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들어는 봤니? 이란 유튜브 채널 #Abza

  1. 내 어머니가 추천하는 이란 유튜브 #Abza
  2. 2023 이스라엘-하마스, one more again!
😎 오늘은 니르파(Niloufer)의 두 번째 생일입니다.


  두 번째 생일, 그렇습니다. 니흐라가 세상에 태어난지 막 두 해가 지났습니다.


  엄마 자흐라(Zahra)는 캐노피 - 네 면 중 두 면만 천이 둘려져 있으며 지붕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뚫려 있습니다. 아직 겨울이 오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만큼 이것은, 최소한의 바람만을 막아줄 뿐입니다. 그럼에도 세 식구의 정든 보금자리인 - 천막 한 켠에 놓인 비닐 봉투에서 보라색 야구 모자를 꺼내 니르파의 머리에 씌워줍니다.


  오늘은 특별한 외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니르파의 생일 케익을 사기 위해 읍내로 나갑니다. 자흐라는 이제 9개월 쯤 지났을 동생 아바(Ava)를 품에 안았고, 니르파는 엄마의 뒤를 졸랑졸랑 쫓아갑니다.

세 식구가 처음부터 노마드 생활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아빠와 고모, 사촌까지 총 여섯 식구가 ‘집 다운 집’에 함께 살았습니다. 염소와 양도 어림 잡아 50여 마리를 키웠습니다. 부유한 건 아니지만 몸을 안전하게 뉘일 곳이 있었고 먹을 거리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엄마와 고모의 사이가 많이 안 좋았습니다. 바닥에 나뒹굴며 싸우길 여러 차례, 결국 자흐라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노마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흐라 홀로 캐노피 천막을 세우고, 돌을 모아 작은 창고를 만들었으며, 비록 단칸방이지만 직접 벽돌을 쌓아 집도 짓습니다. 아빠도 함께 집을 나와 노마드 생활을 시작했지만, 아빠의 직업이 정확히 무엇인진 모르겠습니다. 자주 군에 갔고(혹은, 군인이라 종종 휴가를 나왔고) 가끔은 읍내에서 하루짜리 일도 합니다. 니르파와 아바를 위해 옷이며 장난감도 곧잘 사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두 번째 아내를 데려왔습니다. 자흐라는 이를 견딜 수 없었고 부부싸움 끝에 그 ‘캐노피 천막’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나와 버렸습니다. 야산의 버려진 움막이나 들판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노숙을 합니다. 농장에 가 농작물을 추수키도 하고, 읍내 대저택에서 빨래도 합니다. 아이들을 씻기기 위해 성전의 복지센터에 방문하거나, 산에서 직접 물을 길어도 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순 없습니다. 


  자흐라는 경찰을 대동해 캐노피 천막으로 갔고, 남편이 체포 당했습니다. 남편의 죄명이 무엇인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더이상은 등장하지 않으며, 자흐라는 니르파와 아바를 홀로 키웁니다. 집도 계속 혼자 짓습니다. 고모와 함께 살던 집에서 끌고 왔던 동키 한 마리가 잠시 사라졌는데요. 온 산을 뒤진 끝에 겨우 찾아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점점 해가 짧아집니다. 바람도 거칠어지지만 다행히 벽돌집은, 지붕만 얹으면 끝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니르파의 두 번째 생일입니다. 자흐라는 읍내 베이커리에서 케익과 풍선, 장식용품 등을 샀습니다. 아직은 번듯한 형태를 갖추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캐노피보단 그럴싸한 벽돌집 안에서 생일파티를 합니다. 이란 스타일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자흐라는 니르파와 아바를 정말 사랑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내내 이들을 껴안고 뽀뽀를 합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자식입니다.

그래서인지 니르파의 얼굴엔 구김살이 없습니다. 집도 없고, 무엇보다 읍내로 외출할 때가 아니고선 거의 맨발로 다닙니다. 도시에서 자라난 이들이라면 단 한 발짝도 못 딛을 자갈밭을 태어날 때부터 그러했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걷습니다. 니르파의 발이 클로즈업이 될 때면 자그마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발바닥만 두터워진 게 못내 마음이 아픕니다. 그럼에도 니르파는 고통스러워하는 게 아니라 늘 해맑게 웃습니다. 


  다만 한 가지, 친구가 없습니다. ‘집 다운 집’에 살 땐 사촌이 있었지만 노마딕 생활을 한 이래로 니르파 곁에는 자흐라와 아바, 카메라맨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니르파는 외롭지 않습니다. 니르파는 동생을 정말 아끼고 사랑합니다. 노래를 꽤 자주 불러줍니다. 말동무도 되어 주구요. 어설프게나마 보행기를 직접 끌기도 합니다. 먹을 게 있으면 항상 ‘아바’를 부르고, 자흐라가 아바에게 음식을 먹여줄 땐 흐뭇한 미소마저 짓습니다.


  무엇보다 니르파에겐 전 세계에, 이모라 해야 할까요? 1.8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습니다.


  국적과 사용하는 언어도 실로 다양합니다. 이란은 물론 아랍 국가들, 튀르키예, 힌디 인도, 구자라트어를 사용하는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베트남, 대만, 한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영국, 스위스, 독일, 러시아, 그리스, 이탈리아 등등… 오대양육대주를 넘나 드는 무수의 이모・삼촌들이 날마다 하트 이모지를 날리며 니르파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기를 기다립니다.


  니르파는 참 사랑 받는 아이입니다.

이것은 이란 노마딕 유투브 채널 #Abza 의 기본 줄거리입니다.


  지난 6월 2일 처음 생성된 이래로 4개월 동안 97개의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그러나 97개에 담긴 각각의 에피소드는 #Abza 만의 특수한 사건인 건 아닙니다.


  유튜브에 ‘Iran Nomadic Life’를 검색하면 24~5개의 채널이 확인됩니다.

  • 유목 마을에 3대가 함께 살거나
  • 엄마・아빠 그리고 2~4명의 자녀로 이뤄져 있거나,
  • #Abza 처럼 엄마 혹은 아빠가 홀로 아이를 키웁니다.


  가장 많은 건 대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유목민들의 ‘보통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컨셉인데요. 영상엔 ‘구체적인 정보’가 게시되진 않지만 이란에서 페르시아-아제르바이잔-쿠르드 다음으로 네 번째로 많은 민족인 ‘루르인’으로 추정됩니다. 큰 틀에선 루르인도 이란계 민족이며 이들은 과거부터 현재에도 유목 생활을 이어갑니다. 정주하지 않는 삶과 사람들, 그래서인지 독립된 민족국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습니다.


  이들의 주요 근거지는 이란과 이라크 경계에 놓인 자그로스 산맥입니다. 튀르키예 동남부부터 페르시아만까지 1,500km에 걸쳐 길게 뻗어 있으며 가장 높은 산은 해발고도가 4,000km가 넘습니다. 중동의 로키 산맥같달까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루르인들이 정주하지 않고 텐트를 치며 유목 생활을 하는 것도 이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집을 짓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집이 아니라 벽과 지붕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시대가 바뀌어 유목을 하는 비율이 줄어듭니다.


  이런 변화 때문인지 영상의 대체적인 줄거리는 ‘집을 짓는 가족’입니다. 물론 텐트에서의 생활도 볼거리로 등장하지만 일단 집을 짓습니다. 가족의 규모가 클수록 집도 꽤 번듯하고 그럴싸합니다. 여성들은 빵을 굽고, 아이들은 학교에 갑니다. 양을 치고 농작물을 추수하고 식료품 가게에서 장도 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휴대폰도 있습니다. 장난감에선 ‘징글벨’ 음악도 나옵니다.


  현대적 나아가 서구적 삶을 받아들이는 걸 거부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건 무슬림인데도 기도를 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 간혹 규모가 작은 성전이 등장하지만 기도가 아니라 아이들을 씻기러 가기 위해서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고 느껴질 만큼 종교에 관한 에피소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오직 시야가 탁 트인 자그로스 산맥과 그 안에서 한때는 유목민, 지금은 현대적 삶을 따라가려는 이란인들이 등장할 뿐입니다.

이들의 영상이 놀라운 건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외부인들이 만든 영상, 이를 테면 저도 즐겨 봤습니다만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 같은 프로그램은 ‘유목’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도시인들에겐 낯설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이란 노마딕 영상엔 별별 게 다 나옵니다. 특히 남편이 아내를 때리기도 하고, 그러나 여성이 남성에게 삽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여성과 여성이 우격다짐을 벌이기도 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연출인지 헷갈리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Abza 채널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여타 이란 노마딕 채널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집을 짓고 빵을 굽고 자녀가 아프면 병원에 간다든지… 거듭, 에피소드가 색다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회수의 달달함이란! #Abza 채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건 남편이 두 번째 아내를 데려오자 부부싸움을 한 후 자흐라가 두 아이를 데리고 노숙 생활을 할 때부터였습니다. LINK


  아! ‘싸움’ 에피소드도 #Abza 만의 고유한 내용은 아니지만 흥미롭게도 대가족 채널에선 이런 싸움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가족 채널은 뭐랄까, “이게 바로 현대적 루르인의 삶이야”라는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구독자 30만 명을 자랑하는, 가장 ‘성공한’ 채널인 Doora가 대표적입니다. 2022년 1월 1일에 오픈한 Doora 는 이란 노마딕 채널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란과 가까운 루르인들의 삶’, ‘할머니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를 컨셉으로 하며 커뮤니티 활동도 상당히 활발하게 이어갑니다. 


  그리고 Doora 의 성공에 감화를 받아서였을까요? 이로부터 1년 뒤인 2023년 초부터 이란 노마딕 채널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아직은 구독자가 십만 단위로 커진 채널의 수는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란’ ‘노마드’ 라는 두 개의 해시태그만으로 영상 하나 당 기본 만 단위의 조회수를 뽑아냅니다. #Abza 채널도 조회수가 가장 높은 건 79만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조회수의 의미!


  국가마다 유튜브 수익 기준은 다르지만

  • 조회수당 2원, 평균 조회수 2만 명이라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 회당 4만 원, 영상을 매일 업로드할 시 한 달에 120만 원입니다.


  한국에선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지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23년 2월에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20만 원도 안 된답니다. 게다가 경제제재 등의 여파로 2022년 인플레이션이 51.3%로 추정됩니다.


  또한 하루 3달러(5천 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이란인이 최근 몇 년 간 두 배 증가해 31%를 나타냈으며, 노동자 계층 가정의 가계 지출은 지난 10년 동안 15%나 감소했습니다. 공식 실업률은.9.8%지만 실질 실업률은 20%가 넘습니다.


  지난 해 9월 이란에서 벌어진 시위도 히랍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22세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에서 시작됐지만 10년 간 경제제재가 장기화되고 코로나 팬데믹마저 겹치며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규모기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즉, 잘 만든 유튜브 하나로 최소 6명 가구의 생계가 해결됩니다. 충분히 해볼만하고, 또 해야만겠죠.

그래서 더 헷갈립니다.


  지금 내가 보는 저 싸움이 진짜인지 연출인지 말이죠. 중국의 산골소녀 유튜브처럼 소속사에 고용된 배우라 한다면 조금은 상심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개가 넘는 이란 노마딕 채널을 하나하나 돌려보며 도대체 누구에 의해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질 조사해 봤는데요.


  그 과정에서 놀라운 걸 발견합니다. 자신들이 ‘이란의 유명한 배우’라 밝힌 유튜브 채널이 있었습니다. LINK

이들은, 영상이 시작할 때마다 아빠 하산, 엄마 졸리카, 그리고 세 아이 아르만, 아스나, 아후라로 이뤄진 다섯 가족임을 상당히 경쾌한 이란 음악을 배경으로 알려줍니다.(심지어 생년월일까지!)


  초기엔 유목민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통음악을 연주하고, 전통결혼식을 올립니다. 산들강을 떠도는 ‘일반적’ 유목민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줍니다.


  그러다 점차 이 가족의 에피소드가 늘어납니다. 동굴이나 텐트에서 잠을 잤지만 이들도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성인 남성이 있고, 이들은 처은부터 ‘다른 유목민’들과 함께 어울렸기에 장정 4~5명이 투입돼 딱 봐도 집 같은 집이 금방 완성됐습니다. 덕분에 ‘맨손’으로 집을 짓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큰 아이는 학교를 다니는데요. 돌아오자마자 양탄자에 엎드려 숙제를 합니다.


  배우라 하니 배우인가보다 하지만, 솔직히 이들이 말하는 ‘배우’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배우의 사전적 정의는 각본 있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직업인일 텐데요. 이들 영상을 보고 있으면, 한때 배우였던 이들이 노마딕 라이프를 살아가며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더 맞겠죠.


  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돈 주고 찍으래도 매일 이렇게는 못 살 것 것 같습니다. 집에 앉아 ‘자수’를 뜨는 것도, 잘 가꿔진 정원에서 꽃을 따는 것도 아닙니다. 발을 잘 못 헛디디면 몇 바퀴나 굴러야 하는 돌산을 실제로 이동하고, 강을 건넙니다. 집을 지을 때 필요한 벽돌을 포크레인이 대신 날라주는 것도 아니며 곡괭이로 돌을 부수는 것도 본인이 직접 해야 합니다.


  즉, 노동의 강도가 차원을 달리합니다. 이들의 정체가 뭐냐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란 노마딕 유뷰트 기행이지만 연출인지 여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해집니다. 목적이 무엇이라 한들 그들이 영상으로 보여주는 모든 모습이 “현재 이란인들의 삶”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니까요.

새로운 발견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유튜브를 관리하는 에이전시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계정의 국적을 관리하는 에이전시입니다. 이란 노마딕 유뷰트 채널은 모두 ‘다른 나라’ 이름으로 개설되어 있습니다. 가장 많은 건 영국이구요. 독일이나 스위스, 미국도 있습니다. 촬영은 이란에서 하지만 해외에 위치한 에이전시에서 업로드한 후 전 세계로 전파됩니다.

  또한 유튜브 수익을 관리하는 에이전시도 있는데요.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페르시아어를 구글 크롬으로 자동 번역)

  • YouTube 수입 창출 분야에서 활동하고 YouTube 채널에서 이란으로 통화를 이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 이란 최초로 귀하의 금액을 리알, 달러(현금) 또는 디지털 통화로 결제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
  • MCN 기업의 활동이 구글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합법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즉, 이란 노마딕 유튜브 채널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통로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경제제재의 제약 사항을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에이전시마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채널이 그런 건 아니지만 하나의 그룹이 몇몇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단서도 발견했으며, 또 어떤 채널들은 지난 해 9월부터 시작된 이란 시위 관련 영상을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는 채널이나 역사 팟캐스트 채널을 팔로잉키도 합니다.


  이들의 정체를 의심하고 확인하는 과정, 무엇보다 저널은 팩트체크가 기본이기도 합니다만 이란의 보통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이렇듯 다각도로 알게 되니,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이하 중략)

이런 생각도 듭니다.

  설령 고용된 배우들로 만들어진 영상이라 할지라도 무엇을 보여주고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건 감독의 역할인데요. 사실 #Abza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고정관념처럼 알고 있는 일반적 중동-무슬림 여성의 삶과 달라 계속해서 놀랍니다.

  남편이 두 번째 아내를 데려오자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간다든지, 경찰을 데려와 남편을 구금시킨다든지, 무엇보다 홀로 집을 짓습니다. 거듭 이것이 기획에 불과할 지라도 감독이 보여주기로 선택한 건 독립적이고 강인한 이란 여성니다.

  영상에서 전율이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가장 가부장적이라고 알려진 무슬림 문화권에서 태어난 젊은 여성이 어린 두 아이를 홀로 키우며 집까지 짓는다는 스토리만큼 소름 돋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어디에 있을까요?

  게다가 이처럼, 자기만의 생을 일궈나가는 여성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을까요? 저도 모르게 자흐라와 그의 두 아이, 니르파와 아바의 삶을 열렬히 응원하게 됩니다. ‘독립적이고 강인한 이란 여성’을 그려 보이는 감독에게도 박수를 칩니다.

  에이, 그래도 기만 당하는 거면 어떡하냐구요? 헐리우드의 슈퍼 여전사 영화에도 돈 주고 보는 시대에, 어디까지가 진짜고 연출인지 따지는 게 거듭 무의미해집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영화 장르로 받아 들여도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마음, 저만이 느낀 건 아닙니다.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전 세계에서 하트 이모지와 응원 댓글이 달리는데요.

  흥미로운 풍경!

  날마다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느낌입니다. 이란에서 만들어진 영상 아래에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국가의 언어로 댓글이 작성됩니다. 종종 국가명 밝히거나 국기 이모지를 덧붙이기도니다. 구글이 자동 번역을 해주니 의사소통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국어로 댓글을 남겼는데요. 성경 속 바벨탑이 무너진 자리에 유튜브 매개 삼아 다시 세워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기분이 참 묘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어머니를 통해 #Abza 를 비롯해 이란 노마딕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한국에 살고 있는 60대 후반 나의 어머니가 이란에서 노마딕한 삶을 헤쳐나가는 20대 여성 자흐라의 삶을 전 세계의 (아마도) 여성들과 함께 시청하고 응원합니다.

  저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지만 이럴 때면 유뷰트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 안 되며, 국가 간 분쟁의 수위가 점차 올라가며 곳곳에서 전운이 깃돕니다. 2022 우크라이나 전쟁, 2023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일상이 파괴되는 참혹한 일들이 참 많지만 그럼에도, 지구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치게 됩니다.

  뭐랄까, 희망이 있어서 희망이 아니라 믿기 때문에 희망이고 그 중심엔 인간에 대한 근원 없는 사랑이 깔려 있지 않나- 그리고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Deep Dive] 들어는 봤니? 이란 유튜브 채널 #Abza

  1. 내 어머니가 추천하는 이란 유튜브 #Abza
  2. 2023 이스라엘-하마스, one more again!
짧게 가겠습니다.

  지난 비밀작전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가 복잡한 이유로 

  • 팔레스타인 파타(PA)와 하마스의 노선 차이
  • 제2세대 테러리스트로 분류되는 하마스의 무장폭력적 특성 
  • 한편, 팔레스타인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중동국가들

  로 설명했습니다. 특히 중동국가들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원하지 않았던 건 시리아든, 요르단이든, 이집트든 그 지역을 모두 자기 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몰아내는 데엔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팔레스타인을 독립시키느냐에 대해선 글쎄가 되어 버리는 거죠. 거듭, 그 땅은 자기들이 가져야 하니까요.

  순니파-시아파 혹은 아랍-이란 국가 간에는 전쟁이 벌어져도 순니파-아랍 국가 내부에선 분쟁이 드물었던 이유도 역설적이게도 이스라엘이라는 공동의 적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네 차례에 걸쳐 중동전쟁이 벌어졌는데 속된 말로 이스라엘이 너무 잘 싸워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의 승전 기록은 두 번이지만 네 번이나 전쟁을 치르며 이스라엘과 함께 살아가는 중동에서의 삶을 아니 받아들일 수 없게 됐습니다.
팔레스타인 독립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난민입니다.

  팔레스타인 독립이 어떤 방식 - 그것이 평화적이든 무력으로서든 - 난민 발생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이를 누가 소화하느냐의 이슈에선 모두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 땅은 갖고 싶지만 사람은 받기 싫은 거죠.

  그래서 1979년 제4차 중동전쟁을 끝으로 주변 중동국가들과 이스라엘과의 불안정한 동거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다만 이란이 핵개발을 시작하면서 세력균형에 변화가 생겼고
  •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논의합니다.
  • 7개월 전인 3월에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도 외교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어디에도 팔레스타인의 공간은 넓지 않습니다. 특히 온건파 파타(PA)보다 무장단체인 하마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애석하게도 땅과 난민이라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됩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하마스를 모두 박멸한다고 가정합시다. 가자 지구는 하마스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는데요. 하마스를 뒤이어 누가, 어떤 권한으로 통제하느냐의 새로운 이슈가 발발합니다.

  공식적 통제 권한은 파타(PA)에게 있겠지만 완전한 박멸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법, 이스라엘은 물론 이집트마저 자국 안보를 빌미로 군을 주둔시키거나 경계 병력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냉정한 얘기지만 밀려오는 난민을 막아야 할 필요도 있겠죠.

  그런데 이게 이스라엘과 이집트에게 이득일까요? 이전까진 이스라엘과 파타스 간의 (내부적) 갈등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이스라엘-이집트 간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전환됩니다.

  때문에 이스라엘이든 이집트든 하마스의 완전한 박멸이 아니라 정치적 항복 선언을 받아내는 게 최고입니다. 혹은, 정치적 휴전이라도 맺어야 하는데요. 이스라엘이든 하마스든, 서로에게 어느 정도로 타격을 줘야 가장 유리한 지점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며 하마스의 전략적 중심부에 타격을 줘야 하구요. 반대로 하마스는 원래부터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민간인 희생자가 많아질수록 그 책임은 이스라엘도 함께 지기 때문에 협상에 유리해집다. 다만 임계점을 넘기지 않을 만큼만 민간인을 희생시켜야 합니다.

  앞으로의 양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팔레스타인 독립은 어렵습니다.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는 건 슬프게도 (하마스가 판단하는 특정 규모만큼) 민간인이 빨리 많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란, 참 비정한 세계입니다.

  #Abza 로 회복된 마음이 이스라엘-하마스의 관계로 다시금 무겁게 내려 앉습니다. 토요일엔 또다르게 비정한 세계 시리아를, 2주 뒤에는 니제르 쿠테타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0월 2주]
  • 들어는 봤니? 이란 유튜브 채널 #Abza LINK
  •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하마스’라 부르는 이유 LINK
[추석맞이 특별작전]
  • 보일러, 이제 누가 고치나? ft. 어느 시골 수녀의 일기 LINK
  • 추석이라는 특별한 총선 시간표 ft. 여의도 문법 LINK
[9월 4주]
  • 다른 나라는 한국을 어떻게 볼까? ft. 캐나다-인도 LINK
😎델타 월딩 접선 일정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산들강으로
탐험을 떠납니다.
🌠블루아워 18th.

“후암~회현~종묘” 메트로폴리스 LINK

  • 2023년 10월 21일(토) 10~15시(KST)
  • 서울역 12번 출구~종묘 세운상가

일반적인 서울 도심 투어가 아닙니다. 6~70년대에 지어져 올해 혹은 몇 년 안에 철거 예정인 아파트들을 돌아봅니다.

  • 70년대부터 시작된 강남 개발의 의미
  • 강북의 한강변 사업(마포~이촌동~옥수)이 미완에 그치게 된 이유
  • 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된 신도시 건설 사업의 맥락이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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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끄고 편하게 몸만 오세요.
외교안보 전문가가 요즘 국제사회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선데이 시소 64th.

문과생을 위한 과학지식 LINK

  • 2023년 10월 22일(일) 20~22시(KST)
  • only 줌

PART1. “스마트폰 카메라
  • by 오주영 그림 그리는 엔지니어
PART2. “개발도 스타일이다
  • by 엄의섭 고뇌하는 개발자
PART3. “본격 우주시대, 위성!
  • by 오나영 글 쓰는 개발자


👉🏾혼자서도 복습 가능한 녹화링크와 후기노트 제공
또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우리만의 지적 여행
🏔 시에라 소사이어티, 무엇을 하나요?
  • 4주에 한 번,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만나
  • 전문가와 함께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눕니다.  

💬 어떤 내용들을 다루나요?
  • 테마 1. 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세계 루트파인딩, 아날로그 책읽기, 하드코어 독서모임 등 외교안보 집중 코스
  • 테마 2. 정책공작소, 미디어 모자이크, 빅테크 느와르, 중산층 모더니티, 지속가능성(교육・노동・환경) 등 한국사회 딥다이브 코스
  • 테마 3. 갈등디자인, The First Zero 글쓰기, 델타 월딩 마법학교, 처음 만나는 영화 등 일 하는 사람으로서의 ‘ 재충전하는 코스

🌈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요?
  •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성찰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갑니다.
  •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 보며 공동체 가치를 회복합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갤갤・🧠별샛별
delta.worlding@gmail.com
우리은행 126-549892-02-001 (후원)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델타 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