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둘러싼 민족주의, 그리고 차별
나나 "불볕 더위에 코로나까지 조심해야 하다니 쉽지 않은 여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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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지난 7월 26일, 2024 파리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채널로 중계방송을 보고 계신가요? 올해에는 전통의 중계 채널인 지상파 3사뿐만 아니라 웨이브와 아프리카TV가 실시간 중계를 진행하고 있어요. 매번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광고비로 특수를 기대하는 지상파는 저조한 개막식 시청률에서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반면 소셜 미디어에서의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처럼 뜨겁습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사격, 양궁, 펜싱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전투의 민족’이라는 표현이 바이럴되고 있어요. 분명 즐거운 일인데, 함께 즐기기에는 이 ‘민족’이라는 표현이 왠지 마음에 걸립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온몸으로 ‘다양성’을 외치며 인종과 성별, 장애의 유무와 같은 다양성의 가치를 모두 보여주겠다고 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점도 수도 없이 많지만요.) 한편 우리가 말하는 민족은 흔히 ‘단일 민족’의 개념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고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됐어요.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잘하면, 우리는 어디에서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걸까요? 우리의 인식 안에서 ‘한국 대표단’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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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 back to your country
2. 올림픽, 국가주의의 두 얼굴
3.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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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스포츠에 크게 관심이 없던 대중들에게 올림픽은 ‘공통 관심사’가 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번 올림픽이지만, 전 세계에서 즐기는 축제의 장인 만큼 쏟아지는 관심의 정도도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비난의 화살이 종종 엉뚱한 곳으로 튀는 일도 종종 생겨요. 다른 국가 선수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인종차별로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곤 하죠.
SBS에서 이번 올림픽의 개회식 해설을 맡은 방송인 파비앙에 대한 ‘댓글 테러’가 한동안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부정확한 호명 문제, 한국 선수단 소개와 관련한 부적절한 사진 선정 등의 문제로 올림픽 주최 측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었는데요. 파비앙 씨는 한국에서 14년간 활동하고, 지난해 영주권을 취득한 방송인임에도 불구하고 개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급기야 본인이 직접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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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파비앙 씨가 많이 들었다는 이 표현은 사실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흔히 듣게 되는 바로 그 표현, 현지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민 2세대, 3세대들조차 외형으로 인해 외국인으로 판단 당하고 자주 듣게 되는 차별의 표현을 한국 사람들이 프랑스인에게 말하고 있는 상황이 미묘했습니다. 그 대상이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콘텐츠로 활동하는 프랑스인이라는 점에서도요.
‘두유 노 김치?’
'두유 노 김치'도 이제는 과거의 유산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하지만 한동안 ‘국뽕’ 콘텐츠들은 소위 서구권 국가 사람들에게 한국의 콘텐츠를 인정받는 것이 주류였습니다. 그래서 TV와 유튜브를 넘나들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한국을 여행하는 콘텐츠도 꾸준히 사랑받아 왔어요.
그런데 '한국을 알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친한파 방송인’ 파비앙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서구권 출신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다른 외국인들의 일상은 대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올림픽이 뭐길래, ‘국가’라는 경계가 상대방을 쉽게 타자화하고 혐오 발언을 쏟아낼 수 있는 이유가 되었는지에 대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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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전 세계가 화합하는 컨셉의 축제입니다. 소위 ‘올림픽 정신’이라고 하죠. 국가와 인종, 성별, 장애 유무 등등 여러 경계를 뛰어넘고 오직 스포츠에 대한 열정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죠. 그래서 흔히 올림픽 때면 남한과 북한의 화합, 한국과 일본 선수 간의 우정 같은 것들이 언론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나요?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동시에 모두가 ‘국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각 나라 국민들은 자국민의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이 상황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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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선수들의 ‘셀카’ 또한 더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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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국위 선양’이라고 하죠. 최근 들어서야 선수들에 대한 ‘금메달’ 압박이 덜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올림픽은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종목과 기원, 국가 간 알력 다툼이 있다는 점에서 흔히 전쟁의 축소판으로 불리기도 하니까요. 적대적인 국가 간의 경기에서 선수들은 더욱 큰 압박을 받기 마련입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한 중국 선수들이 ‘반애국주의자’라며 비난을 받는 일도 있었죠.
한편, 본인의 스포츠에 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적을 바꾸는 선수들은 나라를 버린 ‘매국노’ 취급을 받곤 합니다. 개인적 목표를 위해 나라와 국민을 배신했다는 것인데, 역량이 좋은 개인이 다른 나라에서 더 좋은 처우를 약속받고 그에 따라 국적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죠. 그 분야가 스포츠일 뿐입니다. 직업적인 이유의 이민은 쉽게 받아들여지면서, 그 대상이 국가대표급 선수일 때에는 반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저 ‘개인’이 아닌, ‘나라’를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올림픽 스타인 유도 허미미 선수는 그 반대의 기대를 충족시켜 준 좋은 케이스죠. 일본에서 자랐지만, 할머니의 소원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오게 됐고, 이후 독립 투사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게 되었어요. 하지만 해외로 귀화한 선수들은 대체로 나라에 대한 배신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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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이전의 자유에 대해 명시한 세계 인권 선언문 제13조 ©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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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국가’를 선택할 자유는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림픽과 국제 경기에서 일어나는 선수 개인의 귀화 문제에 대한 답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개인에게 있었고, 외국에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은 개인의 몫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런 자유를 인식하면서 경기를 보기엔, 올림픽의 ‘틀’ 자체가 국가 베이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스포츠 내셔널리즘’으로 통칭할 수 있는데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속한 국가의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 상대방에게 배타적으로 행동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서로 다른 ‘팀’으로 인식하도록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잖아요. 이때 굳이 다른 나라를 응원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국가주의는 결국 민족주의를 수반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국가대표’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한민족’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선수들이 양궁을 잘하는 이유는 ‘전투 민족’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고, 선수들의 근성은 우리 민족의 ‘얼’이기 때문이라고요. 한국 사회 특유의 민족주의가 일본의 식민지 역사로 인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것임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들의 처절한 훈련에 대한 결과라고 담백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걸까요. 모든 성과에 왜 ‘민족’이라는 결론이 있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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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의 ‘팀 USA’ 상황을 볼까요. 미국은 ‘One For All’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올해의 대표단 구성을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USOPC(미국 올림픽 & 패럴림픽 위원회) 내에서는 다양성을 관리하는 조직도 따로 운영하고 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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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 팀도 ‘백인 위주’의 올림픽으로 비판을 받은 시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 선수단 전체 인원 중 흑인 선수 비중은 고작 3%(225명 중 7명) 수준에 그쳤다고 해요. 특히 동계 올림픽 종목은 상대적으로 흑인의 환경에서 배우기 어려운 스포츠고요. 하계 올림픽 종목이라고 해도, 승마나 조정과 같이 경제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종목에서 흑인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일어나고 있어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백인 선수들의 전유물이던 체조 종목의 미국 여성 대표팀 인종 구성은 5명 중 4명이 흑인, 아시아, 히스패닉계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USOPC의 목표는 ‘미국팀은 모든 미국인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미 ‘백인 우세’의 미국은 저물어 가고, 알파 세대 이후의 미국은 백인이 과반수가 되지 않는 인종 구성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다 언젠간 미국의 ‘엉클 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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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터는 1917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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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이 운영 과정에서의 인종차별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한국이라고 다양성에 열려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2019년 국가인권위에서 조사한 한국 사회 인종차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주민의 68.4%가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에서는 67.4%의 응답자가 외국인 인종이나 국가에 따른 편견이 있다고 응답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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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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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 사회 안에서의 누군가가 계속 소외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에요. 국제 대회에서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주는’ 한국 선수의 이미지는 지금까지 분명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소외해 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의 한국 내 외국인 주민, 다문화 가구 비중은 미국과 같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제 결혼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민 2세가 태어나고, 이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또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중 누군가는 운동선수가 되고, 국가대표 선발이 될 자격을 얻겠죠. 그 비중 또한 점점 늘어나게 될 거고요.
그러니 분명, 우리 다음 세대의 올림픽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점점 달라지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팀 코리아는 ‘한민족’의 대표로 인지되어 왔고 그렇게 기능해 왔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개념, 다른 관점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태어난 프랑스의 언어학자 에르네스트 르낭(Ernest Renan)이 1882년에 펴낸 저서 《민족이란 무엇인가? (Qu'est-ce qu'une nation?)》에 담은 내용 일부를 인용하며 이번 레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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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인종에서 유래하는 것도, 언어로 구분되는 것도, 종교로 결속되는 것도, 국경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민족이란 언제든지 새로 생겨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되는 개념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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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어거스트를 구독해야 하는 이유, 어거스트의 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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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각자의 관심사와 생각이 확고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에디터가 어떤 내용을 다루게 될지 매번 새롭고 재밌어요. (에디터로서 자랑하고 싶은 점은 발행되기 전에 먼저 읽어보고 미리 주접떨 수 있다는 것) 분명 뉴스레터는 하나만 구독했는데, 이토록 다양한 주제를 즐길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어거스트의 매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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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취미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어요. 물레보다는 손으로 빚는 핸드 빌딩 방식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주기적으로 공방에 다녔다가 최근에는 쉬고 있는데, 종종 짧은 클래스에 나가며 창작 욕구를 해소하고 있어요. 고블렛이나 잔, 컵 같은 종류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집안에 식기가 너무 많아져 최대한 자중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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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을 바르기 전 채색을 마친 모습입니다.
뚜껑 있는 작은 상자를 만들기는 정말 정말 어렵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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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에 일어나는 여러 일들의 흐름을 짚고, 거기에 맞물린 미디어와 콘텐츠의 흐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면 어떤 주제든 다뤄보고 싶어요. 자칫하면 무뎌질 수 있는 생각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어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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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최근 아기 하마 피오나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이후로 하마가 나오는 영상들을 연달아 보고 있어요… 아기 동물들은 다 귀엽지만 하마는 특히 예상치 못하게 웃기고 귀여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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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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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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