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감귤이란 무엇일까요🧐 제주의 딥 사우스
서귀포 푸른농장에 들어가는 길은 환상 속 시골 숲길의 모습이었다. 제주에서 서귀포로 가는 긴 도로를 지나 네비게이션을 따라 몇 번 좌회전과 우회전을 하자 12월인데도 푸른 잎이 무성한 숲길로 들어갔다. 최신곡 플레이리스트에서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이 나오고 있었다. 훌륭한 노래지만 이 풍경에서는 자연스럽게 볼륨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대도시의 전자음을 낮추고 창문을 열었다. 새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틈틈이 오렌지색 덩어리들이 보였다. 길가에 있는 감귤나무였다.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재생산되었을 제주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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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감귤
일시 ㅣ 봄처럼 따뜻했던 12월 아침
장소 ㅣ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탐험 난이도 ㅣ 2.5/5.0 ➡ 감귤 농장은 영화 속 풍경처럼 아름다웠다.
획득 물품ㅣ 감귤 한 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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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서귀포의 푸른농장에 도착했다. 제주도는 말할 필요도 없는 전국 최대의 감귤 산지다(유일한 산지는 아니다. 한반도 남부 일부에서도 귤이 난다). 감귤 농사를 짓는 농가의 호수만 14,400호가 넘는다(2020년 통계청 통계 기준). 그렇다면 어떤 감귤 농장을 취재해야 할까. 가장 큰 곳? 가장 유명한 곳? 아니면 가장 전통적인 곳? 그럼 가장 전통적이라는 것의 기준은 뭘까? 고민 끝에 우리는 확실한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최고의 감귤을 생산한다고 인정을 받은 곳. 오늘의 목적지인 푸른농장이 그중 하나였다.
맛있는 감귤이란 무엇일까. 제대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적당한 크기가 있을까? 맛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시면 좋을까 달면 좋을까? 이 모두를 종합한 기준은 무엇일까? 귤을 사 먹으면 그만인 우리가 매사 합당한 기준을 적용하며 귤을 고를 필요는 없다. 만드는 사람은 다르다. 농업은 직업이며 직업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누군가는 계속 지표를 보며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고 있다. 그 사람이 강창민 대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는 큰 나무 아래에서 그날 내보낼 귤을 차에 싣고 있었다. 흰색 베라크루즈도, 귤 상자도, 철문 안으로 보이는 귤 창고도 아주 깨끗, 우리가 앉아서 기다린 사무실도 깨끗했다. 마침 강창민 대표가 차에 귤을 다 싣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옷차림도 깨끗했다. 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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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귤 농부의 모던 귤 농사
강창민은 아버지 대부터 귤 농사를 짓던 집의 2대다. 젊을 때는 잠깐 다른 일도 하다가 가업을 잇게 되었다고 했다. 얼핏 봐도 그는 삶을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았다. 사무실 벽 한 켠에는 한쪽에는 AC/DC의 투어 티셔츠가 걸려 있었다. 반대쪽 벽에는 낚싯배 위에서 찍은 듯한 기념사진이 크게 인화되어 있었다. 다양한 경험에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간이 사람의 성향을 어느 정도는 말해주는 걸까, 강창민 버전의 귤 농사 역시 이전과는 달랐다. 품종부터 농법에 이르는 디테일까지가 달랐고, 그 디테일을 이루는 뿌리가 달랐다.
강창민은 일단 새로운 품종을 쓴다. 한국에서 짓는 대부분의 귤 품종은 '궁천'이라 부르는 미야가와 조생(宮川早生). '조생'은 일찍 난다는 뜻이다. 강창민은 귤 농사를 시작한 뒤 새 품종을 도입했다.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감귤 품종인 하례조생. 감귤연구소가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역사적 품종이다. 하례조생은 보통 감귤에 비해 더 맛있다고 인정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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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바꾼 건 품종만이 아니었다. 그는 농사에 신소재를 도입했다. 타이벡, 듀퐁에서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신소재다. 방수가 되면서 습기가 투과되는 특징이 있어서 보호복이나 의료용 포장재나 농업 등에 쓴다. 강창민의 푸른농원에는 이 타이벡이 흙 위에 덮여 있다. 서귀포는 연간 강수량이 한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비가 많이 오면 감귤의 맛에 변화가 생긴다. 강창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벡을 썼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타이벡을 덮는다. 방수가 되면서 습기가 빠져나가니 흙이 썩지 않는다.
하례조생을 키우는 농가는 서귀포에 많지 않다. 거기에 강창민의 남다른 면이 있다. 하례조생이 맛있다고 바로 심을 수는 없다. 농가 입장에서 다 큰 감귤나무는 이제 안정적으로 수익이 보장되는 임대 건물과 비슷하다. 생산성이 보장된 귤나무를 키우려면 30년 정도 걸린다. 큰 문제가 없다면 잘 키운 나무를 벨 필요가 없다. 하례조생의 보급률이 아직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강창민은 실행했다. 원래 있던 감귤나무를 베고 하례조생을 새로 심었다.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강창민의 회상이다. 타이벡도 마찬가지다. 강창민이 타이벡을 처음 사용하던 당시에는 감귤 농사에 타이벡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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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농사
농사는 날씨의 산물인 동시에 날씨를 대하는 인간 대응의 산물이다. 서귀포의 자연 속에서 강창민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정의는 간단하다. 더 높은 당도와 더 낮은 산도. 강창민의 하례조생은 그 두 가지 숫자를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빛을 받으면 당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강창민은 나무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나무가 너무 빽빽하면 빛을 덜 받으니까.
타이벡도 맛을 위한 디테일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흙이 너무 젖으면 산도가 높아진다. 즉 더 시어진다. 강창민이 흙에 타이벡을 덮는 이유다. 타이벡을 쓰기 위해서도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는 타이벡을 걷었다 풀었다 하는 장치를 고안하고 타이벡을 위해 이랑도 새로 만들었다. 그는 "이렇게만 해줘도 1브릭스가 올라가요." 같은 말을 자주 했다. 이 농장의 모든 디테일이 그 수치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2004년 처음 하례조생이 연구될 때의 당도는 10.7브릭스였다. 올 겨울 김창민이 키운 하례조생은 15브릭스가 넘는 것도 있다. 수치로 드러난 노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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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기만 한 물건도 시장에서 의미가 없다. 보통 감귤보다 50%는 달콤한데 가격이 3배 비싸다면 그만큼 시장에서 사랑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 강창민은 더 높은 생산성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감귤 재배에는 겨울에 비닐하우스를 난방해 귤을 키운 뒤 여름에 내는 시설 농업이 있다. 강창민은 이 난방을 중지하고 다른 방식으로 잘 지어보기로 했다. 이런 노력의 디테일이 쌓인 결과 강창민의 귤은 조금 더 비싼 가격에 내놓아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시작해 좋은 결과를 낸다.
강창민과의 이야기는 집중이 필요하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당도를 올리는 방법론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집중을 하고 있어야 했다. 즐거움이 훨씬 컸다. 강창민의 말이 모두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과일이 좋은 과일인가. 더 달고 덜 신 과일. 그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가. 신품종 하례조생을 도입했다. 신소재 타이벡을 바닥에 깔았다. 난방과 관수(물 주기) 등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설명하는 틈틈이 강창민은 하례조생을 하나씩 따서 주었다. 일단 크기가 컸다. '농사를 어떻게 지으시길래 귤이 한라봉만 한가' 싶었다. 보통 과일은 커지면 싱거워진다. 강창민의 하례조생은 맛이 진했다. 그가 강조한 대로 단맛이 더 나고 신맛이 줄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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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아름다움
도시인들이 갖는 농사에 대한 환상과 낭만이 있다. 자연, 전통, 유기농, 계절, 뭐라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클래식 기타 솔로의 선율처럼 느릿한 분위기. 그 말들이 다 맞을 것이다. 다만 아름다운 옷에도 사이즈 구분이 있고 엄정한 수치가 있는 설계도가 있다. 아름다움이나 감성의 구조 역시 어떤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 강창민은 자신의 귤을 통해 그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의 농장은 깨끗했고, 타이벡이 빠짐없이 덮여 있었고, 감귤이 달았다.
이 원고를 작성하기 며칠 전 어딘가에서 '아름답고 모호한 글'이라는 표현을 보았다. 과일이나 맛이나 농사 역시 아름답고 모호한 글로 표현되는 소재다. 물론 어느 상황에서는 모호한 말로밖에 표현해야 하는 게 있다. 나 역시 생각을 표현물로 정리하는 게 직업이니 안다. 동시에 세상이 나아갈수록 과거엔 모호하던 요소를 표현하는 정밀한 도구가 생겨난다. 그래서 우리의 눈앞이 점점 또렷해진다. 달다는 게 당도로 표시되고, 맛있다는 게 당과 산의 비율로 표시되는 것이 오늘날 세계의 언어다. 푸른농장의 하례조생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그 맛의 화살표는 명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더 달고 덜 신 귤. 그래서 더 맛있는 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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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온 대부분의 과일은 20세기 초에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귤도 그랬다. 조선 시대에 재래귤을 진상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나 고종 31년(1893)진상 제도가 사라졌다. 기록상 제주 감귤의 시작은 1911년부터로 본다. 여기에도 프랑스 출신 신부가 있다. 파리 외방 선교회 출신 에밀 조셉 타케 신부가 한국 최초에 밀감나무를 들여온 주인공이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포리 신부에게 제주 왕벚나무를 보냈고, 포리 신부는 답례로 감귤나무를 주었다고 한다. 그가 심었던 최초의 감귤나무 14그루가 한국 최초의 감귤나무다.
그 14그루의 감귤나무는 최근까지 있었다. 서귀포시 서홍동 ‘면형의 집’ 마당에, 한반도에 처음 왔던 감귤나무 중 마지막 한 그루가 살아 있었다. 그 나무가 2019년 4월 고사되었다. 고사한 나무는 약품처리된 뒤 면형의 집에 영구 보존되었다. 프랑스 신부가 일본 신부와의 교류를 통해 제주도에 감귤을 들여왔다니 한국도 참 흥미로운 나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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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에디터. 소비생활 곳곳을 구경하고 돌아다니며 글과 글 아닌 것으로 이루어진 페이지를 만든다. 세상에 재미없고 의미 없는 이야기는 없다고 확신한다. 현재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고, 단행본 작업 스케줄이 계속 늦춰져 연일 관계자들께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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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 길가의 나무, 그 사이의 고양이 등 일상 사이에 있는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진가.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틈틈이 광고, 각종 매체 촬영, 화보 및 연예인 관련 촬영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번에는 영상도 촬영하며 그야말로 대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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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요기요 디스커버리 입니다.
요기요 디스커버리로 처음 인사드립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탐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해 전해드리도록 부지런히 뛰겠습니다.🏃♀️🏃
또한 올해부터는 많은 분들이 요청하셨던 영상 탐험기🎥가 함께 준비될 예정입니다. 다음 탐험기에서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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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겨울 제철 과일 감귤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담당자는 '타이벡 감귤'이라는 상품을 볼 때마다 '타이벡'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요. 이번 탐험으로 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구독자 분들은 어떠셨나요?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모두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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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외에 도움을 주신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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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탐험 장소는 달콤한 공장🏭입니다. 2월 1일에 만나요🔍
다음 요기요 디스커버리는 오전 8시에 발행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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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I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8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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