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이 친구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파스타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음식은 누구와 먹는지가 중요한 만큼 누가 알려주었는지도 중요한 매개체거든요.
언젠가 제가 이 친구에게 고민상담을 할 때가 있었어요. 정확한 고민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름 심각했던 것 같은데!) 그때 친구가 해준 말은 깊게 남아 제 인생 모토가 되었습니다. 원문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Mais c’est plus important que tu sois heureuse.’, ‘그렇지만 네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해’.
당연한 명제를 스스로 되뇔 때와 누군가에게 들었을 때는 그 영향이 다른 법입니다. 멍하니 길을 가다 갑작스레 발을 헛디뎌 잘못 넘어질 뻔할 때처럼, 정신이 확 들게 되죠. (사실 친구가 건넨 조언이 한 가지 더 있었는데요, 그 내용은 차차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뭘 하든 내가 행복해야 했어요. 저 말을 들은 이후로 어떤 선택을 하든 기준이 명확해졌습니다. 올해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이번 연도의 저를 돌아보자니 이래저래 정신없던 순간들만 떠오르는데요, 다행스럽게도 큰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말을 마무리 지을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새해가 되었다고 1월 1일부터 내가 다시 태어나는 일 따위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대체로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는 편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어서요.
한국에서 가끔 정어리 펜넬 파스타를 해 먹을 때마다 친구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해준 말도요. 무형의 행복을 실제의 혀 위에서 감상을 즐길 수 있는 요리로 엮어낼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또렷하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구현해 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만간 다시 펜넬을 구매해야겠어요.
님의 올해는 어땠나요? 님에게 다가올 한 해는 정어리 펜넬 파스타처럼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맛과 기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길 바랄게요. 물론 님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는 당연한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