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는 음악과 영화에서 비 백인 아티스트의 차별 이야기를 다뤘었지. 마부뉴스의 질문은 "오스카 시상식에 다양성 기준을 포함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였는데 우리 구독자들은 다양성 기준이 백인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도인만큼 필요하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어. 전체의 83.3%가 선택했지. 반면 기계적 평등이 오히려 창작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은 16.7%였어.

난민의 엄마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메르켈과 난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야. 2015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서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은 유럽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어. 메르켈의 독일은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피하기 위해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들에게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어. 그 결과 외국인 인구가 크게 늘어났지.

아래의 그래프는 2005년과 2020년의 독일인과 외국인의 인구를 비교한 자료야. 검정선 막대가 2005년이야. 2005년엔 독일 인구 8,244만 명 중에 외국인은 729만 명으로 8.8%였지만 2020년엔 외국인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12.7%로 뛰어올라. 연령대로 보면, 외국인은 15세 이상 20세 미만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인구수가 늘어났어. 반면 독일 국적의 인구는 50세 미만은 확 줄어들었지. 0~5세 그리고 30~35세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인구가 감소했어. 

<난민은 정말 범죄를 더 저지를까?> 레터에서 이야기했듯이 과거의 독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 사회였어. 출산율을 늘지 않고, 고령의 인구는 늘어나면서 독일 경제의 활력이 줄어든 상황이었지. 하지만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경제활동 인구가 증가했고, 활발한 경제 활동이 생겨나자 독일 경제에 활력이 생겼어. 그 결과로 첫 번째 그래프에서 봤듯이 고용 인구는 늘어났고 실업 인구는 감소한 거지.

하지만 국민 통합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어. 난민 유입이 급증했던 2015년과 2016년에 난민의 범죄로 사회가 혼란스러웠거든. 난민 유입이 지속된 만큼 범죄건수가 계속해서 증가하진 않았지만 타지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는 사라지지 않았어. 반대하는 국민 여론도 늘어났고 그 틈을 극우 정당이 파고들면서 메르켈의 지지율은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지게 됐지.

독일이 통일된 지 벌써 31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의 격차는 큰 상황이야. 통일이 된 후부터 많이 줄여왔지만 격차는 여전히 남아있어. 메르켈도 통일 31주년 연설에서 독일 통일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언급할 정도니까. 1인당 GDP를 보더라도 동독은 3만 27유로이지만 서독은 4만 3,449유로야. 실업률 역시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지만 동독이 더 높은 상황이야. 동독의 실업률은 7.1%고 서독은 5.1% 정도거든. 아래 그래프는 2020년의 주민 1인당 가처분 소득을 나타낸 지도인데, 동독과 서독의 차이가 확연하지?

그래서 동독 최초의 총리이지만 동독을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어. 동독 지역 사람들은 2등 국민이라는 불만이 있거든. 최근 자료를 보면 동독 사람들의 33%가 자신들이 2등 국민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야. 반면 서독 지역 사람들은 25% 정도고. 거기에 난민까지 유입되면서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생각이 들고, 보수 정부가 집권했는데도 계속해서 진보적인 정책을 선보이니 불만을 느꼈던 거지.

그 사이를 파고든 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었어. AfD가 동독 지역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동독인들이 난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거였고, 아쉬움과 불만이 많았던 동독 지역은 메르켈의 기민당보다 AfD을 지지했어. 실제로 동독 지역에서 AfD의 지지율이 높게 결과가 나오고 있어. 지난 총선에서도 AfD가 1위를 차지한 지역은 모두 동독지역이었으니까.

2017년 베를린에서 열린 여성 20 정상회의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어. "메르켈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요?" 이 대답에 메르켈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고 얼버무렸지. 퇴임을 앞둔 올해 9월 8일에서야 메르켈은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어. "페미니즘은 본질적으로 사회 참여나 생활 전반에 있어서 남녀가 평등하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야.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지만 메르켈 정부 내내 여성의 정치 참여는 크게 늘지 못했어. 일각에서는 메르켈이 속한 정당이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보수 정당이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여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해석도 하지. 아래 그림에 1949년 독일의 초대 연방하원부터 올해까지 연방하원 의원 성비를 나타내봤어. 2005년 이후 여성의 비율이 정체 중인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야. 2005년 여성 의원의 비율은 31.8%였고, 16년이 지난 올해는 34.9%야. 단 3.1%p 증가. 2017년엔 여성 비율이 31.0%였는데, 이 수치는 1998년 이후 19년 만에 최저 수치였어.

독일 최초의 여성 환경부 장관이었던 메르켈은 여러 환경 조약을 이끌어내기도 했어. 1997년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던 교토의정서에도 메르켈의 서명이 들어가 있지. 총리로는 G8 회의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자는 기후협약을 이끌어내는 기후 총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 외교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독일 안에서는 전력 생산에서 재생 에너지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주진했어.

2005년엔 석탄의 비율이 46.7%로 절반에 가까웠는데 2020년엔 그 비율을 23.7%로 감소시켰어. 석탄이 줄어든 빈자리는 풍력,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채웠지. 2005년엔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전체 에너지 총생산량의 7.1% 밖에 되질 않았는데, 2020년엔 그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였어. 다만 여전히 화석연료의 비율이 43.8%로 많긴 한 상황이야.

에너지 생산에서 석탄의 비율을 줄이긴 했지만 천연가스와 석유의 비율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게다가 다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 2012년엔 EU에다가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강화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기도 했거든. 독일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을 봐달라는 거였어. 메르켈의 환경 정책은 급진적으로 감축하기보다는 가능한 선에서 감축 정책을 진행해 왔다고 보면 좋을 거야.

그리고 올해 여름, 서유럽에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대홍수가 났어. 독일에서만 19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집계된 재산 피해만 100억 유로 이상이었지. 우리나라 돈으로 13.5조 규모의 엄청난 손실이야. 결국 대홍수 기자회견에서 메르켈은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을 인정했어.

독일 헌법재판소에서는 메르켈의 기후변화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어. "탄소 배출의 감축 부담을 2030년 이후로 떠넘기는 건 젊은 세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부담을 미래 세대에 일방적으로 넘겨버리는 것이 미래 세대의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어. 현재 독일의 메르켈 정책으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한거야.

퇴임을 앞둔 메르켈은 통일 31년 기념 연설을 통해 경계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삶을 고백했어. 우월한 서독의 교양 넘치는 시선으로 동독 출신의 메르켈을 바라봤던 차별을 이야기했지. 그들은 메르켈이 독재와 억압적 국가 체제인 동독에서 겪어온 35년간의 삶을 "필요 없는 짐"으로 규정했고, "태어나지 않고, 속성으로 학습된 독일인"이라고 평가해왔어.

어찌 보면 메르켈은 동독 출신이라서, 그리고 여성이라서 받아야 했던 차별을 견디면서 묵묵히 걸어왔을지 몰라. 그 차별이 어느 때는 보이지 않았을 거고, 또 어느 때엔 노골적이었을 텐데도 말이지. 동독과 서독의 구분, 여성과 남성의 구분, 원주민과 난민의 구분. 그 안에서 메르켈은 동독 출신이지만 동독만을 대표하지 않았고, 여성이지만 여성만을 대표하지 않았고, 독일인이지만 독일인만을 대표하지 않았어. 그래서 양쪽에서 더 아쉬움을 표현했을지 몰라.

오늘 준비한 특집 마부뉴스는 여기까지야. 마부뉴스가 선택한 올해의 인물은 메르켈에 대해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그리고 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올해의 인물은 누구인지도 궁금해! 아래 투표하기를 통해 알려줘 :)

* 레터에 활용한 데이터와 기사들의 목록은 여기서 볼 수 있어.

60초 안에 이번주 마부뉴스에서 다룬 주제와 관련한 쓸모있는 정보 7개를 골라서 요약해드립니다! … 였는데 이번주는 특집인 만큼 두 개의 인터랙티브 기사만 소개해 드려요🤣  제목을 누르면 기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메르켈이 태어났을 때부터 물리학 박사를 거쳐 한 나라의 총리에서 퇴임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한 페이지야. 오늘 마부뉴스의 내용들도 많이 들어있으니 이 페이지와 함께 정리해 보는건 어떨까?

독자들 안녕!😃  12월 둘째주는 마부뉴스 선정 올해의 인물인 앙겔라 메르켈에 대한 특집 레터를 준비했어. 이번 레터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해! 피드백을 통해서 알려줘. 마부뉴스는 다음 주에도 새로운 주제와 알찬 데이터로 돌아올게! 그럼 다음주에 보자 ~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