 조정해야죠.

그건 시장을 들여다 보면 알 수 있어요. 아래에서 부연설명을 이어갈게요.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거래는 늘어나고 물가도 월급도 계속 오릅니다. 그걸 지불할 돈의 양도 많아져야겠죠? 그러니까 미국은 돈의 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달러를 계속 찍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제한 없이 마구 찍어내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옵니다. 

“월급이 너무 낮대? 돈 찍어! 시장에 막 뿌려!”

이런 일이 전국에서 발생한다면, 너도나도 월급을 삼천만 원씩 받게 되는 거예요. 결국 모든 물가가 그만큼씩 오릅니다. 유명한 짐바브웨 달러 사태가 있죠.

다른 나라 물가가 올랐다고 미국이 당장 전 세계에 달러를 막 찍어내고 뿌릴 순 없죠. 하지만 달러는 전 세계에 골고루 뿌려져 있어야 계속 기준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달러가 많이 쓰이니까 달러를 기준으로 삼은걸요.

돈을 찍어내는 방법 말고도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물건을 많이 수입해서 달러를 지불하는 거죠. 그래야 달러가 다른 나라로 흘러가고, 모든 나라가 달러를 갖고 있어야 달러의 힘이 유지됩니다.

그러니 미국은 어느 정도 무역적자를 보는 게 당연한 구조가 되어 있는 거예요. 물론 적자가 너무 크면 문제고, 트럼프 대통령은 적자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흑자를 보겠다? 달러를 더이상 세계에 지불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다양한 돈을 내게 하겠다? 미국의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지위는 흔들리고 맙니다.

돈을 찍어내는 국가가 결국 세계 경제의 기준입니다. 그래서 중국도 꽤 오랜 기간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노리고 있고요. 미·중 무역전쟁도 이런 패권 경쟁의 일환이에요. 중국의 힘이 세졌고, 미국이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거든요.

요새 경기가 너무 어렵지요. 지갑도 점점 얇아지고요. 확실한 건, 미국과 중국 중 둘 중 하나가 이기는 편이 개인의 경제에는 훨씬 낫다는 거예요. 이긴 쪽에 맞추면 되니까요.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따라 세계 역사가 바뀌겠죠? 시나리오들이 여러 개 있답니다. 어느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누구를 응원할지는 그야말로 정치경제적인 문제네요

기준이 은이었던 시절도 있어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들여다 보면 더 흥미로워요. 

임진왜란 이후에 일본이 조선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적인 선진국이 되는 기반을 닦았죠. 그게 다 현대로 따지자면 기축통화였던 은 덕분도 있답니다. 17세기엔 기축통화가 은이었는데, 일본이 당시 세계 은의 1/3 정도를 생산했거든요.

돈(?)을 마구 찍어낼 수 있었던 일본으로 부(富)가 엄청나게 흘러들어와서, 세계로 진출할 기반을 닦을 수 있었죠. 이게 각종 유럽 전쟁사와 또 연결되는데,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걸 보면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요.

위에서는 달러가 어떻게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 드렸는데요. 사실 세계 경제는 이제 너무 커져서 미국이 다 컨트롤할 수 있는 규모를 벗어났어요. 금이나 달러 대신 ‘신용’이 많은 역할을 떠안았는데요, 가상화폐가 고개를 든 것도 달러와, 어쨌든 실체는 없는 신용이라는 존재의 틈새를 메우려는 시도였어요.

금이 기준이었던 시절을 브레튼 우즈 체제, 달러가 기준인 지금을 킹스턴 체제라고 하는데요, 이 킹스턴 체제는 놀랍게도 아직 미완성이랍니다. 

한 번쯤 시험 볼 때 외워본 이름이죠? 그 이름들이 사실은 이렇게 우리 실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거 모르고 살아도 잘 살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