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어... ✨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오래간만이에요!

이번 주부터 전해드릴 소스는 디핑의 취향을 담은 여름 영화 4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편으로는, 대만 청춘영화의 원조 격이자 푸르른 여름 영화의 대명사, 계륜미와 진백림의 풋풋했던 시절이 가득 담긴 영화 <남색대문>에 대해 적어볼게요. 게릴라로 구독자님들과 함께 감상했다는 점도 전해드리며! 🎬🌊

(여담: 어제는 광복절이었습니다.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휴일을 즐기고 그 다음 날 보내드리는 것이 디핑의 암묵적인 룰(?)이었는데요. 그런데 항상 연휴를 즐기는 중에서야 그 사실이 기억나고 그렇습니다. 😅 다음부터는 화요일에 찾아갈 경우 전 주에 미리 체크하고 공지할게요! 🙏)



🍟 "무게가 다른" 사랑과 청춘 이야기
님, 혹시...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쉽게도 그런 적은 없지만(슬프게도 좋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어떤 이별을 통해 앞으로는 좋은 사람과는 사랑하지 않을 거야! 라고 어리석게 결심했던 적이 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끝이 없고 답이 없어서 결국에는 그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결과만을 낳는다는... 저 나름대로의 논리적 추론의 결과물이었달까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여운 오류였지 않았나 싶어요. 사랑이란 게 어디, 제 마음대로 되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는 친구인가요. 😇

<남색대문>은 바로 그런, 나의 어릴 적 서툴고 풋풋했던 사랑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사랑인 듯 사랑이 아닌 듯한, 하지만 그 각자에게는 분명히 사랑이었을, 여과없이 부딪히고 나아가는 청춘의 이야기요.
영화 <남색대문> 포스터 /다음영화
<남색대문>을 보기로 결정한 뒤 의외였던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씩 소개할게요.

첫 번째는 그냥저냥 아름다운 환상 속 첫사랑 이야기일줄만 알았던 이 영화가 굉장히 선명한 설정을 가진 퀴어 영화였다는 것. 영화의 주인공 멍커로우(계륜미 분)는 가장 친한 단짝 친구에게 어느 순간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친구가 어떤 수영부 남학생에게 관심을 보이기에, 친구 된 마음으로(가슴 찢어짐 1) 그 남자 장시하오(진백림 분)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되는데요(가슴 찢어짐 2).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장시하오는 당연히도? 친구 뒤에 숨은 묘령의 여자보단 거리낌없이 자신에게 직접 다가온 커로우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지독한 치정 이야기... 가 아니라, 혼란스러울 수 있는 감정들 속에서 세 사람 모두가 자신들 나름대로 누군가와 함께하고 나아가는 방식을 깎고 또 다듬어 나가는. 그런 성장통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영화 <남색대문> 스틸컷 /오드 제공
첫사랑과 성장, 뻔하게 연결되는 두 소재에 정체성을 고민하는 한 소녀를 주축으로 입체성과 진정성을 더함으로써 수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침하지만 솔직한 커로우가 외모를 떠나 정말정말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캐릭터의 내면을 다루는 방식 또한, 영화가 만들어진 연도를 고려할 때 사려깊은 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Outdated할 뻔한 부분들은 이거야말로 영화가 만들어진 연도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연출로 잘 갈무리했습니다.

좋았던 부분이라 조금 길어졌어요. 🤣👍 이어서 두 번째 의외였던 점은, <남색대문>이라는 제목의 뜻이 그저 정말로 '남색 대문'이었다는 것. 중화권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들은 원문 제목 한자의 한국말 독음을 그대로 한국 내 제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상견니>, <치아문단순적소미호> 등과 같이). 저는 그래서 <남색대문>이라는 제목도 무언가 보기완 다른 의미가 있는 한자어의 조합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남색, 대문이라는 걸 영화를 보는 도중 알게 되고 느낌표를 띄웠답니다. 엔딩 즈음의 아주 중요한(!) 대사에서 그대로 따온 것인데, 딱히 큰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그 아련함을 직접 느끼시라고 직접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영어 제목이 Blue Gate Crossing인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잘 번안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오열😭)
영화 <남색대문> 스틸컷 /오드 제공
마지막 셋째,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점. <남색대문>은 2002년에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배우들이 지금까지도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에 익히 익숙한 얼굴인데다, 외모가 그리 늙지 않고 그대로여서(저만 늙나 봅니다..😓) 20년 된 영화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필름영화 특유의 침침한 화질마저도 영화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도구 같기만 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씬이 커로우와 시하오가 종종 만나 대화를 나누던 수영장 장면들이었는데요. 축축하지만 차분한 여름 밤의 분위기가 조금의 저화질과 특히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비하인드를 소개하자면, 촬영장소였던 수영장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두 주연배우가 직접 이 곳을 찾아 추억을 회상하며 야외 상영회를 열었다고도 해요. 영화가 주는 낭만 그 자체가 아니었을지... 🌊✨

여담으로, 2002년 만들어진 영화 치곤 국내 정식 개봉은 굉장히 늦게 했어요. 지난 해 8월이 첫 개봉이었거든요. 그 이유를 디핑답게(!) 님께 꼭 소개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찾지 못했습니다. 대만과의 수교 여부와 같은 대내외적인 이슈, 다양성 영화를 폭넓게 소개하기 어려웠던 당시 영화계의 상황💸 등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가설을 세워봤는데... 정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알고 계신 디핑러라면 저희에게 꼭 알려주시길! 🙏

8월 10일 성황리에 진행했던 디핑🍟의 게릴라 왓챠 파티~
🍟 디핑 SNS를 팔로하고 계시다면 아시겠지만, 지난 주 수요일 깜짝 게릴라 왓챠파티를 열어 <남색대문>을 구독자님분들과 함께 보았습니다. 중간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과의 귀여운 해프닝(?)이 있어 한참 애먹었는데(혹시 구독해서 보고 계신지요? 😇) 그런 제 모습까지 재미있게 관람해주신🤣 구독자님들께 한번 더 감사 인사를 전해요. 앞으로도 종종 SNS를 통해 공지하고 찾아올게요.
이런저런 수다를 잔뜩 떨며 즐겁게 감상했는데, 처음이라 서툴러서 중요한 부분은 캡처를 못 했어요. (보여드리는 캡처는 관객이 많아지기 전 미리 섭외한 나물🌿의 지인 a.k.a. 바람잡이님과의 수다!) 그치만 기억에 남는 채팅이 있는데, 두 주인공이 늦은 밤 수영장에 숨어들어가 서로의 비밀을 하나씩 털어 놓는 장면에서 한 구독자님이 남겨주신 말이에요. "비밀의 무게가 너무 다르다.." 왜냐하면 커로우의 비밀은 꽤 진지한 것이었는데, 시하오의 비밀은 조금은 장난스러웠거든요. 저는 이 말이 <남색대문>이라는 영화 전체를 꿰뚫는다고 느꼈습니다. 비단 그 장면에서 둘이 나눈 비밀만이 아니라... 세 사람이 하고 있는 서투른 사랑, 스스로조차도 헷갈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초입. 그 무게를 대하는 세 사람의 조심스러움이 너무 달랐다는 점에서요.

그치만, 그 누가 그들 중 누군가를 더러 네가 한 건 사실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무게는 모두 달랐지만 분명히 모두는 서툴게 사랑을 하고 있었을 거에요. 우리들이 한 때 그랬듯이요. 그 사실을 세 사람의 눈빛이 설득합니다. 똑바르게 커로우만을 향해서 직진하는 장시하오, 자신의 사랑 탓에 생긴 오해로 끝끝내 친구 커로우를 바라보지 않고 떠나가는 위에이전, 그리고 앞선 두 사람에 자기 자신까지 포함하여 셋 중 그 어느 누구의 눈도 마음도 피하려고 하지 않는 멍커로우. 파티를 하며 "저 눈이 너무 슬퍼요.." "저 눈빛이 정말 많은 걸 말하고 있는데.." "왜 마주볼 수가 없니.." 하며 수 번은 오열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 배우는 모두 이 영화가 데뷔작인 신인이었는데요. 특히 여주인공 계륜미는 감독이 2년 가량을 찾아헤맨 끝에 발견한 얼굴이었다고 해요. 길거리 캐스팅으로 섭외했다는 기적과 같은 후문! 👍 생애 첫 연기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 인물 각자가 하고 있는 '사랑'을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어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연기라기보단 날 것 그대로의 눈빛에 더 가깝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치만 그맘 때 그런 식으로 사랑하던 우리가 실제로 그만치 어색하지 않았던가요.
영화 <남색대문> 스틸컷 /오드 제공
씨네21 제공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두 사람이 아주 긴 시간이 지난 뒤에는 오히려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는데요. (시하오 미안해...! 😭) 실제로도 계륜미와 진백림은 동갑내기로, 이 영화에서 만나 지금까지 20여 년간의 오랜 찐.친 사이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현실과 가상의 이야기를 더욱 헷갈리게 만드는... 그러니까 소위 "끝까지 이 영화의 결말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비하인드였습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여름 영화 특집🌊의 첫 편, <남색대문>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는 최근 <파칭코>, <애프터 양> 등으로 입소문 자자한
감독 코고나다의 영화 <콜럼버스>에 대한 소스로 찾아올게요.
오늘 소스를 읽고 느낀 감상과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디핑🍟과 나눠주세요.
한 줄 짧은 생각이어도, 날카로운 비판이어도... 사소한 제안이어도 모두 환영이에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
더 나은 소스 제조를 위해
소중한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오늘 디핑 소스가 재미있으셨다면:
후원 💰👉 카카오뱅크 3333 10 6515713


디핑(DEEPING) SNS 놀러가기
신선한 소스가 길을 잃지 않도록
deepinsauce@gmail.com을 주소록에 추가해주세요.
디핑(DEEPING)을 만드는 사람들 : 귤🍊과 나물🌿
Copyright © DEEPING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