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힘을 다해도 역부족일 때,
나도 모르게 둥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를 고칠까,
여기를 떠날까.


저는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많다는 걸 느끼고부터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여러 구멍을
파놓는 두더지처럼요.


사실 마음껏 올인하고 싶지만,
에너지를 잔뜩 쓰고 배신 당하거나
상처받는 게 두려우니까요.


그런데 실은
언제 버텨야 하고
어떨 때 도망쳐야 맞는지,
대체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버텨봐야,
혹은 도망쳐 봐야,

또 어떤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나서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다만 오랫동안
스스로를 모른 채,

나를 둘러싼 환경이
해로워도, 이상해도

다들 그렇게 사나보다 하고
견뎌본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과도하게 팽창시키는
기대는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내가 뭔가를 잘해서,
뭔가를 못해서 사랑받거나
버려지는 건 아니라고 믿기로 했지요.


당장은 영,
믿어지지 않아도 말이에요.


 
저는 여전히 오늘의 메일이
완벽하면 좋겠고,

더 많이 공부하고 알아서
독자님이 좋아할 이야기만
늘어놓고 싶지만

막상 저도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의 삶의 태도를 사랑하는 것이지
용도를 따져가며 사랑하지는 않더군요.



가까운 관계에서,
또 일터에서

내 120%를 끄집어내야만
사랑 받는다고 믿는 삶도
참 피곤하고요.

저는 여전히 스스로
완벽하게,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속상하고

뜻대로 안 되면 또 금세
120을 연기하고 싶어지지만

이제는 꾹 참고
30, 60인 저도 숨 쉬게 하려고
발버둥 치는 요즘입니다.


백이십 아니면 가치 없어.
백도 못하면 끝이야, 하는
압박 속의 그 애도
참 힘들겠다 싶어서요.

그리하여 엊그제는

진정한 설렁설렁 정신으로!

팟캐스트를 업로드했습니다.


대쪽 같은 꿈을 가진

두 분의 사연과 사주를 다루었는데


두 분 모두 답장을 보내주셔서

벅찬 하루를 보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그리고 부쩍

점치는 일이 즐거워서

작은 일거리를 만들었습니다.


독자님의 고민을 읽고

타로카드를 들춰보고 있어요.


저는 이대로...

점쟁이가 되는 것일까요?

(이런 건 점 안 치는 스타일)


그리고 사주 읽기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9월은 수업을 두 번 하는데요.
저는 이대로... 역술가 점쟁이가
되려는 모양입니다.

정말 진로 고민은
끝이 없군요.


오두막 주민 이야기


🌤️


지난 오두막 레터에 지네님이 보내신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더라고요. 글을 보고나니 요즘 제가 끙끙거리고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글을 적어봐요.

'요즘' 끙끙거리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요즘은 아닙니다. 끙끙거리는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게 어언 6년차거든요. 그런데 또 끙끙거리는 관계로 정의하기에는, 이 친구 덕에 제 세상이 넓어지고, 행복하고, 설렌 일들이 참 많았어서..그리고 제가 참 많이 좋아해서 좀 속상한 감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래서 끙끙거리는 관계로 정의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는 짝사랑이라는 말이 있을거예요. '친구니까 이정도는 괜찮지 않나? 친구니까 이러면 안 되는건가? 친구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로 서운해 하고 상처 받고 사심 채우고 실망하고.. 그 친구 마음이 어떻든 저 혼자 부단히 좋아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그 친구가 저한테 상처 받은 적이 있다는 말에 내심 기뻤습니다. 마냥 의미없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내가 이 친구에게 어떤 감정을 줄 수 있는 정도는 되는구나 싶었어요. 지독한 짝사랑이죠? 그래서 제 예민함이 미워 질때가 많았어요.

내가 좀 덜 예민했다면 이런 건 그냥 넘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좀 더 덤덤하고 쿨한 사람이었다면 이 친구에게 더 매력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수없이 생각해서 내 예민함이 미워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 친구의 예민함은 저보다 훨씬 크거든요.

그래도 내가 이 사람한테 어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 제가 예민한 덕에 이 친구의 맘을 좀 더 잘 알아줄 수 이고, 또 덕분에 섬세함, 다정함이 있다는 거예요. 이거라도 있어서 내 예민함이 조금 이뻐 보일 때도 있어요.

이런 예민함 같은 관계에서 오늘도 끙끙 거립니다. 그래도 이 친구가 나한테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고,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나 없이도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나한테만 의지하면 좋겠지만, 나 말고도 의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오두막 주민,

그림자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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