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길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잉잉이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뭐, 늘 그렇듯 잘 지내기도, 못 지내기도 했어요. 하루는 친구에게 왔다갔다 하는 삶의 기복이 버겁다고, 잔잔하게 살고 싶다고 속을 털어놓았는데요. 그날 밤 친구가 영상 하나를 보내왔어요. 영상 속에는 저랑 생각이 꼭 닮은 한 남자가 있었죠. 남자는 치료사와 상담을 했던 일화를 나눕니다. 좋을 땐 너무 좋고 싫을 땐 너무 싫어서, 딱 중간 쯤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하자 치료사가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심장박동기의 그래프를 생각해 보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 선을 가운데로 조정해서 맞추면 사람은 죽는다. 인생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짧은 영상이 끝납니다.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모르지만 이 영상을 잉잉이님께 나누고 싶었어요. 오늘도 잉잉레터를 펼쳐주심에 감사드리며, 지난 호 질문이었던 '가장 최근의 울음'에 대한 구독자 분들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잉잉이A

전 매일 울죠.. 옛날부터 같이 있었던 환청이 요즘 따라 크게 들리더라고요. 특히 밤에 자기 전에는 정말 크게 들려서 울다 지쳐 잠드는 날이 많은 것 같아요.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니, 제발 좀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등.. 제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쓴다는걸 잘 알아서 그런지 저를 쉽게 울려버려요. 약물 치료랑 상담을 병행하고 있으니 괜찮아질거라 믿고 있어요!

잉잉이B

샤워하다가 울고, 소세지를 굽다가 울고, 김밥을 먹다가 울었습니다. 펑펑 운 건 아니고,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마냥 쫌쫌따리 눈물이었어요. 차라리 목 놓아 한 번 울고 나면 시원할 것도 같은데. 조금만 아파도 서럽게 울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원래 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우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도 합니다. 어릴 때에는 아파도 울지 않는 어른들을 동경했는데, 울고 싶어도 울 수 없게 된 지금은 되려 어린 시절을 그리게 되네요.

잉잉이C

최근에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사랑을 나누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것과 별개로 아직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 순간 내가 너무 초라해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스스로 독이 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펑펑 흘렀어요. 다행히 그 사람은 저의 그런 모습까지 저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아주고 위로해주었지만, 아직까지도 내가 너무 못난 탓에 이 사람을 놓아 주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서 괴로워요. 어렸을 적부터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탓에 아직까지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언제쯤 저를 사랑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잉잉이D

네.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5개월 되었습니다. 헤어질 땐 제 상황이 너무 힘들고 지쳤어서 헤어지자고 제가 말했습니다. 엄마가 많이 아프셨는데 그때 엄마 옆에 있을 사람이 저뿐이였어서 일하면서 간호하고 남자친구 만날 심적 여유도 없고.. 그러다 이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본인이 의지할 사람이 못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다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더더욱 마음의 불안과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게 되고 시험을 보아야 할 것이 있어 준비를 하는 와중에 남자친구와의 첫만남이 향수처럼 밀려오더라구요 2년전 시험을 준비하면서 만나게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재시험 치는날 갑자기 훅 폭풍처럼 감정이 밀려와서 제자리에 쭈구려 앉아 울어버렸네요.. 그가 그리운건지 그때의 우리가 그리웠던건지... 시험이 끝나고 2주가 넘었는데도 생각 나는거 보면 그리운걸까요.. 이기적이고 못된 마음인거 아는데 그가 좀 보고싶네요..

잉잉이E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커다란 마음의 병이 찾아왔습니다. 그 병을 이유로 이별하게 되었고요. 언제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오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별의 순간은 언제나 잔인하게 다가오네요. 우울증이라는 것이 감기같은 것이라고들 하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저로써는 그 사람을 진심을 담아 무작정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 친구의 마음속에 병이 점점 자리잡아가고 있는 과정을 지켜봤지만 해줄 수 없다는 것 또한 무력함으로 다가왔고, 계속 외면해오던 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결국 이별을 택하게 된 그날 밤 세상이 무너질 것 처럼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 모두가 행복해 지는 세상이라는 것이 정말 이상적이고 말이 안되는 것이겠지만 언제나 모두의 평안을 바라고 싶습니다 .. 행복해져요 우리

잉잉이F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를 보고 울었는데요 저는 원래 잘 울지를 않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울고 싶어도 잘 울지 ‘못’ 하는데 정말 슬픈 상황을 마주하자 비로소 이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 건지 알게 되더라구요 평소 단단해지자, 를 모토 삼고 일상 속에서 단단함을 연습해오던 제게 우는 건 나약하다는 방증 같았기에 어릴 적부터 숨죽여 우는 법을 자연스레 익혔어요 그렇게 점점 나이를 먹어가니까 머리로는 슬프다라는 감정을 인지해도 눈물이라는 표면적 매개체로 분출이 안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저절로 마음 속에 쌓이고 답답해지고.. 울고 싶어도 눈물은 안 나오고.. 일부러 울고 싶어서 최근에 슬프다고 유명했던 그 영화도 영화관에 찾아가서 봤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근데 정말 뜻밖에 2521 드라마를 아무 기대하지 않고 보다가 무수히 많은 명대사들 덕분에 시원하게 눈물을 비워냈던 것 같습니다 의도치 않은 것에 위로를 받는다는 건 생각보다도 더 큰 경험인 것 같아요 진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다들 너무 오랫동안 단단해지려고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현대 사회에서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잘 느낄 수 있을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반대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낼 것인가'에는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다른 구독자 분들도 습관적으로 단단해지려고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돌아보셨음 좋겠어요!! 때로는 쿨하게 세상에게 지기도 하고, 낙담도 하면서 인간답게 살아냅시다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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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위에서

편의점 유제품 코너에 등장한 뉴페이스, 서울우유의 살롱밀크티. 아담한 사이즈에 각진 패키지, 은은한 보랏빛 색감이 좋아 600원짜리 생수와 함께 집어들었어요. "2,100원 입니다." 카운터 직원의 말에 흠칫하며 포스기 화면을 살펴 보니 고 자그만 게 천 오백 원. 너털웃음이 나왔죠. 계산을 하고 나와 밀크티에게 말을 걸었어요. 작지만 매운 녀석이었구나. 그래 밀크티 치고는 싼 편일지도 모르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 예쁜 옷을 입혀주셨구나. 우유에게 말을 걸다니 요즘 삶이 고되기는 한가봅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나를 지워내고, 감정과 욕구를 억눌러야 할 때가 많죠. 어쩌면 사회 생활이란 건 가슴 속에 흐르는 폭포가 바깥으로 쏟아지지 못하도록 온 몸으로 받아내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터프하지 않나요? 그 거센 물살을 십 수년 수십 년 견뎌내야 한다니. 앞날을 헤아리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져요. 혹시 저처럼 기약 없는 물살을 견뎌내고 계시다면,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한 구절을 나누어 봅니다. 도로 청소부 베포가 모모에게 해주었던 말이에요.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서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빗자루질을 할 수 없어. 앞에는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게 중요한 거야."

베포의 조언처럼, 앞길이 막막할 땐 그냥 고개를 아래로 떨궈보아요. 그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니라 걷고 있는 내 두 발만 보이거든요. 그런다고 괴로움이 가시는 건 아니지만,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한숨 돌릴만한 여유가 찾아오곤 했어요. 잉잉이님의 앞길은 어떤가요? 잉잉이님 앞에 놓인 길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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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1. 몸을 움직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이 좋다. 더불어 내가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그러니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2. 나도 운동이 싫고, 즐겁지도 않다. 하지만 운동이 끝난 뒤의 성취감은 역시 중독적이다. 튼튼하게 사는 하루하루가 모여 튼튼한 인생이 될 것이다.

3. 아무 생각도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이 아마 운동이라는 것의 어마어마한 매력일 것이다. 생각을 비우고 깨끗한 마음이 되는 것. 몸이 알아서 하는 것. 나의 몸과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

4.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날에는 달린다. 달리면서 마음의 피로와 몸의 피로를 같게 하려 노력한다. 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지치면 피로의 무게도 견딜만해 진다. 아니, 아예 녹다운된다고나 할까. 녹다운되어야 할 때 녹다운되는 것도 중요하다.

5. 몸을 움직이지 않을 때 우리의 정신은 현재보다는 과거와 미래를 배회하는 것 같다. 여기가 아닌 다른 먼 장소에 가 있기도 한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때 우리의 정신은 지금, 여기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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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땐 울어요, 잉잉잉💦

잉잉레터는 감정에 대해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스튜디오 잉〉에서 발행합니다.

스튜디오 잉은 어른들도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언제 어디서나 잉잉이님의 감정을 껴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2주 후에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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