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를 마들렌에서 구하기
🌱죽순
라이트모티프(leitmotif).
바그너 악극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이것은, 풀어쓰자면 ‘식별용 소리 태그’입니다. 악극에서 칼에 대한 장면이 나올 때 짧은 칼의 테마가 흘러나오는 식이죠. 라이트모티프는 어떤 행위를 예시하고, 등장인물이 무엇을 생각하거나 감지하는지를 드러내줍니다. 특별히 음악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만 들리는 복잡한 장치가 아닙니다. 요즘으로 치면, 드라마 OST랄까요? 《미스터 션샤인》의 ‘Sad March’가 유진 초이 테마인 것과 비스무리합니다. 사실… OST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이고, 처음엔 라이트모티프=파블로프의 개를 떠올렸더랬습니다.ㅋㅋㅋ 종소리=밥. 밥의 라이트모티프=종소리.🐶🔔🍚
일차원적 닮은꼴 찾기에서 그친 저와 달리, 소설에 라이트모티프를 녹여낸 대가가 있습니다. 마르셀 푸르스트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스완은 어느 야회에서 어느 곡의 부분인지도 모르는 ‘작은 악절’(소악절)에 매혹됩니다. 나중에 다른 장소에서 오데트와 함께 다시 듣게 되면서 이 작은 악절은 사랑의 상징이 되죠. 사랑이 식어가는 시점에 스완은 예기치 않게 이 악절을 듣게 됩니다.
스완이 그 곡을 알아보고 “뱅퇴유 소나타 소악절이구나, 듣지 말자!”라고 말하기도 전에, 오데트가 그를 좋아했던 시절의 모든 추억들이, ⋯ 현재 그의 불행 따위는 아랑곳없이 잊어버렸던 행복의 후렴구를 미친 듯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 270-271쪽.
‘작은 악절’과 함께 행복했던 시절, 사랑받던 시절이 한꺼번에 되살아나고 스완은 이제 사랑이 끝났음을 확신합니다.
“작은 악절”의 감정적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 그 악절은 기억과 감정의 일부가 된다.
—『바그너주의』, 553쪽
⋯ 이제 그만 프루스트를 마들렌에서 구해줍시다. ‘작은 악절’도 있다구요!😉
『바그너주의』 9장 「마법의 불: 모더니즘, 1900~1914」에 ‘작은 악절’에 대한 설명이 압축(알렉스 로스의 장기임)돼 있으니, 긴히 참고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