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디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활동가 이형관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에 관한 소식으로 잔뜩 어수선한 요즘입니다. 원래 이 인사말은 제가 사랑하는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겨울의 정서를 담아 따스하게 적어내고 싶었는데, 현실생활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제 계획도 보기 좋게 망해버렸습니다.
원래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국회니 정당이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개념들의 의미도 몰랐고, 집으로 매일 배달 오는 신문은 문화/연예 면만 골라 읽은 뒤 재활용 수거함으로 던져 넣었고, 선생님과 친척들을 비롯한 ‘어른들’이 시도때도 없이 정치 얘기로 언성을 높이면(이건 요즘도 좀 그렇긴 합니다만은) 속으로 질색하며 대체 왜 저렇게 정치에 진심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어느 새 저는 제 주위에서 제법 정치에 진심인 축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합류한 이 곳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비영리 시민단체인 탓도 있겠지만, 합류 후 제가 직접 겪고 느낀 것들 덕분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네요.
좋아하는 야생동물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며 저는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퀴어프렌들리한 집단에 속하게 되며 그동안은 감추고 미워했던, 게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면서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친구이자 동료 활동가인 여성들의 다정함을 받으며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정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이 모든 것들-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누군가를 응원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온전한 저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은 갈망-이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정치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정치는 연대의 모양으로 찾아왔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정치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누구인지, 어떤 것들을 사랑하는지 이전보다 잘 알고, 그를 위해 연대하는 마음을 압니다.
그래서 예년과 같은 연말연초 분위기는 글렀음에도 저는 여전히 이번 겨울이 기대됩니다. 저희의 첫 후원행사인 ‘곰 이야기 하는 밤’에서, 혹은 온라인 강연에서, 어쩌면 거리 한복판에서, 아니면 그 밖의 어딘가에서, 아직 서로 알지는 못해도 마음이 닿는 한 분명히 만나게 될 여러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함께이고,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할 그 모든 순간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마음만은 따스한 겨울이 되길 바라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곧 다시 만나요!