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크에 방문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보통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런 저런 소재를 추천해드리고, 대화의 물꼬가 조금 트이게 되면,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요즘 많이 보는 소재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콩크 운영진은 소재를 원 없이 보고, 디자이너분들을 매일 만나니까 관련된 인사이트가 있지 않을까 해서 나오는 질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보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때마다 으레 말하는 레퍼토리가 있는데요. 이걸 다듬어 글로 풀어보려 합니다. 트렌드라고 하면 거창해서 저도 쓰기 무척 부담스러웠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레터의 목표는 트렌드의 나열보다 화두를 던지고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목표에 맞게 작성이 됐는지 끝까지 보고 알려주세요.😉


왜 한남동 갤러리는 단체로 원목 마루를 선택했을까?
#내추럴 #원목마루 #집의연장선상 #고급소재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뉴욕, 유럽 기반의 갤러리들이 서울에 지사를 내고,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가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와 22년부터 키아프 아트서울을 공동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홍콩, 상하이가 아닌 서울이라는 것이 무척 고무적인데요. 최근 페이스 갤러리와 리만 머핀은 들뜬 미술시장의 분위기와 함께 한남동 부근에 확장 이전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갤러리 모두 바닥을 원목 마루로 시공했습니다. 최근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도 광폭의 원목 마루를 선택했어요. 한남동에 위치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모노하 또한 넓은 공간을 전부 원목 마루로 채웠습니다. 

이번엔 콩크를 살펴볼까요? 최근 방문해서 마루 섹션을 디깅하는 디자이너분들이 늘었습니다. 콩크에는 국내, 일본, 중국, 동남아, 동유럽, 서유럽, 북유럽 등 다양한 출신의 원목 마루가 있습니다. '마루는 이 중에서 원하는 타입 다 찾을 수 있겠다. 더 필요 없을 거야. 이제 더 이상 자리도 없어'라고 생각했는데, 콩크에 없는 원목 마루 브랜드를 요청하는 디자이너분이 있더라고요. '소재는 정말 끝이 없구나! 수많은 바닥재 중에 섹션을 이렇게 많이 차지해도 모자란 게 원목 마루구나.' 싶었는데요. 
원목 마루를 잘 쓰는 이유는 과거보다 공간에 고급 소재를 포인트로 1~2개 정도는 사용하는 디자인 추세에 상업공간이 집의 연장 선상에서 꾸며지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이를테면, 갤러리에서 그림을 봤을 때 내 집에 그림을 걸어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면 소비를 결정하기까지 생각 회로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집과 비슷한 사이즈로 인식될 수 있는 6-70평 미만의 공간에서 이런 효과가 날 거예요. 이것보다 큰 공간은 콘크리트, 에폭시 등 다른 소재로 가죠.

다기나 그릇, 소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같은 맥락에서 다른 바닥재보다 마루가 유리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마루 중에서도 실제 나무의 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원목 마루를 선택하게 되고요. 고급 소재 중에서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때문에 친근한 것이 강점입니다. 지금까지 왜 원목 마루가 인기가 있는지 뇌피셜을 해봤는데요. 다른 이유가 있으면 나누어주세요! 스토리로 공유하겠습니다.

TMI🍎: 얼마 전 오픈한 #가나아트 보광점 공간이 무척 재미있어요.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 갤러리 건물인데, 진짜 시장 그 자체예요. 1층은 땡처리 마트, 2층은 갤러리라니! 점심은 근처의 곤드레 쌈밥집에서 드세요. 그리고 커피는 헬카페 보광점! 완벽한 코스죠😆 첫번째 사진은 가나아트 보광점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전경, 두번째 사진은 건물 1층의 모습이에요.

이것보다 좀 더 거친 질감이 있나요?
#종석미장 #거친텍스쳐 #질감중요

거친 텍스처를 찾는 것은 원목 마루보다 훨씬 선명한 추세인데요. 처음 이 유행의 시작은 종석 미장이었는데, 이 거친 소재를 실내로 비슷하게 들여오려는 시도가 생기면서 스타코, 플라스터 중 텍스처가 강한 것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래는 콩크에서 거친 텍스처의 플라스터를 찾는 디자이너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인데요.

"거친 텍스처로 벽 마감재를 찾고 있어요."
(표면이 꽤 우둘투둘한 입자들이 흩뿌려져 있는 플라스터 샘플을 들고.)
"이 정도 느낌 찾으시나요?"
"아, 이것보다 좀 더 거친 거 없나요?"
(주로 외벽에 시공하는 외단열 플라스터 샘플을 들고. 전 것보다 무척 진한 질감이다.)
"아, 이 정도는 어떠세요?"
"아, 이것보다 좀 더 거칠면 좋겠는데요.."

이때 저는 마스크 안에서 웃음을 참고 있어요. 다행이에요. 요즘은 마스크를 써서.😂 거친, 더 거친, 더욱 더 거친 텍스처를 찾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질감에 훨씬 민감해진 분위기입니다. 종석미장은 사람이 일일이 못으로 긁어내는 작업이라 시공 일정도 길고, 기술자도 구하기 어려운데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간편한 플라스터 중 같은 느낌으로 시공할 수 있는 샘플을 찾는 것 같아요. 스톤 베니어나 콘크리트 블록, 아크릴릭 레진, 특수 도료 소재로도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최근에 재밌게 본 전시는 띠오 갤러리에서 열린 이태수 작가의 돌 작품이었는데요. 경량 소재인 스티로폼에 도료를 얹혀 사실적인 바위를 만들었습니다. 유리 위에 얹힌 육중한 바위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장면들이 재밌는 전시였어요.

사진은 순서대로 종석미장, 콘크리트 블록 바위 질감, 띠오 갤러리-이태수 작가의 작품입니다.

나만의 것, 원앤온리를 찾아서
#아트 #장인정신 #한국적 #공예적요소

평소의 콩크는 라이브러리 운영 외에 온라인 데이터 작업과 사용성 개선, 새로운 기획 등 많은 일을 하지만, 숨쉬기처럼 하는 일이 있다면 새로운 소재 발굴입니다. 필사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디자이너분들을 위해 눈과 귀를 열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아직 제품이 다 개발되지 않았거나 제품 수입 직전인 소재 회사에서 샘플만 콩크에 먼저 놓고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신상이 넘쳐나는 콩크지만, 여전히 궁극의 소재를 찾아서~ 같은 느낌으로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핫한 소재일수록 써보고 싶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게 보이니 나만의 소재를 발굴하고 싶은, 그래서 더 새로운 것을 찾는 상반된 마음 이해합니다. 이것은 고급 소재를 찾는 흐름과는 결이 다른데요. 소재의 단가와 관계없이 식별할 수 있는 내 것, 우리만의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해졌어요. 그리고 이런 소재들은 의외로 한국적인 것에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년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다녀오셨나요? 과거의 공예부터 지역의 공예, 소재별 공예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단한 공간입니다. 특히 과거의 공예를 조명하면서 목공예, 나전, 장석, 도자, 옻칠 등 한국의 전통 소재와 해당 소재가 가공되고 매체에 적용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전시해두어 재밌게 봤습니다. 과거 콩크에서 했던 전통 소재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느꼈지만, 한국적인 것은 공예와 맞닿아 있어요. 이런 터치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원앤온리의 느낌이 바로 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북촌에 만든 설화수 매장은 한옥과 양옥, 정원이 섞여 이미 압도하는데, 공간에 놓인 한국적인 오브제와 마감에서 쓰인 선들이 내면의 크~사운드를 재생합니다. 소재와 공예 사이의 줄다리기를 하실 때 한지 장판, 지사 벽지, 자개보드, 장석 같은 키워드를 떠올려주세요. (그것보다 더 좋은 건 그냥 콩크에 오시면 됩니다.) 최근 뉴스레터로 소개한 조형 유리나 레퍼런스 룸에서 전시했던 밍예스, 서수현, 김지원 작가의 작업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순서대로 장석-조형 유리-북촌 설화수 매장의 전경입니다.
트렌드가 뭔지
1959년도 4월의 'Bazaar' 입니다. 60년이 넘게 시간이 흘러서 봐도 표지나 내지의 모델이 근사하네요. 당시의 소재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소재들로 공간을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을까요? 어떤 공정의 기술자가 구하기 힘들었을지 궁금합니다. 반장님의 인건비가 제일 비싼 공정은 무엇이었을까요? 패키지로 제작되는 신소재는 무엇이 있었는지, 개인 작가 스튜디오에서 구하려고 발품을 팔았던 소재도 궁금하네요. 소재의 트렌드는 비교할 수 없이 변했겠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더 나은 공간, 제품,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디자이너와 작업자의 고민하는 시간일 거예요. 콩크는 이런 디자이너의 시간을 가치 있게 여깁니다. 시간이 지나서 소재는 바래도 치열하게 작업했던 흔적은 어디든 남으니까요.😇

트렌드를 바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 
3월 31일 프로페셔널을 대상으로 발행될 프리미엄 레터 오늘 봤던 소재 트렌드를 10개의 상세 키워드로 확장해 소재 페이지, 믹스테잎과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레터에 미처 담지 못한 트렌드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질문 있어요✋
이번에 준비한 레터 재밌게 보셨나요? 관련하여 구독자분들께 질문이 있습니다.

Q. 팝업스토어를 디자인할 때, 일반 매장이나 공간 디자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또한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소재의 단가에 많이 민감한가요?

Q. 서두에 이번 뉴스레터의 목표는 화두를 던지고 이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여러분들이 보기에 2022년의 트렌드는 어떤가요?

콩크 버전의 '서점 일기'
다음 '기획 콘텐츠'는 콩크 버전의 '서점 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중고 서점 '더 북숍'을 운영하는 숀비텔의 서점 일기는 제가 작년에 우연히 구입했던 책인데요. 저자가 굉장히 시니컬한 톤으로 운영기를 썼어요. 읽다 보면 '것 참 주인장 성질 한번 고약하네!'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솔직하고 그래서 엄청 재밌어요. 저는 막 깔깔대면서 봤습니다. 언젠가 콩크 버전으로 쓰면 재밌겠다 생각하다가 이번 뉴스레터를 빌미로 작성해보려고요. 최대한 날 것이 나와야 재미있을텐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무난한 내용으로 채울까 걱정입니다. 스스로 검열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솔직하게 콘텐츠를 작성할 수 있는 방법, 평소 콩크에 관해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레터에 가감 없이 담아서 돌아올게요!
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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