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토론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짧게 요약했습니다. 깊은 이야기들은 토론회 영상과 자료집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2024년 11월 20일 '서울시 탈가정 청년 보호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서울시의회 박강산 의원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토론 내용은 각자 당사자 또는 연구원 등으로서 각자의 맡은 역할 또는 탈가정 청년 의제들을 접해나가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제안들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윤 : 처음에 이 자리를 맡게 됐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되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탈가정 한 지 12년이 되었고요. 이제 만으로 29살인 한대윤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탈가정 청년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제정되는 것이 이 사안의 주요한 주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저는 탈가정 청년이라는 단어를 2023년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전에는 스스로 자칭해서 독립운동가라고 불렀거든요. 독립을 그냥 열심히 한 사람, 독립운동가라고 불렀습니다. 분명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 텐데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282북스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탈가정 청년이라는 이름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이름도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 공식화된다는 것은 비슷한 테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282북스 카카오톡 방에 여러 사람들이 들어있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탈가정 청년들이 이 사회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 존재하는 탈가정 청년들이 자신의 이름도 없이 누구에게도 이제 허락받지 못하고 공공기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정식으로 자신의 이름이 생긴다면,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노력이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당사자로서 11년 동안 탈가정의 경험을 겪으시면서 나름대로는 독립운동가라는 말로 자신의 상황을 대처해 나가시려는 모습을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 이제 탈가정 청년이라는 공식화된 호명에 의해서 자신의 상황이나 처지 또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신 것 같아요.
이번 서울시에서 탈가정 청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대윤님 같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좀 더 적절한 단어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비 : 안녕하세요. 저는 탈가정 하고 난 뒤에 심리적인 어려움이 많았었는데, 282북스 [궤도이탈] 모임을 알게 되고 모임에 나가게 되면서 원래 저의 모습으로 많이 돌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던 탈가정 청년입니다.
사실 대표님께서 이 토론을 제의해 주셨을 때 저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탈가정 청년이라고 어떤 이렇게 앞에 나선다는 게 두렵기도 했고, 사람들 앞에서 한 번도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보통의 청년들과 다르지 않은데 뭔가 내 이름 앞에는 앞으로 ‘탈가정 청년’이라는 말이 계속 붙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저는 되게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토론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20대의 시간은 되게 1년, 2년이라는 그 시간이 차이가 되게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 중요한 때에 자신의 꿈이나 취향 같은 것들을 보다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친구들이 탈가정 청년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의 어떤 그런 세계를 확장하기도 전에 너무 생존에 몰두 되어 버리니까 삶이.
제 다음에 탈가정하는 친구들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 친구들이 탈가정 할 일도 없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동화 같은 곳이 아니니까 친구들이 탈가정하게 된다면 저보다는 조금 안전한 환경에서 조금 덜 고생스럽게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토론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탈가정 청년들은 애매한 불행에 애매한 경계에 속한 어떤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정의가 잘 내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탈가정하고 어떤 지원을 받으려고 했을 때, 가족과의 단절을 증명할 증거를 찾으러 비 오는 날 한 5개 되는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통장 내역 뽑고, 법원 기록을 받으러 가고, 경찰서에 전화하고 했는데도 가족과의 단절 증거 자료가 부족하다고 하더라구요. 인정이 안 되는 거예요. 그때 들었던 생각은 '그냥 포기하자 포기하고 내가 이 악물고 돈을 벌자.' 였어요. 결국 다 포기하고 그저 열심히 일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데, 제 다음에 어떤 탈가정하는 분들은 그런 힘듦을 안 겪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병찬 기자(좌장) | 나비님도 탈가정 당사자로서 겪으셨던 어려움을 말씀해 주셨어요. 좀 인상적이었던 말씀이 ‘세상은 동화 같은 곳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탈가정 청년에 관한 조례 조례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일 잘 보여주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나비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 탈가정 청년 조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정말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발걸음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저도 같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김선기 연구원님의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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