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인, ‘처서매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처서’는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쾌청한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인데요. 처서를 기점으로 마법처럼 더위가 가셔서 처서매직이라고 불린대요. 저번 주 화요일이 처서였는데요. 정말 언제 그렇게 더웠냐는듯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8월의 끝자락! 잘 즐기고 계신가요? 저는 선선한 가을이 오면 돗자리 하나 들고 피크닉하는 걸 즐겨요. 나무 그늘에 누워 책 읽는 로망, 다들 있지 않나요?ㅎㅎ(현실은 먹방이지만..)

오늘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살랑이는 바람 맞으며 읽기 좋은 레터를 준비했어요. ⛅

이번 [프롬한빛]은 바로 한빛 ‘문학’의 대가 서호필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입니다.😆


자! 다들 좋은 자리 찾아 앉으셨다면, 기억을 돌려 한빛고 문학 시간을 떠올립니다. 낮고 굵은 선생님 목소리(링크) 기억나시나요? 저기 호랑이 기운을 가진 선생님이 들어오시네요. 단단한 두 손을 모으며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안톤체홉 말고 댓잎레터! 한빛인부터 낭독 시작합시다.(씨익) 연극하듯 읽으면 좋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 되었다고 상상해보세요.”

❄️: 먼저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이 있었거나,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거나 그러셨나요?

🦖: 삶이 늘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서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니죠? (웃음) 저는 공고 기계과를 나왔고 대학에 진학하려고 생각해 보니 당시에 국어 과목을 그렇게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교사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사범 교사 자격증도 나오기도 하니까 국문과, 국어교육과를 선택했어요. 마치 우연처럼. 사실 당시 (대학에 진학한 뒤) 사회의 분위기가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는 사회 변화에 초점을 맞췄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학 졸업보다는 노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공고를 나왔으니 더더욱.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또 사회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그냥 노동자만이 아니라 각각의 자리들 속에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마침 제가 사범대 학생이었고 그때부터 교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와 같은 실제적인 교사로서의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침으로써 이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게 출발점이었어요.

❄️: 선생님의 첫 교직 생활이 한빛고가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한빛고를 어떻게 알게되었는지, 한빛고는 언제부터 합류하셨는지 궁금해요.

🦖: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교직 생활을 한다면 대도시가 아니라 시골에서 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완전히 변해버렸지만 제가 살았던 ‘낙골(지금의 신림동 부근)’은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고 소나 돼지, 토끼를 키우는 그런 곳이었어요. 그래서 그게 제 정서이고요. 처음 한강을 넘어서 다녀본 곳이 대학이었어요. 제가 84학번인데 대학교 1학년 때 우리 집에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정도로 서울이지만 산골 중에서도 산골인 곳이었지요. 그래서 대학에 가서도 되게 낯설었어요.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교사를 한다면 농촌이든 어촌이든 적은 수의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다 쏟을 수 있는 곳에서 하고 싶었어요. 그 출발점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대성고등학교'였고요. 그곳에서 2년 가까이 임시 교사로 있으며 담임도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서울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휘문중학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요.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곳이요. 그곳에서 6년을 보내며 아이들과 만나는 여러 활동을 꾸려보기도 했지만 별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았어요. 어쩌면 아이들이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더 이상 보탤 수 있는 것들이 없었을지도요. 어느 순간 제가 아이들과 정성스럽게 만나야 된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보다는 학교의 문화에 물들어가며 내 길이 아닌 것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지점부터 갈등하며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떠날 시기가 된 것 같다는 시점에 여러 가지 검색들을 하면서 한빛고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전라남도 담양에 위치해 도시가 아니면서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조건이 맞았던 거죠. 그때는 ‘대안학교'를 내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다 쏟을 수 있는 곳, 마음속에 상처가 있거나 어려운 환경에 있어서 내가 온 정성을 다 기울일 수 있는 곳, 다 가지고 있어서 줄 것이 없는 아이들이 아닌 학교 정도로 조금은 낮게 혹은 가볍게 주관적으로 해석했던 것 같아요. 어찌 되었건 ‘이 학교에 꼭 가야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자기소개서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200쪽이 넘게 준비했어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여기를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서른일곱 살이었고 2000년도부터 한빛고등학교에 합류해서 교사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 그러면 3기가 신입생일 때부터 보신 건가요?

🦖: 3기가 신입생이었던 무등반 담임이었지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볼 때면 선생님이 떠오른다.

🍓: 선생님의 문학수업은 이제는 한빛에서 만나볼 수 없지만, 졸업생으로서 굉장히 특별한 수업으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관련해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것을 준비했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자 했는지 궁금해요.

🦖: 이 질문은 아마 저와 수업을 했던 졸업생들은 외우고 있을 구절을 가지고 다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 “사랑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 그리고 그다음 단계로 “모든 슬픔은?”

❄️: “이야기로 만들거나 말할 수 있을 때 견뎌질 수 있다.”

🦖: 어쩌면 격언처럼 들릴 수 있을 말인데 그게 제 문학 교육관이고 기본 교육관이에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사랑이 넘치는 존재예요. 그런데 왜 그 사랑을 사람들에게 쏟지 못하냐면 그 사람에 대한 타인이라고 이야기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마중물을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라는 말을 좀 하고 싶은데, 신영복 선생님의 말을 빌어서 그 공부라는 말을 다시 한번 해석을 하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것은 사람, 그리고 관계라고 말씀을 하시잖아요? 상상력은 나 혼자 있을 때는 필요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들 속에서 필요한 거예요. ‘저 사람이 나라면, 내가 저 사람이라면.’ 저 사람과 저 사람의 관계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는 것, 그게 문학 교육이어야 되고 국어 교육이어야 해요. 그리고 그 관계를 알고 이해하면 얘기가 소통이 되고 그 소통을 통해서 말을 하고 표현을 한 순간. 자기가 자기 말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으면 견뎌낼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것의 힘들이 국어, 특히 문학 교육에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학은 결국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문제, 갈등, 사건 이런 이야기들이니까요. 그래서 여러분들과 문학 작품 공부했을 때 “주인공이 OO이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옆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고 즉흥극으로 해보거나 모둠에서 장면을 표현해 보는 등의 활동을 했던 거예요.

❄️:  선생님은 지금 교장을 맡고 계시니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빛고가 대안학교로써 가지는 장점과 한계점은 무엇일까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한빛고에 다니던 시절부터 졸업한 지금까지 멈추지 않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 대안 교육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빛고가 대안학교인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한빛고를 일반적인 학교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특이한 특성화 고등학교쯤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런 평가를 떠나서 한빛고의 장점 너무 소수만의 (학교가 아니라), 다시 말해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훅 앞서서 몇 발자국 앞서는 게 아니라 일반 학교들에 비해 반 발짝 정도만 앞서있는 학교라는 이라고 생각해요. 학생 자치 활동이나 특성화 수업 등 반 발짝 뒤에 있는 학교들이 조금만 더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한다면 가져다 쓸 수 있는 정도의 걸음이지요. 열 발자국 앞서 나간 학교와 뒤에 있는 학교의 중간쯤에 있는 학교. 저는 이게 굉장히 장점이라고 봐요. 너무 혼자서 앞서고 있어서 특별한 학교가 되기보다는 교육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는 지점이 되면 “한빛고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교육의 어떤 부분들을 반 발짝 앞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를 많이 가지는 학교.

내용적으로는 단지 놀러 가는 수학여행이 아닌 통합 기행이라든지, 아니면 꼭 전문적인 기술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생활예술이나 생활기술, 생활교양을 통해 다양한 것을 만나고 접하게 하는 것들이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때론 실수를 하더라도 뭐든지 해보겠다고 하면 학생 자치와 자율의 입장에서 주인이 되어서 해보라고 권하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딴지걸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요.

단점(한계)은 어쩌면 앞서나간 학교와 뒤에 있는 학교의 중간이라는 점 때문에 겪는 어려움. 한빛고는 인성 중심 대안학교잖아요? 현재 단계에서 (한빛고는) 개인적 인성 부분들에서는 많이 기다려줘요. 꾸중하기도 하지만 징계 방식으로가 아니라 변화할 수 있을 때까지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데 이제 여기에 집중하다 보니 협력적인 인성의 부분까지는 손을 못 대고 있어요. 협력적 인성 혹은 공동체적 인성 개인의 인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타인의 인성까지도 함께 배려하는 것을 의미하고요.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교육의 중요한 요소인데, 비교적 많은 인원과 대학 입시 준비 등의 이유로 개인의 인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머물러 있죠.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제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한빛고등학교에서 교장은 예산 관련 부분 빼놓고는 생각보다 결정권이 없어요. 교육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교사 회의에서 결정된 것에 대해 행정적인 결재를 하는 것 말고는 한 표도 때로는 아닐 수가 있고요. 교장이 만약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면 협력하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갑질이 될 수 있어요.

🍓: 그렇다면 한빛고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협력적 인성’ 이런 것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잘하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하는 그런 것일까요? 한빛고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에도 지금도 하는 고민일 텐데요, 아무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 우리가 제안 혹은 지향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2015 교육과정’, 혹은 ‘미래 사회'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게 꼭 교육 과정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래 사회는 단지 지식에 대한 이해와 분석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가 그것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미래 사회를 이끄는 인간은 어떤 역량을 지녀야 되는가라는 이야기를 할 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 데 첫 번째가 '소통 능력'이에요. 소통은 언어적인 능력만이 아니거든요.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대방이 던진 질문에서 말 뜻을 넘어서 그 질문을 던지면서 주저하는 표정이나 맥락까지도 이해하고 관계 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소통 능력이에요.

두 번째가 '협업'이에요. 나랑 똑같은 사람하고 일하는 것은 협업이 아니에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과 일하는 것이 협업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게 ‘창의력'이에요. 이 세 가지를 보통 학자들이 미래 사회의 역량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꼽아요. 네 번째까지 꼽으라면 ‘비판적 사고 능력'이고요. 어쨌든 저는 주관적으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역량의 뿌리에는 ‘다름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생각해요. 소통 자체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이고, 협업나와 생각이 다르고 관심이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이잖아요? 창의성다르게 보는 것이잖아요. 결국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대신 다름을 찾아내서 소통하고 협업하고 함께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 이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그램을 짚어보며 진단하고 풀어나가면서 바꾸고 변화하는 것. 그게 한빛이 가야 할 방향인 것 같아요.

요즘 특히나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신영복 선생님을 자꾸 거론하게 되네요. 신영복 선생님은 '변방의식'을 많이 이야기해요. 성을 쌓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성을 쌓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지키는 일 밖에 없다고요. 그렇잖아요? 성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성 바깥으로 나가라고 성을 쌓지는 않잖아요. 한빛고도 이제까지 20여 년간 뭔가를 해왔다고 하는 성 안에 머물면서 이 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면 이 성을 깨부수고 나가야 되는 거죠.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 들어가야 되는 것이고 이 변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게 교사이고 새로 들어온 학생이고 학부모인 거죠. 그리고 이 셋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협업하고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가 생각하면 또 고민이네요. 결국은 사람의 문제예요.

🍓: 저희가 사회에 나와서 한빛고에서 했던 경험들은 굉장히 큰 자랑거리였는데요, 선생님은 교장이시니 이런 이야기를 하실 일이 종종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한빛고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요?

🦖: 제가 다른 교장 선생님 혹은 다른 분들한테 그런 얘기를 하곤 해요. 대한민국에서 한빛고만큼 자치와 자율이 이루어지는 학교는 없다고. 한빛고를 뛰어넘는 학교는 없다고요. 아까 ‘결국은 사람의 문제다.’라고 얘기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약간 뒤틀리기는 했었지만 한빛고등학교는 최소한 학생 자치의 전통과 자율로써 해보려고 하는 전통만큼은 정말 잘 만들어져왔어요. 물론 다듬어줘야 될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고, 또 지금은 선생님들을 빼버리고 학생들끼리만 (무언가를) 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또 하나의 변화라고 볼 수도 있는 거고요. 어쨌든 (자랑거리) 1순위를 뽑으라 한다면 한빛고등학교는 학생 자치가 정말로 잘 이루어지는 학교라는 거죠. 그래서 때로는 교사로서 소외되기도 한다. (웃음) 제가 동아리 ‘둥지' 담당 교사를 하며 연극에 관심이 많기도 하니 나서서 관여도 하고 싶고 그런데 끼어들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또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한빛고라는 공간 자체예요. 학교를 포함한 이 공간에, 학교라는 한계 때문에 아이들이 잘 발견하지 못하는데, 정말 수백 개 수천 개의 보물들이 숨겨져 있어요. 문제는 (아이들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또는 고민이나 아픔 때문에 수천 개의 숨어있는 보물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거예요. 수없이 꽃이 피고 지는데 이 앞에 있는 은목서의 향기와 꽃을 마주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경우도 많아요.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과 ‘달빛 산책'에서 만나는 보름달 같은, 조금만 걸으면 자기가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여러 환경들이 있는데 말이죠. 그것 외에도 불만에 젖어있느라고 외면하지 않고 조금만 바라보면 굉장히 좋은 친구들과 활동들이 있는데 그게 숨겨져 있는 게 안타까워요. 너무 빨리만 가지 않고 천천히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것 역시도 하나의 교육으로 생각을 하는데 아이들은 바빠요.

어쩌면 마스크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관계 맺음이 어려워졌고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 한빛 교육은 또다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재학생들이 오늘 진로 멘토링(인터뷰 당일)처럼 졸업생들을 이렇게 편하게 마주 본 것은 충격이었을 거예요.

🍓: 3년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는 재학생 친구도 있더라고요.

🦖: 최근에 졸업생들이 오는 게 두려워서 체육제 때 선배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어요.

❄️: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어서, 나쁜 기억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기억 자체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을 때는) 코로나를 옮길 수도 있는 외부인이라는 생각이 강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오늘 드디어 소통하고 진로, 직업을 함께 찾는 협업을 한 거고요. 그 속에서 나와 다른 자기 길에 대해서 창의성을 발휘한 거죠. 진로직업 멘토링 자체가 바로 아까 이야기했던 미래사회 역량 부분에 있어 중요한 프로그램인 거죠. 그러니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더 풍성하게 만들어 내야 해요.

❄️: 이번 질문은 방금 말씀하신 것들과도 연관이 있겠네요. 학교를 둘러보니 ‘위클래스'도 생기고 ‘AI 실'도 생기고 많은 변화가 있더라고요. 요즘 학생들의 분위기는 예전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어떤가요?

🦖: 제가 최근 화두로 삼는 몇 가지 글이 있어요. 거기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가지는 것과 누리는 것은 다르다.” 철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소유와 존재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가진 것으로 따지면 여러분(인터뷰이)들보다 지금 후배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어요. 오늘 남자 기숙사에도 좌탁이 들어왔고요, 여러분들보다 더 선배로 얘기하면 에어컨이 없던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누리고 있는가? 누리는 것으로 따지면 여러분들이 지금 친구들보다 훨씬 많이 누렸을 거예요.

❄️: 맞아요. 사실 저희는 그런 게 부럽지는 않거든요. ‘시설적인 부분이 좋아졌구나.’ 하고 말지, 저희가 학교 다닐 때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행복했어요.

🦖: (여러분은) 오히려 살짝의 결핍일 수 있는 부분들을 학교 안에 숨어 있는 천 가지 이상의 것들을 가지고 채워 넣으면서 누리고 있었는데 지금 세대에 있어서는, 코로나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접촉에 대한 두려움과 관계 맺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찾지 않으니까 자꾸 (물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척도를 가지고서 자기 행복을 얘기하려고 해요. ‘결핍은 상상력의 원천이다.’라는 말처럼 등불이 환하지 않기 때문에 달을 볼 수 있는 것이고, 여름에 기숙사 안이 덥다고 느끼면 밖에 나와서 찬바람을 쐴 수도 있는 거죠. 꼭 누구의 탓을 할 수는 없는 거지만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재학생들이 한빛에 다니면서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그리고 졸업생들이 한빛을 떠난 후 가졌으면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 어려운 얘기로 할게요. 제가 올해 초반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어요. 박용남 교수의 «난생처음 도전하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라는 책이에요. 처음에는 박용남 교수의 강연을 먼저 접하게 되었고 그 사람이 낸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에요. 거기서 박용남 교수가 ‹오셀로›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오셀로›가 비극인 것은 악인이 선의를 빙자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무지함. 그게 비극이라고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요. 악인이 선의를 빙자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쉽게 말해 ‘선한 행위'라고 생각하여 알아차리지 못한 그 무지함이 비극이라는 거죠. 그것을 악인과 선인으로 이분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상상력이다.”라는 말을 했잖아요? 제가 지금 다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고 한다면 이 '상상력'사람에 대한 선과 악의 두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포함할 것 같아요. 악인에게서 선한 면을 보듯이 선인에게서도 두 가지 면을 다 봐야 한다는 거죠. 이 두 면을 다 보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악으로 접근해오는 것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고, 선으로 접근하는 부분에 대해서 악으로 오해하지 않고 대처하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표면적으로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여서 삶에 대해 절망하고 그래서 ‘사랑할 필요 없어.’라며 포기하고 절망하게 되는 길로 가지 않기를. 그 지혜로움을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독서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갖췄으면 좋겠어요.
외로움이나 공허함, 불안함이 불쑥 찾아오는 밤을 우리 그때처럼, 이번에도 같이 토닥여볼까요?

“마지막~ 날에~🎵” 친구와 신나게 손뼉치며 외로움을 털어버리고, “사랑 두려운 것 없네” 가득한 고요 속에서 공허함을 다독이고, “나를 품으신 주의 그 사랑 그것을 믿으며 가네” 불안함을 잠재우는, 철야예배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어요.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한빛 여러분의 응답으로 만들어졌어요. 우리가 철야예배에 갔던 이유도 함께 나누며 지친 마음을 함께 위로해보아요 🌠 한빛은 언제나 한빛인 편 :)
누르면 바로 링크로 연결돼요!  
☑️ 이달의 알림
📌  ‘23년도 한빛 신입생 입학 설명회’가 다가오는 2022년 9월 3일 (토) 9:00~12:00에 진행됩니다! QnA 등 자세한 사항은 한빛고등학교 홈페이지 입학 안내 팝업을 참고해주세요. 한빛을 궁금해하거나, 한빛이 되길 희망하는 분이 주변에 있다면 이번 8월 '댓잎레터 3호'를 살짝 같이 소개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환영합니다 🤗

📌  이강석 선생님‘정읍시민 복날 삼계탕 모임’을 가진 11기 제종민 학우님이 사진을 보내주셨어요! <선생님이 스타일 안사는 날이라고 사진찍는 걸 좀 불편해하셨으니 양해바랍니다ㅎㅎ> 반가운 선생님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죠~🎶

📌 댓잎레터 [프롬한빛]에서 삶을 나눠주실 인터뷰이를 구합니다. 한빛고 졸업생이라면, 누구든지 가능합니다. 한빛고 시절의 기억을 나눠주실 분, 함께 진로를 고민하실 분, 한빛인들에게 인생경험을 들려주실 분 등등 모두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여기로 찾아와주세요.
이번 달 댓잎레터를 친구에게 전달하려면 여기👈
댓잎레터 구독링크는 여기👈
휘영청에 제보하려면 여기👈 
댓잎레터
daennipletter@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