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하신가요? 요즘에는 전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한 달 휴가를 가게 되어서 남미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일을 대신 맡아주고 계실 동료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현현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인생의단맛, 독일주택, 수도원 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이 계신 작은 조직이었어요.
대학 마지막 학기 때 취업 준비를 하며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는데 단골으로 가던 인생의단맛이 떠올라 가벼운 마음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당시에 인생의단맛 매니저님으로 계시던 분이 곧 퇴사를 앞두고 계셔서 제가 매니저를 맡게 되었어요. 처음 한 달 정도를 일하고 금방 이 일이 잘 맞는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 원래 F&B 업계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먹고 사는 단순한 것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좋은 것을 파는 가게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F&B 업계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일을 해보니 작은 가게를 정성스럽게 가꾸는 일이 즐겁게 느껴졌어요.
✦ 매장 일도 하다가 이제는 MD일을 도맡아 하시는데 가장 큰 차이는?
매장 근무에 전혀 들어가지 않은지는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고 그 전까지는 두 가지를 늘 병행했어요. 그래서인지 둘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고 물리적으로 몸을 쓰는 일인가 아닌가 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매장에서 일해도 가게의 분위기를 살피고, 손님들께 받는 피드백들로 메뉴를 살피는 일을 하니까요. 그래서 매장에서 일해보는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저는 이런 것 참 대답 못하는 것 같아요.
인생의단맛 매니저 시절부터 꼽아보자면 사자가 손님으로 와서 바에 앉았을 때, 오무사에서 코로나 시절 혼자 근무할 때, 동료들과 캠핑 워크샵을 갔을 때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은 정말 많은데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렵네요.
✦ 애착이 가장 많이 가는 현현 가게는?
그런 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현현 매장에는 쉽게 가지 못해요. 가면 괜히 불편해하시지는 않을까, 바닥에 뭔가 떨어져있는게 보이면 어쩌지 (말해도 불편하고 눈감아도 불편하고..) 등의 생각이 줄지어서 일부러 잘 가지 않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서툴게 대응했던 과거의 제 모습도 한 몫을 하고요.
그치만 사라지면 가장 슬플 곳은 인생의단맛인 것 같아요.
✦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현현 전체 매장 중)
최근에 텅 8층 공사를 할 때 부스터가 되어줬던 키위 밀크. 하루에 두 잔씩 마시기도 했답니다.
✦ 일하며 지칠 때 환기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다면?
지치면 지친대로 그냥 하는 편인데요 (일하다보면 그럴 때도 있지요~) 매일 점심 때마다 댄디와 산책을 하면 환기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 하나의 가게를 완성시켰을 때 어떤 기분인가요?
음 우선 가게를 완성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게를 완성시켰다는 느낌은 그 가게의 주인이 되거나 주인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만들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까지도 어떤 기분인지 잘 몰랐고 길동뮤직을 처음 맡아서 해보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애착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애착은 모두 내가 가게를 완성시켰다는 마음에서 오는 것 같아서 동시에 경계하게 되더라고요.
내 손을 떠난 뒤에는 자연스럽게 변하도록 두어야 하는 것 같아요. 또 새로운 주인,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에 맞게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즐겁기도 하고요.
✦ 가게를 운영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장님이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자리를 지키시는 것.
✦ 요즘 즐겨 가거나 눈여겨 보고있는 현현 외의 가게가 있다면?
세상에 좋은 가게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부러 멀리 찾아가야하는 가게도 괜찮지만 그보단 각자 집 주변에 종종 찾게되는 좋은 가게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 근처에는 홈타운 숯불바베큐와 일미 감자탕, 바스크 커피가 있어요.
✦ 한 직장을 10년간 근속 할 수 있는 비결은?
다른 직장을 많이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마음 속으로 ‘현현을 떠난다면 또다른 조직에 속하기 위해서는 아닐거야’ 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물론 현현에도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서로 잘 맞는 부분, 안 맞는 부분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10년을 다닐 수 있었던 건 현현이 변화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근속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성향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조직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계속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지난 10년은 혜화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득하기도 하고 쏜살같이 지난 것 같기도 하네요.
얼마 전 현재가 인스타그램에 제 10년 근속을 축하한다는 포스팅을 하셨을 때,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에게 축하를 담은 개인 메세지가 왔었는데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웠어요. 돌아보니 부끄러운 일들만 떠오르더라고요.
친구 사이보다 동료 사이가 훨씬 어려운 것 같아요. 동료가 되면 그 사람의 면면을 모두 보게 되는 것 같거든요.
그래도 10년동안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생각해요. 가끔 사자(벼랑 사장님)에게 이제 같이 일하면 더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얘기하기도 합니다.
✦ 전혀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세요?
요즘에는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직하게 쌓아올린 하루하루의 노동이 곧 삶의 지혜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 업무 외에 요즘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집을 돌보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긴 것 같아요.
✦ 앞으로의 10년 계획은?
거주지를 서울이 아닌 시골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사는 곳이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 끝으로 현현 동료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모두 많이 즐겁고 건강하세요! 몸과 마음의 건강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