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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830엔입니다. 미야기 료타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에 편의점 마크가 커다랗게 찍혀 있다. 그 안에 든 건 우유 한 팩과 빵 하나. 시선을 내려 봉투 안을 보면 개구리 마스코트가 손을 높이 들고 인사하고 있다. 편의점 앞 간이정류장의 표지판에는 도착 시간이 적혀 있다. 그다지 믿음직스럽지는 않지만, 이 버스를 타야만 미야기 료타가 살던 헨토나 항구까지 갈 수 있었다.
미야기가 가늘게 눈을 뜨고 종이를 노려보았다.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5년? 10년? 그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바랜 글자를 어떻게든 해독하려고 애쓰는데 방금 전 미야기의 계산을 도왔던 점원이 나왔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왔는지 손가락 끝에 아슬아슬하게 필터가 걸려 있다. 미야기가 하는 꼴이 퍽 안쓰러웠는지 무심하게 한 마디 건넨다.
"그 버스는 20분에 한 대씩 와요."
02
미야기 료타가 열 네살이 되던 해 남은 가족은 오키나와를 떠났다. 육지에 있던 친척의 도움을 받아 살 집을 구하고, 어머니의 새 직장도 구할 수 있었다.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직전 미야기가 물었다. 언제 다시 돌아올 예정이냐고. 카오루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료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떠나는 거야. 슬픈 일들은 다 두고 가야지."
료타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복도 쪽 좌석에 앉은 안나는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무서운지 신발을 벗고 좌석에 웅크려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바다가 발밑에 있어."
희게 질린 얼굴로 속삭이던 안나의 손을 잡고 료타는 창문 바깥으로 펼쳐진 바다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나쁜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빈자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슬픈 일은 모두 여기에 두고 가야 하니까.
생각을 버리는 일은 오랜 연습을 필요로 했다. 정말 성공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아온 고향은 어쩐지 낯선 여행지 같다. 미야기 료타는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꺾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비닐봉지 안에 든 빵을 꺼냈다. 오늘 아침부터 내내 굶었더니 배가 고프다. 비닐을 뜯자 고소하고 달큰한 코코아 향이 올라왔다.
03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미야기네 집에 왔다.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로 지탱하고서, 버스로 삼십 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에서도 힘든 내색 하나 없었다. 현관문을 여는 할머니의 손목엔 늘 하얀 비닐이 달랑 들려 있었다. 그 안에는 나카요시 빵이 있었다. 소타, 료타, 안나의 손바닥을 모두 합쳐야 할 만큼 커다란 빵은 특별한 맛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할머니의 말에 따르자면 '특별한 능력'이 있는 빵이었다.
온 가족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빵을 먹었다.
할머니 하나, 아빠 하나, 엄마 하나, 형 하나, 안나 하나, 나 하나.
사이좋게 한 조각씩 먹고 난 뒤 남는 두 조각은 거실 한 쪽에 마련된 제단에 예쁘게 담아 올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삼촌의 몫이었다. 오렌지 주스에 빵을 곁들여 먹으면 상큼하고 달달한 향이 입 안에 가득 퍼졌다. 료타가 제 몫의 빵을 먹는 동안 다른 가족들은 이미 그릇을 치운 뒤였다. 티슈로 부스러기와 크림이 묻은 입가를 닦아주는 할머니에게 참았던 말을 꺼냈다.
"할머니. 있잖아... 소타는 다음 달에 도쿄에 간대."
"그래? 강아지도 가고 싶어?"
료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에게는 전해졌을 것이다. 할머니가 말하길, <나카요시> 빵을 나누어 먹은 사람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고 했으니까.
슬쩍 옆을 보면 소타는 텔레비전에서 중계 중인 류큐 경기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료타랑 할미랑 산책 다녀올까."
소타가 있어 말을 하지 못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할머니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료타는 벌떡 일어나 할머니에게 지팡이를 가져다주었다. 굽이진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뒤를 흘깃대던 료타가 조용히 말했다.
"소타가, 나보고 자기를 따라서 농구 하는 거라면 하지 말라고 했어."
"그래?"
"소타는 바보야. 나도 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말 끝을 흐린 료타가 손에 쥐고 있던 빵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할머니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 료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타는 너를 걱정하는 거야. 네가 다칠까 봐."
"...농구 하면서 다치는 건 당연한 건데도?"
할머니는 빙그레 웃었다. 글쎄, 소타가 걱정한 건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녀석이니까.
자, 료타. 여기 두 갈래 길이 있는데 뭐가 다른지 알겠니? 그러면서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는 바람길이야. 이쪽으로 가면 바람이 많이 불고, 이쪽으로 가면 바람이 없지. 료타도 알고. 있었다. 친구들과 바람개비를 만들어 골목을 달릴 때면 바람길을 찾아 달리고는 했으니까.
"할머니. 여기로 가면 바다가 나와."
그래. 그럼 바다를 보려면 이 길로 가야겠구나. 할머니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느리게 바람길을 따라 걸었다. 항구로 갈수록 바람이 거세진다.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할 때가 있다면... 그땐 바람에. 이기려 하지 말고 엎드려서 가만히 가만히 소리를 들어보렴. 료타. 바람 소리가 멈출 때까지.
너는 천천히 멀리 가는 아이잖니. 네가 좋아하기만 한다면, 농구가 너를 멀리까지 데려가 줄 거야.
04
료타가 열 한 살이 되던 해, 료타를 가장 사랑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열 두 살이 되던 해에는 료타를 가장 걱정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열 세살이 되던 해에는 료타를 가장 잘 이해하던 형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료타는 계속 살아남았다. 바이크 사고가 난 다음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는 안나가 곁에 있었다. 발갛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안나?"
"아까전에 한바탕 엄마가 화냈으니까... 나는 이제 화 안 낼 거야. 그러니까 다시 잠들면 안돼."
이미 몇 번이나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고 하는데, 료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엄마에게 또 상처를 줬다는 것만 알겠다. 꿈속을 헤매는 동안 료타는 내내 돌아가고 싶던 오키나와에 있었다. 다만 달려도 달려도 바다는 가까워지지 않고, 초록빛 사탕수수밭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는 기분이 들었다.
료타. 돌아가자.
어디로?
돌아가자.
어디로?
네 집으로 가야지.
내 집은 여긴데... 료타는 웃었다. 바다가 눈앞에 있어. 소타. 너무 아름다워.
"료타!"
안나가 료타의 얼굴을 양손으로 붙잡고 소리를 질렀다.
"...미안. 나 또 잠들었어?"
"나만 두고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약속했으면서. 죽으려고 했어. 나만 두고...
불안해하는 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료타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다. 처음부터 사고를 예상하고서 바이크를 탄 건 아니었어. 안나. 터널은 너무 깜깜해서 출구에서 들어오는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어. 터널이 끝나가던 쯤 눈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정말 그게 전부였다. 속도를 줄일 새도 없이 미야기는 눈앞의 차와 부딪히지 않으려 힘껏 몸을 꺾었다.
"살아있잖아."
"...분명 소타 오빠가 살려준 거야."
"그렇게 생각해?"
"응. 그리고 두 번은 없어."
기적에 기대려고 하지 마. 소타도 이제 오빠에겐 질려버렸을 걸. 안나가 혀를 내민다. 료타가 웃다 말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아주 조금 웃었을 뿐인데 숨도 쉬기 어려울 만큼의 통증이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그러지 마. 엄마 걱정해."
"이제 엄마 생각이 나긴 해?"
어이없다는 얼굴을 한 안나가 료타의 찢어진 입가를 티슈로 닦아주었다. 그러면서 못 봐주겠다는 듯 한숨을 폭 내쉰다. 오빠 지금 얼굴 꼴이 말이 아니야. 한나 언니가 보면 놀라서 도망갈 걸. 료타는 괜히 욱해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눈을 감으면 금세 또 잠이 들었다. 소타가 죽은 뒤 처음으로 소타가 꿈에 나왔다.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헨토나 집의 오래된 책상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끼적이고 있었다. 료타는 반쯤 닫힌 방문 바깥에 앉아 손장난을 했다. 소타는 무언가에 집중하면 몇 시간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꿈속에서의 몇 시간이 흐른 뒤 소타가 처음으로 료타에게 말을 걸었다.
"료타. 오고 싶을 땐 언제든 와도 된다고 했잖아."
"..."
"거기 앉아 있지 말고 들어와. 얼른."
우물쭈물하는 료타의 손목을 붙잡아 당긴 소타가 볼을 꼬집는다. 혼날 짓을 왜 하냐? 그러니까.
"화 많이 났어?"
"료타는 바보구나."
"..."
"나는 료타 편이야."
그러기로 약속했잖아. 료타가 혼나면 같이 혼나주기로, 료타가 힘들면 내가 도와주기로. 그게 형제라고 아버지가 그러셨으니까. 형을 끌어안자 코코아 크림 냄새가 났다. 소타, 나 몰래 빵을 먹었어? 묻고 싶었지만 소타가 있는 힘껏 저를 끌어안고 있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05
버스에서 내리자 마을은 변한 게 많지 않았다. 초등학교 옆 길을 따라 걸으면 상점가라고 부르기엔 민망하지만 불 켜진 건물이 몇 보인다. 낮에는 커피, 저녁에는 이자카야 장사를 하는 집, 구몬 교습소, 갓 만든 빵 냄새가 나는 가게, 주민들이 가져온 채소를 팔 수 있는 무인 야채 가게. 그 중 미야기가 아는 가게도 있고, 새로 생긴 가게도 있었다.
미야기는 사거리의 횡단보도 앞에서 우둑하니 서 있었다. 오키나와에 가자고 마음 먹을 때부터 여기까지 오는 건 정해져 있었다. 애초에 미야기는 헨토나 항을 벗어나 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미니바스. 대회를 위해 원정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한 정도였고, 나하 시내에 가본 경험도 없었다. 거기에는 비행기가 다녀. 경기를 위해 육지에 나가본 적이 있었던 소타가 나하 시에 대해 말해주었다. 비행기는 얼마나 큰데? 아주 아주 커. 야마구치 아저씨네 배보다 더? 그럼! 그때는 소타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야마구치 아저씨의 배는 열 명이 넘는 어른들이 탈 수 있을 정도로 컸으니까.
오키나와에 온다면 이곳으로 오는 건 당연했지만, 여기에서 뭘 하면 좋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때 무인 야채 가게 안쪽에서 사람이 하나 걸어 나오더니 차도 지나다니지 않는데 보도 앞에 서 있는 미야기를 보고 손짓을 했다. 학생. 여기는 신호등이 없어요. 그러더니 별일이라는 듯 신기해한다. 여기까지 여행을 왔어요? 어쩐 일로?
"...저... 여행객이 아니라..."
"그럼?"
"저기 돌담집 쪽 살던 미야기예요."
으응? 헤어롤을 이마에 붙인 여자가 이쪽, 저쪽 미야기의 얼굴을 뜯어보더니 덥석,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니. 정말 료타잖아. 아줌마 알아보겠어? 너랑 농구 같이 했던 우에하라네 엄마야. 당연히 기억한다. 까까머리를 하고 동네를 쏘다니던 녀석! 우에하라 소우는 료타보다 한 살이 어렸지만, 아이들이 드문 동네이다 보니 동갑내기 친구처럼 지냈다. 농구부 연습이 있는 날이면 매번 료타를 데리러 집 앞에 찾아왔었다. 료오타, 료오타. 오키나와 억양을 잔뜩 묻힌 목소리도 생각이 난다.
"료타. 정말 많이 컸네. 정말 몰라보겠어."
흐뭇하게 웃더니 묻지도 않은 소우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석 있지. 사춘기야. 옛날엔 학교 다녀오면 이건 이랬구, 저건 저랬구. 하던 녀석이 방문 딱 걸어 잠그고 대화도 안 하려고 한다니까. 헨토나에는 어린 애들이 많이 없으니까 외로운 걸까? 형제를 갖고 싶어 했으니까...
우에하라 씨는 형제라는 단어를 꺼낸 게 잘못이라는 듯 헙. 하고 숨을 삼키더니 입을 가린다.
"내가 또 괜한 말을 했지? 미안해."
"뭘요. 집은 그대로 거기 사세요? 제가 이거 좀 같이 들어드릴게요."
미야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형제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억울해지던 때도 있었다. 세상이 밉고, 무섭고. 그러나 태풍 같던 한때가 지나가면 거기에 남은 잔해는 그리움과 슬픔, 아쉬움뿐이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쭈뼛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짐 저 주세요. 무거우실 텐데.
"어쩜. 카오루는 잘 지내지? 미야기 같은 아들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겠어."
"네. 잘 지내세요."
"카오루랑 통화한 지도 오래됐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우에하라의 집은 료타가 기억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커다란 후쿠기 나무가 마당에 자리하고, 낡은 나무판자를 담벼락에 기대 세워 만든 간이 농구 백보드까지. 이 백보드 가운데에 동그랗게 마커로 칠해둔 건 료타였다. 현관문에 짐을 내려둔 료타는 그녀의 들어오라는 손짓에 못 이겨 신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우롱차와 쿠키를 양껏 담아 온 우에하라가 물었다.
"얼마나 있다 갈 예정이야?"
"아, 딱히 예정하고 온 건 아니어서..."
"미야기네 집, 아마 전기도 수도도 안 들어올 텐데 어디서 잘 곳은 있는 거야?"
그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애초에 어머니와 안나에게도 비밀로 하고 왔으니 친척 아저씨에게 부탁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루쯤 물이나 전기가 없어도 누워 잘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큰 문제는 없었다. 손을 들어 집 열쇠가 든 주머니를 한 번 만져보았다.
"...네. 괜찮아요."
"좁지만 소우 방에서 같이 자도 돼."
거실에는 사진과 상장 몇 개가 액자에 걸려 있었다. 농구를 계속했는지 죄다 농구 관련 상이었다. 미야기가 기억하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이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주변의 농구 유니폼을 입은 녀석들은 모두 모르는 얼굴들이다.
헨토나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소타와, 소타 또래의 친구들, 그리고 료타, 소우, 소우의 친구들, 안나, 안나보다 어린 여자애 둘, 갓난아기, 스무명쯤 되는 녀석들의 얼굴이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그마저도 소타와, 소타의 친구들이 죽고 난 뒤에는 불길하다며 이사를 떠난 집도 있었다.
소타의 실종 사고 이후 한동안은 마을에 불빛이 없었다. 저녁까지 영업하던 가게들도, 뱃일을 하는 사람들도,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이르게 하루를 마쳤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했고, 아이들이 뛰어놀지 않는 골목길은 적막했다. 숨 막히게 조용하던 한 달 동안 미야기는. 지독한 열감기를 앓았다.
그때 소우 녀석이 몰래 찾아와 미야기의 손에 쪽지를 남기고 갔었다. 얼른 낫사. 가치 농구 해자. 얼른 나아서 같이 농구 하자는 뜻이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녀석은 5학년이 될 때까지 일본어를 잘 쓰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소우는 늘 당당했다. 나는 오키나와 사람이니 일본어 정도야 좀 못 써도 돼.
료타는 손을 펼쳐 쪽지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그때, 그렇게 미야기가 가고 나서 소우가 많이 울적해했어. 농구도 재미없다고 하고."
"인사도 못하고 가서 미안했어요."
"그래. 맞아.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
인사를 하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맞는 말이다. 누구든 제대로 인사할 시간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슬플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고개를 끄덕인 미야기는 신발을 고쳐 신었다. 여전히 미야기의 손목에는 하얀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고, 거기에는 아직 7개의 조각이 남아있었다. 이 조각 모두가 미야기의 것이었다.
"료타. 따로 예정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저녁 먹으러 와.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둘게."
그녀의 배웅을 뒤로 하고 후쿠기 나무 앞에 선 미야기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답이 나왔다. 이 동네는 어디든 형이 있고, 어디든 아버지가 있고... 어디든 미야기가 그리워하는 것들이 있다.
<나카요시> 빵에는 할머니의 특별한 마법이 걸려 있다. 말로 꺼내지 않아도 진심을 알게 되는 마법.
어릴적 소타와 함께 농구를 했던 야외 코트로 향하며 료타는 나카요시 빵 한 조각을 더 꺼냈다.
06
그때 소우가 주었던 것.
그때 소타가 주었던 것.
지금 안나가 준 것.
정학이 끝난 뒤 첫 등교일, 미야기 료타는 안나가 내민 부적을 받아 가방에 달았다.
아직은 농구가 더 하고 싶다. 농구가 좋다. 농구는 즐겁다. 소타의 꿈을 대신 이루려는 게 아니다. 이건 소타의 꿈인 동시에, 미야기 료타의 행복이다.
솔직해진 미야기 료타 안의 미야기 료타가 웃었다. <나카요시> 빵의 마법은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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