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 힙스터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

당신이 읽고 싶어지는 책을 소개합니다 📚

“그러니 우린 이쯤에서 인정해야 돼. 그냥 올드하고 촌스런 아저씨라고 치부했던 아빠들이 실은 이 세상에 나타난 인류 최초의 힙스터라는 사실을.”

-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브레드 게티

혹시 ‘스우파’(스트릿우먼파이터) 보시는 분 계신가요? 스우파는 최근 엠넷에서 방영한 댄서 프로그램인데요, 화려한 댄스 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댄서들의 ‘패션’이었습니다. 실제로 스우파 방영 이후 힙합 스타일의 스트리트패션 아이템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하는데요. 트레이닝복, 비니 등 ‘스우파 패션’ 관련 품목들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댄서 ‘허니제이’가 메고 나온 가방은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하죠. 🛍

이렇듯 우리가 힙스터 되는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힙스터 되기는 앞서 스우파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항상 ‘소비’와 직결되곤 하는데요. 우리 눈에 가장 잘 보이는 패션의 영역에서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아이템을 소비하는 것으로 힙스터의 속성이 결정되는 경우, 이것은 ‘힙’이 아닌 흘러가는 유행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독특하고 마이너한 힙스터의 취향이 주류가 되어 더이상 힙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결과적으로 ‘진짜’ 힙스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아이템을 소비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님께서 힙스터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 곳의 출판사와 그 책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출판사는 ‘워크룸프레스’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에서 운영중인 출판사입니다. 그만큼 책 디자인이 굉장히 감각적이고 출판 도서 또한 미술, 디자인, 사진 등 예술 및 인문분야가 주된 장르랍니다. 디스이즈네버댓이라는 패션 브랜드의 10주년 아카이브북 〈thisisneverthisisneverthat〉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죠.

두 번째 출판사는 ‘벤치워머스’로 “독특한 취향과 관심사를 가진 독자를 위한 책”을 펴내는 출판사입니다. 벤치워머스는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지 못 하고 벤치에만 앉아있는 운동선수를 일컫는 단어인데요, 그만큼 이 출판사는 주류 관심사와 동떨어진 내용에 주목하여 책을 펴내는 곳입니다. 주로 남성 패션에 대한 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출판사는 ‘프란츠’입니다. 프란츠는 “아름다운 음악, 음악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는 출판사로 지금까지 주로 음악에 대한 책들을 펴왔는데요. 현재는 악보집부터 인문학 서적까지 다양한 도서를 취급하고 있답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출판사들의 책을 통해 여러분께서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고, 그 취향에 충실한 선택을 해나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리얼 힙스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

📌 오늘 소개하는 책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 브레드 게티

추천이유: 요즘 힙스터와 과거 힙스터를 비교해볼 수 있는 레트로 사진집. 저자의 유머러스한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아메토라〉 | W.데이비드 막스

추천이유: 일본이 왜 패션으로 유명한지 알 수 있는 책. 아메카지 룩에 관심이 많다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

〈레플리카〉 | 박세진

추천이유: 칼하트 같은 미국 빈티지 브랜드의 스토리를 알 수 있는 백과사전 같은 책.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 피에르 베르제

추천이유: 이브 생 로랑의 연인이 적은 아름다운 편지글.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의 생애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

✌️ 힙스터의 조건: 자유와 용기

우선 힙스터는 ‘무엇에 대해 더 잘고 있는’이라는 뜻의 ‘힙’(hip)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터’(-ster)가 합해진 단어입니다. 시대마다 힙하다고 여겨지는 스타일은 매번 변화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았던 것은 힙스터의 ‘자유로움’이었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따르고,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것. 자기 자신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패션을 선보이는 이들에게서 우리는 매번 자유로움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청춘과 젊음을 그리워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

사진 : ⓒ 벤치워머스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는 바로 이런 자유와 젊음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낸 책입니다. 저자 브레드 게티는 한때 힙스터였던 ‘아빠들’의 사진을 모아 자신의 텀블러 계정에 유머섞인 글을 올렸었는데요. 이 책은 저자의 포스팅을 모은 사진 에세이입니다. “사실 인류 최초의 힙스터는 당신들의 ‘아버지’였다”는 메세지를 이 시대의 젊은 힙스터들에게 유머러스하게 알려주는 이 책은 사진마다 힙스터들의 특징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웃지 않기, 카메라 쳐다보지 않기, 데님 반바지, 페도라, 영화제작, 애플 컴퓨터, 수제 맥주 등 다양한 힙스터의 조건들에 대한 서술과 함께 옛 추억이 서린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과거의 힙스터와 지금의 힙스터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다 보면 보다 힙스터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조금 더 즐겁게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 책 속 한마디

“네 아버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었어, 정말이야. (..) 네가 기껏해야 바지를 내려 입거나 옷을 거꾸로 입고 있었을 때도 네 아버지는 웃옷은 슈트를, 아래옷은 스키니를 입고 가장 참신한 옷차림으로 거리에 나섰지. 스트리트 스타일이라는 게 생겨나기도 전에 이미 스트리트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언제나 말쑥하니 최고의 멋쟁이였어.”

조금 더 제대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보고 싶으시다면 워크룸 프레스의 〈아메토라〉를 읽어보세요. 흔히 힙하다고 여겨지는 패션 중 하나가 바로 ‘아메카지’(아메리칸 캐주얼의 일본어 표현)인데요. 20세기 중반 미국의 워크웨어 패션과 일본의 복고풍이 결합하며 탄생한 패션 스타일입니다. 통이 넓은 바지와 카키/베이지 톤의 의상이 대표적인 예시죠. 🥾

사진 : ⓒ 워크룸프레스

〈아메토라〉는 꼭 아메카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모두 재밌게 읽어보실 수 있는 책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이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용기의 중요성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은 미국의 패션 스타일이 일본에 수입되는 과정부터 일본 내에서 그 스타일이 변형•발전하여 역수출되는 일련의 과정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패션 스타일을 연구하며 질 좋은 제품들,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하는 일본 패션의 성공담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오리지널과 재현에 대한 이야기를 패션 덕후인 저자의 시선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을 뿐더러,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패션 문화란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 책 속 한마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은 강렬한 최신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쿨한 곳이 됐다. 이 책은 서양의 전통을 흡수하고, 이를 통해 가치 있는 재생산과 각색을 창조한다는, 동일한 목표에서 대안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전략은 오늘날 패션에서 한국이 나아가는 길에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길은 누군가에게는 제법 ‘보수적’이겠지만, 미래를 위해 과거를 모방하고 편집하고,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돌리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을 통해 배울 게 적지 않다. 단, 일본의 성공이 특정한 일본 문화나 기술 덕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모든 가능성은 오늘날의 (젊은) 한국인들에게도 열려 있다.”

🔎 그래도 힙스터 되는 것이 어렵다면: 브랜드를 알자

힙스터가 되기 위한 조건을 살펴봐도 도저히 내 패션 취향을 모르시겠다면 제작자의 이야기,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요.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 및 디자이너의 생각을 읽다보면 우리가 어떤 가치관과 취향을 갖고 있는지 역으로 떠올려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런칭 스토리 및 비전을 알아보고, 그 브랜드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것은 힙스터로 거듭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

사진 : ⓒ 벤치워머스

〈레플리카; 불변의 패션 브랜드로 보는 문화사〉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리바이스, 칼하트 등 유명 브랜드들의 스토리와 패션 흐름을 함께 볼 수 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책입니다. 특히 빈티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읽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빈티지에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우리가 즐겨 입는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흥미로운 지점이 여럿 보이는 책입니다. 청바지의 탄생부터 유니클로 청바지까지, 소비자와 생산자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션 브랜드의 기류들을 가독성 좋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죠. 전반적으로 캐주얼 맨즈웨어 브랜드의 역사적 흐름을 브랜드와 해당 브랜드의 제품 소개를 통해 그려내고 있고, 부록으로 직조 방식이나 염색 방법, 청바지와 관련된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랍니다. 👖

📝 책 속 한마디

“손으로 만든 제품이나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취향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런 취향을 가진 이들이 새롭고 세련된 것을 열망하는 젊은 층이며, 옛것을 세련되게 소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빈티지 레플리카 패션은 마니악한 취향의 본거지, 거칠고 투박한 데님의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 최신 타입의 스트리트 패션 등의 영역에 광범위하게 자리매김했다.”

브랜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의 특징을 아는 것일 텐데요.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브랜드들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구찌, 프라다, 샤넬 등 유명 명품 브랜드의 색깔은 곧 수석 디자이너의 특징으로 정해지곤 하니까요. 명품이 우리 삶과 그닥 가까운 상품은 아니지만 언젠가 돈을 많이 벌면 명품 하나쯤 사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잖아요. 흔히 찾아오기 어려운 명품 구매의 기회를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의해본다면 더욱 합리적이고 유의미한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 ⓒ 프란츠

이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바로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명품 브랜드 생 로랑(Saint Laurent)의 첫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생애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온 그의 연인, ‘피에르 베르제’의 편지를 모은 글인데요.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의 장례식에서 낭독한 추도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피에르가 그의 연인과 함께한 50년의 시간을 복기하며 1년 동안 쓴 편지가 담겨 있어요. 이브 생 로랑이 우리에게 보여준 예술에 대한 경외심과 열정을 사랑과 그리움이 담긴 시선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입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브 생 로랑은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과 만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자신이 걸어온 예술가로서의 삶을 회고하는데요. 누군가 자신의 온 열정을 담아 만들어낸 옷을 입는다면 그것 자체로 정말 벅찬 일일 것 같습니다. 특히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프란츠에서 출판된 책인 만큼 유명 디자이너의 삶과 죽음이 담담하고 아름답게 적혀있는 것이 인상적이랍니다.

📝 책 속 한마디

“내가 떠올리는 것은 내 젊은 시절 속 이브야.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되어 있고, 유연하고, 지적이며, 빛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사랑하고, 언제나 기꺼이 감탄할 준비가 되어 있는 너.”

[덧붙이기]

👔 생로랑과 이브 생 로랑

이브 생 로랑은 크리스티안 디올의 제자로 한때 ‘디올’(Dior)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던 프랑스의 디자이너입니다. 21살에 당시 파리 최고 명품 브랜드 디올의 디자이너였던 만큼 능력이 대단한 천재였죠.

그는 이곳에서 피에르 베르제를 처음 만나 자기 자신만의 브랜드를 런칭했고, 그 브랜드가 지금의 ‘생 로랑’입니다. 이브 생 로랑은 부자들만을 위한 오트 쿠튀르 대신 일반 여성들도 입을 수 있는 기성복을 만들었고, 흑인 모델을 처음으로 런웨이에 세우는 등 패션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디자이너였습니다. 🧶

흔히 샤넬은 여성에게 ‘자유’를, 이브 생 로랑은 ‘권력’을 주었다고 평가받는데요. 이브 생 로랑은 1960년대에 남성들의 턱시도를 변형시켜 최초로 ‘르 스모킹’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바지 슈트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브는 자신의 옷을 입어주었던 모든 여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워크룸프레스, 벤치워머스, 프란츠라는 출판사 세 곳의 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패션에 대한 여러 단상을 포착한 책들을 통해 님께서 '나만의 선택'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나를 잘 알고, 나의 취향을 더 잘 알아보는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 진정한 힙스터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 지난 피드백

• 소설이 많았던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책의 줄거리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앞으로 더 유용한 책추천 뉴스레터가 될 수 있도록 유념하겠습니다. 📢

• 피드백을 남겨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기프트콘을 보내드렸어요. 다양한 의견과 조언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일하는 바인드북이 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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