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면서도 불편하고, 보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다면?

메이트, 추석 연휴 잘 보냈나요? 이번 연휴는 다른 짧아서 그런지 유난히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저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냈어요. 한때 같은 집에서 매일 밥을 먹으면서 함께 살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일이 굉장히 드문 일이 되었다는 게 왠지 기분이 이상했어요. 앞으로 또 이런 날들이 얼마나 있을런지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시 함께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마음이 들었죠.


생각해 보면 가족을 향해서는 늘 다양한 감정이 혼재하는 것 같아요. 가장 편안하면서도 불편하고,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하기 어렵고, 보고 싶은데데 또 지치기도 한 그런 감정들이요. 그래서 오늘 밑미레터에서는 가족을 향한 이런 양가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그럼 오늘 밑미레터를 시작해 볼까요?

가족을 향한 두 가지 마음

양가감정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양가감정은 한 대상에게 서로 반대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을 말해요. 친구의 승진 소식에 기쁘면서도 질투가 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두렵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롭고 싶지는 않은 그런 마음들이요. 이런 양가감정이 느껴지면 우리는 왠지 모를 혼란을 느끼곤 해요. 감정은 왠지 한쪽으로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이 양가감정이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관계가 있어요. 바로 가족이에요. 그 누구보다 편안한데 속마음을 털어놓기엔 불편하고, 반갑고 보고 싶으면서도 빨리 헤어지고 싶고, 좋으면서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가족이란 관계 속에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수십 년의 기억이 얽혀 있으니 다른 관계들에 비해 얽혀 있는 감정들도 훨씬 많고,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과 불편한 감정이 함께 얽힐 수밖에 없는 거죠.

가족에게 양가감정이 일어나는 이유

가족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맺는 여타 다른 관계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이 있어요. 우선 가족은 내가 선택한 관계가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관계예요. 친구나 연인은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선택하고,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도 있지만 가족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불편하거나 힘들다고 쉽게 관계를 정리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다른 관계들보다 더 다양한 감정이 깊게 얽혀 있을 수밖에는 없죠.

 

가족은 나의 첫 번째 세상이었던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가족 안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침대 정리 법, 밥 먹는 순서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크고 작은 방식들도 배웠거든요. 하지만 자라면서 우리는 점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조금씩 가족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과 방식을 만들어가요. 가족에서 독립해서 나만의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곧 어른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가족의 기억 속 나는 이 변화를 따라오지 못할 때가 많아요.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서로는 과거의 역할로 기억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때의 말투와 기억으로 돌아가 버리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가족 안에서는 익숙한 편안함이 느껴지면서도 애써 찾은 나다운 모습이 흐려지고 나를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가족은 우리가 처음으로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들이에요. 어린 시절 우리는 가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거든요. 그 바람은 어른이 되었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여전히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에, 다른 사람이라면 웃어넘겼을 말도 가족이 하면 유독 신경 쓰이고, 서운하게 느껴져요. 때때로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서 감정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죠. 아무리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가족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내 마음이 나와버릴 수 있거든요. 


두 가지 마음을 다루는 우리의 방식

우리는 복잡한 감정을 그대로 두는 걸 어려워해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것처럼, 마음이 한쪽으로 분명해야 편하다고 느끼거든요. 특히 가족을 향해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면 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기도 해요. 가족은 사랑해야 하는 존재이고, 좋은 사람이라면 이런 마음이 들면 안 된다고 훈습 되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종종 화살이 나에게 향하기도 해요. 부모가 불편하게 느껴지면 '나는 왜 이렇게 못된 자식일까' 싶어 죄책감이 들고, 가족이 그리워지면 '그렇게 상처받고도 아직 기대하다니' 하며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죠. 가족과의 관계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까지 힘들어지는 거예요.


‘가족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내가 너무 예민한 거겠지' 하며 서운함이나 답답함을 없던 일처럼 넘기기도 해요. 하지만 덮어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조금씩 쌓여요. 그러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큰 화가 터져 나오고, 그런 나를 보며 또 죄책감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기도 하죠.


두 마음을 모두 허락하며 살아가기

가족에게 불편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양가감정이라는 말처럼, 두 마음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한자리에 함께 머물 수 있어요. 어쩌면 불편한 마음은 그만큼 가족이 나에게 중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가족의 말 한마디가 유독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여전히 가족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고, 가족 곁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건 애써 만들어온 나만의 방식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가족을 향한 마음이 복잡해질 때, 어느 한쪽을 지우려 애쓰거나 나는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자책하기보다는 그 마음들을 가만히 알아차려 보세요. 나는 엄마가 고마우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구나. 가족이 보고 싶으면서도 만나면 피곤하구나라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태도로 내 마음들을 알아차려 보는 거예요.


그리고 불편한 마음이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뭔지 귀 기울여 보세요. 서운함이 크다면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답답함이 크다면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거죠. 그 바람을 가족에게 조심스럽게 말해볼 수도 있고, 나에게 편안한 만큼의 거리를 정해둘 수도 있어요. 적당한 거리는 가족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두 마음을 모두 지키며 오래 곁에 있기 위한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요.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편안함보다 불편함이 훨씬 큰 관계일 수도 있어요. 그 마음 역시 충분히 괜찮아요.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나누고 싶은 좋은 것들을 함께 나눠요!

매주 밑미레터 메이트분들이 보내주시는 추천템을 소개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나 장소, 영화, 혹은 이런저런 추천템을 보내주시면 이 코너를 통해서 좋은 건 같이 나눠요!   

책 - 싫어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 퇴사를 고민하며 읽은 책이에요. 사실 마음으론 알아도 행동하기가 어렵잖아요. 이 책은 그 생각을 대신해 주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마음을 금방 다잡을 수 있었어요. 혹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는 밑미 메이트들이 있다면, 전자책도 있으니 출퇴근길에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by ㅈㅎ 
박지윤의 환상이라는 노래를 추천합니다. 이별이 너무 현실 같지 않아서, 차라리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던 날들이 누구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그 쓸쓸하고 먹먹한 마음을 가만히 보듬어줍니다. 담담한 듯 잔잔하게 퍼지는 맑은 목소리가 마음을 참 차분하게 만들어줍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혹은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by 영빔 
영화 <그랜토리노> - 삶의 의미 찾기 by 홍광국
잭살차. 추운 바람이 느껴지는 환절기에 따뜻한 차를 마시면 몸도 마음도 포근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책 <아무튼 여름>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인데 저자가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묶은 에세이예요.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들과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함께 흘러가는데 편하게 술술 읽혀서 가볍게 읽기 좋았어요. by 아이사 

메이트들과 나누고 싶은 것 & 밑미레터 피드백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다람쥐의 고민

“고시생 남편과 함께 살면서 점점 지쳐가요.”

안녕하세요. 부부 상담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렇게 밑미 고민상담소에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 저는 결혼한 지 8년 차가 되어가고 있고, 작은 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사업을 하기 전엔 직장인으로 8년 정도 근무했었어요. 결혼 당시에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다, 대학원에 들어갔고, 대학원을 마치고는 고시를 준비했고, 기간제교사를 병행하면서 시험을 계속 준비했었어요. 올해는 직장 생활을 접고, 고시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고시를 준비하면서 늘 고시생과 있다 보니, 마음속에 답답함이 켜켜이 쌓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어도, 늘 아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있어서 소비도 잘 못했고, 저에게 보상을 준다던지 휴식을 준다던지.. 휴가도 따로 가지 못했어요. 남편과 저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제가 남편을 책임져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현재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공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일주일에 2번 정도 운동 모임에도 가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지금 100일 정도 시험이 남은 시점에 제정신인가 싶은 마음도 듭니다. 너무 길어진 고시의 기간 동안 저도 지친 것 같고, 이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요즘은 크게 들어요.


다른 친구 부부들은 대부분 2세 계획이나, 내 집 마련 등을 준비하는데 나는 언제? 라는 생각도 여러 번 들어요. 사업에 집중하고, 사업에 투자하면서 직원도 뽑고 싶지만 저까지 일을 벌이다가 리스크가 더 커질까 봐, 상황이 더 안 좋아질까 봐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남편에게 갖고 있는 이런 답답함(?)을 보면, 건강하지 않은 제 모습으로도 사실 많이 힘이 듭니다. 오늘은 고민을 작성하면서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밑미 감사해요..!

밑미 메이트 시내의 답변

“서로 무엇까지 함께 감당할지 남편과 이야기해 볼 때가 되었어요.”  

가족을 향한 상반된 마음 적어보기

이번 주에는 가족을 향한 상반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봐요. 가족 중 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에게 느끼는 두 가지 마음들을 함께 적어보는 거예요. "엄마가 고마우면서도, 그 말은 여전히 서운해" “동생이 얄밉지만, 챙겨주고 싶어.” 처럼요. 두 마음 중 어느 쪽이 진짜 내 마음인지 고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적으면서 불편한 마음이 일어나거나 죄책감이 올라온다면 그 마음도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려 주세요. 평가와 판단 없이 나의 양가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다 보면 내 안의 다양한 마음들을 받아들이기 점점 쉬워질 거예요.

💚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 몸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공감되고 좋았어요. 지금부터라도 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싶고 노력해봐야겠어요.
💕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머리로 생각하고 몸을 통제하려고 했는데, 이미 몸은 나의 상태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던 거네요. 내 몸에게 타박만 했던 게 미안하네요 ㅎㅎ
🧡 항상 몸보다 머리가 빠르다는 말에 너무 공감합니다. 지난주 퇴사하겠다고 말했어요. 현실적, 이성적인 판단으론 퇴사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듯 했습니다. 눈이 아프고 피부가 가렵고 하는 증상들이요. 후회는 없습니다. 몸의 신호를 늦게 알아차려 억누르다 결국 폭발했을 때, 병원비는 비싸지고 회복은 더욱 더디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 자꾸 몸이 보내는 신호들을 무시한채 달리다가 요즘 몸과 마음이 연결 되어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관련해서 자세히 다뤄주셔서 좋았어요. 
💌 머리와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경종 같은 글입니다. 감정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그것이 인간을 움직이는 진짜 원동력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성적인 삶이 정답이라 믿으며 지쳐가던 일상에 꼭 필요했던, 차분하고 따뜻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몸의 감각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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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 곳이자, 서로를 가장 아프게 하는 곳이다.

-프레더릭 뷰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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