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부터, 이모저모,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

여러분 안녕하세요. 

두 계절이 바뀌는동안 모두 잘 지내셨는지요? 

낙엽더미처럼 쓸쓸히 쌓여만 가던 소식들…

눈에 덮여 가려지기 전에 드디어 여러분께 전달드립니다. ☃️

텅 리뉴얼 오픈, 가게 2곳의 개업, 입사 10주년을 맞이한 동료,

지나가고 다가오는 프로젝트들 등등.

전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차근차근 읽어봐주세요~


(사진은 곧 헌술방에서 판매할 크리스마스 스페셜 '모닥불 케잌'!  많관부입니다.💝)


 < 현재로부터 >  
무엇이 남을까.

12월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저는 모든 잎을 내려놓고 본래의 형태만 남아 있는 겨울 숲을 좋아합니다.  
자연스레 이 시기에는 죽음을 자주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죽고 나서,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모두 사라진다면  
무엇이 남게 될까요?
지금 당장 죽는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아마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요.  
다만 제가 사랑했던 흔적만이 조금 남을 거예요.  
아내를 사랑하고, 댄디를 사랑하고, 친구들과 웃으며 보냈던 시간들.  
내가 했던 괜찮은 농담, 나의 경솔함과 명랑함, 함께 까불던 순간들.  
우리가 진솔하게 나눴던 감정들만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적인 문장으로 다가옵니다.  
‘현재’라는 제 이름처럼, 우리가 가진 것은 결국 지금뿐이니까요.

처지나 과거에 지배되지 않고,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꿈을 꾸는 것.  
저는 그것이 용기의 본질이라고 믿습니다.  
행복과 기쁨도 마찬가지겠지요.  
언제든 사라질 외부가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내 안에서 찾아야 하니까요.  

‘언젠가’의 조건을 붙이지 않고  
오늘 하루를 성심으로 사는 것,  
그것이 결국 우리 삶 속에서 하나씩 현현되어 가는 과정일 겁니다.  

그렇게 살아낸 순간들만이 남고,  
그렇게 쌓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한 영혼만이  
나만이 알 수 있는 어떤 느낌으로 간직되겠지요.  
모든 것이 사라지고도 남는, 미세한 떨림 같은 것.

마지막으로 떠나는 날,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피곤하긴 한데… 한 번 더 살아보고 싶어.”  
올 한 해도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이모저모 >  

<부암동에서, 아 부앙>


부암동 주민센터 옆, 아 부앙이 개업했습니다. 타파스 요리와 와인을 판매합니다. (생맥주도 있어요!)

여러 나라에서 자취를 하시던 사장님의 경험이 담긴 작은 접시 요리들이 맛도 있고 재미도 있어요. 무시로의 음식을 개발해주신 성화님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답니다.

현현의 오랜 파트너 혜민키에서는 이번에도 정말 근사한 공간과 가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만큼 멋진 아부앙입니다. 만나요! 부암동에서~ 🍷

<바베트, 삶이라는 만찬>

11월, 드디어 바베트의 영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두 팀(점심, 저녁)을 위한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에요. 맛있는 식사뿐 아니라, 공예를 전공한 대표님이 오랫동안 모아온 아름다운 우리 식기, 좋은 제철 재료로 채워진 상차림, 오직 한 팀에게만 집중되는 정성과 시간으로 채워진 공간이에요.

생일, 승진, 출산, 졸업처럼 누군가의 기쁜 날에 꼭 알맞은 식당입니다. 


“정성을 다한 한 끼, 그 한 끼가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삶이 됩니다.” - 최정은

<텅비어있는삶 8층 확장>


늘 사람들로 붐벼서 이름이 무색했던 ‘텅 비어있는 삶’이 기다림 끝에 8층까지 확장해 9월부터 두 층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처음 이 카페를 열게 된 이유도 8층에서 바라본 인왕산–창덕궁의 파노라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였지만, 당시엔 기회가 닿지 않아 7층에 먼저 둥지를 틀었죠. 이제야 비로소 마음으로 그리던 층을 얻은 셈이에요. 8층은 복도 없이 하나로 이어진 넓은 구조라 더 조용하고 개방감이 살아 있고, 7층도 일부 새롭게 단장해 두 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어요. 이번 8층 확장의 디자인과 시공도 송제엽 실장님이 맡아주셨어요.
<창업야학 2기>


두 번째 창업야학을 열었어요. 마음은 늘 자주 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1년이 흘러버렸네요. 이번 기수는 6명으로 운영 중이라 훨씬 밀도 있게 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요. 현 맥도날드 가맹점 대표로서 개인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부터, 현현에서 3년 넘게 함께 일하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퇴사한 제레미, 부타동 가게를 꿈꾸는 예비 사장님 등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온 여섯 분이 모였어요. 창업야학에서는 그분들의 상황과 생각을 차분히 살펴보며,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방향을 비춰주는 등불이 되어드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은 결심이 자리 잡는 순간이 오는데,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보는 일이 야학을 이끄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동네에서 작은 가게로 살아남기
- “작고, 가깝고, 아름답게”>


지난 11월, 길음동에서 ‘동네에서 작은 가게로 살아남기’ 포럼을 잘 마쳤어요. 넘쳐나는 가게들 사이에서 고유함을 지키며 오래 사랑받는 공간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짚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성북동 ‘녹기전에’를 운영하는 박정수 대표님을 모시고 작은 가게의 ‘작음’이 한계가 아니라 앞으로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점을 나누었고, 예비 창업자와 자영업자들이 각자의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서로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어주는 자리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확인한 건 하나였어요. 사람들이 찾고 싶은 아름다운 공간은 크기보다 결로 만들어진다. 그 조용한 확신이 이번 포럼의 가장 소중한 수확이었습니다.
<공연, 공연>


9월부터 현현의 매장과 여러 리퀴드유니온 가게에서 진행한 공연들을 모두 성황리에 마쳤어요.
•‘텅 비어있는삶’ 8층 확장을 기념해 레인보우99님을 초대한 공연은 비가 내려 공연 제목 ‘환한 바깥’과는 달랐지만, 그 덕분에 깊고 아름다운 풍경이 음악과 겹쳐져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었어요.
•황학동 ‘만물’에서는 김오키 트리오가 공연을 했어요. 평소 재즈가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너무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위스키와 재즈 공연… 황학동 오랜 거리 위 만물의 분위기가 한층 더 깊어지는 밤이었습니다.
•제주 ‘마음의실루엣’에서는 전찬준님을 모신 2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어요. 마음의실루엣에서 처음 여는 공연이었는데, 찾은 손님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며 두 사장님이 큰 보람을 느끼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과수원 프로젝트’의 가을 음악회는 김목인님을 모시고 야외 공연을 열어 가을빛과 바람, 자연의 결이 음악과 어울려 한 폭의 장면처럼 남았어요.
•지하서재의 7주년 공연에서는 밴드 언더독이 초대되어 별다른 음향 장비 없이도 공간 자체가 울림이 되어주는 어쿠스틱 무대를 만들어냈어요.
이렇게 여러 곳에서 펼쳐진 공연들이 각자의 결로 아름답게 완성되며 가을의 흐름을 풍성하게 채워주었답니다.
 <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  
  
  • 인터뷰 날짜 : 2025.11.03
  • 인터뷰이 : 혜화 (MD)
  • 인터뷰어 : 사포 (슈퍼바이저)
  • 촬영 및 편집 : 니퍼 (디자이너), 사포 (슈퍼바이저)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현현과 함께한 동료가 있습니다. 현현의 첫 가게인 단맛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지금은 현현의 기둥같은 존재가 된 혜화가 그 주인공입니다. 10주년 기념 인터뷰를 통해 혜화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왔습니다.

✦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모두 안녕하신가요? 요즘에는 전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한 달 휴가를 가게 되어서 남미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일을 대신 맡아주고 계실 동료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현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인생의단맛, 독일주택, 수도원 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계신 작은 조직이었어요.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취업 준비를 하며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는데 단골으로 가던 인생의단맛이 떠올라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인생의단맛 매니저님으로 계시던 분이 곧 퇴사를 앞두고 계셔서 제가 매니저를 맡게 되었어요. 처음 한 달 정도를 일하고 금방 이 일이 잘 맞는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 원래 F&B 업계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먹고 사는 단순한 것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좋은 것을 파는 가게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F&B 업계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일을 해보니 작은 가게를 정성스럽게 가꾸는 일이 즐겁게 느껴졌어요.


✦ 매장 일도 하다가 이제는 MD일을 도맡아 하시는데 가장 큰 차이는?

매장 근무에 전혀 들어가지 않은지는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고 그 전까지는 두 가지를 늘 병행했어요. 그래서인지 둘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고 물리적으로 몸을 쓰는 일인가 아닌가 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매장에서 일해도 가게의 분위기를 살피고, 손님들께 받는 피드백들로 메뉴를 살피는 일을 하니까요. 그래서 매장에서 일해보는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저는 이런 것 참 대답 못하는 것 같아요.

인생의단맛 매니저 시절부터 꼽아보자면 사자가 손님으로 와서 바에 앉았을 때, 오무사에서 코로나 시절 혼자 근무할 때, 동료들과 캠핑 워크샵을 갔을 때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은 정말 많은데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렵네요.


✦ 애착이 가장 많이 가는 현현 가게는?

그런 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현현 매장에는 쉽게 가지 못해요. 가면 괜히 불편해하시지는 않을까, 바닥에 뭔가 떨어져있는게 보이면 어쩌지 (말해도 불편하고 눈감아도 불편하고..) 등의 생각이 줄지어서 일부러 잘 가지 않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서툴게 대응했던 과거의 제 모습도 한 몫을 하고요.

그치만 사라지면 가장 슬플 곳은 인생의단맛인 것 같아요.


✦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현현 전체 매장 중)

최근에 텅 8층 공사를 할 때 부스터가 되어줬던 키위 밀크. 하루에 두 잔씩 마시기도 했답니다.


✦ 일하며 지칠 때 환기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지치면 지친대로 그냥 하는 편인데요 (일하다보면 그럴 때도 있지요~) 매일 점심 때마다 댄디와 산책을 하면 환기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 하나의 가게를 완성시켰을 때 어떤 기분인가요?

음 우선 가게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게를 완성시켰다는 느낌은 그 가게의 주인이 되거나 주인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만들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까지도 어떤 기분인지 잘 몰랐고 길동뮤직을 처음 맡아서 해보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애착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애착은 모두 내가 가게를 완성시켰다는 마음에서 오는 것 같아서 동시에 경계하게 되더라고요.

내 손을 떠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변하도록 두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새로운 주인,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에 맞게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즐겁기도 하고요.


✦ 가게를 운영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장님이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자리를 지키시는 것.


✦ 요즘 즐겨 가거나 눈여겨 보고있는 현현 외의 가게가 있다면?

세상에 좋은 가게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부러 멀리 찾아가야하는 가게도 괜찮지만 그보단 각자 집 주변에 종종 찾게되는 좋은 가게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 근처에는 홈타운 숯불바베큐와 일미 감자탕, 바스크 커피가 있어요.


✦ 한 직장을 10년간 근속 할 수 있는 비결은?

다른 직장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마음 속으로 ‘현현을 떠난다면 또다른 조직에 속하기 위해서는 아닐거야’ 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물론 현현에도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서로 잘 맞는 부분, 안 맞는 부분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10년을 다닐 수 있었던 건 현현이 변화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근속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성향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조직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계속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지난 10년은 혜화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득하기도 하고 쏜살같이 지난 것 같기도 하네요.

얼마 전 현재가 인스타그램에 제 10년 근속을 축하한다는 포스팅을 하셨을 때,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축하를 담은 개인 메세지가 왔었는데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웠어요. 돌아보니 부끄러운 일들만 떠오르더라고요.

친구 사이보다 동료 사이가 훨씬 어려운 것 같아요. 동료가 되면 그 사람의 면면을 모두 보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도 10년동안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생각해요. 가끔 사자(벼랑 사장님)에게 이제 같이 일하면 더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얘기하기도 합니다.


✦ 전혀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세요?

요즘에는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직하게 쌓아올린 하루하루의 노동이 곧 삶의 지혜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 업무 외에 요즘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집을 돌보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긴 것 같아요.


✦ 앞으로의 10년 계획은?

거주지를 서울이 아닌 시골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사는 곳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 끝으로 현현 동료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모두 많이 즐겁고 건강하세요! 몸과 마음의 건강이 최고입니다. 






코끝 시려운 겨울,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현현 드림!

🎄



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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