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하는 만큼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다면
저는 요즘 바쁘지만 슴슴하고,
조금은 헛헛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어서
어떤 레터를 쓸지 고민하다가
최근 일기로 운을 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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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20
하루가 슴슴하게 바쁘다. 그래도 처음처럼 긴장하는 횟수가 줄었고, 이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근데 나는 생각할 여력만 있으면 이 길이 맞는지, 이걸 진짜 바라는 게 맞는지 수십번 되묻는다. 뭐든 적응할 때는 확 불안하니까 모든 걸 알 때까지 심신을 갈아넣고, 고생해서 겨우 적응하면 열심히 걸어왔던 모든 길을 의심한다.
틈만 나면 칭찬도 아니고 의심부터 하는 걸 보니 내 문제다. 조금의 불편함도 없는 완벽한 일, 완벽한 행복, 완벽한 사람, 완벽한 관계가 허상이라는 걸 알면서 자꾸 현재를 무시하고 더 나은 허상을 열망한다. 마음에 안 드는 것만 꼭 집어서 성실히 불행을 만들고 있다.
만족을 모르는 욕심쟁의 이면은 안전 장치가 많아야 숨쉴 수 있다고 난리치는 겁쟁이 같다. 세상도 사람도 믿지를 못해서 안전장치 수십겹이 없으면 죽었다고 생각하고, 씩씩하게 나가질 못하는 거다.
못미더운 곳에 기대느니, 혼자서 완벽하고 뾰족하게 완성하겠다고 다짐하는 거다. 그렇게 스스로만을 팽창시키다가, 역시 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서 자꾸 고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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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쓰럽다. 겨우 일기인데, 뭘 또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후벼파는지. 글자 속에서만 반짝 내 문제를 찾으면 뭐가 그렇게 또 후련한 건지.
얘는 가만 있어도 계속 고통받는구나. 상황이 나아져도 비슷한 양의 불안을 끌어온다. 지금의 나는 걱정 없이 평안한 상황을 잘 못견디는 것 같다. 살면서 온 마음으로 편안해도 되었던 적이 별로 없었나보다.
괴로워야 안심이 된다니. 참 이상하고 가여운 애다. 일단 눕혀서 만화책 보여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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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오래 쓰다보면
자기 분석이나 다짐만 늘어놓게 되는데,
때로는 이것이 무척 지겹습니다.
그럴 땐 갑자기 시점을 바꿔서
남처럼 일기를 이어가곤 해요.
그러다보면 알게 됩니다.
분석과 다짐을 반복하는 사람의 일기가
참 가엾다는 것을요.
막상 남처럼 읽고 보면
이 사람은 참 열심히인데
그걸 모르고 채찍질만 하네, 싶습니다.
글로는 똑똑한 척 하지만
사실 헛똑똑이고,
말씨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언행이 거친 사람 만큼이나
마음이 가혹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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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온 마음으로
가혹하게 살다가도
누군가의 따뜻한 지지를 받은 날에는
그 날의 일기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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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9. 27
엄청 바쁘고 슴슴하다. 집안일을 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랑을 한다.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그냥저냥 드라마를 보고 필라테스를 하고, 청소를 하고 샤워하고... 아침에 일어나 이야기를 하고. 일정을 체크해가며 정신 없이 보낸다. 할 일이 많고 슴슴한 하루를 보낸다.
차곡 차곡, 일상을 보낸다.
이 하루가 당연하지 않음을 쉽게 잊는다. 할 일이 많아도 마음 한 켠이 헛헛하고 슴슴한 건, 내가 많은 걸 배우고 체득하고 경험했다는 증거다. 불안해서 뭘로든 아등바등 채운 것이 이제는 잘 쌓여서 빛을 발해서, 슴슴하고 지루해진 거야.
그러니까 내 나날은 짱이다. 빛나고 슴슴한 하루들이다. 알아서 그냥 이루어지지 않은, 거저 얻지 않은 하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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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삶 어딘가에서
따스함 한조각을 만난 날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성큼 다가옵니다.
숨을 쉬거나
오늘 하루 눈을 뜨는 일,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일 조차
당연치 않다는 사실이
새삼 훅 끼쳐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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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있던 세상에
타인의 다정이 흘러온 것만으로,
그 작은 연결감 하나로
지겨운 삶이 문득 달리 보일 만큼
저는 제법 타인의존적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와 같지는 않겠지만
이 글을 쓰다보니 님에게도
삶이 달리 보이는 순간이 있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다그치는 일기를 쓰곤 하는데,
독자님은 어떤 일기를
쓰고 계신지도 궁금했어요.
혹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우편함에 글을 넣어주세요.
솔직하고 멋진 이야기를 적어주시면
참을 수 없이 뻐렁치는 마음으로,
오두막 레터 독자님들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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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주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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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레터를 읽으며 참 많이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었어요. 짧지 않은 개인사로 운을 띄워보려고 합니다.
저는 성실한 부모님 아래에서 면접을 봐야 들어갈 수 있는 유명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름만 말해도 아는 간판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렇게 살다가는 나를 소진시키며 살겠구나'하는 생각과, 마음 한 구석에서 갈증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마음이 이끄는 일을 따라 하루하루 보내는 중이에요.
틈이 있는 삶을 살다보니 이전까지의 의지와 노력만이 삶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좁은 사고에 갇혀 지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처해있던 환경은 '더 높이 올라가길' 바라는 곳이었어요. 그런 환경에 있다보니 '최선을 다해야하고 성실해야해. 나는 의지로 다 이겨낼 수 있어. 이 의지가 미래의 나를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거야'라는 사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
정작 제 몸은 아픔을 달고있는 건 기본이고, 고등학교 때에는 후천적 질환까지 생겼습니다. (물론 그렇게 아득바득 이를 갈며 살아오는 와중에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고 삶의 의미를 많이 찾았어요. 다만 이전 삶의 중은이 제 존재가 아닌 '성과', '성적' 같은 것이었습니다. )
다행히 마음이 이끄는 일을 하는 환경에서 제가 만난 사람들은, 묵묵히 제 성장을 바라봐주고 저의 다양한 면을 그대로 존중해주며 저의 앞으로의 나날들을 조용히 응원해주면서도 무엇보다 제 마음이 편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에요.
물론, 그 환경에 제가 존재하기 위해서 제 몸에 들러붙은 완벽주의와 성실함 같은 것들을 조금은 덜어내야했어요. 그리고 사회에서 잘 섞이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어내기 위해 꾸준하고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과정이 마냥 웃음 뿐이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 내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주변 친구들은 그럴듯한 무언가를 자꾸 이루어가고 있고, 이제 곧 고학번인데 내가 이렇게 지내도 되나?'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라고요. 이제 막, 내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를 그대로 보아주고 발견해주는 환경을 만났는데도요. 그런데 이 레터를 읽다보니, '아 맞아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는 무얼 위해서 나를 갈아넣는지도 모르는 그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좋은 환경 덕분에 저는 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변화를 나열해보자면.. 같은 가로수길을 걸어도 매일매일이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었어요. 또, 세상 앞에서 움츠러들고 눈치보기보다는 마음껏 세상을 놀이터 삼아서 사는 법을 터득해나아가는 중입니다. 약간의 불안으로 삶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이 시점에, 레터 덕분에 그 흔들림이 저를 꺾기는 커녕 더 제 삶에 대한 애정을 키워주는 거름으로 작용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도 의지로 인생을 끌고오시느라 많이 힘드신 상태예요. 아침이 밝으면 이 레터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좋은 글, 정말 고맙습니다.
- 오두막 주민,
June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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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버둥캠핑카 팟캐스트 너무 너무 좋아요. 업뎃 자주 해주세용 듣고 듣고 또 듣고 있습니다!
- 오두막 주민,
결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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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팟캐스트는 녹음이 앞당겨져서,
업로드도 함께 앞당겼습니다.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삶이 굴러가는 사람들과,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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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로그
: 곧 겨울의 시작
11월 초부터는 초겨울, 입동이 시작됩니다. 본래 겨울은 다가올 봄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을 기르는 계절이에요.
그래서 오두막도 다음 달부터는 천천히 일정을 줄이고, 겨울 휴식을 준비합니다. 생존에 꼭 필요한 일정과, 몸과 마음이 즐거운 일정만을 남기고다음 봄을 준비할 생각이에요.
물론 저마다 사정과 환경이 다르겠으나, 가능하면 독자님도 겨울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겨울에는 아무리 따뜻한 공간에 있어도 몸과 마음이 참 뻣뻣하기 쉬운 계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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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일정표에는
꾸준히 절기를 적어두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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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 요청을 받아
자율 후원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오두막 후원자님에게는
언젠가 오두막에서
비공식 모임을 은밀히 벌일 경우,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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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두막 레터를 읽고 떠오른 사람,
알리고 싶은 곳이 있다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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