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리대로 하는 게 느려보여도 제일 효과적이에요
직원을 제대로 설득하는 법 (2026.10.22)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근래 들어 여기저기서 듣는 단어 중 하나가 '가스 라이팅' 아닐까 싶습니다. 약간 강요하거나 꾸짖기만 해도 가스 라이팅한다는 말을 듣는 세상입니다. ㅜ 사실 가스 라이팅은 조종이 아닙니다. 전자는 자아를 무너뜨리는 게 수반됩니다. 일시적으로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는 건 가스 라이팅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어쨋거나 리더의 설득 행위를 조종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해법은 없을까요?
HR 담당자의 긍정적 전망을 수치로 뒷받침할 수는 없어 (2026.10.13) @HRDRIVE

오늘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실린 글 한 편을 길잡이 삼아 문장 하나를 고쳐 보려고 합니다. 제목은 When Persuasion Is (and Isn't) Manipulation으로, 설득이 조종이 되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묻습니다.

먼저 가상 장면 하나를 보겠습니다. 분기 말을 앞둔 팀장이 신규 프로젝트를 맡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1on1 자리에서 팀장이 김 책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김 책임님은 우리 팀 에이스잖아요. 다른 팀들은 벌써 다 하겠다고 했어요. 작년에 비슷한 프로젝트 했던 사람들 다 승진한 거 알죠? 이번 건 김 책임님 아니면 안 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 아닌가요? 칭찬과 분위기, 보상 이야기가 차례로 나오고 끝에는 간곡한 부탁까지 붙었습니다. 리더 교육에서 배운 영향력 기법을 꽤 충실하게 담은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네 문장에는 정작 김 책임이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얼마나 힘든지, 왜 김 책임이어야 하는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지가 다 빠져 있죠. 이 말은 설득일까요, 조종일까요? 같이 보시죠!


무엇이 문제인가: 상대를 추론의 동반자로 대하는가

HBR 시니어 에디터 이번 해럴(Eben Harrell)은 워싱턴대 철학 교수 콜린 마셜(Colin Marshall)을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해럴은 출발점부터 짚습니다. 한 세기 가까이 야심 있는 직장인들은 설득에 관한 책을 읽어 왔습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부터 영향력·넛지·행동과학을 다룬 최근 책까지, 이 책들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 더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실용적인 약속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해럴은 그 약속이 리더에게 왜 중요한지도 분명히 합니다. "영향력은 권력에 이르는 길일 뿐 아니라, 권력을 얻은 뒤 리더십을 행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Influence is not only a route to power, but a way of exercising leadership once you have it)." 리더의 말이 곧 영향력이라면, 그 말이 설득인지 조종인지는 리더십의 질을 가르는 문제가 됩니다.

마셜의 답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윤리적인 설득은 상대를 움직여야 할 표적(targets to be moved)이 아니라 함께 추론하는 상대(reasoning partners)로 대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문제 삼는 수단은 아첨, 사회적 압력, 골라서 짜 맞춘 이야기, 감정을 건드리는 자극입니다. 그리고 그가 대놓고 헛소리(bullshit)라고 부르는 말들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마셜은 올해 시카고대 출판부에서 『Just Hear Me Out: How to Change Minds without Lies, Bullshit, or Moral Compromise』를 냈습니다. 제목을 풀면 '거짓말도 헛소리도 도덕적 타협도 없이 생각을 바꾸는 법'입니다. 그의 답은 조종하지 않고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상대는 생각하고 느끼고, 저항하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이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정직하게 대화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대하라는 것이죠. 책 소개에는 인내심 있게 상대를 존중하며 설득한 본보기로 세 사람이 나옵니다. 사회운동가 제인 애덤스, KKK 단원들과 대화를 이어 간 흑인 음악가 대릴 데이비스, 어린이 방송인 프레드 로저스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팀장의 말이 어느 쪽인지 드러납니다. 네 문장 모두 김 책임을 함께 따져 볼 상대가 아니라 움직여야 할 표적으로 다룹니다. 칭찬으로 기분을 띄우고, 다른 팀 이야기로 혼자 빠지기 어렵게 하고, 승진 이야기로 기대를 부추기고, 마지막 한마디로 거절할 길을 막습니다. 김 책임은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반박할 근거를 애초에 받지 못했으니까요. 이제 한 문장씩 고쳐 보겠습니다.


첨삭 ①: "에이스잖아요" → 근거가 있는 인정

수정 전: "김 책임님은 우리 팀 에이스잖아요."

수정 후: "이번 프로젝트에는 시스템 이관 경험이 꼭 필요해요. 작년에 김 책임님이 맡았던 이관 작업이 그래서 떠올랐어요."

칭찬을 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칭찬을 판단의 근거로 쓰는지, 판단을 건너뛰게 만드는 장치로 쓰는지를 가려야 합니다. 에이스라는 말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들은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거나 부담스러워질 뿐입니다. 고친 문장은 왜 김 책임인지를 일의 요구 조건과 연결합니다. 그래서 김 책임도 "그때 이관은 제가 아니라 박 선임이 주도했어요"라고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마셜의 표현을 빌리면, 상대가 오해를 짚어 낼 여지가 있는 문장입니다. 함께 추론한다는 건 이렇게 상대가 내 전제를 고칠 수 있게 근거를 내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첨삭 ②: "다른 팀들은 벌써" → 사정의 공유

수정 전: "다른 팀들은 벌써 다 하겠다고 했어요."

수정 후: "다른 두 팀은 일정을 확정했어요. 우리 쪽이 늦어지면 통합 테스트도 같이 밀려요. 혹시 우리 팀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한면 지금 말해 주세요."

고치기 전 문장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너만 안 하면 이상해진다는 것, 바로 사회적 압력입니다. 고친 문장에도 다른 팀 이야기가 들어 있지만 쓰임이 다릅니다. 다른 팀의 결정이 우리 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사실로 전합니다. 그리고 그 사정이 우리 팀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 둡니다.

이 차이는 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팔베와 유클(Falbe & Yukl, 1992)은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영향력을 받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몰입·순응·저항으로 나눈 연구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영감에 호소하기와 상의하기(consultation)였습니다. 가장 효과가 낮은 전술은 압박하기, 권위 내세우기, 연합 만들기였습니다. 다른 팀을 끌어와 줄을 세우는 말은 연합 전술과 닮았습니다. 거절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압박과도 닮았죠. 이런 말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순응입니다. 일은 맡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난 호 다시 생각하는 리더십의 정의에서 리더십은 따르는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대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순응만 남은 팀에서는 그런 자발성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첨삭 ③: "다 승진한 거 알죠?" → 좋은 면과 힘든 면을 함께

수정 전: "작년에 비슷한 프로젝트 했던 사람들 다 승진한 거 알죠?"

수정 후: "작년 비슷한 프로젝트는 참여자 평가에 도움이 됐어요. 대신 석 달 동안 주말에 나온 날이 몇 번 있었고, 끝나고 많이 지쳤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셜이 말하는 '골라서 짜 맞춘 이야기'가 바로 이런 문장입니다. 거짓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승진한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문제는 듣는 사람이 결론을 내리는 데 필요한 나머지 절반을 빼 버렸다는 점입니다. 결론에 유리한 사실만 골라 쌓으면 듣는 사람이 오해하도록 설계한 것과 같습니다. 상대가 오해할 수 있는 사람임을 존중하라는 마셜의 말에는 오해를 유도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설득력이 떨어질까요? 연구 결과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유클, 김, 팔베(Yukl, Kim & Falbe, 1996)는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후속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리더가 압박을 쓰지 않고 상의하기, 영감에 호소하기, 강한 형태의 합리적 설득을 썼을 때 상대가 몰입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여기서 '강하다'는 목소리가 크다는 뜻이 아니라 근거가 충실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본 유클과 트레이시의 연구에서도 합리적 설득은 가장 효과적인 전술 축에 들었습니다. 힘든 면을 미리 말해 두면 김 책임은 그 비용을 알고서 결정합니다. 나중에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올 여지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첨삭 ④: "김 책임님 아니면 안 됩니다" → 거절할 수 있는 질문

수정 전: "이번 건 김 책임님 아니면 안 됩니다."

수정 후: "맡아 주시면 좋겠어요. 어려우면 다른 방법을 찾을 테니 부담 갖지 말고 말해 주세요. 결정하기 전에 궁금한 것부터 물어봐도 되고요."

마지막 문장은 감정을 건드립니다. 거절하는 순간 팀장을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니까요. 마셜이 꼽은 설득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상대가 저항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은 이미 부탁이 아닙니다. 고친 문장은 거절할 길을 열어 두고 질문부터 받겠다고 말합니다. 상대를 표적이 아닌 추론의 동반자로 대한다면 결론도 상대와 함께 내려야 합니다. 연구에서 효과가 높게 나온 상의하기 전술과도 같은 방향입니다.

다음 1on1을 앞두고 해 보실 일이 하나 있습니다. 설득하려고 준비한 말을 미리 적어 보시고, 그 옆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상대가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는가? 반박할 근거가 문장 안에 들어 있다면 상대를 함께 추론할 사람으로 대한 것입니다. 반박할 틈이 없도록 짜여 있다면 상대를 표적으로 대한 것이니 다시 써 볼 차례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에 저와 AI 스터디 하실래요?


트레바리 <AI 하이포퍼머 프로젝트> 클럽을 개설했습니다. AI 활용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부작용이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제대로 쓰고, 성과 내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시죠!


<지금리더> 구독자님께서 신청하시고, 첫 번째 모임에 오시면 그 다음 도서를 선물하겠습니다. ^^/ 세부 정보 --> 링크 클릭

오늘자 뉴스레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김진영(에밀), 커넥팅더닷츠
jykim@connectdots.co.kr, 010-2365-669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