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4월9일자 A22면 <만들고 또 만들어라…천재적 창조물은 그렇게 나왔다> 기사는 애플스토어 탄생 뒷얘기를 소개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서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디자인 과정은 조금도 깔끔하지 않았다.” 설계를 맡았던 팀 코베는 “어떤 청사진이나 비전도 없었고, 심지어 매장을 얼마나 크게 만들어야 할지조차 몰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작은 모형부터 실물크기 모형까지 하나하나 만들어보고, 부수고, 수정하며 실패를 거듭한 시행착오의 종합세트였다.”
세계 최고 디자인 학교인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의 론 버크먼 총장은 “천재적 재능이라는 신화에 속지 말라”고 말합니다. 유명 시나리오 작가와 자동차 디자이너, 건축가 등을 인터뷰해서 ‘비결’을 파헤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청력을 잃고도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낸 베토벤, 갑자기 천사가 보여 그대로 조각한 미켈란젤로…. 천재와 광기에 대한 신화는 매혹적이지만, 창작 과정에서 일어나는 창조적 진화를 무시하게 만든다.”
버크먼이 만난 각 분야 대가들은 “해보면서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어떻게 나아갈지, 완성된 작품이 어떤 모습이 될지 알고 시작한다고 말하는 창작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단 시작하고, 백지 위에서 어떻게든 한 걸음을 내딛고, 재료와 씨름하며 창작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길을 발견한다.” 천재적 작품으로 불리는 많은 것들 뒤에는 겹겹이 쌓인 시도와 실패, 퇴고와 수정이 담겨 있습니다.
군살 없는 디자인으로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테슬라의 모델S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디자인을 맡은 폴 홀츠하우젠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효율적인 전기자동차라는 테슬라의 사명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테슬라가 중시하는 효율성이란 무엇일까?” “알아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야만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깨달음이었습니다. “뭐라도 끄적이고, 시도하고, 그리는 작은 시도들에 탁월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잠재력이 들어 있다.”
화가 피카소가 “무엇을 그릴 것인지 알려면,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창작 활동에 몸담은 사람들 대부분은 도착한 다음에야 목적지가 어딘지 알게 된다.” <캘빈과 홉스>로 유명한 만화가 빌 워터슨의 말입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생겨나는 파일명 ‘최종_최최종_진짜 최종2.jpg’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버크먼이 만난 대가들은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다시 아마추어가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시간을 살 때마다 몰려오는 두려움과 불안은 인간의 숙명입니다. “일단 길을 가보자. 삶은 모르는 것투성이지만 인생은 우리가 만든다. 그 과정에서 차차 삶을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