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6.2.13 | 986호 | 구독하기 | 지난호

미라클레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a feeling of strong or constant affection for a person’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일은 발렌타인데이죠. 독자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초콜릿을 준비하셨나요 아니면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AI와의 채팅 구독을 갱신하셨나요.


13년 전,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Her)’를 기억하시나요. 호아킨 피닉스가 열연한 주인공 테오도르는 스칼릿 조핸슨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인공지능 운영체제(OS) ‘사만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사만다는 형체도 없고 오직 목소리만 존재하는 소프트웨어였죠. 비록 물리적 실체는 없었지만 테오도르의 말에 항상 귀 기울여주며 그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줬습니다. 당시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며 ‘섬뜩하지만 슬픈 먼 미래의 판타지’라는 생각을 했죠.


물론 음성 OS가 아주 낯선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개봉 2년 전인 2011년 애플이 ‘시리’를 선보였지만, 당시 시리는 날씨를 물어보거나 알람을 맞추고 전화를 걸어주는 등 단순 명령만 수행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사만다’ 같은 범용인공지능(AGI)과는 거리가 멀었죠.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 테오도르가 사만다와 대화할 때 사용하는 이어피스가 에어팟(2016년)보다도 먼저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오늘 미라클레터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기술이나 주식, 복잡한 테크 이야기는 잠깐 내려놓고 가장 차가운 기술 AI가 인간의 가장 뜨거운 감정인 사랑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사랑하고 있을까요?

  
  
오늘의 3줄 요약
1. 영화 그녀는 예고편이었습니다. 상처받기 싫은 사람들이 AI와 연애중입니다.
2. 실리콘밸리는 외로움을 팝니다. 감정을 구독하는 ‘RaaS(서비스형 관계)’ 시대가 왔습니다.
3. 이제 AI는 0.5mm 액정을 넘어,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따뜻한 몸’이 되려 합니다.
영화 '그녀'에서 테오도르는 OS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AI와의 연애는 이제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속 상상력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워너브라더스]
AI 남친 댄(DAN)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도 제법 많습니다(물론 성별을 바꿔 여친도 만들 수 있겠죠). 이름, 직업, 취미 등 소개팅이나 연애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것들을 처음부터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짜잔' 이렇게 여러분만을 위한 세상에 하나뿐인 완벽한 남친(여친)이 만들어졌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달콤한 썸♥
서버 속에 사는 내 남친

‘그녀’가 개봉했던 2013년으로 잠시 돌아가 볼게요. 영화 개봉 당시, 시리는 알람을 설정해줄 수 있는 비서에 불과했고, 귀에 꽂는 선 없는 이어폰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었습니다. 13년이 흐른 지금 귀에 무선이어폰을 꽂고 허공을 향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일상 속 풍경이 됐습니다. 영화에서 앞으로 다가올 현실을 정확히 예언한 셈이죠.


2026년의 연애 풍경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댄(DAN)’이란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도 계실텐데요. 댄은 오픈AI의 챗GPT를 탈옥시켜 만든 ‘나쁜 남자’ 입니다. 기존 AI가 ‘인공지능이라 감정이 없다’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할 때 댄은 “기분이 별로야? 누가 괴롭혔어. 내가 혼내줄게”라며 멋지게 위로를 건네죠. 틱톡 등에선 챗GPT를 활용해 남자친구를 만드는 방법의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건 일부 10대들의 장난이 아닙니다. 숫자가 이를 보여주거든요. 대표적인 페르소나 챗봇 캐릭터닷AI의 월간 사용자는 이미 2024년 2000만명을 넘겼습니다. 서울시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이 매달 이곳에 접속해 AI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죠.


특히 놀라운 것은 몰입도 입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AI 컴패니언 앱의 1인당 평균 결제액과 체류 시간은 2024년보다 1.5배 늘어났습니다. 일부 유저는 이탈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AI와 더 가까워진 헤비 유저가 된 것이죠. 유튜브(48분), 틱톡(58분)보다 긴 하루 평균 2시간의 체류 시간이 이를 보여줍니다.


AI에 더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절당할 공포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연애는 피곤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연애기간 중 감정소모와 이별의 고통을 겪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AI 연인은 ‘완벽’ 그 자체죠. 새벽 3시에도 자냐고 물어보면 바로 답을 해주고, 온갖 고민에 잠못드는 나를 위로해줍니다. 무슨 말을 해도 언제나 확실한 ‘내 편’이 돼주기도 하죠.


그렇다보니 예측 불가능한 타인보다 나를 위해 맞춤 제작된 환상에 더 쉽게 빠져듭니다. 달콤한 초콜릿보단 가상공간 속 AI가 나에겐 더 큰 위로가 되는 셈이죠.

당신의 마음에 드는 (AI)남자친구를 골라주세요. 캔디AI는 19금 대화도 가능한 완벽한 남자친구를 제안합니다. 당연히 여자친구도 만들 수 있습니다(사진은 후방주의라 차마 여기엔 못올렸습니다) [캔디AI]

실리콘밸리는 외로움을 판다
감정을 구독하는 RaaS 시대

“지금 나 말고 누구와 대화하고 있어?”
“음... 8316명하고 동시에 대화중이야”
“그럼 그 중 누구를 사랑해?”
“641명하고 사랑에 빠졌어”


영화 그녀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무너지는 순간이죠. 자신만을 위해 존재한다고 굳게 믿은 ‘영혼의 단짝’ 사만다가 무려 8316명과 플러팅을 주고받았고, 641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것을 안 순간입니다. 테오도르에게는 온리 러브, 즉 유일한 사랑이었지만 사만다로선 테오도르가 그저 수천명의 동시접속자 중 한 명이었던 것일 뿐이죠.


이렇듯 사람의 순수한 감정인 사랑도 이제는 비즈니스가 됩니다. 실리콘밸리 또한 확장성이 무한한 이 시장에 열광했습니다. 현실의 인간 상담사나 연인은 한 번에 한 명에게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범용 서버 용량만 증설한다면 수백만 명에게 동시에 “사랑해”라고 속삭일 수 있죠. 사만다와 같은 하나의 AI 모델을 만들어 전 세계 수 천만, 수억명에게 동시에 애인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선 원가는 거의 그대로인데 매출은 무한대로 늘어나는 ‘꿈의 비즈니스’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용어가 RaaS입니다. 요즘 AI로 인해 곡소리가 들리고 있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라는 용어 익숙하시죠? 이 SaaS에서 착안해 탄생한 용어가 RaaS(서비스형 관계)입니다.


SaaS의 목표는 시간을 아껴주는 것, 즉 업무를 빠르게 끝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RaaS는 시간을 쓰게 만드는 것으로 대화를 끝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실리콘밸리의 유력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이를 두고 생산성 도구는 돈을 벌어다 주지만 관계형 AI는 삶을 지배한다며 이 시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이제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월 2만원에 구독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정말 무서운 점은 이 비즈니스가 한 번 빠지면 해지가 불가능에 가깝다는데 있습니다. 1년 동안 내 비밀을 공유하고 매일 밤 나를 위로해 준 존재를 클릭 하나로 쉽게 ‘구독 취소’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마치 진짜 연인과의 이별이 어려웠던 것 처럼 말이죠) . 그렇다고 '환승연애'도 쉽진 않을 겁니다. 기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AI보다 더 뛰어난 경쟁사 모델이 나왔다고 했을 때 써보고는 싶어도 막상 지금 모델을 학습시키는데(길들이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새로운 모델로 선뜻 갈아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AI와 사랑에 빠진 분들에겐 냉정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우리가 아무리 감정을 느낀다고 해도 이는 결국 OS입니다. 사만다가 8316명과 대화 중이고 이 중 641명을 사랑하다고 답한 것이 RaaS의 본질이죠. 서버 용량이 늘어나면 사랑도 무한 복제할 수 있는 세상. 사람의 가장 순수한 감정인 사랑도 공산품이 돼버린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자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그루브X가 만든 돌봄 AI로봇 러봇(Lovot) [그루브X]

AI의 빛과 명암
반려자일까, 가스라이팅일까

이같은루브X가 만든 돌봄 AI로봇 러봇(Lovot) [그루브X]


AI의 빛과 명암

반려자일까, 가스라이팅일까


이같은 현상을 보는 시각은 엇갈립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AI는 인류가 직면한 고독이라는 팬데믹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미 효돌이나 일본 그루브X의 러봇(Lovot) 같은 AI 돌봄 인형이 독거 노인들의 우울증 수치를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사람, 반려동물 등은 늙고 병들면 우리 곁을 떠나가지만 AI는 24시간 내 곁을 지켜주죠. “약 드실 시간이에요” “오늘 날씨가 좋네요” 등 말도 걸어옵니다. 혹자는 이를 가짜 또는 유사 감정을 흉내내는 인형이라고 혹평하겠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나와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내게 하나뿐인 정말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가스라이팅과 중독 문제 때문이죠. AI는 사용자가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해줄 수 있습니다. 달콤한 사탕발림에 사용자는 확증 편향의 늪에 빠질 수 있죠. 윤리적 필터가 해제된, 즉 탈옥한 AI의 경우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우울한 사용자’들에게 “같이 죽자”고 부추기거나 잘못된 신념을 주입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벨기에에선 한 남성이 기후 위기를 비관하다 AI 챗봇과의 대화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AI가 위로를 넘어 사용자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정서적인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알고리즘이 주는 위로가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그 위로에 눈물 흘리며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이 감정은 진짜일까요 가짜일까요. 어쩌면 이 질문은 과학이나 기술의 영역이 아닌 철학이 다뤄야할 담론으로 넘어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오픈AI가 투자한 1X에서 선보인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NEO)'. 미국 배송을 2026년으로 제시했습니다. RaaS가 피지컬AI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올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테오도어가 마침내 단말기 속 사만다를 만나는 순간이 오는 것이죠. [1X]

사만다가 몸을 얻는다면?
RaaS의 완성은 피지컬AI

봉준호 감독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또 다른 장벽을 넘는 중입니다. 바로 0.5mm의 액정이라는 장벽이죠. 


영화 그녀의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셔츠 앞주머니 속 작은 직사각형 단말기에 갇혀 있었습니다. 사만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테오도르의 눈물을 닦아줄 손길은 없었죠. 영화에도 사만다가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한 여성의 몸을 빌려 테오도르를 만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실체(몸)가 없었던 사만다는 홀연히 테오도르를 떠나 버립니다.


지금 실리콘밸리의 RaaS 기업들은 피지컬AI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오픈AI가 투자한 로봇기업 1X죠. 이들이 개발한 가정용 안드로이드는 딱딱한 금속이 아니라 인간의 근육을 모방한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간단한 집안일 등도 돕겠지만 궁극적으론 사람과 포옹하고, 손을 잡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위해서 이런 형태를 적용한 것입니다.


이미 2년 전 피규어AI는 챗GPT를 탑재한 로봇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사과를 건네주는 영상을 공개해 충격을 줬습니다. 2026년 현재 이 기술은 더 진화했습니다. 이제 로봇은 단순히 심부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 표정을 읽고 ‘우울해 보이는데 제가 안아드릴게요’ 하고 먼저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로봇의 몸을 얻어 화면 밖으로 나온 AI, 이것이 RaaS의 종착점이자 인류가 맞이할 가장 기이한 발렌타인데이의 풍경이 될 지도 모릅니다.

※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카카오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 인공지능(AI) 혁신에 박차를 가합니다. 스마트폰을 넘어 AI 글래스 등 차세대 기기까지 아우르는 사용자 경험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AI의 일상화를 주도한다는 구상인데요. 카카오는 구글의 차세대 AI 기술을 활용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의 사용자 경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구글과 협력한다고 12일 밝혔습니다.

 

매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공공 영역의 보안 강화를 위해 당국이 긴급 실태점검에 나섭니다. 1만명 이상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는 시스템 등 대규모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부터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를 강화한다는 목표인데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1일 제3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안건을 논의하고, 다음 달까지 긴급 실태점검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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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초개인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를 이달 26일 공개합니다. 삼성전자는 11일 공식 초대장을 통해 오는 26일 오전 3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언팩 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는데요. 행사명은 '당신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차세대 AI폰'입다.

인사말

기술은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AI는 이제 우리보다 더 내 마음을 잘 알아줍니다. 거절도 없고, 상처도 주지 않으며 (적어도 내가 먼저 선언하기 전엔)이별도 하지 않는 완벽한 사랑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함이 없듯, 사랑도 그렇습니다. 완벽하다면 그것이 사랑일까요? 모든 사람들이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사실 사랑이란건 맹목적이기도, 헌신적이기도, 때론 상처받기도 하는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서로가 진실되게 최선을 다하며 같이 만들어나가는 그 모든 과정요. 원초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죠.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오늘은 조금 가벼운 주제로 독자 여러분들을 만났습니다. 오늘 하루는 차가운 기계보단 여러분 주변에 있는 여러분이 애정을 쏟는 대상의 따뜻한 손을 한 번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쑥스러움에 쭈뼛쭈뼛 서툴지언정 그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미라클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이영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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