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제가 올해 가장 잘 한 일은 달리기를 취미로 만든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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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_우리 달리기가 천천히 갈지언정 멈추지 않길_

개인적으로 제가 올해 가장 잘 한 일은 달리기를 취미로 만든 일이에요.


복잡한 머리를 달래고자 시작한 가벼운 달리기었는데, 10K 마라톤에 참여할 만큼 많이 늘어버렸지 뭐예요. 지난 11월 24일, 인생 두 번째 마라톤에 참여했습니다. 탈가정 청년과 함께 말이죠.


탈가정 청년 온라인 커뮤니티 [궤도이탈] 안에는 친구들이 주도하는 소모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달리기 모임 '달리는 사람들'입니다. 가입한 크루 인원에 비해 아직 뛰는 인원은 적은 이상한 크루이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모임이죠. 크루 모임장님 제안으로, 마라톤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프로젝트를 지원해 주고 계신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강효미, 이윤정 두 대표님과도 일정이 맞아서 함께 했어요.


마라톤 나가기 전에는 모두 어떻게 저렇게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지! 생각했지만, 막상 대회에서 뛰다 보면 뛰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초반 체력을 믿고 막 뛰어나가다가 점점 걷기 시작하고,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 마라톤에서 저희는 모든 참가자들의 제일 뒤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끼리 살살 뛰어보자, 하고 페이스메이커 강효미 대표님(사랑의 열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퍼스트룩 대표)을 따라 그저 달렸습니다. 꼴등하면 뭐 어떤가, 완주가 목표다 생각하고 그저 달렸습니다. 달리다 보니 우리들 뒤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니겠어요? 우리는 그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풍경에 감탄하며 우리 페이스 대로 달렸을 뿐인데 말이죠. 제일 꼴등으로 들어오겠구나란 생각과 다르게 지난 대회보다 기록도 단축되고, 꼴등도 아니었습니다.


풀코스도 아니고 고작 10K 완주한 것치고는 거창하지만 (가성비가 좋아요) 세상만사 사유의 인간인 저는, 집으로 돌아와 완주 목걸이를 쥐고 삶의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해버렸습니다.


'아, 마라톤에서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이군.'


느리더라도 자기 페이스 유지하며 멈추지 않고 꾸준히 가는 거더라고요. 꾸준함이, 지치지 않음이, 주변 페이스에 흔들리지 않음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가끔씩의 스퍼트를 겸하며, 사람들의 응원을 받아가며.


저는 우리 탈가정 청년들이 하는 이야기가 천천히 가더라도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순간의 짧은 이슈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탈가정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우리 행보를 누군가는 격렬히 환영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지난한 날들 탓인지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탈가정 청년들과 청년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이 긴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우리 친구들 이야기는 긴 설명이 필요합니다. 설득은 커녕 이해시키는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제 고작 3년. 남은 레이스에서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마음이겠지요.


11월, 우리 프로젝트 단위 큰 이슈는 박강산 의원과 함께 한 서울시의회에서의 토론회였습니다. 이 토론회는 우리의 긴 마라톤의 여정 중 첫 스퍼트를 내는 일이겠죠. 속도가 붙었을 때, 내 달리고 싶습니다. 탈가정 청년이 안전하게 자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지금부터] 11월 호, 이번 호는 토론회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 그리고 우리 '달리는 사람들'은 2025년 하프 마라톤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editor.미쉘



발행일 2024. 11. 28

* 긴 토론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짧게 요약했습니다. 깊은 이야기들은 토론회 영상과 자료집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2024년 11월 20일 '서울시 탈가정 청년 보호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토론 내용은 각자 당사자 또는 연구원 등으로서 각자의 맡은 역할 또는 탈가정 청년 의제들을 접해나가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제안들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윤 :  처음에 이 자리를 맡게 됐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되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탈가정 한 지 12년이 되었고요. 이제 만으로 29살인 한대윤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탈가정 청년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제정되는 것이 이 사안의 주요한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는 탈가정 청년이라는 단어를 2023년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전에는 스스로 자칭해서 독립운동가라고 불렀거든요. 독립을 그냥 열심히 한 사람, 독립운동가라고 불렀습니다. 분명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 텐데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282북스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탈가정 청년이라는 이름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이름도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 공식화된다는 것은 비슷한 테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282북스 카카오톡 방에 여러 사람들이 들어있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탈가정 청년들이 이 사회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 존재하는 탈가정 청년들이 자신의 이름도 없이 누구에게도 이제 허락받지 못하고 공공기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정식으로 자신의 이름이 생긴다면,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노력이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당사자로서 11년 동안 탈가정의 경험을 겪으시면서 나름대로는 독립운동가라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대처해 나가시려는 모습을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 탈가정 청년이라는 공식화된 호명에 의해서 자신의 상황이나 처지 또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신 것 같아요.


이번 서울시에서 탈가정 청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대윤님 같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좀 더 적절한 단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비 : 안녕하세요. 저는 탈가정 하고 난 뒤에 심리적인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282북스 [궤도이탈] 모임을 알게 되고 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원래 저의 모습으로 많이 돌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던 탈가정 청년입니다.


사실 대표님께서 이 토론을 제의해 주셨을 때 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탈가정 청년이라고 어떤 이렇게 앞에 나선다는 게 두렵기도 했고, 사람들 앞에서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통의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데 뭔가 내 이름 앞에는 앞으로 ‘탈가정 청년’이라는 말이 계속 붙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되게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토론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20대의 시간은 되게 1년, 2년이라는 그 시간이 차이가 되게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 중요한 때에 자신의 꿈이나 취향 같은 것들을 보다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친구들이 탈가정 청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의 어떤 그런 세계를 확장하기도 전에 너무 생존에 몰두 되어 버리니까 삶이.


제 다음에 탈가정하는 친구들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 친구들이 탈가정 할 일도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동화 같은 곳이 아니니까 친구들이 탈가정하게 된다면 저보다는 조금 안전한 환경에서 조금 덜 고생스럽게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토론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탈가정 청년들은 애매한 불행에 애매한 경계에 속한 어떤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정의가 잘 내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탈가정하고 어떤 지원을 받으려고 했을 때, 가족과의 단절을 증명할 증거를 찾으러 비 오는 날 한 5개 되는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통장 내역 뽑고, 법원 기록을 받으러 가고, 경찰서에 전화하고 했는데도 가족과의 단절 증거 자료가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인정이 안 되는 거예요.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냥 포기하자 포기하고 내가 이 악물고 돈을 벌자.' 였어요. 결국 다 포기하고 그저 열심히 일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데, 제 다음에 어떤 탈가정하는 분들은 그런 힘듦을 안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나비님도 탈가정 당사자로서 겪으셨던 어려움을 말씀해 주셨어요. 좀 인상적이었던 말씀이 세상은 동화 같은 곳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탈가정 청년에 관한 조례 조례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일 잘 보여주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나비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 탈가정 청년 조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정말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발걸음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저도 같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김선기 연구원님의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기 :  저는 탈가정 청년이라는 의제를 처음에 접하게 된 계기가 4년 전이었는데요. 오랜만에 이 탈가정 청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러 이런 자리에 나서게 됐는데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은 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조례안을 보면 조례안 내에 연구 기능이나 위원회 설치나 센터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조항 등 많은 청년 조례에 있는 것과 같은 비슷한 조항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제 조례가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도 우리가 열심히 해봐야겠고, 또 그런 조례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연구나 위원회나 센터 이런 것들이 착착 진행될 수 있을지도 해봐야 하는 일이겠지만, 이런 계기를 토대로 이러한 일들이 마치 4년 전에 아무것도 없었던 탈가정 청년이라는 말이 지금 이제 이만큼 알려진 것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제 감시도 많이 필요하고 또 많은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도 이러한 탈가정 청년 의제와 관련하여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열심히 노력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 정도 말씀을 조금 더 보태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이제 탈가정 청년이라는 우리가 의제화를 위해서 그리고 이런 조례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해서 쓰고 있지만, 이 말을 낙인화하지 않기 위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사자분들께서 이 개념이 자기에게 힘이 되는 개념이기도 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나와 떨어질 수 없는 어떤 꼬리표처럼 남아 있는 데에 대한 이물감을 표시를 해주신 게 기억이 남는데요. 사실 청년 정책과 관련된 현황들을 보다 보면 많은 청년의 이름이 그 당사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굉장히 어떤 선정적이고,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는 약자라는 프레임으로만 설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다양한 정체성과 관련된 단어들이 이러한 진동 상태를 항상 겪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를테면 큐어라는 말도 굉장히 낙인으로 시작을 했지만 당사자들이 굉장히 전후해서 멋지게 바꿔낸 사례도 있고요. 근데 그게 다시 공격을 받기도 하고 이런 사례가 있는 것처럼 탈가정 청년이라는 말이 조금 더 긍정적이면서 또 이제 많은 사람에게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말로서 작용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282북스에서도 카카오톡에 오픈 채팅방을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조금 더 활성화돼서 좀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정의해 주는 말도 제도도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막막함이 좀 해소가 될 수 있기를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탈가정 청년 지원이라고 하는 것, 특히 보호 지원이라고 하는 게 사실은 최소한의 일이라는 말씀을 조금 더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우리 탈가정 청년 지원을 하는 것이 정말 최소한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이 탈가정 청년이라는 말이 무엇을, 어떤 구조의 잘못됨을, 어떤 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좀 더 심층적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더 확장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인 변화에도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테면 탈가정 청년이 되기를 결정하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청년 정책이 항상 청년이라고 하는 나이를 성년, 부모와 단절이 가능한 나이로 보면서도 언제나 청년 뒤에는 부모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 채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과 항상 부모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전제들을 또 바꾸어 나가는 것. 늘 부모와 청년을 엮어서 생각하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독립적으로 자립하는데 부모 찬스 없이도 어려움이 없게끔 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것까지 논의를 우리가 이어나가야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처음으로 탈가정 청년 관련 실태조사 및 조사를 하셨던 연구원님의 입장에서 말씀 주셨는데요. 일단은 첫 번째로 탈가정 청년이라는 말 이 용어 자체가 어찌 보면 앞으로는 뭔가 낙인이 쉬워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 이런 것에 대해서 좀 유의를 해야 한다.


처음에 의제화가 되기 시작했을 때 이것이 불쌍하다든지 아니면 이것이 굉장히 비극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포장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의제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는 또 생각이 들어서 연구원님께서 낙인화되지 않고 이것이 어떤 하나의 그냥 부르는 이름 그러니까 호명할 수 있는 정의 중의 하나로서 그렇게만 중립적인 표현으로 의제화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저도 굉장히 공감했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 어쨌든 청년 정책이 청년들이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가 독립하고 자립할 수 있는 체계들 그런 사회 구조적인 것들이 만들어져야 된다는 말씀에 저도 굉장히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 탈가정 청년 조례가 비단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또 중앙정부에서도 편해 갈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기를 저도 희망하고 있습니다.

[궤도이탈]은 표준적 삶의 궤도를 벗어나 자신만의 궤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주식회사 282북스의 사회적 프로젝트입니다.
그 첫 번째 삶의 궤도로 ‘탈 가정 청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궤도이탈; 청년 독립 선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청청모 지원사업]으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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