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그동안 과학 분야의 책은 읽기 어렵거나 생소할까봐 자주 시도하지 않았는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 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루는 레터를 지향하는 에디터들로서 평소 잘 읽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과학 분야 서적이었던 게 떠올랐어요. 에디터들이랑도 같이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솔직한 감상평 들려주세요!
민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책, 결말을 위한 '빌드업'이 엄청난 책이라고 생각해요. 왜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인지 마지막에야 가서 알 수 있었거든요. 읽으면서 보다는 다 읽고 난 후에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책이에요. 과학책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 편견을 깨주었어요. 작가의 삶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의 삶이 엮이는 구조라, 생각보다 더 쉽게 읽혔어요. 인생의 의미라는 본질적인 고민에 대한 인문학 서적 같기도 해요.
초코🍫: 저한테도 이 책은 과학책이라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되새기게 한 철학책에 가까워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을 다들 하잖아요?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먼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미 없고 허무할 수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 것일지 생각했을 때, 주어진 삶에 충실한 것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 삶이 의미있게 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나 혼자서는 허무한 존재일 수 있는데, 관계 속에서 내 삶의 의미가 생기는 거죠. 결말을 위한 빌드업을 잘 참고 읽으면 작가의 고민과 경험이 마치 내 경험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영원🌳: 저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과학자가 가진 철학에 대한 관점을 다루는 책인 것 같아요. 과학적 지식을 얻는 느낌보다는 한 편의 회고록을 읽고 저자의 감정을 전달받는 느낌이었어요. 초반에 어린 시절의 저자가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가 뭐냐고 묻자, "의미는 없어!" 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허무한 문장인데도 한편으로는 내가 의미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진짜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 자존감, 나의 가치를 챙기라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그런데 결국 의미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지, 그 반대로 어떤 특별히 의미 있는 행동이 나 자신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어차피 내 인생은 의미가 없으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이 새로웠어요.
🧀에디터가 생각하는 작가의 메시지?
민트🌱: '세상은 확실한 관념보다는(질서, 확신, 신념) 혼돈(모순, 불안, 정의할 수 없는 것들) 으로 가득하기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행위 자체가 기만적인 자기 확신의 결과이자 작위적일 수 있다'. 획일화된 기준으로 질서를 세우는 행위는 다양성을 뭉퉁그릴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MBTI 과몰입'이라는 주제가 떠올랐어요. 한 사람을 알아가는 건 하나의 우주를 알아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가진 내면의 속성은 다양한데, 몇 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사람을 철저히 구분한다면 오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초코🍫: 저는 작가가 '우리 모두는 다 중요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 우리 삶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 허무함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의미있게 하는 건 우리가 맺는 관계 속에서의 감정이나 경험이라는 것을 저자 본인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항상 삶이 스펙타클하지는 않지만, 돌아봤을 때는 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더라고요.
영원🌳: 뚜렷한 신념으로 한 가지 일에 매진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때로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요. 데이비드가 평생동안 물고기를 모으는데, 이 책 제목이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잖아요. 평생에 걸친 신념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건데... 데이비드는 거기에서 삶의 의미를 느끼잖아요. 어떤 신념이 옳지 않으면 그 신념이 의미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경험 자체가 자기 삶의 또다른 의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데이비드라는 한 사람의 삶을 추적하면서요.
🧀자기확신에도 양면성이 있다고요?
민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속 데이비드는 끊임없는 자기확신을 원동력으로 자신이 상식이라고 믿는 것을 밀어붙이는 인물로 묘사되는데요.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부정당할 때가 있었는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지 얘기해볼까요? 스스로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달라진 상식을 잘 수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요. 제 얘기를 먼저 나누자면, 달라진 상식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자기확신은 오히려 자기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독이 될 수 있겠다는 반성이 들었어요. 저는 평소에 확신을 갖고 행동하고 말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며 자기확신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성찰하게 됐어요.
초코🍫: 저는 자기확신이 높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게, 스스로를 믿기보다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평소에 자기 확신을 키워 더 단단한 사람,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어요. 그런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속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 확신이 결핍이나 상실과 결합되어 집착의 씨앗이 될 때 위험한 아집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자기신념이 도구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책 속 한 마디가 와닿았어요. 자기확신 자체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다른사람과의 소통, 관계, 경험을 통해 건강한 자기확신을 키우고 싶어요.
영원🌳: 저 같으면 물고기 수집 과정에서 안 좋은 사고를 당한다면 그 일을 다시 못할 것 같은데… 데이비드는 그걸 해냈다는 점에서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기 확신과 인간관계가 어느 정도 양립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옆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 신념을 지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저는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편이라 타인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고 신념이 변화하기도 해요. 데이비드의 경우, 외부와의 소통이 없고 자기 스스로와만 소통하는 게 자기 확신을 키웠던 것 같아요.
🧀이 책,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나요?
민트🌱: 한가지의 관점만을 고집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뭐든지 쉽게 정의하고 확신을 갖는 사람이요. 평소 신념이 강한 독자라면 자기 확신을 밀어붙인 채 다양한 관점을 거부하는 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자기 확신을 갖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의미있고 아름다우니 안심하라는 위안도 얻을 수 있어요.
초코🍫: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주변의 아끼는 사람들이요. 누구나 할법한 인생에 대한 고민(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왜,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까?)이 담긴 책이라, 읽다 보면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이 책을 소개한다면, ‘당신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선물처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원🌳: 문해력, 독해력이 있는 사람들이 읽었을 때 더 큰 감동이 있을 듯해요. 삶을 어떻게 살지에 관해 얘기하는 책은 많은데, 이 책은 처음 읽을 때부터 메세지를 바로 전달받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에요. 긴 서사를 통해 메세지를 마지막에 전달하는 구조라 끝까지 읽어야 해요. <아몬드> 라는 소설이 반대되는 예시인데, 쉽게 읽혀서 베스트셀러가 된 느낌이거든요. 반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읽으면서 계속 길을 찾아가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이 책의 매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