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벌써 <시즌 1 : 축제>의 마지막 레터예요. 한 시즌 동안 <공과사>와 함께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여름을 기대하던 우리에게 이 여름의 더위와 습도는 예상치 못한 위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습기와 함께 축축 처지는 무기력함을 벗어나고자 일상의 탈출을 바라지만 무섭게 버티고 있는 더위에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어요. 
이럴 때 우리에게 외출은 하나의 용기이고, 도전이기도 하잖아요. 무작정 나가 모험하기에는 망설여질 때, 성향과 상관없이 하루를 올곧게 계획해서 외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몇 달 전부터 축제를 예매하고 기다리며 보냈던 설렘처럼 작은 외출에도 미리 짜는 계획으로 작지만 거창한 기대감을 더해보는 거예요! '무작정 보낸 쉼'과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계획된 쉼’, 한 번 느껴보시겠어요?

님은 계획형(J) 이신가요, 즉흥형(P) 이신가요? 저는 ENFP '완전 즉흥형' 인간이에요. 외출을 할 때에도 가는 길에 주섬주섬 알아보는 저인데, 여행이나 축제를 갈 때에는 한 달 전부터 뭘 입을지, 뭘 먹을지 다 계획하는 거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특별한 날처럼 촘촘히 계획을 짠 외출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마음먹고 갈 곳들을 찾아보다가 '계획된 쉼'에 딱 걸맞은 곳을 찾았지 뭐예요! 

오버스토리는 예약제로만 운영되고 있어요. 주거 지역인 성북동 골목에 소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적정한 인원만 수용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덧붙여 내 집에 사람들을 한 분 한 분 초대한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기 위해 예약제를 도입했답니다.

오버스토리(OVERSTORY)는 삼림의 덮개를 형성하는 상층부 즉, 숲의 지붕이라는 의미예요. 성북동 둘레길 골목 가장 높은 끝자락에 위치해 숲 같은 동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곳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탁 트인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곧게 정렬된 좌석, 그리고 그 사이에 하나 둘 놓여 공간의 멋을 더해주는 식물들까지. 작은 온실로 초대된 느낌이랄까요. 왠지 이곳의 식물들은 저마다의 이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아요. 

우리는 각자 바닐라라떼와 밀크티, 그리고 복숭아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사장님께서는 계절에 따라, 제철에 따라 매번 다른 디저트 메뉴를 선보이시더라고요. 

바닐라라떼와 밀크티 모두 단 맛을 적당히 빼낸 담백한 맛이에요. 특히 바닐라라떼에 올려진 귀여운 얼음은 커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서, 단 맛을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어느 정도 녹은 후엔 얼음을 빼시면 된답니다.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리는 축제처럼, 일상에 설렘을 더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오늘은 기필코 꽉 채운 행복을 만드리라' 하는 마음으로 좋은 공간들을 하나, 둘 계획한다면 그 시간이 바로 축제와 같을 거예요. 님의 오늘 하루가 축제와 같길 바랄게요. 

✔️ 방문 시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예약을 해야한답니다! 복잡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보냈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고 수월하게 예약이 가능해요. 부담없이 연락해보셔도 좋아요 :)

✔️ 이용시간은 1시간 30분이예요. 공간의 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면, 이용 마감 시간대에 사람들이 빠져나간 후를 추천드려요. 사장님께서도 공간을 담아내려는 마음을 친절히 기다려주신답니다. * 하지만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은 다음 타임 예약자를 위한 배려를 놓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카페 1층에 입장하자마자 어디선가 더 크게 들리는 물소리를 향한다면 수생식물로 가득한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물과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공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던 테이블은 물고기가 사는 수조로 되어 있었고, 바닥은 대리석이 아닌 물길 위 디딤돌로 되어 있었습니다. 조심조심 디딤돌을 밟으며 걷다 보니 정말 정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했습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녹색으로 가득한 공간을 보며 물소리를 들었던 경험은 잊지 못할 거예요.

사실, 새비지 가든은 '식물학과'를 모티프로 공간을 구성했답니다. 1층은 테라리움실과 수생 식물실, 2층은 종자 보관실과 강의실로 구성하여 자연과 연구실의 만남이라는 컨셉이 공간 곳곳에 녹여져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새비지가든은 잘 정제된 자연공간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자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다들 식물학과 1학년처럼 벽에 있는 그림들을 가리키며 얘기도 하고, 수조의 물고기를 관찰하기도 하며 저마다의 연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새비지 가든은 식물학과라는 컨셉에 맞추어 비건 메뉴를 선보이고 있었어요. 다양한 음료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그중에서도 스파클링 블루베리 썸머 티를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립니다. 케이크와 타르트 등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도 많으니, 무엇을 담을까 즐겁게 고민하는 경험을 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무더운 날씨로 인해 짜증 나고 불쾌한 기분이 지속된 적 없으신가요? 원래 하려던 일도 못하고 더워서 집에 있어야 하는 답답한 마음으로 여름은 사람들에게 점점 미움받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름이어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도 많답니다. 친구들과 함께 계곡에서 놀고 맛있는 수박을 먹는 것을 생각한다면 또 행복해지지 않나요?

이외에도 여름을 즐길 방법이 있답니다. 조금 더 차분한 여름을 나는 우리만의 방법이에요. 초록빛 공간에서 혼자, 혹은 함께 여름을 보내고 싶은 사람과 하루를 보내면 더위로 답답했던 마음을 힐링하기 충분할 거예요. 이번 주말은 계획된 쉼으로 차분한 여름을 보내는 것은 어떠신가요? 님에게 이번 여름이 특별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