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A부터 유니콘이 된 기업의 피치덱 체험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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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덱 톺아보기
국내외 스타트업과 벤처펀드의 피치덱을 분석합니다.
이 회사에 투자하시겠습니까?
펀딩 한 번에 천억 원 조달, 피치덱으로 보면?

이번 주 WeeklyEDGE에서는 설립 초기부터 천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수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조명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우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례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에는 예외적인 몇몇 사례로 치부되었다면 최근에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특히 벤처 투자에서 '축적된 경험'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연쇄 창업자나 유니콘 기업의 전직 공동창업자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 투자자들의 높은 '신뢰 자본'을 바탕으로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경험 있는 팀이 모여 초기부터 대규모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조금은 더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인과관계 (Causation)와  상관관계 (Correlation)의 오류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오늘 분석할 피치덱은 광자(Photonics) 기반 슈퍼컴퓨터 스타트업 루미너스 컴퓨팅(Luminous Computing)의 시리즈 A 자료입니다. 회사는 2022년 3월 무려 1,400억 원 ($105 million)이 넘는 펀딩 라운드를 마무리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파운더스펀드의 공동창업자이자 스페이스X의 이사회 멤버인 루크 노섹이 이끄는 기가펀드(Giga Fund)가 라운드를 리드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이번 피치덱 분석 세션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입니다.


  • 사업 계획만으로 1억 달러를 조달한 기업의 피치덱 구성 방법
  • 챗GPT 등장 이전 이미 미래 컴퓨팅 수요를 예견한 아이디어의 담대함
  • 그래서 실제 루미너스 컴퓨팅은 어떻게 되었나?


그럼 루미너스 컴퓨팅의 피치덱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Luminous Computing 시리즈 A 라운드 피치덱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드림팀 스택 (Stack)

    1) 대학을 중퇴하거나 10대에 창업을 경험한 천재형 공동 창업자
    2) 이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는 노련한 전문가로 구성된 임원진
    3) 유명 펀드, 실리콘밸리 인플루언서와 조만장자들로 구성된 투자자 그룹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 실제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팀 구성입니다. 루미너스 컴퓨팅의 CEO 마르쿠스 빈센트 고메즈 (Marcus Vincent Gomez)는 스탠포드대 중퇴 후 구글, 틴더 등에서 기술 개발 경험을 쌓은 인물이고, CSO 마이클 가오 (Michael Gao)는 10대 시절 미국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과 1천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CTO 미첼 나미아스 (Mitchell Nahmias) 박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신경 형태 광자공학 분야를 연구한 학계의 전문가로, 1,200회 이상 인용된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담대한 비전 또한 필수입니다. 첫 페이지에 자신들의 이성을 담은 레터를 넣어 자신들이 왜 이런 일에 도전하는지를 나름 설명합니다.

    "실리콘밸리는 한때 개척자들의 천국이었습니다. 우리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했고, 레이저를 개발했으며, 유전자 접합을 완성했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구축했고, 인류를 성층권으로 쏘아 올렸습니다. 우리는 수익이 아닌, 가능성의 경계를 얼마나 확장했는지로 성공을 측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신성한 가능성에 대한 헌신이 퇴색되었습니다. 개척자들은 여전히 이곳에 있지만, 인류의 발전보다 재무적 수익에 더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수적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Luminous는 21세기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기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에만 주목한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 우리는 인류를 다음 단계의 존재로 이끌기 위해 Luminous를 설립했습니다.
    • 실리콘밸리가 10년, 20년, 30년 전에 우리에게 약속했던 기술들을 실현하기 위해 Luminous를 설립했습니다.
    • 우리가 발견했을 때보다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남기기 위해 Luminous를 설립했습니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여전히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Luminous의 사명은 바로 그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Product: 파격적 차별화를 중심으로 시작

      제품 섹션에서 기존 시장의 한계를 강조하며 내용을 시작합니다. 현대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연산 요구가 기존 칩 성능을 압도하고 있음을 데이터로 입증한 뒤, Luminous의 기술이 에너지 효율, 처리 속도, 지연 시간에서 1000배 향상을 이루었다는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합니다.


      특히, 차별화된 기술 지표를 기존 솔루션과 직접 비교해 독창성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단순 명확하게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투자자들에게 Luminous의 칩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임을 강렬히 인식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 Luminous는 기존 AI 칩셋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AI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칩은 에너지 효율, 처리 속도, 지연 시간을 1000배 개선해 AI 모델 학습과 실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Luminous Prometheus 칩은 일반 스마트폰 배터리로도 고성능 서버 수준의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 이 기술은 자율주행, 단백질 구조 예측, 융합 에너지 개발 등에서 큰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Luminous는 이러한 성능으로 AI 모델 학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데이터 이동의 에너지 비용을 극적으로 줄이며 AI 칩 설계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합니다.

      • 현재 제품 라인업에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AI 프로세서(1 PetaOP/s, 1W)와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 칩(1 ExaOP/s, 100W)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다양한 AI 활용 사례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몫입니다. 특히나 소위 딥테크라고 불리는 분야에서는 그럴싸하게 보이는 가짜 과학 (Fake Science)도 많기 때문에 명확한 팩트체크는 필수입니다.

      Go-To-Market: 핵심은 자신감

        "시장이 있느냐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시장을 먼저 공략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다. (기존에 공략할 시장도 무궁무진하다)"

        Go-To-Market(GTM) 섹션에서는 초기 시장 진입 전략의 담대함을 강조합니다. 국방 및 자율주행과 같은 고성능 요구 시장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활용 사례와 필요한 기술적 스펙을 설명했습니다.


        • Luminous의 시장 진입 전략은 방대한 AI 칩 시장 중 가장 유망한 초기 진입 분야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특히 방위 산업과 자율주행 등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장에서 실시간 암호화 및 프로젝트 방어, 자율작전 등의 활용 사례를 통해 국방 기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자율주행 차량용 칩의 경우, 에너지 효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 지연 시간 모두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Luminous의 칩은 기존 시장의 어떠한 칩도 충족하지 못하는 요구 사항을 해결하며, 차량 센서 데이터 처리와 실시간 대응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 언급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의 센서 데이터 처리 요구와 에너지 제한을 상세히 설명하며, Luminous가 기존 기술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장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한 내용입니다.

        Vision: 큰 그림을 그려보자

        Vision 섹션에서는 제품의 미래 잠재력을 강조하며, AI 칩 제조를 넘어 데이터 센터의 근본적 혁신으로 확장하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합니다. 초기 제품을 PCIe 카드와 같은 기존 표준에 맞춰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이후 광자 기반 서버 및 데이터 센터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통해 비전을 구체화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기술적인 우위를 넘어서 시장의 미래 방향성과 일치하는 장기적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시장의 방향성과 기술을 통한 병목 현상 해결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당시에도 빠르게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컴퓨팅 수요에 주목하고 있던 투자자라면 루미너스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Financials: 계획은 언제나 완벽해 보인다


          마지막 Financials 섹션에서는 자금 조달 필요성과 사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1억 달러의 자금을 통해 3-4년의 운영 기간을 확보하고, 초기 1,500개 단위만 판매해도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 Luminous는 1억 달러를 목표로 자금을 조달함. 목표는 세계 최초의 1 fJ/OP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것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을 포함한 소규모 생산(10,000개 이하)을 계획하고 있음.

          • 회사는 보수적 및 확장적 시나리오를 모두 모델링해 제조 및 운영 비용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음. 초기 제품이 성공하면 1500개의 단위만 판매해도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 운영 비용은 주로 핵심 기술 인력 채용과 제조 설비 구축에 집중되어 있으며, 제조 비용은 필요에 따라 조정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제조 및 운영 비용에 대한 보수적/확장적 시나리오를 제시해 위험 관리 능력을 강조합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명확한 비용 구조와 실행 계획을 통해 자금 사용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렸을 것입니다.

          Editor's Note

          그렇다면 루미너스 컴퓨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실 시리즈 A 라운드 이후 외부로 알려진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여러 소식통을 취합해 본 결과 회사는 핵심 인력들이 모두 떠나고 빈껍데기만 남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 루미너스 컴퓨팅의 실질적 설계자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가오는 펀드레이징 당시에도 자신의 비트코인 채굴 기업 카테나 컴퓨팅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며, 루미너스 컴퓨팅 또한 이러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것이 드러나며 회사를 떠나게 됩니다.

          • 회사는 처음부터 공동창업자 팀의 와해로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며 제품 출시에 실패하게 됩니다. 그동안 광학 기반 데이터센터 컴퓨팅 분야는 경쟁이 심화되었고 라이트매터(Lightmatter)와 같은 기업들이 먼저 치고 나가면서 루미너스는 제대로 된 경쟁도 해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 루미너스 컴퓨팅의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던 곳들은 모두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회사 이름과 관련 페이지를 모두 삭제한 상황입니다.


          2022년부터 꾸준히 피치덱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펀딩에 성공한, 또는 성공적인 기업의 반열에 오른 곳들의 과거 피치덱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이 절대 인과관계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피치덱을 잘 작성하면 펀드레이징의 성공 가능성은 높이겠지만 사업의 성공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타사의 피치덱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주 PitchEDGE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2025년에도 흥미로운 피치덱 스토리와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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