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의 바람직한 개정 방향 이해완(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 1. 저작권법 전부개정 논의와 추진 상황 저작권법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통해,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권의 절대적 보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저작권 등 권리보호를 하나의 축으로 하되, 공정한 이용의 도모를 다른 하나의 축으로 하여 궁극적으로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있음을 알 수 있다. 1957년에 처음 제정된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2000년대 이후부터 상당히 빈번한 개정을 거쳐 왔고, 그 개정의 목표가 바로 저작권법이 그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현행 저작권법에 그러한 저작권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노력이 도처에 반영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큰 윤곽’의 면에서 기본적으로 타당한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과연 저작권법이 그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현행 저작권법에 내재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점들로 인해, 저작권법의 목적이 충분히 효과적으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나 영역들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필자는 그동안 현행 저작권법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여러 가지 주제별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고, 2020년 초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여 구성된 자문연구조직인 ‘저작권법 전면개정 연구반’의 반장을 맡아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을 작성하는 작업에도 깊숙이 참여한 바 있었다. 연구반의 논의결과로 도출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검토, 공청회에서의 논의 등을 통해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친 후 국회로 건너가, 2021.1.15. 도종환 의원 대표발의 전부개정 법률안으로 발의되어 심의 중에 있다. 이 개정안은 ‘전부개정안’답게, 그동안 학계에서 논의되어 온 많은 사항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제안한 내용들이 일부 수정을 거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서는 이 개정안의 내용에 반영된 필자의 제안 중에서 몇 가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 창작자의 실질적 권익 향상을 위한 개정 방안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실제로 창작한 개인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취지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제안해 오고 있다. 첫째, 업무상 저작물과 관련한 개정안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직장에 소속된 개인이 업무상으로 창작한 저작물을 일정한 요건 하에 그 창작자 개인이 아니라 그 사용자인 법인 등을 저작자로 보도록 하는 ‘업무상 저작물’ 규정(법 제9조)을 두고 있다. 법인 등의 피용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업무의 일환으로 저작한 저작물들에 대하여 사용자인 법인 등이 저작재산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타당할 수 있지만, 아예 ‘저작자’의 지위를 창작자가 아니라 사용자인 법인 등이 가지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저작권법 제9조를 개정하여, 업무상 저작물로서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저작자의 지위는 법인 등 사용자가 아닌 창작자 개인이 가지는 것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게 규정하면,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모두 창작자 개인에게 최초로 귀속된다. 다만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그 저작재산권을 법인 등 사용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법인 등이 저작물을 원활하게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인 등 사용자나 그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제3자 등과의 관계에서는 저작인격권의 행사도 적절히 제한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법인 등의 저작물 활용과 관련한 저작인격권 침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을 통해 법인 등의 저작물 활용상의 편의와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이라고 하는 한편의 이익과 다른 한편에서의 개인 창작자들의 권익 사이에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개정안이 만약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법인 등 사용자의 이익을 별로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지위를 회복하고, 법인 등과 관계없는 무단이용자 등에 대하여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등의 지위 향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제안한 이 부분 개정안은 2020년 11월에 열린 온라인 공청회까지는 유지되었으나, 최종적으로 2021년 1월에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에서는 제외되고, 업무상 저작물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현재와 같이 법인 등 사용자를 저작자로 보는 규정을 그대로 두면서, 법인 등으로 하여금 업무상저작물 창작에 기여한 자를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것으로 축소 반영되게 되었다. 아쉽지만, ‘창작기여자 표시의무’ 제도의 도입으로 업무상 저작물에 대한 창작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작은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에 일단은 만족해야 할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개정안의 통과 이후 상황을 봐서 보다 온전한 창작자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입법적 검토와 노력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협상력이 약한 창작자의 보호를 위해 일정한 요건 하에 저작권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행규정을 두는 개정안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 양도 등 계약의 자유를 중시하여 그러한 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강행규정을 전혀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저작물을 변형, 개작할 수 있는 권리인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을 전부 타인에게 양도하는 계약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구름빵 사건’의 백희나 작가의 경우가 그러한 계약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신인작가 등의 경우에 협상력이 낮은 상태에서 위와 같은 이른바 ‘매절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경우에는 이후 그 저작물이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 경우에도, 출판사 등 저작물 이용 사업자가 추가수익을 독식하고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개작되어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면서 발생하는 이익의 분배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창작자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창작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저작자와 저작물 이용 사업자 사이에 저작재산권 양도 등 계약을 한 후에, 그 대가로 받은 금액과 저작물의 이용으로 인한 수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저작자가 양수인에게 추가적인 수익의 분배를 청구할 수 있는 ‘추가보상청구권’ 규정을 신설하고, 그 규정을 포기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하며,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계약 상대방에 대한 정보제공청구권을 함께 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필자가 다른 학자들의 의견도 참고하여 제안한 이 부분의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인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 저작권계약 중 ‘양도계약’만 대상에 포함하는 등 그 적용범위를 줄이는 수정이 가해진 상태로 반영되어 있다. 이 부분 개정안도 필자가 원래 제시한 방안보다 적용범위 등의 면에서 일부 후퇴한 면이 있지만, 그것이 통과될 경우 창작자의 실질적 권익 향상이라는 면에서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저작권 관련 사회적 갈등의 완화를 위한 개정방안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나 쉽게 온라인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결과로, 의도하지 않은 경미한 저작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침해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하면서도 신속한 민사적 구제방법이 강구되기보다 형사고소의 남용으로 인해 모든 문제가 지나치게 형사화됨과 동시에, 형사고소를 위협수단으로 한 부당한 합의금 장사의 관행이 만들어져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책을 제시해 왔다. 첫째,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행위는 예외 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개정하여, 영리성이나 상습성이 없으며 피해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미한 침해행위에 대하여는 권리자의 침해중단 요구를 받고도 계속 전송하는 등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형사처벌 대상을 축소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부분에 대한 필자의 제안은 현재 국회에서 검토 중인 전부개정안에 별다른 수정 없이 반영되어 있다. 둘째, 현행법상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하여 고소권이 남용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에 해당하는 저작권 침해행위와 관련하여,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여 직권조정결정의 효력이 발생하였거나 고소인만이 그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하여 직권조정결정의 효력이 상실된 경우 고소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제도를 도입하여,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인 조정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고 형사적 구제수단의 남용을 방지하는 규정을 둘 것을 제안하였다. 위와 같은 제도적 대안들을 반영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저작권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완화되고, 저작권 분쟁과 관련한 국민들의 과도한 두려움과 고통을 완화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신장되며, 건강한 저작권 문화가 형성되는 등의 많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4.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하는 저작권법 개정 끝으로, 오늘날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제4차 산업혁명과 저작권법의 관계에 대하여 살펴보자.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위치한 인공지능과 관련한 저작권법의 대응은 어떠한 방향을 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첫째, 인공지능에 의한 생성물을 저작권이나 그와 유사한 권리로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다. 이른바 ‘약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도 인간의 창작성이 가미된 것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하여 저작권 보호가 주어질 수 있으나, 예를 들어 인공지능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작성하는 등의 행위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그러한 그림이나 시에 대하여 저작권이나 그에 준하는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가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필자는 인공지능에 의한 생성물이 인간이 창작한 기존 저작물 등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하고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서, 그것에 어떠한 권리를 인정하게 될 경우 인간의 창작 영역에 부당한 제약요소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인공지능 생성물에 대하여 저작권이나 그와 유사한 권리를 인정하는 입법은 극히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저작권법 전면개정 연구반에서 논의할 때에도 이 문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개정안에 이 부분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둘째,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의 활용이다. 빅데이터의 활용에 대한 법적인 장애물을 제거해 주는 것이 인공지능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하여, 앞에서 설명한 공정이용 조항과 같은 취지의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하여 진지한 검토가 있어 왔다. 저작권법 전면개정 연구반에서의 논의과정에서 필자는 이 부분과 관련한 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그 개정안은 인공지능 산업계의 요구를 감안하여 그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 반영되어 있다. 이 규정은 인공지능산업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의 법적인 리스크를 줄여줌으로써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는 그밖에도 필자가 제안한 확대집중관리 제도의 도입, 초상 등 재산권(퍼블리시티권)의 보호, 링크를 이용한 침해행위로부터의 저작권 보호, 디지털동시송신 개념의 도입 등을 비롯한 다양한 개정안들을 일부 수정하여 반영하고 있다. 국회는 문화국가의 발전을 위한 위 개정안의 취지와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보다 큰 우선순위를 가지고 신속하게 심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늦지 않은 시기에 바람직한 저작권법 개정이 이루어져 많은 국민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한반도평화연구원 홈페이지(www.koreapeace.or.kr)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한반도평화연구원의 공식적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고 한반도 평화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일에 <개인후원>, <교회후원>으로 함께해주세요 !! ※ 후원회원이 되시면 KPI 행사에 우선 초대되고, 연구단행본 및 각종 자료를 우편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인에게 열려있지 않은 KPI 내부 세미나 초청과 회원 자료를 통해 별도 혜택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사단법인 한반도평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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