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st
담: 엄살원 주인. 기획, 음식, 편집 등등을 한다.
유리: 엄살원 직원, 손님 섭외, 식사, 편집 등등을 한다.
예인: 연출, 감독. 촬영하다 쉬는 시간에 잠깐씩 식탁에 앉는다.
Guest
장혜영: 21대 국회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국회의원 심심이 장혜영

혜영: 아이고… 세상에 그림 같아요, 음식이. 


유리: 진짜 이쁘다. 냄새도 진짜 좋지 않아요?


혜영: 네.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네요. 들어온 순간 딱 환영하는 냄새와 소리가 났어요. 사진 찍어도 되나요?


담: 그럼요.


혜영: 좋은 순간은 기록해놓고 보면서 힘을 내거든요. 오늘도 한 명의 시민이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살고 계시는 걸 보다니 너무나 기쁩니다.


담: 이건 구운 파프리카와 아스파라거스인데요, 파프리카 속에는 비건 그릭요거트로 만든 어니언 크림이 들어가 있어요. 요 접시를 먼저 드시고요. 그 다음에 리조또 드세요. 총 세 가지 버섯이 들어갔습니다. 참송이 버섯, 화고버섯, 느타리 버섯.


혜영: 아, 파프리카구나. 너무 예뻐요!


담: 오늘은 연말이 테마여서, 색을 조금 맞춰봤어요. 빨강과 초록이 있었으면 좋겠어, 크리스마스 전구 같은 느낌의 요리가 하나 있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으로 재료를 골랐네요.


혜영: 네, 정말 12월이 느껴지네요. 융숭한 대접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살원이 뭐 하는 곳인지, 오기 직전에  보좌진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보좌진과 스케줄러를 공유하거든요. 스케줄러에 ‘엄살원’이라고 적어놓았는데요, 다들 궁금한데 차마 못 물어본 거예요, 어디 가는 건지.


담: 엄살원 설명 쉽죠! 좀 못 미더운 의원이다. 힘든 사람한테 밥을 준다. 대신 밥 먹는 동안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유리: 쉬운가? 여전히 수상한데요?ㅋㅋㅋ 보좌진들이 차마 못 물어봤던 다른 스케줄은 뭐가 있어요?


혜영: 좀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약속들은 잘 안 물어봐요. 예를 들어 동생 혜정하고 혜정을 중심으로 모인 친구들, 혜정의 활동 지원을 해주는 친구들하고 만나러 간다. 그러면 만나는 사람 이름만 적어놔요.


유리: 우와 리조또 이거 닭죽 같아…!


담: 그럴 수 있어. 채수에 들어간 참송이 버섯에서 솔향, 흙향 이런 게 나는데 백숙재료가 내는 향하고 거의 같아요.


혜영: 정말 맛있네요. 닭죽 같다는 말이 딱 이해가 가요. 


담: 그리고 여기 주문하신 칭따오 논알콜입니다. 국정조사 모드라 21일째 금주 중이라고 해서요. 짠!


유리, 담, 혜영 : 짠!


담: 논알콜이랑 알콜이랑 맛에 차이가 큰가요?


혜영: 크죠. 논알콜은 뭔가 빠져있는 느낌이죠.

아주 주관적이지만, 논알콜 맥주 중에서는 칭따오가 가장 빠져 있는 완성도가 높았어요.


다른 건 하이네켄이지만 알코올이 없어~~(절망) 이런 느낌이라면 얘는 뭔가 칭따오 논알콜!(받아들임)이라는  느낌이에요.


유리 : 그렇군요! 맛있는 비건 대체식품을 설명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고기인 콩고기, 케이크인 비건 케이크를 찾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담: 아쉬워라. 술 한잔 같이 기울이고 은근슬쩍 노래 신청하려고 했거든요. 오늘은 정치인으로도 소환되셨지만 어떤 예술가로 초대되셨기 때문에, 노래도 부르실 예정이세요.


혜영: 그렇군요. 받아들이겠습니다.


담: 좀 이따 은빈도 올 텐데 은빈도 노래를 만듭니다. 


혜영: 맞다 얘기해 주셨죠. 훌륭한… 이렇게나 다재다능한 친구들과 함께 계시네요. 


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 너무 할머니같이 예뻐해주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리: 어떡하지? 아까부터 이 한 치의 문제도 없는 발언. 


혜영: 그대로 타이핑해서 바로 받아써도 괜찮은, 마침표까지 찍혀있는 문장으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이 있어요.


담: 진짜 신기해요. 저는 의원님의 말하기에 전율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스크립트가 그대로 나온다. 저 사람의 말은 통째로 글이다.


혜영: 예,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리: 네, 노력하고 있으신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 아무래도 그렇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ㅋㅋㅋㅋㅋㅋㅋ


유리: 장혜영 의원님이 말을 정말 잘하죠. 발음, 억양, 속도, 사용하는 어휘의 정련함 모두 스피치 롤모델이 되실만 해요. 저는 말을 잘 못해서, 나중에 장혜영 의원님이 나타나서 말하는 거 보고 저렇게 말하는 거, 저렇게 말하는 걸 내가 하고 싶었어 이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혜영: 지금은 엄청 잘하시는데요?


유리: 감사합니당. 연습했어요.


비거니즘을 지향한 지 5년 가까이 되셨다면서요. 국회의원은 사실 제대로 일하면 노동 시간이 길고 강도도 강한 직업인데, 밥을 어떻게 챙겨 먹고 계세요? 식생활에 각별히 자원을 투자하지 않는 이상 비건식으로 충분하기가 어려울 수 있잖아요. 저는 의원님이 가끔씩 뭐 논비건 식사 하게 된다고 해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혜영: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제 이미지를 엄청 까탈스러운,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로 생각해 주시다 보니까 비거니즘에 있어서도 어떤 헛된 이미지가 있어요. 제가 지향하고는 있지만 전혀 실천하지 못하는 레벨의 비건으로 저를 생각해주셔서요, 만나도 비건 음식이 있는 자리에서 만나게 돼요. 감사한 일이죠. 


유리: 그렇게 만나면 보통 뭘 먹나요?


혜영: 주로 파스타 같은 거. 비건 파스타를 파는 양식집, 이런 데에서 약속이 잡혀요.


유리: 좋다. 저는 비건이라고 알려졌을 때 어디 회의장에 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따듯한 식사를 하는 와중에 저한테는 진짜 풀만 주셔서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드레싱도 없이 양상추랑 파프리카만…. 이럴 거면 내가 비건임을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한 적도 종종 있어서요. 그래도 탄수화물을 드신다니 안심이 됩니다.


혜영: 저는 직업이 직업이니까, 또 차별금지법 때문에 제가 다른 의원님들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대사관 방문이 많거든요. 그런 데 가면 좀 즐겁죠. 당연히 알러지 여부, 비건 지향 여부 등을 사전에 물어보고 맞춰서 준비를 해주시니까요.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이런 음식을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유리: 그쵸? 엄살원 음식이 맛있어요. 웬만한 비건 식당 거의 다 가봤지만 이 집이 진짜 맛집이에요.


담: 우리 집이 무슨 식당이냐?! 식당이지. 맞습니다…. 저는 엄살원 핑계로 집을 많이 꾸몄어요. 그릇이나 컵도 예쁜 걸로 모으고, 태피스트리 같은 소품도 사들이고. 손님들이랑 사진 찍을 때 배경으로 좋겠지? 이러면서.


혜영: 너무 예쁜 마음이네요.


일동: (기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 이렇게 감동스럽게 포장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모든 마무리가 너무 충격적이야 


혜영: 웃음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어디에서 반응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유리: 그거 같아요. 국회의원 심심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 앱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유리: 의원님처럼 말하는 AI 앱이 있으면 많은 시민이 그냥 평상시에 들으면서, 오늘 하루 나의 지친 일상을 위로받고.


혜영: ‘정말 애쓰셨네요.’


담: ‘당신도 소중한 시민입니다.’


유리: 직장생활 힘들다 이러면 노동 관련 상담도 해주고. 


담: 맞아요. 그러니까 약간 직장갑질 119 톡방이랑 쪼끔 비슷한데 훨씬 따듯한 버전의 인공지능인 거죠. 


유리: 그리고 또 이제 이런 챗봇이 인권 감수성이 높으면 살기 힘들다, 신입사원이다, 뭔가 실수했다 이럴 때 엄청 좋은 위로를 해줄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아이디어 괜찮은 것 같아요.


혜영: 네. 한번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유리, 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리: 전혀 생각 안 해볼 목소리잖아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 이거 정말 확실하게 논알콜이네. 이렇게까지 제정신이실 수가.


혜영: ^^;;


담: 촬영 전에도, 장혜영 의원님께 일의 기쁨과 슬픔이 뭐냐고 질문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일의 기쁨은 민주공화국의 개별 헌법기관으로서 정치가 배제해왔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국회 안에서 울려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대답하셨었어요. 이렇게…


유리: 이렇게 웅장한ㅋㅋㅋㅋㅋㅋㅋ


담: 네, 그렇죠. 이렇게 딱딱한 감동을 주는 기쁨은 엄살원 사상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유리: 잠꼬대 하실 때도 정치에 관한 내용으로, 완결된 문장으로 하신다면서요.


혜영: 네 맞아요. 잠꼬대를 꿈속에서 듣고 스스로 놀라면서 깨요.


담: 사실상 안 주무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정치가 잠재의식 차원에서 돌아갈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언제 어떻게 쉬세요? 금주 끝나면 어떻게 노실 거예요? 그러니까 국정조사 끝나면요. 


혜영: 아… 맛있는 걸 먹는 자리를 가져야죠.


담: 친구들이랑요?


혜영: 네. 집에서 혜정이나, 아니면 혜정을 중심으로 모인 소수의 친구들. 그 정도 모여서 놀 거예요.


국정조사가 잘 끝났으면 좋겠어요. 모든 일에는 플롯이 있잖아요. 모든 게 다 잘되거나 모든 게 다 엉망인 경우는 거의 없죠.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역경을 겪다가 극적인 계기로 다 잘 풀렸다! 이런 플롯이면 좋죠. 그럼 뒤풀이에서는 국조 얘기를 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질질질 짜다가 딱 자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담: 국정조사는 일의 사이즈가 굉장히 크잖아요. 그래서 마쳤을 때의 카타르시스도 너무너무 크지 않을까. 그래서 정치는 저한테 좀 중독적일 것 같은 이미지도 있어요. 


유리: 한 번 입법 해보면 못 헤어 나오지.


혜영: 왜 이렇게 잘 아세요!


유리: 아, 저도 성폭력 처벌법 14조 개정에 함께했었어요. 잊을 수 없죠. 그때 정말 좋았죠.


혜영: 정말 감사합니다.


담: 그때 몇 살이었어?


유리: 그때 20대 중반이었던 것 같은데….


담, 혜영: 하이고….


유리: 지금은 서른 넘었어요. (따봉 ^^b)


혜영: (쌍 따봉 b^^b)


일동: (혼비백산)


혜영: 으하하.


담: 아… 어떡하지 이거는 찍었어야 되는데.


유리: 이 제스처도 고스란히 텔레그램 이모티콘으로 나와야 돼. 


담: 내가 별 거 안 해도 최고의 리액션을 해주셔.


유리: 무슨 말을 해도 다 완결된 말로 받아주시고, 감사해주시고.

웃기는 장혜영


담: 실컷 웃었네. 너무 사랑스러우세요. 사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의원님의 말하기에는 웃음기가 없는 편이죠. 정확하게 찌르는 말을 쓰시고요. 토론의 귀재이시잖아요. 저는 요즘은 누가 누구에게 모욕을 주었느냐, 누가 수치심이나 황당함 때문에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느냐가 토론에 있어서 이기고 지는 기준으로 자리잡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의원님은 다르시죠.


유리: 의원님의 경우에는 “토론은 배틀이 아니라 협업이다”라고 하면서 일이 되게 하려는 대화를 시도해 오셨다고 생각해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님이랑 그… 성 상납 받은 혐의로 물러나게 된 국민의힘 전 대표 있잖아요. 그때 했던 장애인 이동권 토론에 의원님도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은빈: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혜영: 은빈 씨, 안녕하세요. 만나 뵙고 싶었어요. 담 씨가 소개를 너무 잘해주셔서 어떤 분인지 되게 궁금했어요.


은빈: 정말요? 감사합니다…. 저는… 으아아 너무 팬이에요. 여기 딸기를 좀 사 왔어요.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담: 박경석 대표님 나오셨던 맞장토론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유리: 저는 사실 그 토론 못 봤거든요. 장애인도 이동할 권리가 있다, 대중교통 타게 해 달라고 22년 동안 투쟁해 왔던 당사자 활동가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고 어떻게 모욕하려 할지 눈에 선하게 그려져서, 생각만해도 맘이 뜯어질 것 같았어요. 


담: 근데 되게 잘하셨다? 박경석 대표님이. 기다려왔다는 듯이, 자기 무대라는 듯이 잘하셨어.


유리: 그렇다고 들었어.


혜영: 존재를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담: 저도 한참 못 보다가 왜 봤냐면, 박경석 대표님은 토론이 성사된 것 자체를 엄청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서 내가 대표님이 수모를 당할 거라고 짐작한 것도, 어떻게 보면 그럴 레벨이 아닌 사람을 주제넘게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물론 너무 이가 갈리는 부분은 넘기면서 봤지만요.


혜영: 그 때, 결국 토론을 1대 1로 해야 하니까 제가 전날 밤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 가서 새벽까지 특훈을 한 거예요. 저도 토론 준비를 직전까지 하고 있었고, 대선을 거치면서 토론 준비를 여러 번 해봤었으니까요. 또 국민의힘 전 대표와는 많이 붙어봤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상대의 말버릇도 알고. 그래서 새벽에는 어떻게 했냐면 제가 상대역으로 분해서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유리: 잘하셨을 것 같아서 킹받네요… 페미니스트가 롤 플레이 이런 거 진짜 잘하거든요.  


담: 토론 준비하면서 엄청 재밌으셨을 것 같아요.


혜영: 맞아요! 너무 재밌었어요.

 

담: 왜냐하면 박경석 대표님 말을 듣는 게 재밌기 때문에… 저는 박경석 대표님 말을 그냥 듣는 것도 좋아해요. 도통 질리지가 않는 목소리 톤을 가지고 계셔서요. 그리고 저는 항상 박 대표님의… 가장 큰 무기는 이제… 섹시함이다.


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 아무래도 저분은 너무 섹시하다. 


혜영: 새로운 해석이네요.


담 : 아니, 제가 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유리: 약간 남!자! 이런 스타일 좋아하시죠. 


담: 네, 좋아요. 좋아하고… 목에서 이렇게 용광로가 끓는 것 같은… 그런 소리도 너무 좋고…


유리: 네, 잘 들었습니다.


담: 빨리 심심이…!(다급) 심심이가 정리해주세요!


혜영: 취향은 다양하니까요. 존중합니다. 

 

유리: 맞는 말씀이십니다. 


담: 갑자기 최근에 올리신 트윗이 생각나요. “무슨 말을 해도 일단 비웃음부터 사고 시작하는 것이 가끔 참 피로합니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 안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엔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이런 트윗이었어요. 


제가 저번에 이슬아 작가하고 통화를 하다가 장혜영 의원님 근황을 들었는데요. 갑자기 스탠드업 코미디 워크숍을 들으신다는 거예요. 그런 결정을 하신 이유가 너무 흥미롭고 마음 아팠어요. 야, 이렇게까지 많이 비웃음을 살 거라면, 그냥 웃음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이유였다면서요.


혜영: 어차피 비웃음을 살 바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한번 웃겨보자


담: 제가 그 워크숍에 강사로 한 회차 참여했거든요. 못 오셨더라고요. 너무 바쁘셨죠?


혜영: 네. 일정 때문에, 한 번밖에 참여를 못 했어요. 


담: 저는 너무너무 궁금한 거예요. 만약 장혜영에게 코미디언으로서 마이크를 준다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혜영: 유튜브에서도 트위터에서도 제 아이디는 시리어스 시스터에요. 기본적으로 재미없는 사람이고 매우 진지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을 웃기는 데는 별로 재능이 없는 사람.


담: 아니세요.


혜영: 아, 제가 웃기고자 한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웃는 거는 포함이 안 되죠!


유리: 그게 바로 재능이에요.


혜영: 그런 건가요? 그래서 그랬나. 그날 워크숍에서 제 차례가 돼서 제가 그냥 나갔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제일 크게 웃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하기에 앞서서, 쟤가 여기 왜 있어. 그게 제일 웃긴 거죠. 날로 먹은 거죠. 


유리: 정말 질투 나는 재능이다. 


혜영: 대중을 만나기 위한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코미디 워크숍도 가본 거예요.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정치인은 그냥 만들어야 하는 법 만들기만 하면 되고, 사람들은 그걸 알아주겠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떤 정치인이 청년이고, 여성이고, 소수 정당 소속이고, 게다가 약자 관련 이슈를 다룬다고 하면 그 자체로 놀잇감이 되기 쉬워요.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모욕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아주 극소수의 청중들만 모이게 되죠.


유리: 저도 그 생각 진짜 많이 하거든요. 왜냐면 저한테는 너무 존재감이 큰 국회의원이세요. N번방 방지법 입법하셨지, 차별금지법 하지, 탈시설 운동도 하지… 저와 밀접한 일을 하는 사람이고, 계속 표를 주게 되는 사람인데. 근데 보시다시피 저는 한 명이잖아요.


담: 여기 한 명 더 있어요.


은빈, 예인 : 저도! 


담 : 여기 있는 사람 다네요. 그니까 네 명.


혜영: 오늘은 1당이다!


유리 : 제가 필요한 표 다 드리면서 계속 의원 해주세요! 이럴 수가 없기 때문에…


예인: 문자 투표로 어떻게 안 되나? 제가 핸드폰 두 개 있거든요.


혜영: 으하하, 감사합니다.


담: 국회의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사람들과 연결되어야 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말을 엄청나게 들어야 하는 자리에 계세요. 저는 그게 너무 피로하고 외로울 것 같은데요. 말을 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잘하셨지만, 말을 듣는 일에는 얼만큼이나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궁금해요.


혜영: 저는 이제 트위터 썩은물이니까… 특히 트위터에서의 오랜 키보드 배틀로 꽤 단련됐다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의원 되고 보니까 아, 정말 이도 안 났구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딱 결심을 한 저를 찾아가서, 넌 정말 아무것도 몰라, 이렇게 이를 꽉 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 정도로 굉장히 다른 감각이에요.


저도 분명히 <생각많은 둘째 언니> 채널을 운영할 때,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를 할 때도 공적인 감각을 가지고 했거든요. 공론장에 나선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의원으로서의 말하기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어요. 예전엔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만, 제 얘기를 알아듣는 사람들한테만 말해도 됐었어요. 근데 국회의원이라면 나 좋아하는 사람만 대변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되죠. 물론 제가 메인으로 대변하는 그룹들이 있기는 하지만요. 제 활동이 거센 반대에 부딪혀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음 깊이 미워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방식의 듣기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담: 미워하는 건 쉽고 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 미워하지 않는 일을 전문으로 해야 하는 자리는 엄청 어렵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든 이 사람과 얘기할 수 있고,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어, 그 믿음을 어떤 상황에서나 고수하는 게 나의 일, 직업이라면 힘들지 않을까? 의원님은 안 미워하기가 잘 되시나요?


혜영: 사실 미워하는 게 더 어려워요.


담: 아!


혜영: 누군가를 미워하려면 정성을 다해야 되지 않나요? 그 사람의 디테일을 알아야 미움이 솟아나니까요. 예를 들면 전 가족은 미워할 수 있어요. 왜냐면 가족의 가장 미운 점을 속속들이 잘 아니까요. 거기에 대해서 2시간 동안 떠들 수 있을 정도죠. 근데 트위터에 있는 그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정성껏 미워할 수는 없어요. 그만큼 제 마음의 미움이 크지는 않아요. 대신에 악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가 좀 더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유리: 저는 활동이라는 맥락에서 동감하는 이야기에요. 직업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시민 여러분을 대해야 하잖아요. 아무리 여성 관련 분야라고 하더라도, 여성만 대하는 거 아니고, 모든 시민이 여성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은 미워해도 되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도 없거든요. 그냥 그런 입장에 업무적으로 놓이는 거죠. 사람을 위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봐야 할 의무가 있고. 


담: 그러니까, 그걸 모르고 싶잖아요. 누구나 사정이 있다는 걸 가끔 모르고 싶어요. 의원님은 방법을 좀 찾으셨어요?


혜영: 그래서 어떤 캐릭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공적인 나의 캐릭터.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페르소나가 생기는 과정에 있어요. 선의만으로 이루어진 마음은 어떤 의미에서 그런 악의를 만날 때 너무 부서지기 쉽고, 배반당했을 때 상처를 너무 크게 입잖아요. 그래서 과거에 비하면 공적인 선의, 라고 하는 차원에서 페르소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커피 바치는 장혜영


은빈: 얼마 전에 제가 혜정 님을 우연히 뵈었어요. 


혜영: 그러셨구나!


은빈: 제가 공연을 하는데요. 엄청 피곤한 상태로 서교에 있는 무슨 연습실 로비에 들어갔었는데… 어디였지, 생활문화센터 서교였을까?


혜영: 홍대에요. 맞죠?


은빈: 네. 혜정 님이 앉아 계시더라고요. 훌라 치마 같은 걸 입고.


혜영: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은빈: 제가 너무 팬이라고, 혹시 함께 사진 찍어주실 수 있나요? 여쭤봤는데 다른 분이 오셔서 혜정 님과 소통하시고 사진까지는 조금 어렵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공연 잘 올리시라고 인사 하고 왔는데요. 혜영 님은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 혜정 님과는 어떻게 지내실까. 삶의 양상이 혹은 관계가 달라졌을까 그런 것도 새삼스럽게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장혜영 님을 <어른이 되면> 프로젝트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제 삶에 여러모로 큰 충격과 영향을 받았어요. 당시 저는 장애인 애인과 함께 살고 있었고, 혜영 님이 어떤 기획을 하고 삶을 재편하는 것을 보면서 아, 저렇게 살지 않으면 내 삶이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혜영 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완전히 혜정 중심으로 자기 삶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전면적으로 혜정 중심으로 삶을 재편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거구나. 되게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이렇게 접근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내가 겪은 모든 문제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혜영: 하아… 같이 지낼 시간이 너무 없어요.


하지만 아쉬워하는 건 저뿐이고요. 혜정은 전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다고 전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걸 좀 슬퍼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너무 다행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제가 아침 일찍 나가서 밤에 들어오거든요. 근데 아침에 나갈 때 혜정이 한결같이 저한테 커피 내놓으라고 해요.


처음에는 서러워했어요. 나를 목적이 아니고 수단으로 대하다니, 커피 나오는 기계로 생각하는구나, 이랬는데 이제는 그 레벨은 한참 뛰어넘었어요. 


요즘은 커피 주기 전에 끝까지 물어봐요. 잘 잤어?라고 먼저 빨리 해줘. “‘잘 잤어?’ 라고 해줘”이렇게 한 3~4 번 하면 잘 잤어? 라고 정말 씹어 뱉듯이 말해줘요. 


혜정이 원하는 커피는 제가 내리는 커피가 아니라 티오피예요. 매번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나가서 그걸 사가지고 와서 갖다 바쳐야 하거든요. 그러면 혜정은 그걸 정말 0.1초 만에 다 마셔버리고, 꼭 그 캔을 제가 나갈 때 제 가방에 버려요. 볼 장 다 봤으니까 캔째로 추방해야 되는 거죠. 


제가 밖에다가 그걸 버리고 와야 되는데, 너무 바빠서 그냥 도로 가지고 들어온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배신감을 느낀 거죠. 버린 줄 알았는데 가지고 오잖아!


그래서 이젠 집에 돌아오면 저를 반기는 게 아니라 가방 속에 캔이 있나 없나부터 확인해요. 혹시 밤까지 가지고 있었을까 봐. 혜정이 “한번 확인해 볼까.” 그러면 저는 “‘다녀왔어?’를 먼저 해야지”/“한번 확인해 볼까?”/“‘다녀왔어?’ 해줘.”/“다녀왔어?” 이런 식이에요. 그렇게 엎드려 절 받고 나서 “자, 봐, 없지?” 그러죠.


이런 루틴을 지키는 게 연결감을 유지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아침에 커피 진상하고, 그리고 나가서 제가 캔을 잘 버렸는지 가방을 확인하는 걸로 귀가 인사를 대신하고.


은빈: 저는 그런 게 궁금했어요. 제 연인의 이름은 우였는데요. 우 얘기를 하지 않으면 내 삶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다. 어디 가서 아기 얘기만 하는 엄마처럼 다른 사람을 경유해서만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제 주변에서는 그런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혜영 님은 그런 말하기가 곤란하지 않을까? 난처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혜정 님이 원하는 건 아닐 수 있잖아요. 서로 동의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혜정: 그렇죠. 


은빈: 네. 내가 사랑하는, 동시에 나의 삶에 너무나 깊이 연루되어 있는 그 사람의 삶을 통하지 않고서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어떤 오해도 사지 않을까. 저 사람은 딴 사람 얘기만 하네, 혹은 뭐 제 경우에는 '우 없으면 얘기를 못하나?' 이런 식으로. 혜영 님도 혜정 없으면 자기 얘기 못 하네 이런 말을 듣지 않았을까? 그런 게 궁금했어요. 장애인 당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관계없는 사람도 아닌 상태에서… 저는 굉장히 왔다갔다 했던 것 같거든요.


혜영: 엄청나게 감동적인 질문이네요. 왜냐면 그 질문이 엄청나게 진짜라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그건 혜정이 시설에 가기 전에는 자각도 못 했던 질문이었어요. 혜정이 시설에 가고 나서야 제가 혜정 없이는 자기소개를 못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때부터 저를 발명하게 되기까지 끝없이 곱씹었던 질문이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 혜정과 함께 사는 상황에 처했던 건 저의 선택은 아니잖아요. 그냥 저한테 주어져 있는 삶의 조건이었던 거고, 거기에 적응해서 살지 않으면 안 됐죠. 운이 좋다고 해야 될지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아주 근본적인 의미에서 혜정을 사랑하게 된 거죠. 마음속에 이 사람의 공간이 생기고, 이 사람이 걱정되고 신경 쓰이고… 그런 존재가 되었어요. 


나중에 시설에 있는 혜정을 데려와 함께 살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에는, 이번에는 내 발로 다시 이 사람과의 삶에 도전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제 안에 있다는 걸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스스로한테 시간을 줬던 것 같아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도, 모르겠어요. 그냥 제 마음을 들여다보니까 아, 다시 찾아가야 되는구나, 알겠더라고요. 제가 선택하지 않은 만남과 선택하지 않은 헤어짐이 아니라, 제가 선택한 만남, 헤어지더라도 선택한 헤어짐이어야지 진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자유는 저의 자유이기도 하지만 혜정이라고 하는 인간의 자유이기도 하다는 윤리적 인식도 그때 분명해진 거죠. 

 

같이 살아보니까 굉장히 많은 게 비슷하면서도 달랐는데요. 예전에는 자유라든가 아니면 동의라든가 이런 개념이 정말 딱 경계선이 딱 그어지는 개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 경계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흔들리는 거예요.


은빈: 맞아요.


혜영: 네, 그걸 알겠더라고요. 끝없이 물어보는데 어떤 때에는 대답이 일관되고, 어떤 때에는 대답이 달라지고…그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상태인 거죠.


언어가 그 자체로 의미가 다 전달되는 게 아니잖아요. 말 안에 뭔가를 심어서 말할 수도 있죠. Yes지만 사실은 No인 경우도 있고. 같은 사람에게 수없이 동의를 구하고 수락 받고 거절당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진짜 Yes와 진짜 No를 느끼게 돼요. ‘이 사람은 나한테 진심이 아니구나라든가, ‘아, 이 사람은 이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편안하구나’라든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나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최초에 뭘 하고 싶었는지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행동의 동기를 잘 아는 거. 그러고 나면 나머지는 어차피 상대하고 같이 만드는 거니까. 경계 언저리에서 형태가 결정되고, 그것이 매우 편안하다. 왜냐하면 공동의 책임이라서. 


혜정하고 관계를 맺을 때 동의의 문제를 진짜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제 혜정이 2017년 여름에 탈시설하고 5년이 지났거든요. 그래서 그건 어느 정도 답을 찾았죠.


미안하지만 이런 언니를 둔 너의 죄다.


일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혜영: 예전에는 혜정아 언니하고 사는 게 좋아, 시설에서 사는 게 좋아? 라는 질문을 못 했었거든요. 그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었어요. 혜정이 선택한 게 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 대답을 들으면 제가 쌓아 올려온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 봐 되게 두려워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질문 자체가 의미 없다는 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불쑥 물어봤는데, 또 물어보면 참 사람 마음이… 좋은 대답을 듣고 싶잖아요.


담: 맞아요. 저도 떨리네요.


혜영: 근데 혜정이 너무 선선히 언니랑 사는 게 좋지! 그러는 거예요.


유리: 하아아아아ㅠㅜㅠㅜ 


혜영: 네, 그렇습니다. 그런 거죠. 살다 보면 그런 순간도 오더라고요. 


유리: 진짜 큰 선물이에요.


담: 그래서 커피를 그렇게 열심히…

 

혜영: 맞아요. 이번 생은 저는 이제 끝났어요. 혜정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 기계로 궤도가 결정이 된 삶이고… 그런데 그게 정말 좋더라고요. 나이 먹는 게 그 전엔 너무 힘들었어요. 어떤 궤도로 살아야 될지를 스스로 정해야 하는데, 잘못 정한 거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살 때는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결정이 되어서 좋아요.


이웃집 장혜영

혜영: 아! 저 홍보할 게 있는데요. 2월에 지역 사무소를 오픈해요. 놀러 오세요.


담: 정말요? 너무 좋아요!


혜영: 네, 마포 을에 출마할 거고요. 사무소는 망원역 2번 출구에서 한 블록 걸어서 안쪽, 그러니까 망원시장 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건물 4층에 있어요.


은빈: 어머. <가원>에서 가지칠리탕수 먹고 가면 딱 되겠다.


담: 드디어 지역구 의원에 도전을 하시는군요.


혜영: 네, 그렇습니다. 


담: 지역구 의원은 어떻게 될 수 있나요?


혜영: 7만 표 정도를 받으면 당선이죠. 마포 을은 대략 19만 유권자가 계시는 동네인데요, 이번에는 제가 도전해 보려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유리: 제가 다 떨리네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는 의원님이 대선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한국에는 대통령 나이 제한이 있잖아요. 나이 제한을 없애고 젊은 사람이 대선에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장혜영이라든가. 왜냐면 2선 의원, 3선 의원이 되기 위해서 자기 텃밭을 넓히려다 보면, 자기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다 보면 사람이 계속 타협하게 될 수밖에 없어. 그런데 한 번 타협을 해본 거랑 안 해본 거랑 감각이 다르거든요. 타협 안 해본 사람이 하는 민주 정치가 궁금해요.


담: 언젠가 굉장한 타협을 한 적이 있나 본데?


유리: 지금은 은퇴하신, 존경하는 선생님을 인터뷰 한 적이 있어요. 후회되는 게 있다면 뭐냐고 제가 여쭤봤더니 타협했던 것, 이렇게 답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도 그래요. 사실 이상을 가지고 현실을 사는 모든 인간이 타협을 해요. 의사결정을 할 때, 나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동의까지 얻어야 내가 바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나 또한 특정한 조건에서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동의를 표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예요. 


정당 정치를 한다는 것, 정당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타협이기도 하잖아요.


혜영: 타협이죠. 맞아요.


유리: 누군가 너무 큰 타협을 경험해 보기 전에, 아직 새파란 청년일 때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저는 그 자리에 장혜영을 넣어서 상상해 보기도 했던 거고요. 물론 타협을 해봤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런 거 모르는 사람, 꺾여 보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떨까?


담: 동감이에요. 그러니까 현실에 찌들고 이런 거 없이 직진하면 어떻게 되지?


예인: 그러니까! 그러면 나 여자랑 결혼할 수 있는데! 


담: 전 얘기 들으면서 죄송하게도 느껴지네요. 왜냐면 저는 어떤 정당에 지지를 보낼 때 내 생애주기 내에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믿지 않거든요. 그게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서 그런 게 아니고, 어찌 보면 되게 짙은 체념이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실감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지 않은 상태로, 다만 내가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소수정당을 지지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보통 응원도 티 나게 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정치를 응원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시민이 정치를 느낄 수 없어서 분노할 수도 있지만, 정치도 시민을 느낄 수 없어서 불안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장혜영 의원님이 말씀하신 그 소수의 청중이 어떤 방식으로 응원하면 정치인에게 닿게 되나요? 후원을 제외하고요. 


유리: 저는 한동안 미친 사람처럼 장혜영 의원님 SNS 게시물을 전체 공개로 공유하면서 장혜영을 대통령으로! 이런 주접 게시물 계속 쓰고 그랬어요.


혜영: 그런 게 정말 큰 힘이 돼요.


담: 그렇군요. 그게 다 닿는군요.


혜영: 엄청 잘 보여요. (유리: 보여요…?) 네. 그런 지지 발언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청중들한테 해주시는 거. '나는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맞다고 생각해'라는 얘기를 공적인 장소에서 해 주시는 게 큰 힘이 돼요. SNS 게시물 하나하나가 도움이 돼요. 예인님 트위터도 알아요. (예인: 알아요…?) 정의당 지지자분들은 진짜 부끄럼이 많으시거든요. 저는 그들의 존재를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기 지지자 분들이 없다고 생각해요.


예인, 유리: 저희 잠시만 숨어 있다가 다시 올게요….


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당이라는 딜레마가 정의당에 항상 있었죠. 당연히 커다란 응원을 받아본 경험이 적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서 들리겠나 싶어서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혜영: 맞아요. 근데 진짜 잘 들려요. 정말로요. 그래서 뭐 예를 들어 공무원이다, 정치적 발언이 공적으로는 불가한 직업군에 계시다, 그런 경우에는 의원실에 응원 전화를 해 주시는 게 최고입니다.


담: 의원실에!


혜영: 의원실에 전화하시면 보통 저희 보좌진들이 받아요.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 내야 하는, 시달리는 전화죠. 근데 전화를 받았는데 응원 전화다? 그때 팀원들이 느끼는 힘이 어마어마 합니다. 사람들이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을 알아주고 있구나, 특히 우리가 대변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당사자분들이 ‘그 활동 정말 좋았어요’라는 얘기를 해주시면 전화받고 울기도 해요.


결국은 일을 다 팀으로 한다는 건 알고 계시잖아요. 저는 한 팀의 리더이기도 하니까 의원실을 응원해 주시는 게 모두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죠.


담: 저는 저 사람도 이웃이구나, 저기 어딘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껴지는 국회의원은 장혜영 의원님이 처음이에요. 저 사람도 어딘가에서 술도 마시고 가족들하고 투닥거리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국회의원이 딱 한 명. 대부분 정치인은 무슨 기표처럼 느꼈던 것 같아요. 시민들에게도 정치인을 사람으로 느끼는 연습이 필요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