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2일  (No. 516)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면 항상 좋을까?


어제 경영일기에서 핫코다 산 참사를 소개했는데요, 이와 비슷한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핫코사 산 참사의 교훈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 하나를 오늘 더해 드립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스탈린그라드 전투 제6군 붕괴 사건입니다. 시대와 사건의 규모는 다르지만, 이 사건은 ‘혹독한 자연환경’과 ‘지휘·의사결정 실패’가 결합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핫코다 산 참사와 놀라운 공통점을 가집니다.


1942년 여름, 독일군은 소련 남부로 진격해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를 점령하고자 했습니다. 히틀러의 목표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시 점령을 통해 소련의 사기를 꺾고, 둘째, 남쪽의 카프카스 유전지대를 확보해 전쟁에 필요한 석유를 손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제6군 사령관 프리드리히 파울루스는 치열한 시가전 끝에 도시 대부분을 장악했지만, 소련군은 저항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전세는 1942년 11월 소련군의 ‘우라누스 작전’을 기점으로 뒤집혔습니다. 소련군이 양쪽 측면을 기습 공격해 제6군 약 30만 명을 완전히 포위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파울루스와 참모들은 포위망이 좁혀지기 전에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히틀러는 “스탈린그라드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는 공군이 공중 보급을 하면 버틸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필요량의 20~30%만 공급이 가능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겨울이 되자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습니다.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졌고 연료 부족으로 난방이 불가능해 병사들은 동상과 저체온증에 시달렸습니다.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나면서 굶주림과 질병이 사병들 사이로 퍼졌습니다. 만슈타인 원수가 이끄는 구출 작전이 시도됐지만 히틀러는 제6군이 포위망을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1943년 2월, 파울루스는 항복을 선택했고, 9만 명 가량이 포로가 되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 대부분은 수용소에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교훈이 이렇습니다.


첫째, 현장의 판단 무시 — 포위 초기의 탈출 기회를 놓침

둘째, 비현실적인 보급 계획 — 공중 보급에만 의존한 판단은 치명적

셋째, 혹한 대비 부족 — 장기전에 필요한 방한 장비와 식량이 턱없이 부족

넷째, 목표 집착 — 도시 점령이라는 상징적 승리에 사로잡혀 전략적 유연성 상실


핫코다 산 참사와 비교해보면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두 사건 모두 자연환경이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결국은 인재(人災)였습니다.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상부의 체면과 고집에 묻혀 버렸고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으로 위기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철수 시기를 놓침으로써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말았죠.


조직에서도 이런 패턴은 자주 나타납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상부의 체면 경쟁과 정치적 계산에 묻히면 결정은 늦어지고 피해는 커집니다. 계획은 현실성을 잃어 버리고 준비 부족은 위기 상황에서 치명타로 돌아옵니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혹은 집착)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핫코다 산 참사와 스탈린그라드 제6군의 붕괴 사건은 ‘귀를 막은 리더십과 의사결정 구조의 경직성’이 조직을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강조합니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지만 의사결정 구조는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조직을 살리는 것은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상황 변화에 맞춰 신속히 결정을 내리는 유연성’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조직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면 ‘스탈린그라드’와 ‘핫코다’와 같은 상황일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끝)

제가 운영하는 출판사 '경다방'에서 신간이 출간됐습니다. 그동안 이 책 편집/교정하느라 좀 바빴습니다. <나의 소울넘버>라는 책인데요, 과거에 초판이 나왔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로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 인쇄 전이라 지금은 예약판매 중입니다(7월 29일에 서점 배본 예정).

타로 혹은 수비학에 관심을 가진 분들, 타로 수비학이 아니더라도 삶의 조언을 구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페친 여러분의 구매와 열독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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