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이 월드컵 16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거뒀어요!🏟 전 세계 축구 강대국들을 제치고 16위 안에 든 것만 해도 충분히 대단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처럼 세계를 무대로 국위 선양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가장 먼저 드는데요🙌🏻 스포츠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내 클래식 음악가들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얼굴들이에요. 최근 해외 유수 콩쿠르에서 한국 음악가들이 입상하면서 동아시아에 위치한 작은 나라 '한국'이 클래식 강국으로 거듭나게 되었거든요.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계에 유색인종은 굉장히 드물었어요🥲 각종 오케스트라단의 단원 선발 기준 역시 백인 남성에 치우쳐 있어서 많은 인권 단체에게 비판받기도 했죠. 

연말을 맞이하여 글릿이 이제껏 보낸 뉴스레터를 훑다 보니 유색인종 작곡가를 다룬 레터는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흑인 작곡가의 음악을 준비해봤습니다. '블랙 말러'라고 불렸던 사무엘 콜레리지-테일러와 듣기만 해도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연극 <오셀로>의 부수음악, 함께 만나러 가볼까요?

1875년 영국 출생의 사무엘 콜레리지 테일러는 아프리카 대륙의 시에라리온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입니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부모님 덕에 일찍이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던 그는 교회 성가대를 거쳐 15세의 나이에 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에 입학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졸업 후 프로 작곡가로 활동을 계시한 테일러! 그의 음악이 조금 더 풍부해진 계기는 바로 1904년에 떠난 미국 여행이었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모여있는 이곳에서 테일러는 자신의 아프리카 뿌리에 관해 더욱 고민할 수 있었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히아와타의 결혼 잔치(Hiawatha's wedding feast)는 당시 엄청났던 흑인 차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음악은 아프리카 원주민을 주제로 한 미국의 시인 워즈워스 롱펠로의 작품 <히아와타의 노래(The Song of Hiawatha)>를 바탕으로 하고 있답니다.

비록 과로와 폐렴으로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당시 국왕이었던 조지 5세가 테일러의 배우자에게 직접 연금을 내리라 지시할 만큼 영국 내에서 그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엄청났다고 해요😲

그 당시 테일러의 명성이 어느정도였냐면요, 미국에서 그의 이름을 딴 팬클럽이 생길 정도였어요. 1904년 그가 미국으로 여행을 갔을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에 초청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큰 지지를 받기 시작했거든요🇺🇸 이 팬클럽, '사무엘 콜레리지-테일러 소사이어티'는 합창단원이 200명 정도 포함되어있어서 팬카페 겸 합창단처럼 운영되었습니다. 심지어 1906년에는 사무엘을 지휘자로 초청하여 연주하기도 했어요. 이 행사는 굉장히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최초로 지휘자를 포함한 연주자 전부가 흑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였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2015년 영국에서는 유색인종 전문 연주자로 이루어진 최초의 '프로' 오케스트라 Chineke! Orchestra가 결성됩니다👍🏻 아마추어도 함께했던 '사무엘 콜레리지-테일러 소사이어티'와는 다르게 전문 연주자로만 구성되어 있는데요.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홀에서 데뷔 무대를 치른 이들은 여전히 종종 프로그램에 테일러의 작품을 넣음으로써 그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를 기억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