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론 앤 어라운드] 에세이 
<일을 한다는 것>을 보내드립니다. 
작가로, 인디펜던트 워커로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씁니다.
제가 읽고, 뽑은 콘텐츠도 보내드립니다. 
제 주관과 편견이 '다분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원문을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 Aa Essay 일을 한다는 것 006
재능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잡을 수 없는 별을 잡으려고 노력하면 좋은 연주가 나오더라고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아, 이런 천재도 죽도록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제 작업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더군요.

저 역시 2019년 펴낸 책 <밤의 공항에서>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주저앉는 순간, 그 순간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서서 1미터를 전진시켜야 한다. 그 1미터가 실력이 되어 쌓인다. 무리해야 했던 그 부분이 내가 모자라는 부분인데, 나는 그 ‘무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가 떠오릅니다. 신문사에 근무할 때, 저는 문학담당 기자로 일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여행 담당 기자로 발령을 났습니다. 여행기자는 사진을 직접 찍어야 하는데, 문제는 제가 사진을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는 문외한이었다는 것. 흔히들 ‘똑딱이’라고 부르는 조그마한 자동카메라조차 다룰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은 해야 했으니, 여행기자로 출근하기 전, 남대문 시장에서 중고 필름 카메라를 사고 교보문고에서 사진 입문서도 서너 권 구했습니다. 그렇게 사진 공부가 시작됐습니다. 책을 뒤지고 인터넷을 찾아가며 구도, 조리개, 셔터 스피드 등 사진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갔습니다. 조리개는 개방할수록 뒤가 흐려지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 때는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조정해야 하고, 어두운 피사체를 찍을 때는 어둡게 찍어야 하고… 아, 복잡하고 어렵더군요.

그때만 해도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이었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어렵고 전문적인 영역의 일일 때였죠. 출장을 갈 때마다 사진 책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읽으며 시키는 대로 따라 찍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노출기록지’라는 것을 만들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 빛의 방향, 시간 등을 기록했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와 현상한 필름과 노출기록지를 일일이 대조해가며 뭐가 잘못됐는지를 꼼꼼히 살폈죠. 

모든 일이 그렇듯, 공부를 계속하니 실력이 조금씩이나마 늘더군요. 3년 정도 열심히 찍다 보니 그럭저럭 지면에 사진을 실을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운전도 못하고, 자동카메라도 다룰 줄 모르던 풋내기 여행기자는 일 년에 6만 킬로미터 이상을 운전해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첫 원고를 썼던 새벽의 식탁에서 이십 년의 시간을 지나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매일매일 일을 했을 뿐입니다. 식탁에서, 책상에서, 카페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렸을 뿐이죠. 출장을 간 낯선 호텔의 어두운 방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볼 때마다 묘한 위안의 감정이 들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커서의 그 깜빡임이 제 등을 밀고 재촉하며, 때로는 응원하고 위로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능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꾸준함은 ‘연습과 훈련’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저 역시 매일매일 원고를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또 쓰고 또 고치는 생활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흔히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겁게 일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서장훈 선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여러분의 청춘을 응원한다. 뭐 아프니까 어쩌고 이런… 다 뻥입니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못 따라간다. 그것도 다 뻥이에요. 즐겨서 이뤄낼 수 있는 건 저는 단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큰 성공을 바라지 않고 그냥 즐겁게 살래. 돈이 없어도 돼’ 하시는 분들은 괜찮아요. 그런데 내 꿈을 어느 정도 이뤄보겠다, 내가 원하는 곳까지 가보겠다 하는 분들은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극한의 고비를 경험해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걸고 몰입하다 보면 행복한 순간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노력하지 않고 즐기기만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프로게이머도 게임을 즐기면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취미처럼 즐긴다는 것은 그냥 취미처럼 즐기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헬스장에 다니는 분들은 알 것입니다. 멋진 몸매는 헬스장에 들어서기가 두려울 정도로 '빡세게' 운동해야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다들 이를 악물고 운동하지 생글생글 웃으며 운동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 강사가 그러더군요. "제대로 운동을 했다면 토할 것 같아야지, 기분이 좋아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많이 해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처음 시작할 때일수록 많이 해봐야 합니다. 피카소와 샤갈은 그들이 천재라서 그림을 한 장만 쓱쓱 그려 명작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수 천장의 습작을 그린 다음에야 비로소 한 장의 명작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죠. 조선시대 그림을 그리는 관청인 도화서는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천재 화가 김홍도도 도화서 출신이죠. 김홍도도 도화서에 들어갔을 때 가장 많이 한 연습이 붓으로 직선을 긋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여덟 단어>라는 책을 쓴 카피라이터 박웅현도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2퍼센트 차이다. 그건 디테일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데 결국 훈련의 양에 따른다”라고 말했죠. 이 프로세스는 어디 직업, 직종에 비슷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일을 하며 우리는 자주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 한계 앞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이대로 멈추고 현상 유지를 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한계를 경험한다는 것은 우리의 한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는 주문을 외우며 조금만 나아가 봅시다.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습니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1도가 더 필요합니다. 

✓ Clip 온라인에선 실력이 더 드러납니다
💬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과 생활, 그리고 생각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정리 차원에서 뽑아봤습니다.

  1. 어쩔 수 없이 원격 근무, 온라인 수업, 무관객 라이브 공연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비대면'이라는 이 연결 방식이 꽤 똑똑하고 흥미롭다는 걸 깨달았다.
  2. 언컨택트는 연결된 타인을 좀 더 세심하게 선별하겠다는 결정이며, 언컨택트가 가속화될수록 수평성, 투명성이 높아져 실력자와 밀도 높은 콘텐츠만 살아남을 것이다.
  3. 원격 근무하면서 얼굴이 안 보이면 오로지 일만 보여요. 만나면 직함, 나이 때문에 주눅 들지만 화면에서는 20명 얼굴이 균등 분할이에요. 수평화가 실현된 거죠. 
  4. 비대면이 깨는 또 하나의 악습이 있어요. 기성세대의 ‘짬짜미’ 문화예요. 만나면 부정, 청탁, 편먹기가 쉬워요. 안 만나면 못하죠.
  5. 온라인에선 숨을 틈이 없어요. 실력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요. 쉴 새 없이 메시지를 줘야 하니 밀도 높은 콘텐츠만 살아남죠. 결국 실력 있는 자가 이겨요.
  6. 과잉 접촉 사회에서는 상사가 일 잘하는 후배는 모른 체하고, 직계 후배 몰고 다니며 사내 정치를 했잖아요. 그런 라인에 연연해 줄 안 서도 되니 언컨택트 사회는 더 실용적이고 안전해요.
  7. 접촉을 줄인다고 경험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진정성은 만난다고 확인할 수 없다.
  8. 나는 과연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평등한 소울을 지녔는가. 실력도 인성도 투명하게 드러나는 온라인 실력 사회에서 생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일터의 문장들> 중에서
✓ Playlist '힙꼰!' 팔로알토, 텐션, 누리코가 틀어주는 옛날 한국음악 ‘메들리’!

😍70~80년대 생의 명곡 플레이리스트. 추억이 마구마구 돋습니다.
💖 리쌍 ‘Rush’(Feat. 정인), 터보 ‘어느 째즈바’, 김민우 ‘입영열차 안에서’, 쿨 ‘작은 기다림’, 아소토 유니온 ‘Think About chu’, 지누션 ‘Gasoline’, UPTOWN ‘내일을 위해’, H.O.T. ‘전사의 후예’, 언타이틀 ‘오늘 밤’, 서태지와 아이들 ‘발해를 꿈꾸며’, 이효리 ‘Hey Girl’ 등등...
👍 간이 딱 맞습니다. 귀 호강합니다.
😼 그 시절 싸이월드 BGM도 올라와 있습니다.
😏 오늘의 재택 노동요로 추천!
😎 저는 00:31:41 UPTOWN '내일을 위해'가 쵝오!
💬 주말까지 4일밖에 안 남았군요. 😄
💬 내일 보내드릴 에세이는 '영감보다는 마감'이라는 제목으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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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한빛로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