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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목요일과 금요일, 연이어 학술행사에 참여해 꽤나 많은 선생님들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어요. 또래 선생님들부터 중견 선생님들까지 우린 일, 사회, 사랑이 이슈..가 아니라 모두들 각자의 연구재단 사업 지원서로 바쁘다는 그런 제각기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학술지원제도의 문제점 비판 물론 해야 하지만, 또 물론 일단 지원서를 내긴 해야 하니까, 밤 새지 마시고, 또 마지막날 너무 급하게 하면 접수 사이트가 느릴지도 모르니까, 여유를 잘 관리하면서 무사히 마치시길 바라요.
신진에서도 이 시즌을 맞아서 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에 참여한 우리들의 경험을 살풀이하는 기획을 마련해봤어요. 탁상共론에 모여 선정을 위한 전략, 과제수행 이후 결과물 제출과 관련한 고민, 이게 맞나 싶은 연구자살이 이야기를 살풀이하듯 나누었어요. 좋은 토론자가 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선기는 이편영시를 승호에게 이었습니다. 우빈과는 '토론자 추구미'가 조금 다르다는데, 독자 분들의 추구미는 또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요. 윤희는 별일없이산다에서 어쩌면 별일이기도 한 동료들과의 세미나가 주는 기쁨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제부터 겨울로 시기를 바꾸어 개최되는 문화연구윈터스쿨 소식도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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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학진 체제'의 부상이 많은 비판적 사회과학자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킨 이후, 그 후신인 한국연구재단의 각종 지원사업들은 오늘날 다수의 연구자들에게 거의 필수적인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학술연구교수 지원사업 A·B유형, 최근 신설된 석·박사과정 연구장려금, BK연구생 장학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사업들은 인문사회 분야 박사학위자들과 대학원생이 무급이나 저임금의 학술노동 대신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사실상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수많은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이 제한된 과제수를 두고 '닥터피쉬'처럼 몰려들며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인문사회 학술생태계가 위기라는데, 한 줌도 남지 않은 내 동료가 잠정적 경쟁자가 되는 순간은 너무나 자주 온다.
웹툰 <듀선생의 인생제반연구소> 작가 듀선생은 최근 이렇게 닥터피쉬들이 모여드는 연구재단 사업 신청 기간을 '대명절'이라 불렀다. 우리는 바로 이 대명절을 앞두고, 좀처럼 서로 공유하기 어려웠던 경험들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 도대체 지원사업의 선정과 탈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계획서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연구 실적은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하는지. 국가연구재단이 요구하는 가치와 언어는 학술의 언어와 어떻게 닮아 있고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이 제도 속에서 연구에 대한 일종의 '자소서'를 쓰며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지워왔는지. 나아가 매년 지원사업 결과에 허덕여야 하는 우리의 불안정성은 무엇을 말해 주는지. 여러 질문들 아래, 대담이라고 쓰고 ‘살풀이’라고 읽을 그런 시간들이 펼쳐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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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학교에서 배우고 훈련 받은 대로 문제의식을 던지고 질문을 만들고 글을 쓰잖아. 그런데 그게 연구재단사업에서는 안 통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어. 내가 공부하는 곳에서는 내 질문이 통할 수 있지만 그걸 사업 평가자에게 제시할 때는 다를 수도 있는 거지."
"사회비판이 갖는 가치를 관리나 효율과 같은 언어들로 깎아내는 과정에서 현타가 오기도 해. 우리는 이게 생계수단이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 지원을 해야 하지만."
"자기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지원 사업이 더 많아지고 예산 규모도 커져야 한다고 생각해. 예산 규모가 절대적으로 커져야 하고, 연구자들의 성과도 논문으로 한정될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
"올해 B유형에 선정된 후 내년에 또 지원을 할 때 올해 선정된 연구의 실적을 써야 하는 거야. 그래서 이제는 1년 안에 게재는 아니더라도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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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우빈의 편지에는 좋은 토론자가 되고 싶다는 고민이 담겼습니다. 그가 참석한 학술행사에서 보았던 토론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나온 이야기였어요. 선기는 그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사실 우빈이 피해야 한다고 말했던 '자기 이야기 하기'가 자신의 토론자 추구미임을 고백하는데요. 사실 선기는 우빈의 고민과 의견에 반대한다기 보다는 패러프레이징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도 영국에서 시작되어 열린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좋은 토론자 찾기' 고민에 동참해 각자의 추구미와 경계사항을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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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경계하는 건 학술대회에서의 발표와 토론이 논문 심사처럼 흘러가는 것, 혹은 논문 투고의 예비 단계처럼 여겨지는 공통의 인식이야. (...) 토론을 주로 발표자보다 학력이 더 높거나 경험이 더 많은 연구자에게 맡기는 관행, 특히 대학원생이 발표자일 때의 토론이 논문 심사나 심지어는 ‘지도‘처럼 흘러가버리는 경향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사실 모든 경험이라는 것은 그것이 충만했을 때 자신의 세계가 흔들려야 하는 일이고, 그래서 ‘사람은 어떤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 토론자가 자기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물화된 발표문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토론을 생각하면, 그건 사실 토론자가 너무 안전하고 권위 있는 위치에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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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희 연구원은 최근 동료들과 함께 시작한 새로운 세미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서로의 문제의식에 귀기울이고 서로에게 질문해주는 세미나라고 해요. 저도 대학원에서 비슷한 세미나를 수업으로 해 본 적 있는데, 세미나원들이 늘 자기 것에만 관심을 가져서 화딱지가 났던 기억이 나지만, 그러니까 중요한 건 역시 우리들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들을 수 있고 질문할 수 있다는 감각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겠지요? 수많은 연구자가 동료 대신 AI와 고민상담하는 게 디폴트가 된 이 시대에, 왜 인간 동료들과의 모임이 즐겁고 의미 있는지를 너무도 말해주는 글입니다. 읽으면, 세미나 조직에 구미가 당기게 될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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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연구 내용을 듣고 토론하는 게 직접적으로는 내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가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과정 동안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건 동료들의 공간, 팬덤, 현대문화연구소, 뿌리없음의 철학, 예술운동, 장애와 민주주의, 문학과 예술가에 대한 연구였다."
"나와 내 동료들은 인간인지라 입력된 내용을 AI만큼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물론 AI의 정확성도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우리에게 입력된 내용은 각자가 축적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맥락과 편향 속에서 소화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계속 질문하며 확인한다. 그리고 그런 질문들은 내게 하나의 등대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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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배송 포장하느라 고생했다. 그래도 적재 가능한 차가 있어 다행이야.
(사진 제보: master@culturalpolitic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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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토론하기와 토론 듣기 경험이 궁금했어요⁉️
토론을 준비할 때 가장 막막한 점은? a. 원고가 너무 어렵다... 내가 이해한 게 맞나? (5%) b. 원고에 대해서가 아니라 너무 내 얘기만 하는 건 아닐까? (16%) c. 생산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트집만 잡고 있는 건 아닐까? (47%) d. 발표원고가 내 연구 주제랑 가깝진 않은데... 뭐라고 말하지 ㅠㅠ (26%) e.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감히 말을 얹을 수가 없다... (5%)
- 이렇게 '막막하다'고 말씀들 하시지만, 아주 멋지게 잘 하고들 있을 거라는 거 다 알아요 ^D^ 모든 고민과 막막은 우리를 나아가게 할 것이지만, 자기 자신이 아주 멋진 사람이라는 것도 잊지 말기로 해요!
나의 인생 첫 토론자는 누구였나요? a. 같은 석사/박사과정생 (62%) b. 박사학위를 받은 선배 (11%) c. 교수님 (11%) d. 아직 없다! (16%)
- 아직 없다라고 답하신 분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사실 어떤 형태든 발표자로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공식적으로 아직 없을 수도 있지만, 뭔가 진정한 토론자를 만난 적은 없다는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머지 않아 당신을 아주 잘 읽어주는 토론자를 만나길 기원할게요. 또 그러기 위해 우리도 옆의 사람들을 잘 읽어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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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구독자님이 새로운 코멘트를 보내주셨어요💌
🍑 재희선생님의 논뒤사 얘기를 듣고 감동을 눈물을 흘렸답니다. 저도 남들이 하지 않았던 주제로 논문을 쓰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남들이 안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었거든요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연구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재희 선생님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런 좋은 글을 실어주신 신진 팀에게도 감사함을 전해요💕
- 저희도 익명의 선생님을 응원할게요. 최근에 학술대회에서 사회자 선생님이 누군가를 pioneer라고 소개하는 걸 들었던 게 기억나요. 아마도 '남들이 안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연구를 선생님께서 '해야 할 이유가 있는' 연구로 개척해나가고 있는 도중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멋진 여정을 완성해가시길 빌어요! 😎
💘 연구 윤리를 강박적으로 지키는 사람이 왜 연구를 할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써주세요! 연구 윤리를 주제로 탁상공론 하는 것도 완전 찬성입니다. 이번 호를 보면서 깨달은 게 있는데, 사진 밑에 대체텍스트를 적어주실 수 있나요? 시각장애인 연구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전 아닙니다) 저는 항상 발제만 있는 학회만 본 것 같아서, 토론이 있는 학회도 많이 접해보고 싶네요. 좋은 곳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신진이다보니 추천! 하면 광고가 되는 거려나요 하하
- 좋은 아이디어들 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회의에서 연구윤리 관련된 글도 싣기로 결의하고, 또 이번 호부터 '대체 텍스트'를 stibee와 wix 기능을 이용해서 추가하기로 했답니다! 📢 토론 있는 재밌는 학회,, 사실 지난주에 저희가 문화연구포럼을 했었는데 말입죠... 이번엔 지나갔지만 다음에 구독자 분과 만나뵐 기회가 있길 소망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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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이 공동주최하는 2026 문화연구 윈터스쿨 안내드립니다❄️ 문화연구 윈터스쿨은 문화연구를 공부하거나 문화연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위한 문화연구 계절학기 프로그램입니다.
▶︎ 일정: 2026년 2월 23일(월) - 25일(수) ▶︎ 장소: 온라인(ZOOM) + 오프라인(더컬처럴,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가길 21, 4층) 🙂 장애 관련 지원은 문의바랍니다. 🙂 강의공간에 엘리베이터가 있으나 휠체어로 접근 가능한 화장실은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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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연 연구원들이 공동연구로 함께 한 <자취남> 연구 논문 발간 등 신문연 회원들의 새로운 소식은 여기서 확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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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여러분의 소식, 절찬리에 모집합니다! 아래 폼에 적어주시면 회원동향 게시판에 업로드할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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