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여행을 가셨다면 이제 아침잠을 줄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주에 생긴 카페 레이어드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8시에 오픈하기 때문이죠. 오픈 시간이 이르기도 하지만 그중에도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오픈 훨씬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으니 더욱 서둘러야 합니다.

서울에서도 긴 줄을 서야 겨우 먹고, 조금만 늦게 가면 웨이팅이 마감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들어야 하는 이 핫플을 굳이 제주도까지 가서 먹어야 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오히려 서울에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에겐 제주도 여행 시 들릴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주기도 하고, 규모가 서울의 지점들보다는 커서 웨이팅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주점을 가야 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이유! 바로 제주점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두 카페의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내는 장본인인 디렉터 'ryo'가 만든 제주점의 마스코트 '포그리'를 인형으로 만든 굿즈는 벌써부터 제주도 방문 기념품인 양 대표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품목이 되었습니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에서 먹는 영국 느낌 물씬 나는 베이커리들은 서울에서 먹어본 맛과는 괜히 또 다른 느낌이 드는데요. 레이어드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비하면 비교적 웨이팅이 없고 볼거리도 많다고 하니, 일단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 대기를 걸어놓고 천천히 바다도 보고, 공간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웨이팅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미 너무 잘 알려져서 설명하기도 진부하지만, 그래도 서울 근교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입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로도 잘 알려진 뮤지엄 산은 이름 그대로 주변의 산들 사이에 홀로 지어진 성처럼 산의 일부가 되어버린 전시장이자 카페입니다. 벌써 개관 10주년인 이곳은 개관 당시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데이트 장소로,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전시 관람 장소로 손에 꼽히는 장소로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산 한 가운데에 있다 보니 언제 방문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바뀌는 전시와 함께 계절별로 변화하는 수려한 산세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이곳만이 가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지금만큼 춥지도, 덥지도 않으면서 가장 푸르고 울창한 숲을 보기 좋은 시기도 또 없으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뮤지엄 산은 하나의 큰 공원처럼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입구를 지나 조각 정원의 플라워 가든과 워터 가든을 지나 뮤지엄 본관(페이퍼 갤러리와 청조 갤러리)을 지나 명상관과 제임스터렐관까지 천천히 둘러보면 3-4시간이 훌쩍입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추천해도 아쉬움이 없을 장소이지만 지금 꼭 이곳을 가야 하는 특별한 이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오는 7월 30일까지 본관에서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展을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함께 빛과 물, 하늘과 같은 자연을 잘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안도 타다오는 국내에도 꽤 여러 공간의 설계를 맡았습니다. 원주의 뮤지엄 산과 더불어 잘 알려진 제주도의 글라스하우스, 본태 뮤지엄과 유민 미술관같이 대부분의 작품들이 자연과 닿아 있는 곳에 있어 여행이나 목적성 방문으로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대학로 JCC 아트센터, 마곡의 LG아트센터처럼 의외로 서울에서도 그의 건축물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뮤지엄 산에서 진행되는 그의 전시는 ‘공간의 원형’, ‘풍경의 창조’, ‘도시에 대한 도전’, ‘역사와의 대화’의 총 4가지로 나뉘어 그가 설계한 건축과 진행한 프로젝트들, 이에 대한 계획안 등 250점의 대표작을 전시해 그의 건축 세계를 고스란히 전합니다. 뮤지엄 산에 처음 방문하셨다면 본관에서 진행되는 그의 전시와 더불어 상설로 진행되고 있는 제임스 터렐 전시도 함께 꼭 관람하시길 추천드리며 명상관에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운전해서 가지 않으면 교통편이 애매하다는 것이 이곳의 단점이라면 단점인데요. 요즘은 미리 예매하면 시청과 종합운동장에서 오전에 출발해 뮤지엄 마감 시간 즈음 돌아오는 직행 셔틀도 이용할 수 있으니, 시간을 잘 확인하고 예매해 주차나 교통 체증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편히 하루를 이곳에서 충분히 즐겨보세요.  

생등심 살치살 등의 소고기와 함께 곤드레밥과 같은 간단한 식사 메뉴를 겸한 식당 

정원 있는 집이나 별장을 갖는 것이 오랜 시간 아파트, 오피스텔과 같은 곳에서 살아온 이들의 소망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아유 스페이스는 40여 년간 재벌가의 개인 여름 별장이었던 공간으로, 북한강을 앞에 둔 3500평 규모의 공간입니다. 민간에 개방된 이 별장은 일상에서 가질 수 없었던 공간에 대한 일시적인 해소 처가 되어줍니다.

땅집, 지평집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조병수의 디자인과 설계로 이 넓은 공간은 카페, 비스트로, 갤러리, 야외 공연장과 피크닉 가든을 품은 거대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아유 스페이스는 ‘생활의 과학’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아유르베다’ 지혜와 건축, 조경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그중에서도 ‘삶’, ‘일상생활’을 의미하는 아유(Ayu)를 따와 네이밍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유 스페이스는 가족과 함께 방문하여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하게 자연을 곁에 두고 여유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삶의 공간’인 것입니다. 이곳은 자연을 곁에 두기도 했지만, 총 4개의 구간을 물, 흙, 바람, 불로 구분하여 그 자체로도 자연이 되고자 했습니다. 입구이자 ‘바람’으로 상징되는 아유 스페이스의 대표 공간 아유 카페는 건축물을 매개로 하늘과 땅을 맞닿게 하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타원형 모양의 건축물 가운데를 시원하게 뚫어 만든 커다란 중정에는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화강석을 두어 인위적인 건축물 내부에 자연을 들여놓고, 바람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습니다. 사방을 모두 통유리로 둔 내부에선 한쪽으론 한강이 한쪽으론 마당이 보여 넓은 개방감이 느껴집니다. 전체 공간 중 유일하게 한옥의 모습을 한 전시공간 ‘한옥 갤러리’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한 노출 콘크리트 작품 ‘용의 꼬리 담’과 어우러져 ‘흙’의 역할을 다합니다. 과거 실제 별장이었던 공간을 ‘Old meets new’라는 콘셉트로 리모델링해 이번 달 오픈 예정인 비스트로는 북한강을 한눈에 담은 ‘물’의 모습으로, 웅장한 300살 단풍 정자나무를 기점으로 구성되어 있는 1200평의 피크닉 가든은 캠프파이어보다 더 화려하게 불타오를 가을 단풍의 ‘불’을 기다리게 합니다.

입장과 함께 받을 수 있는 아유 스페이스의 지도에는 이곳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을 남기기 좋은 포토 스폿을 표기하여 정원 산책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이 지도에서 눈여겨볼 또 한 가지는 곳곳에 표기된 나무의 위치입니다. 200살 은행나무, 300살 단풍나무, 500살 향나무와 함께 금송(제일 비싼 나무)까지 손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모습이 귀여운데, 실제 산책하며 마주할 수 있는 이 나무들은 그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되려 경건한 마음이 들게 하기까지 합니다. 아유 스페이스를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이곳에서 진행하는 도슨트를 듣는 것입니다. 카페에 웬 도슨트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건축물과 공간에 대한 설명을 디테일하게 듣다 보면 아유 스페이스가 단순히 뷰가 좋은 카페가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예술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돼지 두부 찌개, 강된장 찌개 정식에 생선 구이까지 추가해서 먹을 수 있는 푸짐한 한식 한끼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않는, 모던한 네모 반듯한 면과 자연과 닮은 곡선이 이어진 이 거대한 백색 건축물을 한 번쯤 SNS에서 보신 적 있을 것 같습니다. 내부보다는 주로 건축물 자체의 사진이 많아 이 곳이 카페인지, 맛집인지, 갤러리인지 쉽게 알기도 어려웠는데요. 파주에 간다면 꼭 방문해 보면 좋을 장소,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입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세운 미술관으로, 이들이 출판하는 예술 서적 ‘미메시스’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1,400평의 대지에 설계된 미메시스는 ‘건축의 시인’,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의 설계로 만들어졌습니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이 공간은 외부에서 보면 하나의 몸집 큰 덩어리의 구조물이지만, 내부에서는 직선과 곡선이 곳곳에서 서로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미로 같기도 합니다. 다양한 크기의 여러 개의 전시 공간과 함께 나선형의 계단, 곡선의 벽과 직선의 창 등이 서로 맞닿아 율동감을 만듭니다. 원형의 대형 천장과 여기서 내려오는 빛을 분산시키는 이중 천장, 공간과 공간 사이의 틈을 통해 가급적 인공조명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내리쬐게 하여 새하얀 공간에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담습니다. 자연광이 주 광원이다 보니,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미술관의 조도와 장소에 따라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의 모습도 달라져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이전에, 공간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건축적으로만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을 소개하겠다는 이들의 포부와 같이, 2011년부터 꾸준히 주목할 만한 전시를 선보여온 이들은 현재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개성적인 예술세계를 조명해온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 MIMESIS ARTIST PROJECT》의 여섯 번째 기획전 ｢MIMESIS AP6: SIGN｣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SIGN of the Times와 SIGN of the Society의 두 가지 파트로 나눠진 이번 전시에선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백요섭, 윤석원, 서원미 세 명의 작가가 각자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풀어낸 작품들을 전시합니다. 또, SNS에 전시 후기를 남기는 관람객 중 한 명을 뽑아 윤석원 작가가 직접 당첨자의 초상을 유화로 제작해 전시 후 해당 작품을 제공을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입니다. 내가 작품의 일부가 되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니 이 기회에 도전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출판단지에 왔는데 책 한 권도 보지 않고 떠나는 게 아쉽지 않나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엔 전시 공간 외에도 카페와 북 앤 아트숍이 함께 있습니다. 핫플의 느낌도 물씬 느끼고, 멋진 공간에서 인생 사진도 남기고, 전시도 보고 책까지 구매할 수 있다니 한 공간 안에서 1석 4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전시를 보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그림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전시를 보지 않고도 서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한 뒤 느긋하게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마음에 맞는 방식으로 미메시스를 즐겨보세요.

 

많은 인원도 쾌적하게 먹을 수 있는 넓은 공간과 푸짐한 양을 즐길 수 있는 오리 주물럭 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