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가드레일 기업, 데이비드 드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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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레터 줄거리
  • 미국 장단기 금리차, R의 공포가 대체 무슨 뜻이냐고요? / by 정인
  • 국내 가드레일 기업에 세계적인 투자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 by 효라클

미국 장단기 금리차
어떻게 해?!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지난주에 경제면을 채운 건 '미국'과 'R의 공포'입니다. 바로 국채와 이자율 때문인데요. 이자율은 잘 아실텐데 국채는 좀 생소하실 수 있어요.

좀 더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이번 뉴스는 미국 단기국채와 장기국채의 이자율이 서로 바뀌었다는 것. 
 
보통 경제뉴스에서 ‘이자율이 어쩌고 금리가 저쩌고’ 할 때의 이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이자’는 아닙니다. 경제뉴스에 나오는 이자율은 대부분 '국채 이자율'이에요. 

그럼 국채는 뭘까요?

국가는 많은 일을 합니다. 도로도 깔고 학교도 짓고 보조금도 줍니다. 그래서 돈이 많이 필요하죠. 
국가는 돈을 어떻게 벌까요? 일단 세금을 걷습니다. 그런데 돈줄이 하나면 불안하잖아요. 세금이 적게 걷힐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보통 돈 많은 사람들한테 돈을 빌립니다. 대출을 받는다는 거죠. 갚을 땐 (당연히) 이자를 쳐서 갚아줍니다. 
이렇게 국가가 받은 대출을 국가의 채권, 즉 국채라고 합니다. 이 국채의 이자율이 뉴스에서 나오는 이자율(금리)이에요.

그런데 빌린 돈은 빨리 갚을 수도 있고 나중에 갚을 수도 있잖아요. 국채는 2년을 기준으로 두는데요.

  • 2년 안 돼서 갚는 대출을 ‘단기채’라고 하고
  • 2년이 넘어서 갚는 대출을 ‘장기채’라고 합니다. 

둘 중 어떤 게 더 이자가 비쌀까요? 네, 장기채입니다. 친구한테 돈 빌려줄 때도 기간이 길수록 이자를 더 붙이잖아요. 같은 원리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진영: 나 지갑을 안 가져와서 차비가 없다.
내일 바로 줄게, 만 원만. 
정인: 그래, 대신 내일 만 오천 원 돌려줘라.

이러면 친구 사귀기 힘듭니다. 보통 그냥 빌려주고 말죠. 어차피 내일 얼굴 볼 거잖아요. 친구가 남들한테 잘하는 성격이라면 만 원이랑 편의점 음료수 한 캔 정도는 같이 돌려주겠죠. 

그런데 진영이가 내일 외국 유학을 간답니다. 그러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이렇게 얘기하네요.

'졸업하고 와서 그대로 갚을게, 만 원만'

이러면 정인이는 속으로 생각하겠죠. 

‘장난함? ^^’

예의와 상식이 있는 친구라면 보통 이런 경우 이렇게 부탁합니다. (인터넷 뱅킹은 없는 세계입니다)

'내가 돌아와서 비싼 밥 살게.
선물도 사올게. 너무 급해서 그래.
만 원만 빌려주라'

만 원 + 비싼 밥 + 선물. 이 정도면 꽤 이득이죠. 일단 내 지갑에 만 원이 있고 친구도 성의 있게 부탁했기 때문에 만 원을 빌려줄 마음이 생깁니다. 
물론 친구가 유학 가서 나랑 연락을 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저렇게 약속을 하니까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 단기채 금리: 내일 얼굴 볼 친구가 가져올 이득(편의점 음료수)
  • 장기채 금리: 유학 가는 친구가 가져올 이득(빌린 돈, 비싼 밥, 선물)

이렇게 대출 기간이 길면 길수록 못 받을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자가 비싸집니다.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비싼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미국에서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이겁니다. 왜? 

어라 친구가 장기간 도피유학을 가려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다시 안 들어올 거 같아요. 어머나, 돈 받기 힘들겠네? 장기간 빌려주는 데는 신뢰가 뚝 떨어져 버렸습니다.
만 원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빌려준다는 가정 하에, 확실히 받을 수 있는 편의점 음료가 더 이득인 상황이 된 거예요. 

다시 말해, 사람들이 앞으로 경기가 너무너무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앞으로 돈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장기채 금리(유학 가는 친구가 가져올 이득)가 단기채 금리(내일 얼굴 볼 친구가 가져올 이득)보다 떨어져 버린 겁니다.
 
그래서 님이 알아야 할 것  
 
앞으로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미국인이 돈 아낀다고 달러를 잘 안 쓰게 됩니다. 그럼 달러가 귀해지겠죠. 기축통화인 달러가 귀해지면 이런 일이 생길 거예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   

  • 1달러의 원화 가격이 오릅니다. 1천 원 하던 게 1,200원으로 오르는 식으로요. 달러가 비싸지는 거죠. 
  • 환율이 오르면 미국에 수출한 물건이 상대적으로 싸집니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거죠. 결국 미국 대형할인점들이 한국에서 수입을 많이 해가서 수출이 잘 됩니다.
  • 동시에 수출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미국 경기가 나빠서 사람들이 돈을 안 쓰려고 하니 총수요가 줄어들거든요. 
  • 이렇게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겨서 수출이 늘 수도 있고, 미국 사람들이 돈을 잘 안 쓰게 되면서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진실은 둘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움직일 거예요.
  • 미국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 경제는 폐렴에 걸려버립니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는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고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뺍니다. 
  • 결국 한국 증시가 떨어져서 회사가 어려워집니다. 

님에게 미치는 영향

  • 환율이 올라 해외여행에 돈이 많이 듭니다.
  • 유학생 뒷바라지하는 데도 돈이 더 들고요.
  • 잘 나가는 수출기업을 다니시면 상여금은 좀 받으실 수도!
  • 미국의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가 나빠지면 전반적으로 실업률, 회사 실적, 국가 경제 성장률 다 망테크를 탈 수가 있어요. 
  • 월급도 안 오르고, 취업도 잘 안 되고, 수입물가는 비싸지고, 안전자산인 금값에 집값만 오르고, 뉴스에서 맨날 곡소리 나고, 경제위기 온다 만다 뭐 그럴 거예요.
💬 정인's comment

이 모든 우울한 얘기에도 불구하고 너무 우울해 할 필요는 없어요. 저 위에 줄줄이 늘어놓은 얘기가 결국 친구를 못 믿어서, 그러니까 경기가 너무너무 나빠질 거로 생각해서 장기채 금리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르고, 한국이 발목 잡혀 곡소리 나고… 인 거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선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가 나빠질 거라 생각해서 돈을 안 쓰기 시작하고, 물건이 안 팔려서 회사가 망하고, 회사가 망해서 내가 잘리고, 잘려서 돈을 못 쓰고 이런 과정이 무한 반복이 된답니다. 이게 바로 경기후퇴인데요, R의 공포라는 게 '후퇴(Regression)'의 공포라는 거거든요.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도 개인도 돈을 마구 쓰는 거죠! 그렇게 경기 후퇴와 회복이 반복돼왔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경기 회복이 되라고 우리 힘을… 내서 돈을 쓰…면 우리만 망하…겠지…?

세계적인 투자자가
사외이사로 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국내 기업 카리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 데이비드 드레이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습니다.

카리스는 도로 가드레일을 생산하는 회사인데요. 조금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드레일은 기존의 철제 가드레일과 다른 플라스틱(PVC) 가드레일이거든요. 

PVC가드레일은 철제 가드레일보다 충격흡수율이 높아 더 안전합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가드레일 충돌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죠. 더 저렴하고 내구성이 높은 데다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장점입니다.

좀 더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카리스라는 회사 자체도 주목할 만하지만 이번 이슈는 데이비드 드레이크라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먼저 비슷한 사례인 짐 로저스에 대해 설명해볼게요.

짐 로저스는 퀀텀펀드의 공동 설립자. 세계 3대 투자자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이 사람과 관련된 투자 이슈는 상당히 파급력이 커요.

한 예로 나노메딕스가 있습니다. 지난 6월, 나노메딕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적이 있었는데요. 나노메딕스가 ‘어떤 회사’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 ‘어떤 회사’가 ‘전에 짐 로저스가 투자했던 회사’였거든요. 

무려 짐 로저스가 투자한 회사에 100억 원을 투자한 거니까, 나노메딕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 몰린 거죠. 

다시 데이비드 드레이크로 돌아와 볼게요. 드레이크 대표는 미국의 대규모 투자사 LDJ 캐피털의 설립자예요. 지금도 본인이 직접 투자펀드사를 운용하며 기술, 미디어, 통신, 청정기술, 에너지 등에 투자해오고 있어요.

드레이크가 이번에는 PVC 가드레일에 꽂혔습니다. 충격흡수율이 뛰어나고 친환경성,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데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해요. 
사외이사로 선임된 드레이크는 앞으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카리스의 해외 사업에 대한 자문과 투자 유치 등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님이 알아야 할 것

데이비드 드레이크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직접 언급되는 건 카리스지만, 아쉽게도 카리스는 아직 상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카리스와 관련된 회사들을 봐야 합니다. 최근에 카리스가 인수한 카리스국보가 있네요. (원래 이름은 ‘국보’였는데 인수된 이후 회사명을 바꿨습니다)

카리스국보는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 국제 물류 서비스와 보관·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카리스는 국보를 인수하면서 국보의 물류시설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해요.

📌 본 정보는 개별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이 아니며 이를 근거로 행해진 거래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 효라클's comment

주말 잘 쉬셨나요? 이제 더위가 한풀 꺾인 듯 하네요. 오늘은 금융 투자 업계의 유명인을 임원으로 영입한 경우를 다뤄 보았는데요, 짐 로저스는 나노메딕스 이전에 아난티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아난티 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래도 투자 업계의 거물이 임원을 맡았다 하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겠죠. 

국보도 카리스를 새로운 모기업 으로 맞은지 얼마 안되서 모기업이 데이비드 드레이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유명인만을 내세우고 실제의 기업 가치와 무관한 경우 주가는 실망감에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셔야 겠습니다.

🖌 오늘 머니레터를 작성한 사람

정인: 업무상 하루 종일 전국의 모든 경제뉴스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마침 어피티에서 자유롭게 썰을 풀 수 있게 되어 무진장 기쁩니다. 지난주, 경제·종합 뉴스에서 가장 크고 어렵고 모르면 안되는 이슈를 하나 골라 썰 풀어 드리겠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세상에서 돈 돌아가는 이야기에 바삭해져 있으실 거예요.

효라클: 10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나와서 주식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와 모피어스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올바르게 볼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려고 합니다.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블로그 또는 카페를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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