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상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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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강혁진입니다. 

설 연휴는 잘 쉬셨나요? 4일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훌쩍 지나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여러 가지 이슈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제게 충격적이었던 건 프로배구선수들의 학폭 사건이었습니다. 여자배구에서 인지도가 제일 높았던 쌍둥이 선수뿐만 아니라 남자선수들도 학창시절 학폭 가해자로 지목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선수들도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사과를 받지 않았습니다. 십수 년 전 일이지만 피해자들 마음에 한번 생긴 상처는 흉터로 평생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보며 누군가는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있을만한 일이다'라거나 ‘옛날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가 뭐냐'고도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만큼 오래가는 것도 없죠. 성인이 되어서는 상처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뉴스를 접해서인지 저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았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대학 동기들과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그랬던 것처럼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도 별명은 또렷이 기억나는 사이. 하나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연락이 뜸해지긴 했지만, 지금도 서로의 이름은 낯이 간지러워 절대로 부르지 못하는 사이입니다. 

저에게도 별명이 있었습니다. 몇 가지 별명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듣기 싫었던 별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싫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그 별명으로 부르며 즐거워했고,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라고 하면 친구들과의 거리마저 멀어질까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별명으로 부르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 친구에게 그 별명으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년이나 불러온 별명을 부르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그 친구도 조금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알았다'며 ‘기분이 나쁘면 그렇게 부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데면데면하게 이름을 부르며 지낼 수는 없겠지만, 저에게는 다른 별명도 많으니 그 중 하나로 불리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을 압니다. 구태여 이제 와서 나의 상처를 까뒤집어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나의 상처를 치유 받는 결과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더 깊게 패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다들 마음속에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 않나 싶습니다. 굳이 드러내 보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 안에서 완전히 삭히기도 힘든 상처. 그런 상처가 한두 개라면 버틸만합니다. 하지만 상처가 쌓이고 다친 곳을 다시 다치면 아무리 작은 상처라 해도 한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살 수는 없는 법입니다. 상처를 입고 안 아픈척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진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나의 상처를 상대에게 알리고, 상대의 상처를 알아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내 상처의 존재를 상대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죠. 상처 입힌 것에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치유에 도움을 준다면 훨씬 나을 겁니다.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 수밖에요. 올 한해는 상처 없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를, 상처를 받았다면 드러내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처를 감추는 것보다 훨씬 건강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님도 상처가 있다면 더욱 드러내 보시면 어떨까요. 누군가에게 준 상처가 있다면 먼저 보듬어 주시는 것도 좋겠지요. 모쪼록 상처없는 한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상처 없이, 다음 주에 뵐게요.

고맙습니다.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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