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진의 워크로그: 회의록, 어떻게 쓰고 있나요?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회의록을 작성하는 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회의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듣고 흐름을 파악하기도 벅찬데 회의록에 그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야 했으니까요. 회의가 끝난 후에는 내용을 잘 정리해서 모든 참석자에게 공유해야 했고요. 일과 회사에 적응되지 않아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 중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나 표현이 많아도, 모른다고 말하기가 어쩐지 부끄러워서 그냥 넘어갔다가 회의록을 두루뭉술하게 정리한 적도 있습니다.
때문에 저년차일 때는 회의록 담당이라는 역할이 부담스러웠어요. 왜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회의록을 쓰면서 선배들이 어떻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지, 어떤 아이템이 회의에서 통과되는지 등을 배울 수 있었더라고요. 조금 더 연차가 쌓였을 때, 저 역시 회의록은 저년차 동료가 쓰는 게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회의록 작성은 회의 자료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해요. 조직 내 막내가 아니라요. 제발 막내들에게 회의록 작성을 시키지 않으면 좋겠어요." 지난주 월요일 저녁, 뉴그라운드 시즌 멤버들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월요초대석]에서 최유리 님이 이 말을 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유리 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어요. 유리 님의 표현에 따르면 노조란 "대화를 하는 곳"이기에 기본적으로 회의가 많고, 그래서 유리 님은 회의를 잘 이끌 수 있는 자신만의 회의록 작성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조직 또는 개인이 회의록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더라고요. 어떤 문서 툴을 사용하는가부터 누가 회의록을 작성하느냐까지 말이에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멤버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어떤 조직에서는 회의록을 상급자 보고용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듯 했고, 또 다른 조직에서는 검색이 용이한 구글 문서를 활용하여 비슷한 맥락의 업무를 진행할 때 이전 회의 내용을 쉽게 참고 가능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유리 님은 "회의란 일을 배분하거나 일에 대한 상을 동기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의했어요. 그렇다면 회의록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현재 조직에서 벌어지는 사안에 관해 비슷한 수준의 정보 값을 갖게끔 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회의 주제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저년차 직원이 회의록을 작성하거나, 이전의 내용을 검색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회의록을 작성하는 조직의 경우에는 정보가 모든 직원에게 골고루 흐르지 못할 테고요. 결국 회의록을 쓰는 방법은 단지 회의록에 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협업의 방식과 태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동안 '그냥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똑같이 해야지'라고 여겼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작아보이는 일이라도 그 일이 어떤 맥락 위에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이해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저는 동료와 함께 조직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으니, 저와 동료가 선택하고 실행하는 일의 방식들이 곧 '뉴그라운드는 어떻게 협업하는가? 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를 반영하는 것이겠죠.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요?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모른 채 무심코 하는 일이 있진 않은지, 만약 있다면 어떻게 바꿔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