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끝까지 지속하게 하는가
2020.10.16 | 25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에베레스트산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있는
신현규 특파원입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끈기가 별로 없었어요. 셜록 홈즈 추리소설을 좋아하다가 한달도 안돼 그의 라이벌인 아르센 루팡으로 갈아탔던 기억이 나네요. 미라클레터를 처음 시작할 때도 250회 까지 올거라 생각지 못했어요. 싫증은 어쩌면 사람의 본성 아닐까요. 한달 이상 걸려서 에베레스트산(사진) 같은 곳들을 끝까지 오르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죠. 한 사람이 같은 일을 10년 이상 꾸준히 하는 것도 매우 힘든 일 같아요. HP를 창업하고 코슬라벤처스를 만든 실리콘밸리의 노장 비노드 코슬라 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동영상 링크

"과거에 없던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것은 아이디어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중간에 수많은 실패들이 있을게 뻔하기 때문에 당신을 끊임없이 싫증나지 않고 이어가게 해 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훌륭한 창업가요? 훌륭한 혁신가요?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한 프로젝트에 싫증내지 않고 끈기있게 끝까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여러분이 잠든 사이, 줌 구글 등에서 개최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참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엔비디아 버라이즌 애플 구글 등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체 무엇!? 으로 동기부여 Motivation를 하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죠. 그럼, 오늘은 각 회사들을 끝까지 갈 수 있게 만드는 '그것'에 대해 알아볼게요. 

오늘의 에디션
  1. 엔비디아 젠슨 황의 '그것'
  2. 버라이즌과 애플의 '그것'  
  3. 그리고.......  구글의 '그것' 
  4. 미라클레터 30초 브리핑
🍎 엔비디아 젠슨 황의 '그것'
#줌토피아 #엔비디아 #동기부여

16일 새벽 열린 줌토피아 모습 (클릭하면 영상)
💬 젠슨황도 9년간 외로웠대 😭

한국시간 16일 새벽 2시. 줌이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줌토피아 2020'에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나왔어요. 그는 1993년 회사를 만든 뒤 상장하기 전까지인 6년간 매우 외로웠다고 했죠. 그리고 그 뒤에도 매우 힘들었다고 했어요. 정원사, 요리사,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이 가진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하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은 없었죠. 젠슨은 그렇게 외로워야만 했어요. 

💬 그런 그를 버티게 한 것 세 가지 

하지만 그를 버티게 한 것이 3가지 있었다고 해요. 그건 바로....

문제의식 : "우리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어요. 과거에는 풀 수 없었던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 시대라는 얘기죠. 기존 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그러한 문제들을 (다른 누구도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푼다고 생각해 보세요. 설레이지 않을 수 있나요." (젠슨 황)

놀라운 사람들 : "저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 불가능한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우 놀라운 능력들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근면성실하기까지 하거든요. 그런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동기부여가 돼요." (젠슨 황)

일에 대한 애정 : "제게 있어서 일은 삶이고 숨결과도 같아요. 일을 멈춘다면 저는 죽은 것과 다름없죠. 일을 통해서 자아를 성취하고 일을 통해서 스릴을 느껴요." (젠슨 황)

💬 Employee! Employee! 

젠슨 황 CEO는 또 이렇게 이야기해요. "리더십 팀이 행동하고 판단하는 모든 것들이 문화를 만들지 다른게 문화를 만들진 않습니다. 문화는 누군가가 적어서 생기는게 아닙니다. 문화는 생겨서 적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기부여를 받기 위해 뛰어난 인재들 모집에 열을 올린다고 하네요. 그는 또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우리 회사의 우선순위는 1번 우리 직원들 (Employee!) 2번 우리 직원들 (Employee!) 3번 우리 직원들 (Employee!) 입니다. 우리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 문제는 누가 풀겠습니까. 직원들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최우선입니다. 회사의 재무적 목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재무적 목표는 (주가 상승 등을 통해) 직원들의 삶이 윤택해 지게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목적은 직원입니다." 

💬 젠슨황의 동기부여는 결국 '사람' 

넷플릭스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비슷한 말을 했었죠. 순도 99%의 최고 인재들을 농축한 조직이 무엇보다 뛰어난 조직이라고. 엔비디아에서 직원들을 동기부여 하는 방식은 '뛰어난 사람' 이었어요. 
🍎 버라이즌과 애플의 그것 
#버라이즌 #애플 #5G 

아이폰12 발표에 나온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 버라이즌의 고주파 5G '올인' 

다른 이야기를 해 보죠. 지난해 7월이에요. 미국의 통신사 T-모바일의 존 레게르 CEO와 버라이즌 CEO 한스 베스트베리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져요. 

🙅 "버라이즌은 5G 전략이 없다. 저러다간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T-모바일 사장) 
👨 "우리는 진정으로 G (Generation)이 바뀌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버라이즌 사장)

T-모바일은 5G는 5G인데 중저주파 대역을 사용한 5G를 하고 있고, 버라이즌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초고주파 영역에서의 5G 망을 깔고 있거든요. 그래서 버라이즌은 매우 외로워요. 공격들도 많이 받고 있고, '저거 저거..... 저러다 폭망하지' 라는 걱정도 받고 있죠. 

  • 중저주파 5G = 6Ghz 주파수 사용 - 다운속도: 초당 1G byte ('서브식스'라 불림) - T-Mobile 
  • 초고주파 5G = 28Ghz 주파수 사용 - 다운 속도:초당 4G Byte 가량 (별칭 'mm웨이브') - Verizon 

💬 무엇이 버라이즌을 버티게 할까?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도 T-모바일처럼 중저주파 영역으로 5G를 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버라이즌 식의 5G를 구축하는 곳은 많지 않죠. 외로운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 그런데도 그는 연간 20조원 가까이를 써 가면서 초고주파 5G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그를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의견) 해답은 바로 애플, 삼성과 같은 단말기 회사와 안드로이드 iOS를 사용하는 수많은 앱개발자들의 생태계라고 생각해요. 미국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애플이 아이폰12를 제공하고 버라이즌이 초고주파 5G를 제공하게 되면 그를 이용한 수많은 앱들이 나오지 않겠어요.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이미 초고주파 5G 모델을 제공하고 있죠. 이제 새로운 바람이 불 준비가 완료된 거죠. 따라서 5G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솔루션들 - 가상현실 가상대화 가상오피스 가상스포츠경기 중계 - 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텃밭이 마련된 거에요. 

🍎 구글이 버틸 수 있었던 그것 
#구글 #검색 #아무도하지않았다

구글 검색에는 이집트상형문자 (사진 하단 - hieroglyphs)와 미얀마 폰트 저지(Zawgyi) 포함예정
💬 모두가 구글을 이상하다고 했다 

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 볼게요. 여러분이 잠든 사이, 구글이 서치온 Search On 이라는 검색 관련 신기술 발표회를 개최했어요. 여기서 들은 이야기인데요. 

2007년 구글은 전 세계 여러 지역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구글맵에 이를 담기 위해 차량에 카메라를 달고 찍은거죠. 그 때 사람들은 다 이야기 했대요. "왜 저런 쓸데 없는 일을 하는거야?" 

구글은 유튜브가 만들어 진 초창기부터 인공지능으로 영상에 자막을 생성하는 작업을 공짜로 시작했대요. 때로는 자막을 직접 입력하기도 했죠. 엄청난 수작업이 들어갔어요. 사람들이 이야기했죠. "왜 저런 쓸데 없는 일을 하는거야?" 

구글은 2015년부터 구글포토라는 앱을 만들어서 사진들을 무료로 저장해 주기 시작했어요. 찍은 사진들은 모두 공짜로 저장이 됐죠. 엄청난 돈을 썼어요. 사람들이 수근거렸죠. "왜 저런 쓸데 없는 일을 하는거야?"   

오늘 구글은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인 히에로글리프(hieroglyphs)와 미얀마에서 나온 폰트 저지(Zawgyi)도 검색창에서 검색될 수 있도록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시겠죠. "아니 아무도 안쓰는 고대 상형문자를 왜 검색에 포함시켜? 왜 저런 쓸데 없는 일을 하는거야?"

💬 그래서 아무도 하지 않았다 

(의견)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다 찍어서 조직화하는 일을 누가 하겠어요? (근데 구글은 했죠) 수백만개의 동영상에 자막을 수작업으로 다는 일을 누가 하겠어요? (근데 구글은 했죠) 수십억개 고객들이 올린 사진에 일일이 태그를 달고 분류하는 작업을 누가 하겠어요? (근데 구글은 했죠) 

그리고 구글은 이런 작업을 통해 아래와 같은 새로운 기능들을 내놓아요. (링크)

1. Hum to Search 
구글 어시스턴트에 대고 음악을 웅얼거리면 해당 멜로디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음악을 찾아 플레이 해 주는 기능 발표 (아래 사진) 


2. Map Search 
구글 맵에서 증강현실을 켜면 상점들이 나타나고, 그 상점들의 영업시간은 물론 현재 사람들로 붐비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기능 

3. Styling Search 
다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이 멋지다고 생각되어 그걸 사진으로 찍으면, 비슷한 스타일의 옷이 검색되고 나에게 맞는 스타일링 까지 추천해 주는 기능 

4. Youtube Search 
전등을 갈아야 하는데 방법을 모른다면? 화장실 샤워기가 고장났는데 고치는 방법을 모른다면? 유튜브 동영상 내에서 내가 원하는 영상 내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능 

💬 아무도 하지 않았기에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대규모 (scale)이라는 말을 늘 강조해요. 사진 하나 둘에 라벨링을 하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겠죠. 집안 내부를 전부 사진으로 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수십억개의 사진에 라벨링을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전 세계 구석구석을 모두 사진기에 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죠. 결국 구글을 지속하게 한 것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뒤의 스토리는 오늘 이벤트에서도 알 수 있죠.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구글은 그냥 했어요. 그런데, 그 결과 새로운 가능성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어요. 




언젠가 비노드 코슬라가 샘 알트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아. 정말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하면서 배우고 바꾸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지. 일단 시작하고 나서, 얼마나 빨리 배우는지 rate of learning가 실제 사업의 성장률 rate of growth 보다 중요해."

계획을 세우다보면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하죠. 머리 속에서 수백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안되는 이유들이 계속 보여요.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그래서 해야 할 이유와 사명과 비전이 내 마음 속에 와 닿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쓰지 않으면 못견딜 것 같은 편지처럼, 하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은 말처럼, 나는 도대체 왜 살아있는가에 대한 속 깊은 곳에서의 의문이 끓어오르면 열정이라는 것이 생기죠. 그 열정이 발생하면, 모든 것을 걸고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한번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까짓것, 실패하기 밖에 더 하겠어요.

이상, 실리콘밸리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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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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