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게임 #신간소개 #주말에뭐읽지 #시사인
💌   2022년 2월3일 90호
✏️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제일 못 맞혀 
황두영 지음, 클 펴냄

“그래서 누가 될 거 같아?” 대선을 취재하고 있다는 근황을 밝히면 으레 받는 질문이다. 상황에 따라 응대법이 다르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이에게는 “글쎄, 누가 될 거 같아?”라고 되물어 고견을 청취하고, 그저 호기심에 묻는 사람에게는 “정치부 기자들이 제일 못 맞혀”라는 자학 개그로 넘어간다. 개중에 집요하게 “그럼 내일 당장 선거를 하면 누가 이겨?”라고 다시금 물어보는 정치 고관여층이 있다. ‘정치부 기자는 점쟁이가 아니다 보니, 이재명·윤석열 중 누가 된다고 딱 떨어지게 말은 못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이렇게, 저런 조건에서는 저럴 거 같다. 결국 상황과 조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달렸다’라는 식으로 답한다.


그런 이들에게 내놓을 좋은 답을 발견했다. 정치학을 전공하고 여의도에서 정치 숙련 노동자로 살아온 황두영이 쓴 〈후보 단일화 게임〉이 그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의 역사를 ‘후보 단일화’라는 현상으로 접근했다.


무엇보다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는 미덕이 있다. 그만큼 한국 정치가 걸어온 길이 극적이고 역동적이었다는 뜻이다. 그 시절을 뉴스로만 접했거나 그때 태어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절대 손잡지 않을 것 같은 정치인들이 대선이라는 승자독식 게임에서 어떻게 합종연횡하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2022년 대선의 주요 변수 중 하나도 후보 단일화다. 지금까지 후보 단일화는 주로 후보 개인의 신념, 전략과 같은 캐릭터로 설명되었다. 저자는 후보 단일화를 ‘규칙을 가진 게임’이라고 봤다. A-B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와 클 경우로 나눠 후보 단일화의 역사를 살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전자였다. 서로 자기가 단일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판돈 삼아 ‘올인’ 게임에 참여했다. 거꾸로 지지율 격차가 커도 단일화가 일어난다. 1997년 김대중(DJ)-김종필 후보 단일화가 그랬다. 몸값이 올라간 김종필은 내각제 개헌을 담보로 게임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게임이 끝난 후였다. DJ는 약속을 저버렸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을 들여다보면, 2022년 대선에도 후보 단일화가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후보 단일화가 본질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짚었다.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선호를 온전히 반영하는 데 실패해왔기 때문에, 양당제를 강하게 추동하는 선거제도 아래에서도 후보 단일화는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후보 단일화의 운명은 앞으로 한국의 정당들이 계속 실패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여의도에서 재미와 전략 그리고 의미까지 담은 책은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데, 이 책은 그 어려운 것을 대체로 다 해냈다.

✍🏼  김은지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반다나 시바·카르티케이 시바 지음, 추선영 옮김, 책과함께 펴냄
영악하게도 1%는 환상을 창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1대 99 사회’라는 개념은 2011년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 이후 널리 퍼졌다. 기후위기 때문에 이 구호가 다시 회자된다. 환경 사상가이자 에코 페미니스트 반다나 시바는 오늘날 기후위기의 배후에 인구 상위 1%에 속하는 억만장자들과, 그들을 위해 복무해온 경제체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가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사이 기후위기와 빈곤, 생물다양성의 상실이 야기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1%의 제국에 맞서 99%의 사람들이 싸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가 점령 시위 이후 잊혔던 이 구호가 다시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일단 책을 펴볼 일이다. 책 자세히 보기 >>
케이팝의 역사, 100번의 웨이브
이정수 외 지음, 안온북스 펴냄
훗날 세계인을 들었다 놨다 하게 될 케이팝은 그렇게 태어났다.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방송·음악산업 관계자 등 35명 선정위원이 각각 100곡을 뽑아 몇 차례의 합산 과정을 거쳐 ‘케이팝 100대 명곡’을 추렸다. 음악계 전문가 24명이 각각의 곡에 담긴 음악적·사회적 메시지를 분석했다.
‘기획의 말’에 쓰인 대로 케이팝은 한국 가요 전체를 일컫던 명칭에서 벗어나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하나의 장르로 탈바꿈했다. 왜 각각의 곡이 그 시기에 주목받았고 후대 케이팝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짚었다. 뮤지션과 곡 이름만 들어도 무대 퍼포먼스가 자연스레 떠오른달까. 무엇보다 해당 곡, 그리고 케이팝을 무척 귀하게 여기는 글쓴이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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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씨의 죽음
김영선 지음, 오월의봄 펴냄
경쟁 게임은 노동자를 ‘통치될 만한’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존버씨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그는 일터에서 ‘버티고 또 버텨야 하는’ 모든 노동자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의 존버는 다양한 은어로 변주된다. 간호 노동자의 태움, 방송 노동자의 디졸브, 보험 노동자의 욕 값. 저자는 이 보편의 고통을 두고 “존버씨는 살아가는 삶이 아닌 죽어가는 삶을 견디고 있는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죽어가는 삶’은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 만성피로, 불안증, 공황 같은 증상을 비롯해 일터 장소, 동료 관계, 업무 조건, 평가 방식 등에도 과로 죽음을 추적할 흔적과 증거는 남는다. 실제 산재 판정이 승인·불승인된 사례까지 부록에 붙이며 성실하게 존버씨를 기억하고자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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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라종일 외 지음, 루아크 펴냄
"586 세대는 전 세대와 달리 자신의 기득권을 평화적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까요?"

젊을수록 진보정당을 지지한다는 말도 흘러간 유행가가 되었다. 쉬이 종잡을 수 없는 2030 표심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가 뜨겁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가 청년을 외치는 대선 정국이다. 그런데 청년 정치 담론은 여전히 공허하다. 좋은 질문이 필요한 때다. 정치학, 사회학, 사학 등을 전공한 학자 8명이 모여 청년 정치를 짚어본 책이 반가운 이유다. ‘MZ 세대는 86세대를 넘어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 수 있을까?’ ‘기성 정치구조가 형성한 카르텔을 새로운 세대는 해체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짚었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 자세히 보기 >>
투표는 간단하지만
그에 따라 결정된 운명을
직접 사는 일은 간단치 않다 
〈말과 권력〉(이준웅 지음, 한길사 펴냄)


누군가는 기자 생활의 꽃(?)을 정치팀이라고 하던데, 저는 정치팀에서 보낸 2년9개월 대부분이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더 그랬습니다. 세상에는 '모르면 안 되는 일'이 왜이렇게 많은 걸까요. 직업을 잘못 선택했다고 탓하기엔 제법 멀리온 후였습니다. 국회를 오가며 보낸 시간 동안 저는 '인정받고 싶다'와 '도망가고 싶다'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습니다. 이것보다 '덜' 중요한 걸 쓰고 싶다고 줄줄 울면서요. 저는 제가 쓰는 글과 제 삶이 작고 사소해서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하기를 꿈꿨습니다(그러고보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꿈을 이룬 것 같네요 :>)

그래도 그때 들었던 어떤 말과 어떤 글은 여전히 제게 또렷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를테면 기사에 인용하기도 했던 박상훈 박사의 다음과 같은 말이 그렇습니다. "민주정치에서 정치인은 공공재다.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정치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권력을 다루는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가시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권력을 준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정치인은 말로 국민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박상훈 박사는 정치인의 모호한 말은 '범죄'라고 단언했습니다. 때는 박근혜 정부 초기였고, 다들 아시다시피 그는 침묵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명절 연휴 내내 대선 후보 토론회를 하네 마네, 참 소란스러웠죠. 저는 마침 <킹메이커>를 봤습니다. 두 시간 넘는 상영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싶었던, 잘 만든 오락영화였습니다. 이선균 배우가 맡은 엄창록은 실존인물로 '선거판의 여우' 'DJ의 제갈공명'이라 불리던 인물이었다고 해요. 영화의 여운에 취해 집에 돌아와 벽돌책인 <남산의 부장들>을 오랜만에 뒤적여 보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헛헛함을 지울 수 없었어요. <킹메이커>가 그리는 정치는 권모술수의 다른 이름이고, 인생을 판돈으로 건 게임 같아서요. 저는 정치가 일상에서 멀리 있거나 구경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무엇보다  영화 속 여성 조연들의 '쓸모'가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희호 여사 역을 맡은 배종옥 배우의 존재감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했거든요. 저는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킹메이커가 있다면 이희호 여사라고, 그리고 이희호 여사의 삶이야말로 영화로 만들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의 부고 기사를 쓰기 위해 여러 자료를 훑어보며 여러 번 놀랐던 기억도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연휴 기간 중 봤던 또 다른 영화는 '노조 하는 여자들' 이야기인 <미싱 타는 여자들>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가 다루는 시기가 겹칩니다. 그리고 <미싱 타는 여자들>이야말로 정치가 무엇이어야 하고,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다가올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쥐는지도 중요하겠지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권력이 평범한 우리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의 정신을 기억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관전이 아닌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도요. 그리고 권력을 쥔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복무하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이 저에게도 있음을 있지 않으려 합니다. 2022년 저의 첫 다짐은 그런 것입니다. 
✍🏼 장일호 드림 
환경 문제는 너무 크고,
너무 절박하고, 너무 막막하니까
조금이라도 앞으로 갈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 라쉬 지음, RHK 펴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젠 별로 없죠.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서는 자주 막막해집니다. '행동 구독'은 시사IN과 오늘의행동이 내놓는 작은 대답 중 하나입니다. 지구와 나를 위한 행동을 3월부터 격월로 집 앞까지 배달합니다. 뉴스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행동하고 싶다는 바람, 행동을 만드는 것 역시 뉴스의 역할이라는 믿음으로 아직 지구 상에 없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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