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은 것을 보면 알려주고 싶다(동네 사람들 이것보세요). 내가 그 문장에서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그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는지, 그 식당의 어떤 메뉴와 술을 함께 마셨을 때 행복했는지. 나는 그런 사람이다. 좋은 걸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 그래서 에디터로 먹고 살고 있다.
2. 성동혁 시인의 산문집 <뉘앙스>를 읽었다. 온종일 좋은 문장만 고민한듯 단어 하나도 쉽게 사용하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분량은 짧았으나 밀도가 높았다. 문장에서 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게 오래걸렸다. 골목이 많은 연남동을 걷는 것처럼, 오르막이 많아서 숨이 찬 경리단길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밑줄 그었던 몇 가지 문장을 소개하자면,
낮 밤이 바뀌었다. 고요한 시간이 늘었다.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서 말을 자주 적어 놓는다. 만나면 하지도 못할 말을 적어 놓는다. 혼자 하는 이야기는 너무 일방적이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모두 쓸모없는 말이다. 지구본은 참 작은데 당신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두 손으로 떠받고 있던 새벽은 언제 쏙아지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눈망울이 사랑을 담는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었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말을 두 눈 가득 꾹꾹 담아 보여 주던 나의 아름다운 사람들처럼. 가을이다. 아직 단풍나무가 푸른 가을. 이제 저 파란 나무들이 가을을 담을 차례이다. 지상이 가을을 담는 커다란 그릇이 될 것이다.
이제 빨래를 개야 하고
주말엔 수다스러운 사람이 되고
더불어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고
안부가 돌아오지않아도 다음 주말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고
3. 나는 요즘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을 느낀다. 한때 친구에게 했던 부끄러운 말을 떠올린다. "나는 이제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없어. 단지 나만의 문체를 만들고 싶을 뿐이야. 이정도 쓰면 됐어." 물론 그 때도 글을 잘쓴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되었을 때를 제외하면 나는 글쓰기란 마스터할 수 없는 영역의 예술(기술)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4. 천재호소인이고 싶었던 걸까. 내 성격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한 편이라 누구의 가르침을 받는 걸 싫어했다. '뭘 안다고 가르쳐? 내가 혼자해도 잘해'라는 마음이었다. 부끄럽지만 정말 그랬다. 그런 아이가 배운 적도 없는 글쓰기 하나만큼은 성적이 잘 나오니 기고만장해질 수밖에. 사회에 나가고, 글 잘쓰는 작가들과 선배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문장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정갈할 수 있을까. 초전도체 열차처럼 5cm 정도 둥둥 뜬 상태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 김애란 작가는 이렇게 말했던가. "잘 쓰는 방법이요? 음...문장을 쓰면 절로 다음 문장이 흘러 들어와요." 김애란은 김애란이고 김석준은 김석준이다.
5. 요즘 나는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살면서 외로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그 마음이 뭔지 모르고,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모토를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 뼛속에 새겨놓았으니까.
6. 심리 상담을 하면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린 시절의 그런 행동을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최근에 발견한 나의 숨은 욕망은 이거다.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싶은 아이'.
7. 나는 나의 존재를 이해해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꼈고, 그래서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외로웠다. 그 감정을 돌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단순히 "엄마한테 칭찬 받는 게 좋았어요."라고만 유년기의 욕망을 기억하고 있었다. 랜턴을 들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보니 일곱살 김석준이 동굴에 쓴 낙서는 사랑받고 싶다는 거였다.
8. 한동안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 마음을 스스로 보살피고 있다. 나는 어린 시절 외로웠구나, 그리고 어른이 되며 외로움에 익숙해졌다가 이제서야 나의 빛과 어둠을 재발견한 거구나. 책 위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고 창문을 열었다. 덕분에 나는 나는 매일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신발 한 켤레를 사는 대신 어두운 마음에 전구 하나 켜는 거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1번에 쓴 문장과 연결된다. "나는 좋은 걸 알려주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이다." 맛집이나 신상 키보드만 추천하는 에디터가 되고 싶지는 않다.
9. 마무리는 그래도 식당 추천해야지. 마곡역에 산다면 '바삭하게'라는 돈가스 전문점을 추천한다. 고기가 두툼하고 부드럽고 이름처럼 바삭바삭하다. 밀키트도 판매한다.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구매해보자. 링크는 [여기].
10. BBQ가 양념치킨 메뉴를 리뉴얼했으나 반영이 안된 가맹점이 많다. 주문할 때 주의하자. 땅콩 분태가 올라가 있으면 리뉴얼된 버전이니 리뷰로 미리 확인하자. 하지만 여전히 나의 양념치킨 원픽은 치킬플러스 조선치킨이다.
11. 어제부터 새로운 식단을 도전 중이다. 현미와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하는 현미채식 식단이다. 이 식단의 선구자격인 황성수 의사의 말에 따르면 현대인은 과단백 식사를 하고 있고, 너무 많은 단백질이 몸을 망친다고 주장한다. 단백질은 현미에 든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백미는 영양가가 없다고 말한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진료뿐만 아니라 식단관리를 하면서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식단 후기를 올린 블로거나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서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한 달 정도 해보고 후기를 공유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