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궁극은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것, 들뢰즈와 가타리 식으로 말하자면 ‘지각불가능하게 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지각 불가능하게 되기는 투명인간되기라고도 불립니다. 공동체에서는 투명인간들이 많습니다. 공동체의 자리에서 박수를 치고, 병풍 역할도 하고, 추임새를 놓는 역할도 하는 많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내세우거나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잡고 마치 투명인간처럼 존재하지만, 그들의 비중은 이루 말로 헤아릴 수 없습니다.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은 삶과 실존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고3때 홀연히 떠나갔던 제 친구에 대해서 이따금 생각나는데, 그 친구가 제게 남긴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기억, 추억, 감정, 사랑, 우정, 이러한 보이지 않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요소들만이 남아 있었지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의 실존과 삶의 의미는 지각 불가능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어릴 적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고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고 있을 때, 어느 날 문득 찾아와 이름을 알리지 않고 감자 부대를 놓고 간 이웃이 기억납니다. 그 기억 속에서 사랑의 궁극, 우주의 먼지가 되는 사랑의 용기 있는 행동을 상상해 봅니다.
저 자신에게는 이상향이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여기, 가까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경쟁도 성과도 성공도 비교도 속도도 없는 그런 삶을 구상하자, 공동체가 보이고, 이웃이 보이고, 친구가 보였습니다.
아마 제가 내일 죽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일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죽을 것입니다. 죽기 전에 특별한 곳에 여행가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생활세계, 일상이 평범하게 지속되는 것이 저의 소원이자 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의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하면 어떤 분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는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삶과 일상이 바로 희망이자 꿈이자 끝까지 지속되어야 할 미래입니다.
『저성장 시대의 행복사회』 (삼인, 2017) [지금 여기 가까이] ⑩ 성공주의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까? (신승철) 글을 편집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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